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1화(63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1화
“무슨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 2억 달러를 모두 썼대요?”
서울에 있는 한 고급 호텔.
오늘 이곳 연회장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다.
며칠 전, 한성경제의 단독기사 이후 세간의 이목이 도경의 움직임에 주목되어 있었다.
「[단독] 유성인베스트먼츠, 펀드 구성해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
「[단독] 윤도경, 리우 샤오, 강성호가 뭉친 펀드 출범」
「[단독] 태양광 발전 부품 기업 에너젠, 유성 인베스트 펀드에 CB 발행. 4천만 달러 규모」
「[단독] 윤도경 펀드, 우량 PF에 자금지원」
한성경제는 도경의 소스로 인해 지난 며칠간 혼자 어마어마한 단독기사를 쏟아내었다.
다른 기자들은 한성경제의 단독에 애가 닳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늘 도경이 이끄는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인지 수많은 기자가 자리했다.
“그러게나 말이야. 준비해 놓고 들어왔다는 건데.”
한성경제의 선임 기자 김성열은 오늘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와 있었다.
후배 기자의 물음에 김성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기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좋긴 하네.”
최근 들어 기자들도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이 가득 섞인 기사들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요. 최근에 우리 같은 경우는 톤 조절을 좀 심하게 했잖아요.”
후배 기자의 말에 김성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경제 상황이 -10이라면, -5 정도의 분위기로만 기사를 썼다.
“물론 우리는 기자니까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써야 하지만…… 톤 조절은 필수일 수밖에 없지.”
톤 조절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참여자들 혹은 소비자들이 더더욱 지갑을 닫아버린다.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을 보도하는 기사를 쓸수록 시장경제가 더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들 톤 조절할 필요가 없으니 얼굴에 저렇게 활기들이 도는 거고.”
김성열의 말에 후배 기자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자들 모두 얼굴에 기대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들어온다.”
그때, 김성열의 말에 후배 기자는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을 선두로 리우 샤오와 강성호가 들어와 단상에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오늘 이렇게 참석해 주신 기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만 저와 리우는 두 시간 후 출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짧게 질문에 응답하겠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자리는 도경과 리우 샤오, 강성호의 질의 응답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세 사람이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었기 때문에, 모든 투자 협약이 끝난 지금 자리를 마련했다.
도경의 말이 있자 너도나도 기자들은 손을 들기 시작했고, 도경의 손짓에 마이크가 그리로 향했다.
“먼저 윤도경 대표님께…….”
“죄송합니다. 소속과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아! 고려일보 김태용입니다. 윤도경 대표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기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자를 바라보았다.
“한국에 오신 지 일주일가량 된 것 같은데 2억 달러가량을 투자하셨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들어오신 것인지. 또, 한국에 투자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자의 물음에 다른 기자들은 자신도 궁금했던 것인 듯 도경의 답을 받아 적을 준비를 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미리 준비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 것인지부터 정했습니다. 그걸 정하고 나니까 투자할 기업들을 찾는 데는 어렵지 않았고요.”
“그게 어떤 방식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이어지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한국 산업의 보호였습니다.”
혹자는 거창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도경은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이번 투자를 접근했다.
“근래 중국발 저가공세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수많은 나라에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였고, 제가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일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든 기자가 무릎 위에 올려둔 노트북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입국 날 제 옆에 계신 리우가 말씀하셨던 대로, 국내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무너진다면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위협이 됩니다.”
이미 시장을 먹은 중국은 경쟁자들이 하나둘 쓰러질수록 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테니까.
“투자 방식을 정하니 기업들이 보였고, 일차적으로 2억 달러를 투자하였습니다.”
“일차적이라는 것은 후속 투자도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미국으로 돌아가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본 후 2차 투자가 시행될 수도 있습니다.”
도경은 그리 답하고는 고개를 돌렸고, 다른 기자들이 손을 들자 한 명을 지목했다.
“양지일보 조소연입니다. 윤도경 대표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세 회사에서 펀드 형식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가적인 투자자가 있나요?”
도경은 흥미로운 질문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없습니다. 세 회사의 순수 자기자본으로 하는 투자입니다.”
“이유가 있나요?”
기자의 되물음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하려고요.”
도경의 아주 간단한 답에 순간 회견장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심입니다. 저나 리우 그리고 강성호 대표가 생각하는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속도가 중요했고요.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하며 할 물리적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후로도 도경을 향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드디어 한 기자가 리우에게 물었다.
아마 세계적인 투자자 리우도 이렇게 관심을 적게 받아본 적은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리우는 불편하다기보다는 뿌듯한 표정으로 도경의 답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우 샤오 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어쩌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하실 겁니다. 투자도 처음 하시는 거고요. 투자를 결정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그 물음에 리우는 마이크를 들어 올리고는 고민이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간단합니다. 윤도경이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리우를 바라보았다.
“내 옆에 있는 강성호 대표도 또 나 리우 샤오도 윤도경이란 인물에 이미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강성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물질적으로 자신에게 투자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신뢰라는 것을 자신에게 주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큰 투자를 두 선배에게 받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것은 윤도경이란 투자가를 믿고 함께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리우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내 목소리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그가 선택한 한국을 믿습니다.”
리우의 말에 기자들은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강성호 또한 여러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강성호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직접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관한 질문들이 다수였다.
“마지막 질문받겠습니다.”
시계를 확인한 도경이 그리 말하자 기자들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고, 도경은 기자를 지목했다.
“한성경제의 김성열입니다.”
그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전화로만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지, 얼굴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괜스레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질문보다는 도경의 내면에 있는 말을 끌어내려는 질문이었다.
꽤 유능한 기자라고 생각하며 도경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는 너무 느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듭니다.”
도경은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어나갔다.
“물론 지리적, 정치적 환경이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서 제조되는 물건을 규제하고 나면 그 생산량은 모두 우리가 받게 될 겁니다.”
도경이 이번 투자에 나선 이유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메시지가 차이나쇼크에 대응할 투자를 하라고 말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국내 제조업이 모두 죽은 이후, 우리가 의존해야 할 대상이 어디가 될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지금 나서야 합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그때 가서 모든 것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 수십조 원의 돈을 투입해도, 지금 제가 쓴 2억 달러보다 작은 효과를 가져올 겁니다. 이상입니다.”
도경이 마지막으로 던진 한마디가 주는 충격에 기자들은 기사를 송고하는 것도 멈춘 채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심하게 말한 것 아닙니까?”
그날 오후, 도경은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했다. 맞은편에 앉은 리우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조금 전 공항에 오며 미스터 강에게 들으니 언론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고 하던데.”
기자회견 이후, 언론들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관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톤을 조절하던 기사들은 오간 데 없이 강한 논조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관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하하, 네. 저는 할 말 했으니 미국으로 도망가는 거죠.”
도경의 말에 리우는 크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위기는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알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도는 최전방에 서 있으니까요.”
투자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다.
투자가 된 돈은 분명 어디론가 흘러간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한 달 월급으로 혹은 소상공인의 수입으로 들어온다.
최초 투자된 2억 달러는 분명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윤의 행동이 자랑스럽군요.”
“하하하, 리우가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아, 정말입니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말을 해야 한다면, 그건 우리가 되어야겠죠.”
가장 먼저 그 현상을 보았으니, 모두에게 알릴 의무가 있었다.
“재미있었고, 알찼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주일이 말입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너젠에서 발행한 CB를 전액 인수했고, 부동산 PF에도 큰 투자를 했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현재 KFSG에서 투자와 관련해 실무협상 중이었다.
“리우께서 이리 함께 한국까지 와주셨고, 또 강성호 대표께서도 열심히 하고 계시니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도경이 그리 말을 하자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비행기가 이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리우.”
리우를 보좌하며 함께 온 파미르의 직원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미국 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에서 태양광 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거라 합니다.”
“뭐?”
그 말에 리우는 놀란 듯 되물었고, 도경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양광 패널의 과잉생산 문제로 유럽과 미국의 압박을 받자, 생산 물량을 줄이고 태양광 업체엔 지원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공식 발표가 됐나?”
“아닙니다. 곧 발표되는 정보가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하하하.”
리우는 크게 웃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겐 큰 이득이겠지요. 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업체들이 당분간 생산량을 줄이고, 지원금이 중단된다면 충분히 에너젠의 물건도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네, 출국하기 전에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요.”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활주로를 열심히 달린 비행기는 한국 땅을 떠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