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6화(62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6화
“어서 오십시오.”
며칠 후, 도경은 직접 마이애미를 다시 찾아온 조셉 블룸과 인사를 했다.
“직접 또다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전화로는 직원들만 말씀하시기에…….”
“하하하, 내가 직접 와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조셉 블룸과 함께 온 그의 팀원들은 아래층에서 유성인베스트먼츠 팀원들과 협약 계약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이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면, 내가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데, 나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할 기술이 부족한 것 같더군요.”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천하의 조셉 블룸이 그럴 리가 없었다.
“윤이 나에게 지혜를 나누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조셉이 말이 진심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도경은 그저 조셉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달라는 말로 들었다.
“내가 내건 명분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입니다. 물론 다니엘스를 투자한다면, 도움 된다는 건 알게 되었고, 또 이해했습니다만, 중요한 건 내가 설득해야 할 인물들이 투자가들이라는 거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조셉 블룸이라는 인물을 설득했을 때, 그가 가장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조셉이 다른 투자가들을 설득할 때는 또 그 투자가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천천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다니엘스는 다재다능한 회사입니다. 그저 다재다능한 것을 떠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에서 준수한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조셉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단적인 예로 그들은 인프라 개발이 주 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2~3위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한 1위보다 다방면의 2~3위를 하고 있는 업체였다.
“그럼,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다니엘스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은 무엇이냐.”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조셉을 바라보았다.
“중국의 과잉생산이 지금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걸 알고 있으실 겁니다.”
도경의 말에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죠. 태양광, LCD, 배터리 더 나아가서 전기차까지.”
근래 불거진 중국의 과잉생산 물품들이었다.
“네, 맞습니다. 조셉의 말대로 해당 산업에서는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줘가며 중국은 생산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그것을 유도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도경의 말에 조셉은 놀란 표정으로 집중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투자기금으로 465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이 오십니까?”
도경의 물음에 조셉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미국의 반도체 지원 법안의 규모가 500억 달러지요.”
“그렇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우리 돈으로 65조 원이 넘는 금액들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35억 달러가 차이 나니 미국이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표면적으로 보일 수는 있습니다만…….”
“중국과 미국은 다르지요.”
도경은 자신이 할 다음 말을 조셉이 예측하자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미국의 물가나 인건비는 중국의 서너 배가량 됩니다. 실제로 이것이 각국에 투입되었을 때 효과를 생각해 보면 중국은 미국의 세 배 정도의 효과를 낼 큰돈이고요.”
가령,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해도 미국은 땅값이 중국에 비해 훨씬 비쌌다. 중국은 빈 땅에 정부의 지원으로 아예 0원에 공장을 짓는 경우도 있었다.
인건비도 중국의 인건비는 아주 쌌다.
공장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우리 돈으로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이런 방식으로 중국은 반도체에 어마어마한 지원을 하고 있고, 문제는 이게 먹혔다는 겁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을 중국이 먹어가고 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소리나 빛처럼 연속적인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폰에서 소리를 크게 해주거나, 스마트폰에서 배터리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사용되었다.
“아날로그 반도체뿐만이 아닙니다. 레거시 반도체 시장도 중국이 다 먹어가고 있습니다.”
레거시Lagacy 반도체는 오래된 기술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이야기했다.
이 반도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전자나 유성반도체가 만들어내는 나노 단위의 반도체 기술에 비해 덜 복잡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자 기기와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자동차나 가전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였다.
“우리는 HBM 반도체나 2나노니 3나노니 이런 반도체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지만, 실상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판매 비율을 생각해 본다면…….”
“레거시 반도체가 압도적으로 많이 판매되지요.”
“그렇습니다. 그 시장을 중국이 먹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상은 상대적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반도체 시장은 이미 중국이 차지해 나가고 있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으니 가격이 아주 싸게 풀리고 있고,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않은 물량들은 모두…….”
“해외로 나오고 있겠군요.”
“네, 그게 현재 중국의 반덤핑 문제입니다.”
덤핑은 한 기업이 자국에서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이야기했다.
보통은 기업에서 시장의 점유율을 먹기 위해 벌이는 치킨 게임이었는데, 중국은 국가 단위로 치킨 게임을 하고 있었다.
“유럽연합은 이미 작년부터 중국의 덤핑에 대해 조사했고, 반덤핑 규제를 내렸습니다.”
반덤핑은 말 그대로 덤핑을 반대한다는 뜻이었는데, 대부분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가했다.
“특히 전기차와 레거시 반도체에 중국과 미국은 대규모 관세 조처를 내렸습니다만, 중국의 덤핑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태양광, 풍력발전…… 중국의 중점 사업이 더 많이 남았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다니엘스가 이런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가? 있습니다.”
도경은 철저히 돈에 의해 움직이는 투자가의 입자에서 설명했다.
“중국의 수도관 파이프들 또한 현재 여러 국가에 아주 값싼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도관이라면…… 다니엘스가 먹은 시장이군요.”
“그렇습니다. 미국 내 점유율 1위가 다니엘스입니다.”
다니엘스의 진정한 강점인 수도와 관련된 인프라 사업이었다.
“만약, 대대적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추가 관세 조처가 내려진다면…….”
“다니엘스의 점유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조셉 블룸은 무언가 큰 걸 얻은 듯 환하게 웃었다.
“아주 좋습니다. 이거라면 월가의 사모 펀드들을 설득할 수 있겠네요.”
그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투자에 나서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는 마련되었다.
“윤을 찾아오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이제 뉴욕으로 돌아가 내가 맡은 일을 해야겠군요.”
조셉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포지션을 더 줄여 지금 회사의 어카운트에는 약 7억 달러가량의 현금이 준비되었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이지훈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9,600억 원 정도네요.”
투자 상품에 대한 운용 보수와 성공 보수를 받았고, 그 돈을 열심히 자기자본 투자로 굴리다 보니 어느새 현금 자산만 1조 원 가까이 되었다.
“지훈 이사님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워낙 펀드 성적이 좋아서요. 수수료가 많이 들어오니 저는 그저 자기자본을 굴린 것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지훈은 증권계로 오기 전 보험사에서 일한 메자닌 투자 전문가였다.
그러다 보니 원금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는 도경은 자신보다 더 이지훈을 믿었다.
“성과급 기대하셔도 되겠어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쨌거나, 자금 중 6억 달러는 이번 투자에 투입될 겁니다.”
도경이 한 투자 중 가장 큰 투자였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되겠네요.”
“네, 가장 큰 규모지만, 만약 투자가 실행된다면, 모인 파티 중에서는 가장 작은 규모의 자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자금이 가장 적더라도 결국 이번 다니엘스 지분 인수 건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거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런 거치고는 표정이 영 개운하지 않으신 표정인데요.”
이지훈의 얼굴에는 무언가 의아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하, 이것 참. 보스는 못 속이겠습니다.”
이지훈은 당황스러운 듯 일부러 크게 웃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니엘스에 대한 투자 논리는 모두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도 있고요.”
“…….”
“그런데 보스께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관해 강조하셨습니다. 단순 조셉 블룸의 성향이 그렇다고 해서 그걸 강조하신 건 아닐 것 같고요.”
“하하하.”
“그래서 그 뜻을 알기 위해 며칠 고민해 보았습니다만, 알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조셉 블룸의 성향 때문에 강조한 것도 있지만, 지훈 이사님이 추측하신 대로 다른 뜻도 있습니다.”
“다른 뜻이라 하심은…….”
“다니엘스에 투자해서 대중국 견제망을 좀 늘릴까 합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도경은 단 한 번도 투자에 저런 마음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음은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라시면…….”
“대한민국이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짧게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결국 미국과 유럽은 반덤핑 제재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밀어낼 겁니다. 그럼 중국의 저가 제품들은 어디로 향할까요?”
“우리겠네요.”
“네. 이번 투자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에도 투자할 대상을 찾을 겁니다. 산업이 죽기 전에 알짜 기업들에 현금을 조달해 주고, 더 나아가서 우리도 중국의 반덤핑 제재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거고요.”
도경에게 이 투자는 끝이 아닌 하나의 시작점이었다.
그 뜻을 알게 된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무언가 실마리가 풀린 느낌입니다.”
“하하하, 정말 국내 상황이 말이 아닙니다. 펀더멘탈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어요.”
사회 기반의 펀더멘탈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도 없었고, 하루아침에 쉽게 무너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기초체력들이 하나씩 떨어져 가는 것이 도경의 눈에는 보였다.
“그래서 이번 투자에는 큰돈을 쓸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지이이잉-
그렇게 이지훈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셉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네요. GS가 우리의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