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2화(63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2화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경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유성인베스트먼츠로 출근했다. 도경의 방으로 들어선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해왔다.
“별일 없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향해 물었고,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 휴가가 밀렸다는 게 있습니다.”
“저런, 매우 큰 일이네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미안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이지훈은 원래 휴가를 갈 예정이었으나, 급하게 잡힌 도경의 출장 일정 덕분에 휴가를 미뤘다.
“대신 제가 휴가비를 아주 두둑이 챙겨 드릴게요.”
“하하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또, 주시면 받아야겠죠.”
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축하드립니다. 중국발 뉴스는 보셨죠?”
“네, 서울에서 떠날 때 루머 수준의 보고를 받았었는데, 도착하니 공식적으로 발표했더군요.”
도경은 손에 쥔 종이를 흔들었다.
「중국, 태양광 산업 대규모 구조조정 돌입」
「세계 최대 태양광 생산 업체, 선룽 5% 감원 발표」
「중국 공산당 정부 “더 이상 태양광 발전 산업에 보조금 지급하지 않을 것」
「국내 태양광 발전 업체들, 전환점 찾아오나?」
「윤도경 효과? 태양광 발전 소재 업체에 투자하자마자 상황 역전」
공항에 마중 온 차선태가 건넨 한국 언론들의 기사였다.
“정말 다행입니다. 에너젠에 투자하자마자 상황이 바로 바뀌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또 보스의 안목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감탄까지야…….”
“진심입니다.”
“운이 따라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애초에 이 상황을 예측하지도 못했고요.”
그저 에너젠이란 기업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는 것.
그리고,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도경이 나선 이유였다.
“중국 업체에서 공급 과잉을 줄이겠죠?”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장 이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찍어둔 것들이 워낙 많아서…… 하지만,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가격이 오를 테고, 에너젠에게도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했네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국 내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엄청 지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이애미 외곽에도 아주 크게 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습니까?”
“네. 아마 연구기관에서 짓는 데이터센터인 것 같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미국에 늘어난 태양광 발전 시설들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일 겁니다.”
최근 어마어마한 속도로 미국 내에 데이터 서버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인공지능 AI 붐으로 인해 수많은 서버가 필요해졌고, 데이터센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가 매우 많이 필요했다.
지금 만들어내는 전기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각자 발전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태양광 발전이 제격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재빠르게 중국의 태양광 산업에 태클을 걸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이제야 왜 도경이 태양광 업체를 고른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늘어날 전기 수요를 도심에서는 대부분 태양광 발전이 차지할 겁니다. 일단은 가격이 제일 저렴하고, 공간 제약도 적으니까요.”
가령,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출 수도 있었고, 주차장을 지하로 내리고 나머지 부지에다가 설치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긴 했지만, 여타 다른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 제약이 없었고, 발전 단가가 저렴했다.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기를 100% 다 태양광이 충당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전기가 드는 곳에서는 태양광이 필수입니다.”
적어도 비싼 전기 이용료를 내는 것보다는 태양광 설비를 만들어 자가발전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저렴했으니까.
“존경스럽습니다.”
이지훈은 진심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산업을 볼 때 여러 가지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는 건 보스께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그걸 늘 실행하시는 모습이 정말이지…….”
“하하하, 그만하시죠. 오글거리네요.”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에 구성한 펀드의 관리는 KFSG에서 담당할 겁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측에서 파악한 자료를 모두 넘겼습니다.”
이지훈의 재빠른 실행력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늘 자신의 손이 덜 가도록 만들어주는 훌륭한 파트너였다.
“서울과의 소통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지훈 이사님이요?”
“네, 하시는 일이 워낙 많으시니까요. KFSG와 파미르 사이를 조율하는 것은 제가 맡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생 좀 해주세요. 그전에 휴가부터 다녀오시고요.”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똑똑-
이지훈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려 할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한다현이 들어왔다.
이지훈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고, 도경은 한다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출장 중이시라더니.”
“지금 바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들어왔습니다.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도경의 앞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최종 가격은 30억 달러 선에서 거래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했던 가치보다 1억 달러가 더 올랐네요.”
“네. 보스도 아시겠지만, 다니엘스의 주가가 올랐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에서도 계속해서 다니엘스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조셉 블룸이 다니엘스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소문이 돌자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다.
“조셉 블룸의 패밀리 오피스에서 10억 달러 그리고 GS에서 7억 달러, 우리 유성 인베스트먼츠에서 7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6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는 얘긴데…….”
도경은 애꿎은 펜의 버튼을 계속해서 눌렀다.
“조셉 블룸이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지금 다들 시선이…….”
“네. 인공지능에 팔려 있겠죠.”
멀쩡히 하던 사업들도 정리하고 AI와 관련된 사업에 투자를 하는 시대였다.
인프라 사업을 주로 하는 다니엘스에 투자할 여유는 모두가 없을 터였다.
“우리도 짜내고 짜낸 터라 더 투입할 돈은 없습니다. 펀드에 편입하면 되긴 하지만…….”
“지금 운용 중인 펀드들에는 다니엘스의 자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PI 자본을 투입하기로 했으니 그게 맞고요.”
한다현을 향해 그리 답한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6억 달러를 투자할 곳이 떠오르긴 하네요.”
그 말에 한다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들어 올렸다.
* * *
“이 자식은 정말 난놈이야.”
한편, 태산증권.
대표 탁인우는 흘러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며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냐고. 누가 나서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선 것도 그렇고 결국엔 수익까지 보게 됐네.”
탁인우가 말하는 주인공은 도경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윤도경이라는 투자가 때문에 너무 시끄러웠다.
“관에서는 조금 골치가 아플 겁니다.”
옆에 앉아 있던 기획실장의 말에 탁인우는 환하게 웃었다.
“그게 제일 속 시원해.”
“대표님.”
“아니, 알아. 나도 이런 말 어디 가서 안 해. 그런데 너도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하지 않냐고.”
탁인우는 여전히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동안 우리가 관에서 나서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도 언론에서는 아주 짧게 처리하고, 저 뭐야. 관은 움직이기나 했어?”
기획실장은 가만히 탁인우를 바라보았다.
“정치적 한계로 움직일 수 없다. 이딴 말밖에 안 해왔는데. 누가 모르냐고. 알아. 뭐 반덤핑을 하랬나, 뭘 하랬냐? 그저 국내 기업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말만 했지.”
그동안 여러 전문가가 이대로 가면 강소기업들이 전부 폐사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했었다.
하지만, 관은 뭉뚱그려 나서지 않았다.
“윤도경이가 크게 떠들고 미국으로 튀어버리니까. 이제야 난감해져서 나서는 척이라도 하고 있잖아.”
“…….”
“이런 인물들이 업계에 더 많아져야 해. 다들 좋아하는 거 봐.”
“하지만, 윤도경 대표는 미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관에서 조금 자유로운 몸이란 것도 있습니다.”
“알아. 네 말도 맞지. 그렇지만 속 시원할 때는 속 시원하다고 하자고. 넌 안 그래?”
탁인우의 말에 기획실장은 피식 웃었다.
“저도 속 시원합니다.”
다만, 탁인우가 튀는 행동을 할까 봐서 자신이라도 균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서운한 게 있네.”
“서운하시다고요?”
“강성호한테는 함께하자고 연락해 놓고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한다는 게 말이야.”
“…….”
“강성호네보다는 우리가 돈이 더 많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윤도경 대표는 강성호 대표의 키즈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업계에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윤도경이 어디 가면 늘 자신은 강성호와 피터 브라운의 철학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으니까.
“그건 그거고! 우리가 누구야? 태산인데.”
하지만, 탁인우의 입장에서는 유성 다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증권사인 태산을 빼놓고 진행했다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자식, 나중에 연락이 오거든 한 소리 해야겠…….”
지이잉-
타이밍이란 게 참 얄궂게도 탁인우가 그리 말할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탁인우는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양반은 못 되겠네.”
그리 말한 탁인우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 대표, 오랜만이야.”
-대표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그러게나 말이야. 인도에서도 한번 보자더니 말도 없더만.”
-그때는 매우 바빴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그래, 그때 한 일을 보면…… 그럴 만했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나한테 또 뭐 뽑아 먹으려고?”
탁인우는 말은 저리해도 싱글벙글 웃으며 통화하고 있었다.
기획실장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표님, 미국 기업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놀란 듯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 미국 기업? 어딘데?”
-다니엘스 엔지니어링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나온 기업 이름을 들은 탁인우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이번에 지분을 인수하려고 하는데, 미국 전 재무장관인 조셉 블룸과 GS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했습니다.
“그, 그래?”
-네. 6억 달러를 투자할 곳을 찾고 있는데 태산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도경의 말에 탁인우는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예상 수익은?”
-조셉 블룸을 제외한 투자자들은 3년 후 엑시트 하는 조건입니다만, 지금 주가에서 30~40%는 오를 것 같습니다.
“연간 10% 수익률이라는 거네.”
-어디까지나 제 짐작…….
“잠시만.”
탁인우는 수화기를 떨어뜨리고는 기획실장을 바라보았다.
“우리 PI 자본 얼마나 있어?”
“PI 자본이야 우리가 원하는 만큼 끌어 쓸 수 있습니다.”
“6억 달러도 가능하지?”
6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8,27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네?”
“가능해, 안 해?”
“지금 PI 운용팀에서 돌리는 채권들 정리하면 가능합니다.”
태산증권도 국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증권사였다.
당연히 자기자본으로 굴리는 투자 금액은 조 단위였다.
8천억 원 땡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 윤 대표. 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 알겠어. 그래. 나중에 보자고.”
전화를 마친 탁인우는 환하게 웃으며 기획실장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내 도움이 필요하긴 한가 보네.”
그리 웃으며 탁인우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러고는 기획실장을 바라보았다.
“뭐 해?”
“네?”
“마이애미로 출장 간다니까?”
“지금 처음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래. 마이애미로 출장 갈 거니까 일정 잡아줘. 그리고 PI 팀에 현금으로 6억 달러 준비해 두라고 하고.”
탁인우는 그리 말하고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기획실장은 못 말린다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