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5화(62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5화
“어서 오십시오.”
며칠 후, 도경은 마이애미 유성인베스트먼츠 사무실을 찾아온 조셉 블룸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셉 블룸은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왔는데, 도경은 한 명, 한 명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마쳤다.
“미스터 윤, 초대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조셉과 팀원들을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초대할 수 있어 기쁜 마음입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미팅룸으로 안내했다.
“오늘 조셉과 여러분들을 모시고, 브리핑을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도경은 긴장되는 표정을 숨기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겁게 가기보다는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진행해 보려 합니다. 혹시 제 말에 의아한 점이 있으시거나 혹은 이견이 있으시다면 과감하게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도경이 그리 서두를 떼자 조셉 블룸은 속으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브리핑 중 다른 의견들을 받겠다는 것은 그에 대한 답변들도 모두 준비되어 있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도경은 조심스레 말해오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만으로도 조셉은 도경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짧은 도경의 말과 함께 화면에는 자료들이 떴고, 도경은 길게 심호흡하며 천천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조셉의 동업 제안을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톡식이라는 거대 플랫폼은 저뿐만 아니라, 조셉이 앞으로 모을 투자자들 모두의 돈을 합쳐도 소화가 불가능한 플랫폼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정말로 톡식이 누군가에게 매각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투자자들이 모인 이상 그 톡식이 예전 톡식과 같을 리는 없었다.
톡식은 적어도 누구나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올림으로써 자유로운 숏폼 플랫폼을 지향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되어 버린 이상 그런 분위기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큰 틀에서 조셉 블룸이라는 사람이 가진 커다란 명분에는 공감했습니다.”
[미국을 위한 길]화면에는 그리 짧은 문장이 떴다.
“조셉이 나서서 톡식에 대한 인수를 꾀한 것은 미국이라는, 더욱 크게는 민주주의 진영의 이익을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패권국 경쟁이라는 것은 어느 진영이 세계의 흐름을 잡을 것이냐는 것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한 진영에 속한 국가에도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이런 시기.”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시기라는 건 조금 복합적입니다. 중국의 저렴한 수출품 공세, 그리고 불확실한 경제, 패권국 경쟁 등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투자 대상이 있는가 하고요.”
도경의 말에 조셉은 가만히 집중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런 기업은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앞에서 브리핑하는 도경은 이 업계의 스타가 되어가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는 남들과 다른 것들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저마다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기업이 우선이었고, 저는 찾았습니다.”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뒤의 화면을 가리켰다.
[다니엘스 엔지니어링 그룹]화면에 뜬 기업의 이름을 본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들어보았을 기업이다.
“다니엘스는 특이합니다. 하는 일은 많은데 대중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져 있는 기업이죠.”
도경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는 다니엘스야말로 미국을 위한다는 기치로 나선 조셉과 더불어 투자로서 성과를 보고 싶어 하는 저를 포함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다니엘스는 많은 일들을 합니다. 크게 네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크리티컬 미션 솔루션.”
[Critical Mission Solutions]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중요 임무 솔루션이었다.
“이는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부 시스템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국가 안보와 우주탐사 등에 여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입니다.”
도경의 말에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스가 항공우주국 NASA와 많은 일들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으니까.
“둘째로는 인프라 솔루션입니다. 다니엘스는 특히 수자원 인프라에 대한 강력한 기술들과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시시피주의 수자원 관리망을 다니엘스가 깔았죠. 제 고향이 거기라.”
그때 한 직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클린 에너지로의 전환과 관련된 인프라에도 상당히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통망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인프라 구축 성과를 가지고 있고요.”
도경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셋째는 통신 안보 부분입니다. 다니엘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들의 서버는 모두 미국 내에 있으며, 사이버 보안과 관련되어 매년 점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조셉은 메모를 하며 도경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컨설팅 사업까지. 다니엘스는 산업 전반에 걸쳐서 하지 않는 일들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이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경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모두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니엘스의 사업 모델은 B2B입니다. 즉,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투 비즈니스. 기업 대 기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로 정부 기관, 대기업들이 그들의 사업 파트너였다.
“그리고 다니엘스는 오히려 그 점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기라면…….”
“대중들에게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다니엘스는 흔한 TV 광고나 인터넷 광고 혹은 옥외 간판 광고 등에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
“첫째, 그렇게 하면 그들은 매년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많은 정부 기관에서는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과 사업을 하기를 꺼려 합니다.”
특히, 다니엘스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주와 국방 안보 사업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과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언론들은 계속해서 그들이 하는 일을 취재하려 할 테니까.
“이것은 궁극적으로 다니엘스가 원하는 방식이고, 이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정부 기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왜 다니엘스를 투자하는 것이 미국을 위한 일인지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조셉 블룸은 자신이 원하는 말이 도경의 입에서 나오자 가만히 집중했다.
“다니엘스가 하는 사업들은 상당한 고용 창출을 합니다. 실제로 작년 다니엘스가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에서 고용한 인원은 8만 명입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정부 기관의 연구소 건설 현장과 교량 건설 현장에서는 지역경제가 살아났다는 지역지의 평가가 있을 정도로 수많은 고용 창출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그건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그때 한 사람이 묻자 도경은 원하던 질문이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인프라 사업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공사 인부들을 채용할 수 있죠. 하지만, 다니엘스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방식이라면…….”
“한 공정당 두 팀을 고용한 것입니다.”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에 도경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가령, 현재 미국의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는 한 명당 주 4일 일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당연히 현장도 주 4일만 일하게 되고요.”
인부 한 명이 주 4일을 일하고, 주급을 받아가는 체계였다.
“다니엘스는 이를 반으로 쪼개었습니다. 인부 한 명당 3일씩 두 팀으로 고용해 주 6일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공기가 짧아지겠군요.”
조셉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니엘스는 자신들의 이득을 최소한으로 잡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고용은 더 늘어나는 효과까지 생기며 정부 기관에서는 다니엘스와 일하기를 좋아합니다.”
똑똑한 방식이었다. 자신들의 이득을 줄인다는 것은 바보 같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주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다니엘스를 찾았다.
많은 사업을 하며 매출을 늘리는 박리다매 방식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올해 다니엘스는 여러 주 정부의 인프라 사업을 따내 30여 개의 건설 수주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규모가 작든 크든, 그들은 많은 사업을 따내고 있었다.
“둘째로 다니엘스는 지속가능성이 있는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 수자원 관리와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특화된 기술과 특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미국의 클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빠르게 도울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이야기입니다.”
도경의 말에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체들이 저가공세를 하며, 다른 국가들은 기술을 키우기도 전에 값싼 중국제 상품에 패배 선언을 하고 있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톡식 강제 매각 법안이 통과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다니엘스는 국방부와 손을 잡고 클라우딩 컴퓨팅과 사이버 보안, 데이터 관리 등 주요 방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는 국방력 강화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다니엘스와 국방부는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도경은 조셉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톡식을 인수해 미국의 데이터 안보와 패권 경쟁을 돕겠다는 조셉의 진심은 저에게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다만.”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조셉 블룸을 향해 천천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톡식을 인수한다고 해서 그런 꿈들을 이룰 수는 없을 겁니다. 단순 플랫폼 하나 인수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그곳에서 벌어들일 수익밖에 없을 테니까요.”
조셉 블룸의 진심을 오해하고 곡해하는 기사들을 도경은 많이 보았다.
그가 괜히 나서서 거대한 기업을 삼키려고 한다는 말이나, 혹은 조셉이 대권에 관심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그들에게 조셉의 진심을 보여줄 투자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조셉이 가진 마이크.
다시 말해, 조셉의 발언을 할 때마다 언론에 나가는 그런 힘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투자가 얼마나 미국의 안보를 위한 일인지 모두에게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잠시 후 고민을 마친 조셉은 손뼉을 쳤다.
* * *
“거절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며칠 후, 도경은 이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단독으로라도 들어갈 겁니다.”
“단독으로 소화하기엔 규모가 좀 큰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매물로 나온 다니엘스의 지분가치는 29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9,9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투자자를 모집할까 합니다.”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네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투자자를 모으는 게 조셉 블룸이 아닌,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나선다고…….”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손을 들어 이지훈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미스터 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셉 블룸이었다.
인사를 할 여유도 없다는 듯 조셉은 본론부터 이야기해 왔다.
-기실 그동안 내 진심을 곡해하는 사람들로 인해 상당히 힘들었거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미국을 위한 길을 찾고 있고 다니엘스에 대해 따로 조사를 해본 결과.
조셉이 잠시 말을 멈추자 도경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윤과 유성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승낙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할 일입니다. 며칠 후, 우리 팀원들이 그리로 향할 겁니다.
조셉은 자신의 조건을 몇 가지 더 이야기해 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 며칠 후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프로젝트 승인되었습니다. 팀원들을 모아야 할 것 같은데요.”
“이미 명단을 짜두었습니다.”
이지훈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회의부터 시작합시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팀원들을 소집하기 위해 나섰다.
“후…….”
도경은 긴장이 풀리는 듯 긴 한숨을 내쉬며 목에 맨 타이를 풀어 헤쳤다.
“오랜만에 큰 투자를 진행해서 그런가, 너무 설레는데.”
마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 차리고, 해보자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