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0화(63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0화
“이것 참, 두 분이 한국까지 오셨는데 이미 있던 일정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오후, 서울에 위치한 한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
지방에서 있었던 에너젠과의 만남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도경과 리우 샤오는 KFSG의 대표 강성호를 만나고 있었다.
강성호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해오자 리우는 미소를 지었다.
“미스터 강,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화냈겠지만, 나나 윤이나 강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입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우의 말씀이 맞습니다. 강 대표님의 시간은 국내에서는 돈이죠.”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그리 말하자 강성호는 한결 편해진 얼굴이었다.
“여기 저희 KFSG가 준비한 자료입니다.”
강성호는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건넸다.
“최근 국내에 우량 PF들까지 박살…… 조금 표현을 정제해야 할까요?”
강성호의 말에 리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평소에 욕도 합니다.”
“하하하, 어쨌거나 최근 한국의 부동산 PF 시장은 박살이 났습니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도 입이 아플 정도로요.”
도경은 한국 시장 분위기를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강성호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량자산들은 꽤 있습니다. PF 단계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이게 사업이 진행되고 나면 분양 완판은 확정인 그런 사업들 말입니다.”
도경은 자신이 이끄는 유성인베스트먼츠, 리우의 파미르 캐피털, 강성호의 KFSG의 자기자본을 모아 펀드를 구성했다.
우선 2억 달러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국내에서 자금이 말라 버린 기업들에 투자하기로 했다.
첫 타자가 에너젠이었고, 다음 대상은 KFSG가 맡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에 외국계 한 헤지펀드에서 이런 우량 PF를 싹쓸이해 가고 있습니다.”
“싹쓸이요? 인수를 하는 겁니까?”
도경이 놀란 듯 묻자 강성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리대금업이죠.”
강성호는 그리 말하고는 두 사람을 향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강 변에 있는 오피스타워입니다. 아마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고 지어진다면, 지상 35층짜리 규모의 빌딩이고, 당연히 임대는 걱정 없는 우량자산이죠. 그런데 PF 대출을 받은 시점에서 지금 상황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공사비가 뛰었겠네요.”
“그렇습니다. 공사비가 최소 두 배. 지금 추산으로는 2.5배 정도는 되어야 완공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고요.”
“계획을 변경하면 되지 않습니까?”
리우가 그리 묻자 강성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한민국의 법 그러니까…… 서울시와 처음 건설 계획 허가를 받을 때와 계획이 달라지는 걸 서울시에서 용납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고층 빌딩들은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받았다.
가령, 시가 원하는 높이만큼을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용도변경 등을 받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시에서는 전체적인 도시 계획에 따라 개별 빌딩들도 컨트롤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니 35층은 무조건 사수해야 하는 층수라 사업이 멈춰 있었습니다. 그 틈을 외국계 헤지펀드가 파고든 거고요.”
“국적이 어딥니까?”
“싱가포르 헤지펀드인데, 중국계 자금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자본들은 전방위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을 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PF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시행사에 1천억 원을 우선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천억 원을 차후 투입하는 3천억 원 규모의 대출입니다.”
“대출의 대가는요?”
“사업계획 그 자체입니다.”
즉, 시행사 자체를 담보로 잡았다는 뜻이었다.
시행사를 담보로 잡았다는 것은 빌딩이 지어질 노른자 땅까지 담보로 잡힌다는 것이다.
“만약 이 거래가 진행된다면, 시행사는 껍데기만 남을 겁니다. 본 프로젝트로 넘어갈 돈이 없으니까요.”
급하게 싱가포르 헤지펀드에게 돈을 받아 PF 대출을 상환한다고 해도, 현재 국내 금융 상황에 본 프로젝트를 위한 대출을 해줄 곳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땅과 사업계획 자체는 싱가포르 헤지펀드로 넘어갈 거고요.”
“15년 전을 보는 것 같네요.”
도경의 말에 강성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리우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쳤을 때, 많은 대형 오피스나 물류 센터들이 외국계 투자회사에 넘어갔거든요.”
당시에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었다.
“그때 캐나다의 브룩이나 미국의 KKR 같은 업체들이 아주 많이 주워갔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국내 업체들이 두 배 이상의 돈을 주고 다시 사들였죠.”
도경의 말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노크하는 것도 같은 결일 겁니다. 앞으로 금리가 안정되고, 임대 수요가 증가할 때를 대비해 싼값에 사들이는 거겠죠.”
강성호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습효과를 보여줘야 할 때네요.”
도경은 지금이야말로 15년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되는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업계에서는 쉬쉬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돈을 받은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어요. 이 정보가 우리한테 들어온 것도 꽤 우연으로 들어온 거고요.”
당연히 지금 상황에서 외국계 자금에 대출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여기를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성호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리우를 바라보았다.
리우는 강성호가 건넨 자료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잠시 후, 자료를 모두 읽은 리우 샤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부동산은 잘 모르지만, 이 자료만 읽었을 때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할 것 같네요. 입지와 사업 성공 가능성이 크니까요.”
단순 자료만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자료를 작성한 KFSG의 뷰와 분석을 믿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구성한 펀드는 2억 달러인데 조금 전 들어보니, 싱가포르 업체가 그것보다 더 제안했다고요.”
“네. 하지만, 당장 집행되는 자금은 1천억 원 그러니까 7,200만 달러가량입니다. 현재 우리 펀드 자금으로도 가능합니다.”
강성호의 답변에 리우는 고개를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인원을 모으고 펀드를 구성한 것은 윤도경 너이니, 최종 판단도 네가 하라는 시선이었다.
“진행하시죠. 우리가 앞으로 갈 길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스토리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크게 웃었다.
“이제 이 업계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는데, 내가 보고 느낀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과 강성호는 집중했다.
세계적인 투자가의 말은, 또 그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은 소중했다.
“한 해에 수익률 100%, 200% 내는 펀드매니저들은 많이 봤습니다. 솔직히 그거 돈으로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막대한 자금으로 레버리지를 한다면 이 정도 레벨에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라 리우는 평소에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리우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느 투자가 흥행할지 알아보는 능력.”
흥행이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투자가 세상에 주는 파급력 같은 것이었다.
“선택받은 몇몇 투자자들만이 흥행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능력을 갖췄고, 또 모두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성공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조지 소로스 같은 인물이요.”
조지 소로스는 영국중앙은행을 공격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헤지펀드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지금은 그의 성과도 성과지만,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흥행 능력이 모두를 사로잡아 한편의 서사시처럼 구전되고 있었다.
“윤은 그런 인물입니다.”
리우 샤오는 윤도경이란 인물은 남들이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하는 투자가 타인들에겐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너무도 본능적으로 잘 알았다.
리우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강성호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윤이 결정했으니, 나는 따르겠습니다. 강은?”
“저도 당연히 따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 *
-한국에서 일은 잘 진행되고 있죠?
며칠 후, 도경은 마이애미에 있는 한다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다현은 도경을 대신해 조셉 블룸과 함께 다니엘스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중이었다.
“네, 이쪽은 실무협상 들어갔습니다.”
-잘됐네요. 여기도 실무협상 중이고 분위기가 매우 좋아요.
“분위기가 좋습니까?”
-네. 조셉의 이름값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더라구요. 다니엘스 입장에서도 현재 주주가 물러나며 매물로 나온 지분이 조셉이라는 정치적인 거물에게 들어가서 이사회에 합류하길 바라는 눈치고요.
아무래도 다니엘스가 영위하는 사업들은 공공사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로비 능력은 필수였고, 전직 재무장관이 이사진으로 합류한다면…….
“그쪽도 나름대로 수지타산을 굴리고 있으니 가격을 좀 더 깎을 수도 있겠습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GS에서 전문가들이 나왔어요. 재미있는 건 다니엘스의 약점만 찾더라고요.
한다현은 신이 난 듯 말해왔고, 도경은 피식 웃었다.
“약점이 많을수록 가격은 싸질 테니까요. 좋습니다. 다현 씨, 고생해 주세요. 저도 여기 업무를 빠르게 끝내고 들어갈게요.”
-네, 또 보고드릴 거 있으면 전화할게요.
“보고할 게 없어도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밝은 한다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통화를 마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윤도경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한성경제신문의 증권부 선임기자 김성열입니다. 국내 투자와 관련되어 몇 가지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은데요. 연락이 가능하시다면, 메시지에 답장 부탁드리겠습니다.]명함과 함께 기자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국내에 내 번호를 아는 기자들이 많지 않은데.”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기자들과도 별로 안면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이잉-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진동이 울렸다.
[곧 단독 기사로 나갈 헤드라인만 보내 드리겠습니다. [단독] 유성인베스트먼츠, 펀드 구성해 국내 유망 중소기업 지원?-태양광, 이차전지 등 유망 중소기업 지원할 듯.]
기자가 보낸 헤드라인을 본 도경은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정확히 자신들의 움직임을 알고 쓰는 기사 같았다. 도경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듯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사합니다! 답장 주셨으면 제가 바로 연락드렸을 텐데요.
“아닙니다. 누가 전화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윤도경입니다.”
-아차! 한성경제신문 증권부 선임 김성열입니다.
“제 연락처는 어떻게…….”
-일전에 저희 한성경제와 짧게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그, 신라증권을 인수하셨을 때요.
상대의 말에 도경은 기억을 떠올렸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짧게 인터뷰했던 기자에게 번호를 받았습니다. 그 친구도 곤란해하며 넘긴 거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연락처를 함부로 넘긴 것에는 기분이 약간 나빴지만, 상대가 저리 사과를 해오니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하실 질문이 있으시다고요.”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하시려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간단합니다. 지금만 버티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들이 무너지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경은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투자 건에 관해서는 자신들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혹시 그 고부가가치를 일으키는 제조업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하하하, 자세한 건 아직 실무협상 중이라 곤란할 것 같습니다.”
-혹시, 태양광 산업은 아닐는지요?
수화기 너머 기자는 굉장히 공손하게 물어왔다.
“그리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미국의 올해 태양광 발전 설치 비율이 작년 대비해 80%가 늘었다는 통계를 봤습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하려고 할 때…… 국내 업체들이 조금 메리트가 있지 않나 싶어서요.
기자의 말에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자는 감이 좋은 것을 떠나 추측에 대한 논리도 가지고 있었다.
“좋은 판단이지만, 제가 답변을 해드릴 수 있는…….”
지이잉-
그때, 귀에 댄 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잠시만요.”
양해를 구하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수화기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알려 드릴 수 있겠습니다. 에너젠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네, 네?
“기자님, 지금 기사 안 쓰시면 늦으실 겁니다.”
기실, 진동의 주인공은 강성호가 보내온 메시지였는데, 투자 협약을 작성한다는 메시지였다.
에너젠에게도 좋은 기회였지만, 분명한 것은 펀드를 구성한 유성과 파미르, KFSG에게도 앞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거래였다.
“그럼 저는 알려 드렸으니, 이만 끊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