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1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19화(61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19화
“속도를 좀 올려야 할 것 같아.”
유성네트웍스 본사.
한성현은 굳은 표정으로 데이비드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 노인네가 모든 걸 알아버렸어.”
-뭐?
수화기 너머 데이비드의 목소리는 상당히 당황한 것 같았다.
“데이비드, 우리 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간 건 아니야.”
-그렇다면 우리 쪽이란 말이야?
데이비드의 불만이라는 듯한 목소리에 한성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정해. 너희 쪽이라고 말한 적도 없어.”
-그런데 한태오 회장이 어떻게 알아!
“유성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한성현의 한마디에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유성은 대한민국 재계 1위 자리를 넘보는 그룹이었다.
“이렇게까지 조사해 볼 줄 몰랐던 거지.”
다만, 한성현은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반대하며 모든 것을 조사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네 이름을 아버지가 이야기했어.”
-내가 개입된 걸 보고 문제를 파악했겠네.
수화기 너머 데이비드의 목소리는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재벌계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분명했으니까.
“맞아. 그리고 이번 일을 파봤을 거라고 예상가는 쪽도 있고.”
-어딘데? 어디길래…….
“유성인베스트먼츠.”
한성현의 말에 데이비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딸이 한국에 있다더라고. 자세하게 알고 있던 걸 보면, 그쪽이 아니면 그만큼의 정보를 가질 쪽은 없어.”
-그렇겠네.
수화기 너머 데이비드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유성인베스트먼츠라면, 메인스트림이라 불리는 증권가의 헤지펀드였다.
그것도 한창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였고, 그들이 가진 정보력은 어림짐작으로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속도를 올리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데이비드는 짐짓 걱정된다는 말투로 물었다.
“포기를 왜 해?”
한성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포기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이런 일을 기획하지도, 너를 고용하지도 않았어.”
-너 싸우려고 하는구나? 아버지랑?
이미 되돌리기도 늦었다.
여기서 되돌린다면, 자신의 자리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물론 더 나아간다고 해서 내가 이기리란 보장은 없어. 아니, 오히려 승률이 더 낮지.”
-…….
“그래도 제로보다는 낫지 않겠어?”
-그래, 다음 주중으로 한국에 들어갈…….
똑똑-
데이비드와 한창 통화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성현의 비서가 방으로 들어섰다.
“대표님.”
“잠시 기다려.”
한성현은 기다리라 말하고는 데이비드와 통화를 마무리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문을 그렇게 벌컥 열고.”
“죄송합니다. 급한 일입니다.”
“뭔데?”
“김장우 이사가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해 왔습니다.”
“뭐?”
김장우는 유성네트웍스에서 가장 오래 일한 이사였다.
그리고…….
“회장님 측 인사입니다.”
이어지는 비서의 말에 한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장우는 아버지의 사람이었다. 사사건건 자신이 하는 일을 반대해 왔고, 그는 아버지의 지시를 받은 일이라는 것쯤은 한성현도 잘 알고 있었다.
“이사회 소집 이유는?”
“임시 주주총회 개최입니다.”
“사유가 있을 거 아냐.”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 요구입니다.”
비서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한성현은 책상을 ‘쾅’ 하고 내려쳤다.
아버지가 자신을 내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막을 수 있는 확률은?”
“단순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를 묻는 것이라면, 막을 수 있습니다.”
비서의 말에 한성현의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이었다.
“이사회 소집은, 이미 이사가 소집요청을 해온 이상 받아야겠지만, 표결로 주주총회 개최 요구를 묵살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지. 그동안 준비해 온 게 있으니까.”
“네, 현재 이사회에는 대표님의 의중을 따르는 이사들이 더 많습니다.”
“좋아. 받아들이고, 우리 측 이사들 모두 소집해. 단속해야겠어.”
한성현이 그리 말하자 비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나갔다.
“……아버지가 선택하신 겁니다.”
한성현은 한기가 도는 얼굴로 그리 혼잣말을 내뱉었다.
* * *
“유성네트웍스 제3회 임시 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며칠 후, 한성현은 임시 이사회 소집 요청에 따라 네트웍스 이사회에 의장으로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먼저, 임시 이사회 소집을 요청하신 김장우 전무이사께서, 이유를 설명하시겠습니다.”
한성현의 말에 한쪽에 앉은 이사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근래 회사 내부에서 우리의 업과 맞지 않는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사가 그리 서두를 열자 한성현의 눈썹은 꿈틀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역상사 업무와 더불어, 호텔 운영, 텔레콤의 시설 유지보수, 렌터카, 가전 렌탈까지.”
유성네트웍스가 하는 일들이 모두 김장우의 입에서 나왔다.
“많은 일들을 하며,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좋게 말해 종합상사였지, 외부의 시선에서는 유성그룹의 문어발 확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회사라며 비난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 사업 위주의 구조 때문에, 주주 내부의 여론 또한 좋지 않습니다.”
네트웍스가 하는 일들은 거의 모두 국내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내수 사업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이란 나라의 내수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못했기 때문에, 주주들로서는 종합상사라면, 해외 사업을 늘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불만들을 이야기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사업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방 가전 렌탈 사업부를 다른 곳에 매각하며, 사업의 방향을 해외시장으로 정했고요.”
김장우의 말대로 유성네트웍스는 얼마 전 가전 대여 사업을 축소했다.
오븐이나 가스레인지, 정수기 같은 주방 가전을 렌탈하는 사업부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며 자신들의 사업 방향을 해외로 나서겠다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새롭게 벌이는 사업이 양조장 인수를 통한, 주류 사업 진출이라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할 겁니다.”
“양조장 사업은 해외 진출 사업에 알맞은 사업이 아닙니까?”
그때, 이야기를 듣던 한 이사가 반박을 해왔다.
“전 세계 주류 시장의 규모는 2,000조 원 규모로 평가됩니다. 우리는 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겨우 유럽 내에서도 2~300만 유로를 벌어들이는 양조장으로 말입니까?”
그 말에 반박하던 이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양조장의 인수도 준비 중입니다. 우리는 고급 브랜드보다 중저가형 브랜드를 노릴 예정이고.”
가만히 이사의 말을 지켜보던 한성현이 입을 열었다.
“김장우 이사는 내가 이번 일을 그저 치기 어린 장난처럼 접근한다고 생각하겠죠.”
“아닙니까?”
하지만, 이사는 지지 않겠다는 듯 쏘아붙였다.
“여러 그룹의 2, 3세들이 너도나도 와인 사업에 뛰어드니 대표께서도 하시는 게 아니냐는 말입니다.”
“김 이사.”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일, 네트웍스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김 이사!”
“나가서 따로 회사를 차리시라는 말씀입니다.”
이사의 말에 이사회에 참가한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성현이 그만하라는 듯 계속해서 그를 호명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연유를 이제야 모두는 알 것 같았다.
‘김장우 뒤에 한태오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개 전무이사가 대표를 그것도 그룹의 후계자를 향해 저런 말을 내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임시 이사회 소집 요청을 한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대표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이사는 이번 일에 자신의 운명을 건 듯 말했다.
마치 다른 이사들에게도 어느 손을 잡아야 할지 강요하듯 말이다.
‘한태오 회장의 손을 잡을 것인지, 한성현의 손을 잡을 것인지 정하라.’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패배한 쪽은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발을 붙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임을 모두는 잘 알고 있었다.
“좋습니다. 김장우 이사의 요청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표결에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한성현은 자신 있다는 듯 바로 그의 제안을 받았다.
자신의 라인을 탄 이사들이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직 그 어느 쪽의 라인도 타지 않은 이사들로서는 두 사람의 자신감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오래 끌 것 없이 거수로 여러분의 의견을 묻겠…….”
“회장님, 들어오십니다.”
한성현이 표결을 진행하려 할 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한태오가 방으로 들어섰다.
“회장님.”
그리고 모든 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다들 앉아. 바쁘게 일들 하는데, 계열사 시찰을 돌다가 한번 나와본 거야.”
말은 그리했지만, 한태오가 이사회에 들어온 이유를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사회는 이사회 구성원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나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한성현이 한태오를 바라보며 그리 말했고, 한태오는 피식 웃었다.
“알아, 그저 모두가 모여 있다길래 인사차 와본 거야. 인사했으니, 다들 고생하게.”
한태오는 그리 말하고는 회의실을 떠나려다 할 말이 있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김장우.”
한태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이사는 크게 대답했다.
“네, 회장님.”
“내 뜻 잘 전했지?”
“물론입니다.”
한태오는 확인을 마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순식간에 이사회장 분위기는 적막으로 물들어갔다.
이사들의 마음속에 있었던,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표결 진행하시죠.”
이사회 소집을 요청한 이사 김장우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고, 한성현의 마음에는 불안함이 자리 잡았다.
“대표님.”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안 한성현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사들을 믿으며 입을 열었다.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대표이사 해임 건을 주제로 한 임시 주주총회에 찬성하는 이사께서는 거수로 의견을 표명해 주십시오.”
그 말과 동시에 여러 이사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정 이사님!”
그때, 한 이사가 다른 이사의 이름을 불렀는데, 그는 한성현을 지지하는 이사였다.
한성현은 호명당한 이사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손을 들고 있었다.
“…….”
한성현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두 눈을 감았다.
* * *
“보름 후에 열리는 주주총회는 어떻게 잘 관리되고 있지?”
열흘 후, 유성그룹 회장 한태오는 어디론가 이동하는 밴 안에서 비서실장 김승구에 물었다.
“네, 현재 한성현 대표는 병가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지 열흘이나 지났고, 회사의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양조장 건은 스탑되었고?”
“그렇습니다.”
김승구의 말에 한태오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전에 잘 처리했다.
“박재민이 그 자식에 대한 자료는?”
“준비 중입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그래, 그런 놈이 재벌가에 기생하며 활개를 치고 다니니, 성현이 같은 어리숙한 것들이 허파에 헛바람이 드는 거야.”
한태오는 이번 참에 재벌가에 기생해 불법, 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데이비드 박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재벌 그룹에서 싫어할 수 있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요.”
“이미 나는 생채기가 났어. 그런데 그거 가지고 나한테 뭐라고 하는 놈이 있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 처리해.”
“네, 알겠습니다.”
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한태오가 탄 대형 밴은 오늘 방문 장소에 들어섰고, 차 문이 열리자 수많은 언론인과 계열사 사장단이 나와 있었다.
“하하하, 다들 오늘 고생이 많습니다.”
한태오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 안전모 착용하시고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이리 주게.”
한태오는 안전모를 쓰며 눈으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고는 한쪽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자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안전모 하나 더 주게. 작은 것으로.”
한태오의 말에 현장관리자는 의아한 얼굴로 작은 안전모를 준비했고, 이윽고 한 여자가 한태오의 곁으로 왔다.
그녀는 한다현이었다.
“내 딸이 쓸 것도 필요해서 말이야.”
한태오는 그리 말하며 안전모를 한다현에게 건넸고, 모두는 놀란 표정으로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가볼까.”
한태오가 그리 말하며 걷기 시작했고, 옆에는 한다현이 따라나섰다.
이 자리에 동석한 언론인들은 그 모습을 놓칠세라,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