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3화(62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3화
“대표님, 부르셨어요?”
다음 날, 뉴욕에서 최인성과 더불어 조셉 블룸을 만나고 돌아온 도경은 출근해 한다현과 이지훈을 호출했다.
“어서들 오세요. 좀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곁으로 향했다.
“지훈 이사님, 우리 현재 현금이 얼마나 있습니까?”
“펀드 현금을 말씀하시는 건 아닐 테고, PI 자본을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6억 달러가량 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8,300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들고 있는 주식 등 기타 자산은요?”
“채권은 모두 정리했고, 도큐센스의 지분이 있습니다. 이걸 전부 현금화하면 약 9억 달러쯤 될 것 같습니다.”
도큐센스는 한다현과 도경이 투자했었던 AI 관련 기업이었다.
스타트업 시절부터 인큐베이팅을 한 기업이었는데, 원래는 서울의 사업부에 있던 지분을 독립하며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자산으로 포함한 상황이었다.
“그건 못 팔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9억 달러의 가치가 미래엔 얼마가 될지 모르는 훌륭한 기업이었다.
“그럼 대충 6억 달러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도경의 물음에 그리 답한 이지훈은 무언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디 돈 쓸 곳이 있냐고 묻고 싶어 하는 얼굴이네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급히 표정을 갈무리했는데, 도경은 피식 웃었다.
“뉴욕에서 조셉 블룸을 만났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나지막이 이름을 곱씹다 떠오른 듯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전직 재무장관 조셉 블룸을 말씀하시는 거죠?”
한다현이 그리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GS 출신의 입지전적인 M&A 전문가이자, 경제관료 출신이죠.”
“유대계이기도 하고요.”
이어지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어쩌면, 이 미국의 금융계에선 가장 중요한 덕목일지도 몰랐다.
「미국 금융을 이끌어가는 유대계 미국인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첫 여성 의장이자, 현재 미국의 재무장관도 유대계 미국인이었고, 세계 최고의 자산운용사 블랙세일즈의 대표도, GS를 창립한 사람들도.
모두 유대계 미국인이었다.
“맞아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에이팩이라는 집단이 있으니까요. 아마 거기를 통해 조셉 블룸도…….”
한다현은 말끝을 흐렸다.
유대계 미국인의 로비 단체인 AIPAC은 미국 정치와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들의 로비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기치 아래,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들의 지위도 함께 올려놓았다.
금융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사람들의 막대한 돈을 통해, 미국 정치인들 대부분은 그들의 선택을 받아야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음모론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어쨌거나, 조셉 블룸에게 동업을 제안받았습니다.”
“동업이라시면…… 조셉이 다시 현업으로 돌아왔나요?”
“저도 그걸 물어봤는데, 아예 현업으로 복귀한 것은 아니고, 필요에 의해 나섰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들어보니 그럴싸했고요.”
“조셉이 인수하려는 기업이 어디길래, 보스께서 그런 말씀을…….”
“톡식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톡식요? 그러니까, 그…… 숏폼 플랫폼 톡식.”
“네, 얼마 전에 미국 의회에서 강제 매각 법안이 통과된 그 톡식입니다.”
RESTRICT Act.
얼마 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었다. 이름부터가 제한한다는 뜻을 가득 담고 있었다.
“톡식의 강제 매각 법안은 미국과 중국 간의 데이터 안보 때문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이면에는 패권국 간 싸움의 연장선이겠죠.”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데이터 안보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은 맞습니다.”
도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국 정부에서 이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 중국이 정치적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톡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톡식의 대다수 사용자는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층이었다.
특히, 아직 정치적 판단에 성숙하지 않은 10대 어린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한 미국 정부였다.
“실제로, 미국 정부에서 몇 가지 사례를 보였는데, 중요한 건 알고리즘에 관한 거였어요.”
알고리즘은 유튜브나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을 때, 가장 체감할 수 있었다.
가령, 내가 방금 한 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을 때, 그와 비슷한 영상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오는 것을 이야기했다.
“반정부 성향의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알고리즘으로 보여준다는 것이었죠.”
“그 부분은 미국 정부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겠네요.”
“그렇습니다. 중국과 한창 패권과 관련되어 싸우고 있는데, 자국에서 서비스하는 중국 플랫폼이 그런 식이라면 곤란해지죠. 어쨌거나, 법안 내용은 이렇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180일 이내에 톡식을 매각해야 하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3개월 연장할 수 있습니다.”
“270일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네, 180일 안에 될 리가 없으니 애초에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만약 매각에 실패한다면, 톡식은 미국 앱스토어에서는 삭제되고 더 이상 다운로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미 다운받은 것들은 유지되지만, 업데이트가 불가능하고요.”
팔든지 떠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이야기였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찬성하는 건이라, 쉽게 법안은 통과되었습니다.”
“여론도 찬성일까요?”
“네, 톡식의 주 사용자인 젊은 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강합니다만, 한 세대가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는 부분이겠죠.”
실제로, 미국인 중 51%가 강제 매각에 찬성했고, 53%는 매각에 실패할 경우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었다.
톡식을 자주 사용하는 층에서는 매각과 금지 반대 여론이 높았고.
“그럼 상황이 왜 이렇게 악화되었느냐.”
도경은 두 사람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톡식의 운영사인 바이트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굉장히 협조적이었습니다.”
“프로텍트 텍사스에도 참여했었죠?”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젝트 텍사스’는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 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에 저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가 미국 밖으로 무단으로 전송되지 않도록 하고, 엄격한 감독 아래 관리되는 것을 말했다.
“맞아요. 프로젝트 텍사스를 통해서 톡식은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를 함부로 본국인 중국으로 가져갈 수 없어요. 제3자가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등 규제를 지키고 있었고요.”
“그런데 왜 강제 매각까지 간 거죠? 톡식이 그렇게 호의적이었다면…….”
“호의적이었을까요?”
도경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겉으로는 충분히 미국 정부의 명령에 잘 따르고, 협조하는 것 같았지만, 뒤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기자 사찰 문제가 있었어요.”
“기자 사찰이요?”
이지훈은 놀란 듯 되물었다. 기자를 사찰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한 사회적 이슈로 다가올 문제였는데,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톡식을 취재하던 포브스 기자 4명의 IP 정보를 톡식 직원들이 추적했었어요.”
포브스의 기자는 톡식에 관해 취재를 하고 있었다.
“기사에는 톡식 내부 회의 녹취록이 있었거든요. 중국의 바이트 본사에서는 미국 내에서 그 회의 녹취록을 유출한 직원을 찾기 위해서 IP 추적을 했습니다.”
“결국, 중국에서 미국 내의 데이터를 열어본 거네요.”
“맞습니다. 기자의 휴대전화에 깔린 톡식 앱을 통해서 IP 주소를 수집했어요. 그리고 위치마다 바뀌는 IP 주소를 따라가면, 기자가 다녔던 곳들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죠.”
도경의 말에 이지훈과 한다현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쉽게 캐낼 수 있었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자의 동선을 파악한 뒤에, 미국 톡식 직원들의 위치를 조사했어요. 그리고 내부 유출자들을 찾아냈죠.”
겉으로는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미국 내 데이터를 중국에서 열어볼 수 없다고 했었던 톡식의 말이 무색한 것으로 드러나 버린 사건이었다.
“그 이후 미국 정부는 이것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국 정부는 그 일이 시작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은 기자였지만, 다음은 주요 정치인.
그다음은 대통령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은 톡식을 이용해 자신을 알리는 캠페인을 상당히 많이 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 같은 행위를 스파이로 생각했어요.”
미국 정부는 그래서 스파이 행위로 그들을 취급했고, 톡식 매각 법안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더 나아가 전 세계 경제 전쟁에도 관련이 있는 거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강제 매각 법안에 대한 명분은 미국에 있어 보였다.
“그럼 매각이 성공할 거라고 보시는 거죠. 보스는?”
이지훈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리 생각하시니 이번 인수에 참석하시려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겠고요.”
이지훈의 물음에 한다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매각이 가능할까요? 가격이 한두 푼이 아닐 텐데요. 제가 알기론 현재 톡식의 가치는 2,144억 달러라고 알고 있어요.”
우리 돈으로 약 292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에서도 소화가 불가능한 규모예요.”
“두 회사는 반독점법 소송 중이라 더더욱 나서기 힘들긴 하죠.”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도 이번 제안은 거절할 예정입니다.”
“거절이라시면…….”
“제 생각에는 안 될 것 같거든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서류를 두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이야기할 본론이고요. 제가 투자할 기업입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서류를 바라보았다.
[다니엘스 엔지니어링 그룹]“제가 아는 그 다니엘스죠? 인프라 개발을 하는…….”
“네. 이곳에 새로운 투자를 할 겁니다.”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