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1화(62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1화
“저를 어떻게 보셨을까요?”
며칠 후, 도경과 한다현은 마이애미에 있었다. 지난 며칠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입국을 한 참이었는데, 함께 회사로 출근 중이었다.
“예쁘게 보셨을걸요?”
한국에 있을 때, 도경은 회장님과 한다현을 어머니와 동생에게 새롭게 소개했다.
한다현과 함께 살고 있고, 미래를 약속했다고.
어머니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한다현의 이야기로 대한민국이 들썩거리고 있는데, 그 주인공이 아들과 미래를 약속한 상대라니.
“그리고 제게만 하신 이야기가 있는데요.”
도경이 그리 서두를 떼자 한다현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바르고 참하다고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어른들의 입에서 참하다는 이야기 나오면 게임 끝난 거 아시죠?”
“도경 씨도 참.”
“정말이에요.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니 너무 염려 말아요.”
어머니도 한다현의 모습에 꽤 흡족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교제를 허락받았다.
늦었지만, 이번 입국에서 도경은 도리를 챙기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속보가 떠 있더라고요.”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성네트웍스 주주총회 결과 말입니다.”
“어떻게 되었어요?”
한다현은 체크하지 못했다는 듯 물었고, 도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돼요. 잘된 거잖아요?”
“네, 회사의 입장에서는 잘된 거죠. 다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네요.”
한성현은 주주총회에서 아슬아슬한 득표 차로 해임당한 상황이었다.
“타이밍이 얄궂네요. 아버지가 저를 발표하고, 큰오빠를 내치는 그림이 되어서요.”
호사가들의 입에는 또다시 한태오의 의중을 예측하는 말들이 떠다닐 것이다.
“뭐, 다현 씨에게 나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
“네?”
“혹시 아나요. 기회가 될지.”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다현은 농담하지 말라는 듯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출근했고,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로 올라갔다.
“모두, 좋은 아침이야.”
도경은 팀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들러 아침 인사를 했는데, 모두가 놀란 얼굴이었다.
“보스!”
그리고 하나둘 도경의 곁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잘 다녀오셨어요?”
“잘 다녀왔지.”
“모두 잘 지냈어요?”
그때, 한다현이 인사를 하자 팀원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인사를 했는데, 도경과 한다현은 그 모습이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제시카…… 아니, 미스 제시카…….”
“왜 그래? 스테판.”
스테판이 조심스레 이야기하자 한다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기사 봤습니다. 그…… 빅 보스의 따님이라고.”
스테판의 말에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아…… 그거? 그게 왜?”
“그게 왜라니!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서운한데, 내가 달라진 건 아버지를 공개했다는 거밖에 없는데.”
한다현은 표정을 찡그리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나는 여러분의 친구고, 또 유성인베스트먼츠의 CSO라는 것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너무 편하게 대했다가 혹시 나중에…….”
“스테판!”
한다현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스테판은 환하게 웃었다.
“어서 와요, 제시카. 사실 놀려주려고 준비했어요. 조금은 놀라긴 했지만.”
“뭐야, 서운할 뻔했네.”
“축하해요. 새로운 삶을 찾은걸요.”
“고마워. 그런데 그냥 똑같아. 나는 앞으로도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떠날 생각이 없어.”
한다현이 미소를 지으며 그리 이야기하자 팀원들은 환하게 웃어주었다.
“보스도 잘 다녀오셨습니까?”
“일찍도 묻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별일 없었지?”
“그럼요. 리스크 관리자인 제가 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별로 믿음이 안 가긴 하는데…….”
“보스, 참 서운합니다. 제가 그래도 워렌 버핏에게 인정을 받은…….”
“자, 다들 이번 한 주도 열심히 합시다.”
스테판의 레파토리가 이어지려 하자 도경은 급히 제지했고, 직원들은 크게 웃었다.
“보스도 참…… 너무 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뭘?”
“보스가 위인가요? 제시카가 위인가요?”
그렇게 물은 스테판의 얼굴에는 짓궂은 표정이 자리 잡았는데, 도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스테판, 이직하고 싶지 않으면, 라인을 잘 타야 할 거야.”
도경이 그리 말하자 스테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보스는 나밖에 없으니까.”
도경이 그리 말하자, 스테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한참 웃었다.
* * *
“한국에 가실 때마다 사고가 크게 하나씩 터지네요.”
잠시 후, 도경은 방으로 올라와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있었던 일들을 보고받고 있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문제인 건지, 세상이 저를 가만두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보스가 있으면 늘 일이 잘 풀리니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 지훈 이사님께서 제 빈자리를 잘 채워주셔서 그렇습니다.”
도경이 고맙다는 듯 말하자 이지훈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PI 자본은 대부분 포지션을 정리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금은 당분간은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장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감히 어떻게 시장을 예상하겠습니까? 다만 곧 여름이잖아요.”
증권가의 여름은 아주 긴 휴가에 들어가는 기간이었다.
물론 시장은 열려 있었고,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거래를 할 수 있었지만, 기관은 달랐다.
“서머랠리에 이번엔 동참하실 생각이 없으신가 봅니다.”
“네.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이렇게 확정 지으려고 합니다.”
서머랠리는 매년 6~7월 여름철에 시장이 강세로 돌변하는 것이었다.
펀드매니저들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휴가를 보통 한 달 단위로 떠나기 때문에, 하반기 투자할 종목을 이때쯤 사놓고 휴가를 떠난다.
“하반기엔 시장이 좀 대폭 바뀔 것 같아서, 이번엔 쉴까 합니다. 우리도 휴가를 가야죠.”
도경은 올해 상반기의 시장 분위기와 하반기 시장의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반기에는 하락장이 될 거라고 보십니까?”
이지훈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말한 분위기는 상승, 하락이 아니라 조금 다른 섹터들을 바라봐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싶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재 시장은 AI와 관련된 산업이 강세였으니까.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에게 잘 설명해 주시고요. 그리고 휴가 이전에 들뜨지 않도록 관리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보스께서도 휴가를 가십니까?”
“저는 할 일이 많습니다. 지훈 이사님은 다녀오셔야죠.”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번 휴가에는 2년 만에 한국에 들어가 볼까 합니다.”
“좋네요.”
“부모님이 좋아하실 걸 생각하니 빨리 휴가가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2주만 고생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현 이사 문제는…….”
“이미 직원들을 잘 컨트롤해 뒀습니다.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가끔 이지훈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오늘도 그랬다.
“휴가 인원을 좀 분배해서 가야 하니, 슬슬 휴가 일정 신청받겠습니다.”
“네, 지훈 이사님이 고생 좀 부탁드립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아이고, 일이 이렇게나 많이 쌓였네.”
도경은 책상 위에 있는 결재함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사인이 들어가야 하는 서류가 한 더미였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결재를 했는데 말이야.”
한국에서도 전자결재로 많은 것들을 처리했었는데, 미국에 오니 더 많은 결재 서류가 있었다.
대부분 회사의 지출에 관한 것들이었다.
지이잉-
한창 서류에 사인하고 있던 찰나,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는데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에요.”
-윤도경 씨를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응원하는 거 맞아요? 찾을 땐 반응이 없으시던데.”
-그 일은, 우리가 개입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고양이가 곤란하다는 듯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제 일도 아니었고, 또…… 가정사가 관련되어 있었으니까요.”
도경이 이해한다는 듯 말하자 화면 속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신 걸 보면, 또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고양이가 그리 답하자 도경은 가만히 화면에 집중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또다시 돌아올 차이나 쇼크의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차이나 쇼크라는 말이 메시지에서 나오자 도경은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대학 시절 정말 많은 사례로 공부한 경제 이슈였기 때문이다.
China Shock.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나타난 경제적 변화를 말했는데, 중국이 저가의 가격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어 물품을 납품하기 시작하자, 선진국의 제조업이 쇠퇴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많은 선진국은 제조업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국내 시장의 제조기업들이 파산하는 등 수많은 쇼크를 불러왔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충격은 여전했으니까.
-하지만, 근래 중국의 저가공세는 더더욱 심해졌으며, 선진국들은 이때의 충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최근 중국을 겨냥한 관세 폭탄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도경이 그리 받아치자 화면 너머의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도경 씨는 이런 시장에서 앞으로 하반기를 이끌어갈 종목과 더불어 진짜를 찾아야 합니다.
진짜를 찾으라는 것은, 혼란한 시장에서도 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을 찾으라는 이야기였다.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었다.
도경은 고민이 되는 듯한 얼굴이었다.
-우리는 윤도경 씨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보여줄 기회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야겠네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윤도경 씨라면 잘해낼 수 있을 겁니다.
“해볼게요.”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양이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회원님의 곁에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고양이가 그리 말하자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꺼졌고, 도경은 길게 심호흡했다.
“해보겠다고는 했지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기분이네. 일단 결재부터 하고 시작하자고.”
도경은 막막한 심정을 갈무리하고는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창 사인을 이어가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재경관님 안녕하십니까?”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러 상대에게 인사했다.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한인 행사에서 만난 뉴욕 총영사관의 재경관 최인성이었다.
“네, 네. 그렇다면 제가 찾아뵈어야죠. 네, 일정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민을 하다 책상 위의 내선 전화를 들어 올렸다.
“차 팀장님, 이번 주에 뉴욕으로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은데, 일정 비는 시간 찾아주세요. 네, 전용기도 대기시켜 주시고요.”
비서인 차선태에게 그리 지시한 도경은 무슨 일일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