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0화(62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0화
“모두 좋은 아침.”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선 김우혁의 인사에 모든 직원이 인사를 해왔다.
“킴, 내기하는 데 같이할래요?”
“내기?”
“네, 이번에 NBA 동부 콘퍼런스 누가 우승하는지 내기 중이었어요.”
“그래? 그런 건 나도 못 빠지지.”
제이크의 말에 김우혁은 대충 가방과 재킷을 던져놓고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미국의 증권과 관련된 회사는 마치 커다란 하나의 도박판 같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돈을 걸고 내기부터 한다.
그건 유성인베스트먼츠뿐만 아니라 거대한 투자은행도 똑같았다.
도경을 비롯한 한국에서 온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에 짐짓 놀랐지만, 굳이 이곳의 문화가 그렇다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강제적 참여가 아닌, 자율 참여로 또 베팅 금액 상한을 걸어두었다.
내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말이다.
“스테판은 어디 걸었어?”
김우혁은 다가가자마자 내기표에서 이름을 확인했다.
“스테판은 인디애나에 걸었어요.”
“그럼 무조건 반대로 가야지.”
서류를 정리하던 스테판은 들려오는 김우혁의 목소리에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우, 킴. 그거 아주 잘못된 판단인 거 아시죠?”
“훌륭한 판단이 아닐까?”
김우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스테판 너는 평소에 스포츠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척을 하는데, 막상 내기를 해보면 늘 네가 베팅하는 쪽은 진다고.”
“그건 말입니다. 제 애정이 들어가 있는 베팅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은 다른가?”
“물론이죠. 이번엔 좋아하는 팀도 없거니와 제 전문가적인 판단이 포함된 베팅이거든요.”
“그래?”
김우혁이 흥미롭다는 듯 묻자 스테판은 자신이 왜 그 팀을 픽한 것인지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난, 그럼 스테판 반대에 베팅해야겠네. 어디야?”
“보스턴이죠.”
“그럼 보스턴에 50달러 베팅.”
“킴!”
스테판은 농락당했다는 듯 김우혁을 불렀고 김우혁은 미소를 지었다.
“스테판, 우리는 같이 가기엔…… 내가 너의 그 허풍을 너무 많이 겪었다.”
“섭섭합니다. 정말로.”
“돈이 걸렸으니까.”
“자자, 아침부터 다들 왜 이렇게 산만해.”
그때, 손뼉을 치며 이지훈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리, 좋은 아침입니다. 베팅하실래요?”
“베팅?”
“네, NBA 동부 콘퍼런스 결승전…….”
“스테판 반대 픽에 50달러 걸어둬, 조금 있다가 줄게.”
이지훈의 말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나저나 보스는 언제 오십니까?”
“어제 한국의 일정이 다 끝나가신다고 연락이 오셨어. 아마 다음 주중에 오시지 않을까 해.”
“보스가 없으니 심심하네요.”
“보스가 있으면 더 힘든 거 아니고?”
이지훈의 물음에 스테판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보스가 있으면 일이 많아서 싫은데, 없으니 또 보고 싶고, 심심하고 그렇습니다.”
“하하하.”
모두가 그렇게 아침 업무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띵띵-
블룸버그 터미널에서 속보를 알리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어, 내가 알림을 걸어둔 게 몇 개 없는데.”
스테판은 의아한 얼굴로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왜? 무슨 일인데?”
“뭐야?”
모두가 스테판의 반응에 궁금하다는 듯 물었고, 이윽고 정신을 차린 스테판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우리 회사 그러니까. 서울의 빅 보스가 숨겨둔 딸이 있었다는데.”
“빅 보스?”
“유성의 회장.”
“아아, 미스터 한.”
“그래, 그런데 딸을 공개했다는데 얼굴이 낯이 익다.”
그 말에 모두가 스테판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정말이지 조금 전 스테판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제시카?”
적막을 깨는 듯한 제이크의 말에 모두가 저마다 놀라움을 표하는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 * *
[유성그룹의 한태오 회장이 혼외 자녀를 공개했습니다. 유성그룹은 한태오 회장의 입장문을 대리해서 발표하였습니다.한태오 회장은 잘못된 판단과 부족한 용기로 인해 많은 분께 불편을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공개된 딸인 한다현 씨에 대한 사과의 마음도 전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시선을 피하며 살아온 딸에게 미안하며, 이제라도 아버지로서 당당하게 한다현 씨를 소개하고, 당당하게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더불어,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함으로 인해 딸이 불필요한 억측과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한다현 씨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이사로 알려져 있으며, 세쿼이아 캐피털 출신의 벤처캐피털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끄럽네요.”
한편, 도경은 운월당에서 한태오, 한다현과 함께 있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한다현은 부끄럽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번 공개로 인해 한다현이 부담을 가질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그녀는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네 자리에 찾아온 거니까.”
한태오는 이제는 망설임은 없다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물론 세상은 너를 혹은 나를 손가락질하겠지만, 그것마저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야.”
“저도 감당해야겠죠.”
“너는 감당할 필요 없다. 힘들면 내게 말하고, 누가 해코지하거든 내게 말하거라.”
한태오는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얘기하면 어떡하시게요?”
“어떡하기는 혼을 내야지. 내 딸에게 해코지하지 말라고.”
한태오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미소를 지었다.
“자넨 왜 웃어?”
“회장님께서 나설 일이 없도록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태오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가 있지.”
“네, 이제는 제가 다현 씨를 지키겠습니다.”
“자네 덕분이야.”
한태오는 도경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내가 이제는 밝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또 이번 일에 어느 것이 우선인지 생각하게 해준 것도 말이야.”
한태오는 이번 일에서 자신이 너무 머뭇거렸다고 생각했다.
“부끄럽네만, 나는 사실 모든 게 완벽하길 바랐어.”
자신의 이름 옆에 있는 모든 것들은 완벽해야 했다.
“그것이 가족이든 회사든 말이야. 그래서 세간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성현이를 내치는 것도 머뭇거렸고, 다현이의 존재를 밝히는 것도 머뭇거렸어.”
한성현은 현재 유성네트웍스의 주주총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경이 듣기로는 병가를 내고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온 것을 확인했는데, 모두가 한성현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해임될 것이라 말했다.
아무래도 유성에서 한태오의 존재는 절대적이었고, 한성현의 경영에 주주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구먼. 그동안 왜 망설였나 싶기도 하고.”
“회장님의 결단이 존경스럽습니다.”
“하하하, 자네가 떠밀어놓고 존경스럽다니.”
“저는 그 입장이 아니니 쉽게 말만 거들었을 뿐입니다. 그 입장이 되어 실행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겠죠. 그런 의미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라도 못 하면…….”
한태오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고,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도 도경 씨 덕분이었어요.”
한다현의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내게 주어진 운명에 주먹을 내질러 보라는 말씀이요.”
“그런 말을 했어?”
한태오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엄마가 늘 말했던 것과 비슷한 말이었어요.”
“…….”
“엄마는 늘 제게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라고 했거든요. 근데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 다니는 듯한 삶을 살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니.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엄마는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살라는 거였어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경 자신도 자신을 향한 시선들에 고생하고 마음 아팠던 날들이 있었으니까.
“어머님은 알았을 겁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다 보면 진정 나라는 사람을 잃게 된다는 것을요.”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두 눈을 감았고,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삶은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을 하게 되면 후회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럴 바엔 그냥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게 낫다는 걸 전 배웠어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현 씨와 회장님의 선택은 존경스럽고, 또 축하드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진심을 그들에게 전했다.
벽을 허문 것을 축하한다고, 너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하하하, 이 나이에 축하도 받아보고. 고맙구먼.”
한태오는 크게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는 진행해도 되지 않겠나?”
“네?”
“어이고, 세상 똑똑한 친구가 왜 둘 사이에 대한 내 물음에만 늘 모르쇠야?”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앞뒤 다 잘라먹은 물음에 정말 몰랐던 것인데, 그에겐 그리 보일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내 물음에 대한 답은?”
“이번에 미국에 들어가면 회사의 규모를 좀 키우는 일들을 할까 합니다.”
“그래?”
“네, 미국에서 사업을 벌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규모를 좀 키워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그렇겠지. 워렌 버핏에게도 인정받았다지?”
한태오는 미국에서의 소식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말해왔다.
“네, 이번에 출국하기 전에 여러 가지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까 싶습니다.”
“자리?”
“제 가족을 모시고 회장님과 다현 씨를 새롭게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요.”
물론, 이미 어머니는 회장님과도 일면식이 있었고, 한다현과도 일면식이 있었다.
하지만, 도경과 한다현의 사이가 어찌 발전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번 참에 어머니께도 허락받을까 싶습니다.”
“하하하.”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마음에 든다는 듯 크게 웃었고, 한다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