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4화(62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4화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한다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한국의 분위기가 어땠죠? 경제적으로 말입니다.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경제요.”
“한국에서 확인한 데이터로는 채권추심이 상당히 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채권추심은 대출받거나 혹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돈을 갚지 못해, 추심을 당한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대출과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 휴대전화 요금도 내지 못해 채권추심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밥집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를 기억해 보세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잠시 기억을 떠올리다 이내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그때, 현금 결제 하는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었죠? 주인분도 준비해 둔 현금 거스름돈이 없어서 많이 당황하시던 게 기억나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당시 김밥집에서 벌어진 풍경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현금 결제율이 늘었다는 건, 근래의 식당 결제 풍경을 생각해 보면 특이한 사례인 건 확실했으니까.
“왜 그런 상황까지 되었을까요?”
“설마 채권추심과 관련이 있을까요?”
“네, 우리가 밥을 먹은 곳은 그래도 여의도의 한중간이었어요.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는 게 익숙하죠. 그게 신용카드든 계좌에 들어 있는 돈으로 결제하는 체크카드든 말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두 사람이 목격했던 풍경은 이전과 다르게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들이 늘어갔다는 것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대출이 빠져나가니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쓸 돈이 없어지는 거죠.”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할 돈도 없는…….”
“네,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니, 일부분은 현금으로 빼놓고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겁니다.”
경제가 좋았을 때는 선순환의 조건 중 하나가 레버리지였다.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혹은 빚을 내서 주식을 한다거나 기타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는 가장 빠르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행위였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주식시장은 다 오르는데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의 주가는 그렇지 못했죠.”
다른 국가들은 전체적으로 시장이 +10% 많게는 +20%까지 올랐지만, 국내 시장은 그러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주요 경제 선진국 시장 중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
“카드사 연체율이 10년 사이 중 최고라는 데이터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민간경제의 데이터는 늘 후행적이었다. 아직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 문제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 되는 건 자영업자들이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급으로 생계를 꾸리는 근로자의 경우는 카드값 내고, 대출 이자 갚고, 아이들 학원비며 유치원비를 내고 나면, 쓸 게 없어지니 소비를 줄이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네, 소비를 줄이면 자영업자들은 정말 힘들어지죠.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제가 좋지 않으니 손님들은 밖에서 사 먹던 점심을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오고, 외식은 줄이고요.”
거기다가 여기저기서 경제가 좋지 않다는 말이 들려오니 겁을 잔뜩 집어먹고는 지출을 줄이고 돈을 쥐고 있으려는 사람도 늘어간다.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빚을 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또다시 연체율은 늘어가고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여기까지는 한국 상황이었고, 미국은 어떨까요?”
“강하지 않나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숫자상으로 너무 좋습니다. 작년 한 해 많은 경제학자가 미국 경제 이대로 가다간 무너진다며 경고했는데, 소비자 물가지수는 3~4%대로 아주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요.”
“지훈 이사님.”
“네, 보스.”
“데이터 말고요. 미국에 살고 계시잖아요. 체감으로 이야기해 봅시다.”
“음…….”
도경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이지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 3년쯤 생활하다 보니, 물가가 너무 비싸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매년 3~4%라는 물가 상승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지만, 제가 느낀 건 40~50% 정도 오른 것 같거든요.”
도경은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지훈의 말에 집중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왔을 때는 점심을 15~20불 사이를 주고 먹었어요. 그런데 지금 마이애미에서는 25불은 기본이죠. 팁까지 포함하면 30불 근처까지 가고요.”
물론 두 지역 간의 물가 차이는 있을 수 있었지만, 확실한 건 마이애미의 물가가 샌프란시스코보다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시다시피 많은 스타트업이나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물가가 더 비쌉니다. 거기서 많이 쓰면 20불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마이애미에서는 더 쓰고 있어요.”
“그게 우리가 느끼는 체감 경제인 거죠. 그렇다면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왜 3~4%대로 유지되느냐.”
도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간단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하는 항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도경은 두 사람의 앞에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가리켰다.
“커피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빠졌다는 거 아시나요?”
“네? 이게 빠졌어요?”
분명 모두의 생각에 커피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많은 소비자의 일상과 함께하는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올해는 빠졌습니다. 왜?”
“설마 원두의 가격이 올라서인가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원두의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2년 전에 비해 60~70% 올랐으니까요. 그래서 빠졌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교란할 수 있다는 명목하에 빠졌고, 그렇게 빠진 항목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상황이니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경제 지표는 우리가 직접 느끼는 소비 물가를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어요.”
일종의 착시와도 같았다. 미국 경제는 강하고 훌륭하다는 평가가 뒤를 따라서 주식시장은 고공 행진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지갑 사정은 좋아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른 데이터를 보고 있어요.”
“어떤 데이터를…….”
“자동차 대출 연체율을 보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미국에 살다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자동차가 없으면 되는 게 없는 나라입니다.”
땅이 커도 너무 컸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편의점에 가려고 해도 2, 30분 거리를 가야 했다.
더불어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편한 나라도 아니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필수 소비재 중 하나였고, 자동차가 있어야 모든 생활이 가능한 필수 요소였다.
“최근 자동차 대출 연체에서 서브프라임 비율이 6%까지 늘어갔습니다.”
서브프라임은 어떤 수를 써도 받을 수 없는 연체 등급을 이야기했다.
자동차를 압류하는 것밖에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에도 5%밖에 되지 않았던, 이 서브프라임 연체 등급이 얼마 전에 6%를 달성했고, 올해는 7~8%까지 오를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압류해 와 팔더라도 빌려준 돈을 전부 회수 못 하는 부실채권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이제는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신용카드 부채도 상당히 늘었고요.”
도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물가가 너무 올라 버려서,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 자동차 대출을 갚을 수도 없고, 신용카드도 갚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모아둔 돈이 있다든가…….”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미국은 저축을 너무 안 합니다. 아니, 못하는 나라예요.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살기도 정말 힘든 나라거든요.”
상당히 비싼 집 임대료, 세금, 모든 것을 하는 데 돈이 들었다.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나마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의 연금저축 프로그램 덕분에 은퇴 이후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산다는 단순한 ‘생존’에 너무 많은 것들이 소모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미래를 생각하고, 조금만 더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저지르지 않을 행동들을 지금 당장 저지르는 시대입니다.”
가령, 내가 자동차를 구매해서 다음 달에 대출을 갚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의 생계를 위해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산다.
왜? 자동차가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하니까.
작금의 미국인들이 느끼는 상황은 이런 것이었다.
“확실한 건, 지난 2~3년은 너무 경제가 강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이젠 이런 부분들이 수면으로 올라올 타이밍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다니엘스 엔지니어링 그룹을 새로운 투자처로 생각한 거고요.”
“뉴딜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미국 경제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파산 사태 때문에 힘들었지만, 진앙지였던 미국도 상당히 힘들었다.
“당시에 정부는 대응하기 위해서 미국 재투자 회복법이란 걸 만들었죠.”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통칭 ARRA는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였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종류의 법안이었다.
“우리 돈으로 약 1,100조 원 규모의 돈을 투입해서, 도로와 교량, 철도, 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에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기억나네요. 저는 그때 대학에 다닐 때였는데, 집 주변이 상당히 개발되기 시작했었거든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그 법안을 통해, 미국의 GDP는 2.3%P 증가했다는 추정치도 있고, 경기 침체를 단 2년 만에 벗어나게 만들어줬습니다.”
“일자리도 늘어났던 것 같아요.”
“맞습니다. 건설과 교육, 보건 등에서 일자리가 전년도에 비해 두 자릿수나 증가한 적도 있고요.”
인프라 투자 사업은 그런 것이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장기적으로는 도로, 교량, 철도의 개선은 물류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지역 간의 불균형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효과가 있었다.
“저는 만약에 또다시 2008년과 같은 대안이 선택된다면, 이번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인프라에 투자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밀접한 인프라라면…….”
“올여름은 상당히 더울 예정이라는군요. 이런 상황에서는…….”
“가뭄이 오겠네요.”
“비도 많이 오겠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상당히 수자원이 부족해질 겁니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니까요.”
미국의 여름은 집에서 키우는 잔디밭에 물을 주면 벌금을 부과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뭄에 시달렸다.
“다니엘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수자원 관리에 특화된 인프라 기업이고요.”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우리 PI 자본을 투입하실 생각…….”
“네, 그런데 시장에서 구매할 생각은 아니고요.”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는다면, 설마 지분 인수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2대 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왔더군요. 참여할까 싶습니다.”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그리 말했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들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한편, 조셉 블룸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서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다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나 보지?”
“그렇습니다. 언론의 반응도 호의적이진 않습니다.”
톡식을 인수하기 위해 나섰지만,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투자자들도 아예 불가능한 싸움에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조셉 블룸이 나서서 톡식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다른 마음이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었다.
“다들 왜 모르는 거야, 이건 돈을 떠나 미국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는 걸.”
조셉 블룸은 답답했다.
자신이 한 투자 제안은 미국의 안보를 위한 길이라 생각해 나섰는데, 모두의 생각이 자신과 같지 않았다.
지이잉-
한창 답답해하고 있을 찰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조셉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미스터 윤, 반갑습니다.”
전화의 주인공은 도경이었다.
-조셉,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저번에 제게 하셨던 제안에 대한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 도경의 말에 조셉 블룸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집중했다.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조셉이 제안한 톡식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경의 말은 이미 조셉이 예상한 말이었다.
“……아쉽군요. 저는 이번 일이 미국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는데.”
-하하하, 저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을 위한다는 조셉의 말에는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다만, 불확실한 것에 제 운을 걸고 도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이해합니다.”
-그래서,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조셉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제안이요?”
도경의 말에 의아하다는 얼굴로 수화기 너머 말에 집중했다.
-저희와 함께 다니엘스 엔지니어링 그룹 지분 매각에 참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이것도 미국을 위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조셉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