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63화(6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화
“안녕하십니까? 뷰티클립의 박현일입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KW파트너스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 달 후, 박현일은 여의도에 있는 한 금융사 사무실에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지난번 투자를 거절당한 벤처 캐피털에서의 발표였는데 매달리다시피 사정해 다시 기회를 얻은 참이었다.
“우리 뷰티클립은 앱 개발 3년이 되는 올해 스케일 업을 시행, 동종업계의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한 한 해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박현일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투자사 관계자들을 향해 발표를 이어나갔다.
“저희 뷰티클립은 작년 동기 대비 일간 앱 사용자의 수가 40% 늘었으며, 현재 15만 명의 일간 사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벤처 캐피털의 관계자들은 시작부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박현일과 여러 번 미팅했지만,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늘 자신들이 혁신을 하고 있다는 말만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은 시작부터 숫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작년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기초 화장품과 바디케어 제품만 매출이 유의미하게 나왔다면, 올해는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함께 색조화장품의 펜트업 효과(보복소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현일은 플랫폼 내부의 화장품 판매량을 수치로 띄워 작년 동일한 기간과 비교를 해오고 있었다.
“특히 올해 특별 할인 기간 일 사용자 수는 30만에 달했으며 접속한 사용자의 30%가량이 사이트 내에서 직접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은 기초 화장품과 함께 올 한 해 유행할 컬러인 색조화장품을 구매하며 지난해 할인 판매 기간보다 매출이 60% 이상 올랐습니다.”
박현일과 같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이사는 투자사 관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열정적으로 혁신을 얘기하던 그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차분하고 어쩌면 지루할 정도로 숫자에 관해 얘기해 오는 박현일의 프레젠테이션이었지만, 투자사 관계자들은 평소보다 오늘 더욱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화장품 분야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 약 9개 주요 화장품 업체가 자사의 쇼핑몰에 입점할 예정입니다.”
화면에는 입점할 화장품 회사의 로고들이 떴는데, 명품 브랜드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그간 뷰티클립을 얘기할 때 가장 부족했던 입점 브랜드 숫자라는 걱정을 덜어주는 듯한 회사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우리 뷰티클립의 강점은 높은 영업이익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도경이 지적한 부분을 박현일은 투자사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확실하게 이 부분이 강점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것은 혁신이라는 믿음보다는 돈을 버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도경이 이 부분을 지적한 이유는 투자자들은 그곳에 혁신이 있든 어쨌든 상관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하이에나와 같습니다.’
도경이 한 말은 박현일의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눈앞에 있는 먹잇감이 맛있어 보이는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투자한 돈을 몇 배로 불려 안정적으로 탈출할 수 있느냐를 최우선으로 보았다.
그들이 바란 건 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혁신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에서 벌어들이는 돈이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뷰티클립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박현일은 계속해서 도경이 충고했던 대로 재무제표에 찍혀 있는 숫자 위주로 투자사 관계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해 나갔다.
“이상, 뷰티클립의 투자 설명회를 끝내겠습니다.”
박현일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제일 상석에 앉아 있던 투자사 관계자는 느릿하게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다른 관계자들 또한 손뼉을 쳤다.
“오늘 평소보다 더 유익한 프레젠테이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내부의 투자심의위원회를 소집 이후, 결과를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호의적인 투자사 관계자의 말에 박현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타닥타닥-
키보드 자판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개인자산관리 3팀의 사무실은 여느 회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라면 각자의 자리에 높게 올라와 있는 칸막이만이 이곳이 각자 개인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증권사의 일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윤도경 씨.”
“네, 팀장님.”
“오늘 장 마감 시황 데이터는 도경 씨가 준비해 보는 게…….”
똑똑-
팀장이 도경을 향해 무언가 지시하던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무심하게 문을 바라보던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객님.”
“아, PB님. 약속하지 않고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사무실로 들어온 고객은 박현일이었는데 도경은 팀원들을 향해 박현일을 소개했다.
“뷰티클립의 박현일 대표님이십니다.”
도경의 소개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박현일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잠시 뵈었으면 하는데.”
박현일의 말에 도경은 팀장을 바라보았는데 서정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은 수첩과 볼펜을 챙겨 박현일을 데리고 고객 응대실로 향했다.
“한 달 만에 갑자기 불쑥 찾아와 미안합니다.”
도경은 응대실 한편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박현일의 앞에 내려놓으며 박현일을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한데요.”
한 달 전, 박현일을 만나고 돌아와 연락이 없자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락이 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저를 기다려 주신 것 같아 기쁘네요.”
박현일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냈다.
“내용은 보여 드리지 못합니다만, 겉에 표지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일의 말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가 내민 서류철을 바라보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투 자 계 약 서]이런저런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게 쓰인 다섯 글자가 이리도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설마…….”
“예.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시리즈C 투자 계약서입니다.”
이어지는 박현일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잘됐어요.”
“우리는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B를 신청했습니다만, 투자사가 오히려 역제안을 해왔습니다.”
벤처투자는 시드seed, 프리pre, 시리즈, 전략적 투자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중 시리즈는 A에서 E 단계까지 있었는데, 박현일이 말한 시리즈B는 서비스를 하고 있고, 인정받은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인력 확장이나 사업 확장을 할 때 유치하는 투자를 말했다.
“시리즈B를 받을 타이밍이긴 한데 바로 뛰어넘고 C로 가도 되지 않겠냐고요.”
C는 B보다 더 스케일을 키운 확장 방식을 사용할 때 투자받는 금액이었다. 당연히 B보다 투자액도 많았다.
“130억 원입니다. 130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어요. 우리의 1년 매출의 반이 넘는 큰돈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마치 제 일처럼 기뻐하는 도경을 바라보며 박현일은 한껏 상기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다 PB님 덕분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뷰티클립이 가치를 인정받은 건데요.”
“아닙니다. 혁신에만 매몰된 내 시야를 돌려준 것은 PB님이었습니다.”
박현일은 진심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며 투자사 대표님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투자사에서는 우리 사업에 대해 항상 확신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박현일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벤처 캐피털에 있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도경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그들은 이미 뷰티클립을 좋게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투자사 대표님께서는 저를 믿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지금 사업을 유지하면서 관련된 사업으로 확장한다면 업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의 대표가 혁신을 부르짖는 걸 보니, 다른 사업까지 하며 회사를 말아먹지 않을까 생각하셨다고 하시더군요.”
투자사들은 지금 매출을 증가시키는 방향을 원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높은 영업이익이 보장된 사업이었으니까.
하지만, 혁신을 외치는 박현일을 믿지 못했던 것 같았다.
“4년 전 회사를 시작하자마자 너무 잘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이전부터 회사의 방향을 생각해 오고 정해왔으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현일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이 사업임과 동시에 혁신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혁신이었죠. 고객의 리뷰를 전면으로 내세워 그것을 소비로 연결하는 것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그런 칭찬에 취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리 잡은 이후에는 내가 사업을 한다는 걸 망각한 거죠.”
박현일을 처음 만났을 때 도경은 굉장히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도경 또한 혁신과 관련된 얘기를 누군가와 그렇게 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진취적인 모습은 때론 불안 요소로 작동하기도 한다. 안정기에 접어들 때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 달 전, PB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제 눈을 가리고 있던 가림막을 깨부숴 주었습니다. 나는 내가 시야가 넓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주변을 보지 못하는 바보였던 거죠.”
“…….”
“고맙습니다. 진심입니다.”
박현일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도경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PB님과 같은 분께 제 자산을 맡긴다면 적어도 잃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현일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제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주시겠다는 말씀 믿어도 되겠습니까?”
“네. 고객님을 도와 자산이 안정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자산을 불려 나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좋습니다. 계약서 쓰시죠.”
* * *
개인자산관리 3팀의 팀장 서정환은 무언가 신경 쓰이는 듯 일에 집중을 하고 있지 못했다.
한 달 전 자신의 팀원은 두 번째로 고객을 만나고 왔는데 그 자리에서도 계약은 실패했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고객이 사무실까지 찾아왔다는 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실수를 한 건 아니겠지…….’
물론 리더스 센터로 발령받았다면 능력은 회사에서 인정하는 직원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일반 지점과 리더스 센터 사이는 괴리가 있었다.
남들은 다 똑같은 영업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유별난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이 구성해 온 세계관으로 인해 큰돈을 번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부심이 강했다.
‘설마 부탁을 들어준 건가?’
서정환이 한참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도경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예정에 없던 미팅이 잡혀서…….”
도경은 팀장이 자신에게 지시를 하던 타이밍에 이런 일이 생겨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여 서정환에게 인사했다.
“저번에 실패한 그 고객 아닙니까? IB 본부를 연결해 달라고 했던…….”
“예, 맞습니다.”
“두 번이나 만나 계약에 실패했었는데 고객이 왜 다시 찾아온 거죠?”
“계약을 하러 오셨습니다.”
도경의 말에 서정환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라고?”
“자산관리서비스 계약을 하셨습니다. 맡겨주신 금액은 25억 원입니다.”
도경의 말에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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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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