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2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9화(62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29화
[……미국과 민주주의 진영에 큰 도움이 될 한 축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단행할 겁니다.]“저게 뭔 소리야?”
한성경제신문 증권부.
생중계되는 화면을 지켜보던 부장이 그리 묻자 모두가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들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저 말뜻을 풀어보면, 민주주의 진영의 반대편이 되는 곳이랑 싸울 때 도움이 되는 회사라는 거잖아.”
“방산업체일까요?”
한 기자가 그리 말하자 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
“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부장이 그리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방산업체 중에 중소기업이 있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거진 다 중소기업이죠.”
“그렇지만, 윤도경이나 리우 샤오 같은 거물이 투자할 만한 그런 곳은 없어.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부장이 그리 말씀하시면 맞겠죠. 부장은 방산 담당이셨잖아요.”
부장은 기자 초년생 시절 방위산업을 담당하던 기자였다.
그 말에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이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 것 같고, 또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이차전지가 아닐까요?”
“이차전지라…….”
“최근 미국도 유럽도 중국산 전기차 업체에 보복관세를 때렸잖아요.”
“그렇지.”
“그러니 대안을 굳이 찾으라면 우리 시장이라는 지배적인 평가들이 있습니다.”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하여 또다시 이차전지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시장 깊은 곳에 깔려 있었다.
“또 보통 6개월마다 시장의 테마는 순환하기도 하니까요.”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그때, 사무실로 들어오던 선임 기자는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김성열, 뭐 들은 거 있어?”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 대부분 미국에 공장 짓고 있어요. 소부장들도 대부분 재작년 이차전지 붐을 타고 상장했고요.”
“그런가?”
“네, 제가 아는 이차전지 소부장 중에 현재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은…… 제로입니다.”
선임 기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란 말이야.”
“개인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투자를 할 것 같습니다.”
선임 기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리우 샤오가 누굽니까? 체제를 끊임없이 비판했고, 체제에 반하는 인물로 찍혀서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이에요.”
“그렇지.”
“그런 사람이 한국에 입국해서 내뱉은 첫 일성이 저 말이고요.”
선임 기자의 말에 부장은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어느 산업이겠냐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중국을 견제하는 투자.”
“그러니까. 그런 두루뭉술한 거 말고. 지금 중국이 시장을 먹을 게 한둘이야?”
“태양광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선임 기자를 바라보았다.
“이유는?”
“태양광 산업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했습니다. 유럽은 이미 앓는 소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태양광 산업이 죽어버렸고, 미국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선임 기자는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보다 중국이 더 전 세계 시장을 먹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밖에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태양광 패널은 중국이 꽉 잡고 있잖아.”
“네, 태양광 발전은 결국 패널을 잡는 쪽이 승리하는 구조입니다. 패널을 잡기 위해서는 실리콘 웨이퍼를 잡아야 하고요.”
선임 기자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패널이 무어냐? 전기차의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이죠. 중국산 패널은 1와트당 10센트 정도예요. 우리 돈으로 치면 11원 정도죠.”
태양광 패널의 와트Watt는 패널이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의 양을 나타냈다.
대규모 발전 시 사용되는 대형 패널은 400W 이상을 발전할 수 있었다.
“미국산 패널은 19센트, 우리나라 생산하는 패널은 15센트고요.”
“우리가 딱 중간에 있네?”
“네, 미국산 패널의 가격은 정부의 보조금이 적용된 가격인데도 가장 비쌉니다.”
“인건비 문제가 있으니까.”
“지금 태양광 패널의 문제는 중국의 과잉 공급이에요. 중국은 세계 패널 수요의 서너 배 되는 양을 매년 찍어내고 있어요.”
“서너 배나 된다고?”
선임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보니 싼 패널들이 대량으로 해외시장으로 향하니까요. 유럽 시장은 97%를 중국이 먹어버렸다니까요?”
전 세계는 현재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중이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채택하고 키워 나가고 있었다.
“미국이 지금 25% 관세를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때려놨는데, 최근 중국이 가격을 더 낮췄어요.”
“그럼 관세가 무용지물인 거네.”
“그렇습니다. 관세를 내더라도 가격이 더 싸지니 또다시 미국 내에는 중국산 패널들이 쓰이고 있고요.”
어느새 모두가 선임 기자의 말에 빠져들었다.
“최근 관세를 더 높일 거라는 추측들이 있어요. 미국이 관세를 높게 때리면 다음은?”
“우리로 흘러오겠지.”
“제가 봤을 때 이번 투자의 핵심은 리우 샤오가 아니라.”
선임 기자는 화면 속의 도경을 손으로 가리켰다.
“윤도경이에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TV 화면으로 향했다.
“AI 개발 붐으로 수많은 전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다들 대안으로 태양광을 찾는 이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국내에서 찾고 있다는 말이겠죠.”
“지금 한 말 기사로 한번 써봐.”
“네?”
“다들 지금 내용 없는 추측성 기사만 써대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는 기자의 분석이 들어간 추측을 한번 해보자고.”
부장은 그리 말하며 손뼉을 크게 쳤다.
“자, 김성열이는 그거 기사 쓰고, 나머지는 국내 태양광 패널, 실리콘 웨이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 싹 다 조사하고 취재해서 투자 들어오는 거 있는지 확인해.”
“네, 알겠습니다.”
증권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래, 제이크. 내가 조셉 블룸에게는 잘 설명해 두었으니, 제시카와 함께 움직여.”
한편, 미팅 전 마이애미에서 온 전화를 마친 도경을 보며 리우는 미소를 지었다.
“조셉 블룸은 좋은 사람입니다.”
리우의 이야기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증권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뒤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게 됩니다만, 조셉은 그런 게 없는 사람이죠.”
“그렇습니까?”
“네, 윤이 조셉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은 후에 큰 자산이 될 겁니다. 그 친구, 애국자라서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훌륭한 로비 창구가 될 겁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국내에서야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향한 로비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들과 함께할 이유를 못 느꼈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고 리우의 말대로 조셉은 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인원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다른 미팅이 생각보다 늦게 끝이 났습니다.”
상대는 에너젠의 대표이사와 구성원들이었는데,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저희가 며칠 전에 갑작스러운 미팅을 요청드렸음에도 이렇게 만나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네, 네. 잘 알지요.”
“이쪽은 파미르 캐피털의 리우 샤오 회장님이시고요. 더불어 오늘 자리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KFSG의 강성호 대표의 인사도 전해 드리겠습니다.”
강성호는 오래전에 잡힌 외부 일정으로 인해 오후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었다.
도경의 소개에 에너젠의 대표이사는 고개를 숙였고, 리우도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이렇게 대단하신 투자가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통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그리 전하자 리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앉으실까요?”
도경의 말에 양쪽은 마주 보고 앉았다.
“오늘 저희 유성과 파미르 그리고 KFSG가 에너젠을 뵙자고 한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이 그렇게 서론을 열자 상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집중했다.
“우리 셋은 펀드를 구성하고, 에너젠에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투자요?”
상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매물로 나와 있기 때문에 인수를 하시겠다는 줄 알고 이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실은 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있었던 미팅도 매각과 관련된 미팅이었고요.”
상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매물로 나온 것도 알고 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에너젠을 매물로 내놓으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도경의 말에 에너젠의 대표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원래 대학교의 교수였습니다. 이 친구들은 제 제자들이고요.”
도경은 알고 있었다. 저들은 대학교 내의 벤처로 시작해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는 걸.
“실리콘 웨이퍼에 사용되는 고순도 실리콘을 개발하여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시작했죠. 저는 태양광 발전에 미래가 있다고 봤거든요.”
그 말을 전달받은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혜안이 있는 기술자이자 경영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기술로 물건을 만들어도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과 싸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국내에서도 저희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데 해외 시장을 뚫어볼 자신감도 없어졌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는 건, 다른 대안이 있는 건가요?”
“네. 중국 제품입니다. 원래 저희 물건을 쓰던 업체들도 하나둘 값이 싼 중국 물건으로 갈아탔습니다.”
확실히 기술력은 있었지만, 가격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업체 입장에서도 중국과 가격 경쟁을 위해서는 싼 물건을 가져다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에너젠의 물건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들 기본급만 받으며 버틴 것이 지난 2년입니다. 더 이상 유능한 직원들을 이 상태로 둘 수가 없어 매각을 하려고 합니다.”
“매각 상대가 어딘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비밀 유지 조항이 있으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이미 언론에 나간 부분이니까요. 중국의 태양광 패널 업체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침공의 시작점이었다.
“오늘은 저희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에너젠에 만남을 요청한 자리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에너젠의 매각 가치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에너젠의 대표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저는 저희의 가치를 3천만 달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 정도 가치는 받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고요.”
우리 돈으로 약 410억 원을 자신들의 가치로 생각하는 에너젠의 대표였다.
그들의 순이익으로 생각했을 때는 확실히 비싼 가치였다.
“중국 업체 측에서는 그 가치를 지지해 주던가요?”
도경의 물음에 에너젠 측은 씁쓸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분위기 파악이 끝나자 도경은 리우를 바라보았다.
“리우, 우리의 조건을 제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리우 샤오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에너젠이 4천만 달러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펀드가 그것을 전액 인수하겠습니다.”
리우의 제안에 상대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