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5화(63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5화
“우리 회사 밥 점점 좋아지지 않냐?”
유성투자증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전략투자사업부 직원들에겐 여느 회사원들과 똑같이 하루의 행복이 있었다.
바로,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을 먹는 시간이었다.
“그러니까요. 진짜 한 3년 전만 해도 앞에 나가서 먹었는데, 이젠 회사 밥이 더 좋아요.”
전략사업부를 이끄는 최우진의 말에 이연지가 그리 받아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 여의도 물가가…….”
“살벌하지.”
최우진은 이젠 나름 유성투자증권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의도 물가는 살인적이었다.
“어제 콩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서 저랑 고은 대리랑 같이 전주에 갔거든요.”
“뭐? 언제 전주까지 갔어?”
“아뇨…… 상호명이 전주예요.”
“그런 곳이 있었어?”
“요즘 한창 뜬다구요. 이사님 너무 여의도 생태계를 모르신다.”
이연지는 김이 빠진 듯 최우진을 향해 말했다.
“아아, 미안해. 내가 요즘 식당들을 안 가다 보니까. 그래서?”
“줄을 엄청 섰어요. 진짜 거기 자리가 100석이 넘는데도 한 10분?”
“15분이었어요.”
이제는 대리가 된 서고은이 그리 거들자 이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을 15분을 섰는데, 너무 맛이 없는 거예요.”
“……요즘 여의도가 뭐라고 해야 하냐? 그 강호의 도리가 없어졌어.”
최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콩국수 한 그릇에 얼마야?”
“만 이천 원이요.”
“그러니까, 그렇게 비싸게 받으면 딱 기대하는 만큼만 해주면 좋은데 말이야. 이 5,500원짜리 밥보다 못하면 어쩌냐고.”
최우진은 밥이 잔뜩 들어 있는 죽통을 흔들며 말했다.
이들의 점심시간은 요즘 어디를 가나 오른 여의도 물가에 대한 푸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고은 대리는 요즘 좀 바쁜가 봐.”
한참 밥을 먹던 최우진은 말석에 앉아 있는 서고은을 바라보았다.
서고은은 밥을 먹으면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휴대전화를 본다고 뭐라고 한 게 아니야. 내 성격 몰라?”
최우진은 사내에서 최고의 상사였다. 다른 부서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직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상사였다.
그렇기에 서고은은 사과부터 한 것이다. 아무리 편해도 선배이자 상사와 밥을 먹는데 휴대전화에 신경이 너무 팔린 상태였었다.
“고은이 요즘 바빠요.”
“부장님.”
이연지가 대신 답하자 서고은은 이연지를 만류했다.
“왜? 무슨 일인데? 우리 사업부 요즘 한가한데 왜 바빠?”
서고은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앉아 있었고, 이연지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왜? 뭔데 나는 알면 안 되는 거야?”
최우진이 조심스레 묻자 서고은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니요. 사실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공부?”
“네.”
“이야, 그걸 왜 숨겨? 오히려 존경스럽고만.”
“고은이 이직 준비 중이거든요.”
그때, 이어지는 이연지의 말에 최우진은 무언가에 머리를 한 대 꽝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고은 대리…… 아니, 고은아. 내가 뭐 잘못했니? 어디야? 어디서 좋은 조건 말한 거야? 그래도 고은 대리 정도면 기본급 두 장까지는 받고 움직여야 해.”
최우진은 서고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직을 해도 좋은데, 그게 요즘 워낙 업계에 이상한 놈들이 많아. 공수표만 던지고 막상 이직하면 제대로 해주는 거 없는 것들이 있다니까?”
최우진의 반응에 이연지와 서고은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봐. 내가 이렇게 말하면 우진 이사님 놀라실 거라고 했지?”
이연지는 그리 말하고는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아니라. 유성인베스트먼츠요.”
“뭐?”
최우진은 서고은에게 실망했다는 표정이었다.
조금 전까지,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진짜 배신감 느껴진다. 나보다 그 윤도경이가 더 도움 될 것 같아?”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래…… 고은 대리는 신입 때 그렇게 날뛰어도 윤도경 대표가 다 잡아줬지.”
최우진이 시무룩한 얼굴로 이야기하자 서고은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얼굴이었고, 이연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하고 웃었다.
“아, 이사님. 고은이 진짠 줄 알아요.”
이연지가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아우, 나도 복수 한번 해보고 싶었어.”
“아! 이사님!”
“솔직히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줄 알고 진짜 상처였는데, 윤도경 대표한테 가는 거면 당연히 보내줘야지.”
최우진은 자신의 팀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성인베스트먼츠로 연수를 보내고 있었다.
“왜? 유성인베스트먼츠에 가고 싶어?”
“가고 싶다기보다는…… 제 동기가 1차 인수팀으로 갔는데, 배우는 게 많다더라구요.”
“여기는 없고?”
“아! 이사님! 그런 게 아니잖아요.”
“하하하, 더 놀렸다간 고은 대리 화병 나겠네. 알았어. 내가 윤 대표한테 이야기해 줘?”
“아니에요. 아직 준비가 덜 됐어요.”
서고은의 말에 최우진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무슨 공부 하는데?”
“영어 공부요. 듣는 게 좀 힘들어서요.”
“어떤 방식으로?”
“그냥 이런저런 강연을 원어로 듣고 나중에 자막이 달린 걸로 보면서 내가 들은 게 맞나…… 하는 거죠.”
“좋네.”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고은을 응원해 주었다.
“열심히 해. 휴대전화 봐도 되니까.”
아무래도 업무 시간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라도 쪼개서 공부하는 팀원을 응원해 주고 싶었다.
“감사해요.”
서고은의 인사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식사를 계속 이어나갔다.
“어?”
한창 식사를 해나갈 때, 서고은이 놀란 듯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은 대리, 우리 사업부 금지어야 그거.”
서고은의 단말마에 최우진은 가슴이 철렁한 듯 그리 말했다.
“아, 아뇨. 여기…….”
서고은은 자신이 보던 휴대전화 화면을 모두에게 보여줬는데…….
“푸, 푸훕.”
“이사님!”
최우진은 사레가 들린 듯 연신 기침을 했고, 주변 팀원들은 냅킨을 가져다주었다.
“저, 저거. 윤 대표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최우진은 그리 물었고, 서고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윤도경 대표님이 TED 강연을 하셨어요!”
* * *
-뭐야, 뭐야!
한편, 마이애미.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별안간 대뜸 소리를 질러오는 통에 전화를 귀에서 뗐다가 다시 가져다 댔다.
“선배. 귀 떨어져요.”
-아니, 요즘 우리 사이에 비밀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최우진이었는데, 너무도 평소의 최우진 같은 말을 해왔다.
“무슨 비밀이요?”
-아니, 한국에 들어온 것도 언론을 통해 알게 하더니 말이야.
“선배, 그건 말씀드렸잖아요. 워낙 극비에 진행된…….”
-그러니까, 그 극비 사항을 내가 몰라야 하냐 이 말이지.
“그건 아니죠. 선배, 죄송해요.”
도경이 그리 사과하자 수화기 너머에는 한결 누그러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것도 말이야.
“또 뭐가 있어요?”
-아니, 도경 씨. TED 강연했더라?
TED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짧은 강연을 하는 비영리 단체였다.
‘퍼뜨릴 가치가 있는 생각’을 목표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강연을 했다.
대부분 20분 이하로 아주 짧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아! 이번에 마이애미에서 행사가 열렸어요.”
TED는 전 세계 지역 사회에서 개최되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TEDxMiami가 이번에 마이애미에서 열렸었다.
도경은 그곳에 초청되어 앞으로 경제에 대비하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얼씨구, 아주 밝게 답하네. 그냥.
“이거는 이제…….”
-그러니까! 그렇게 중요한 행사에 참여하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도경은 머쓱해졌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오늘 드디어 내가 윤도경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듣게 되네.
수화기 너머의 최우진은 크게 웃으며 말해왔다.
-죄송할 거까지야 있나. 내 말은 그저 조금 알려줬으면 직원들에게 보라고 했을 텐데.
“어우, 그 정도까지는…….”
-그 정도야. 유튜브에 올라왔던데 조회 수가 벌써 80만을 넘어가더만.
“그래요?”
-그래. 이틀 만에 80만? 그것도 강연이?
최우진은 정말이지 뿌듯하다는 말투로 이야기를 해왔다.
-대단한 거야. 아무리 전 세계 대상으로 올라가는 유튜브라도 말이야. 지루한 경제 이야기를 하는데 조회 수가 80만이라는 건……. 우리 윤 대표가 드디어 전국구로 논다는 거지.
“하하하.”
-어쨌거나, 재밌더라. 나도 조금 생각을 해볼 주제였어.
“감사해요.”
도경은 바쁠 텐데, 그것을 챙겨봐 준 최우진이 고마웠다.
-고맙기는…… 어쨌거나 좀 달라진 게 체감되나?
“아뇨? 평소와 똑같은데요.”
강연을 한 지 닷새가 지났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최우진이 전해준 말을 들으니 메시지의 말마따나 모두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 중이었다.
-그, 그래? 당황스럽네. 아이, 괜찮아. 변화는 원래 천천히 일어나잖아.
“하하하, 선배. 아무렇지도 않아요. 괜히 위로하려고 하지 마세요.”
-티가 났어?
“그럼요.”
-직원들도 아주 좋아해. 특히 서고은이 좋아 죽는다.
“서고은 씨는 잘 지내죠?”
-그럼, 윤도경 팀에 가겠다고 아주 내 앞에서 영어 공부를 하더라니까.
최우진의 질투심 가득 담긴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빨리 데려가라.
“예. 다음에 인원 충원할 때 가장 먼저 챙겨볼게요.”
-그래, 그럼. 고생하고. 연락 자주 해!
“네, 선배. 이렇게 전화 먼저 해주시고 감사해요. 들어가세요.”
통화를 마친 도경은 재빠르게 유튜브로 들어가 자신의 강연을 검색했다.
몰랐다면 하지 않았겠지만, 알게 되었으니 댓글 반응이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financegeek72: 이 강연 정말 인상적이에요. 앞으로의 경제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이름을 기억해야겠네요.
@globalmind88: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mark_6: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지 구체적으로 더 알고 싶네요. 추가 자료가 있을까요?
└Dawson4: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홈페이지에 리포트가 올라와 있었어요!
@삵: 한국의 자랑 윤도경.
반응을 살피던 도경은 피식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영어권 사용자들의 댓글들이 많았는데, 그 속에 한국인들로 보이는 댓글들이 보이니 괜스레 반가웠다.
한참 그렇게 댓글들을 보며 감흥에 젖어 있을 때, ‘지이잉’ 하는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도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조셉, 잘 지내고 계시죠?”
전화의 주인공은 얼마 전 다니엘스를 함께 투자한 전 재무장관이자 사업 파트너가 된 조셉 블룸이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윤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TED 강연을 봤어요.
“하하하. 덕분입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요. 윤의 강연을 보고 윤을 소개해 달라는 친구가 있어 의견을 물어보러 전화했습니다.
“저를요?”
-네. 아실지 모르겠는데, 래리 존 해리슨이라고.
조셉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블랙 세일즈의 래리 해리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블랙 세일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1경 원이 넘는 돈을 운용 중이었다.
-네. 그 래리 해리슨인데, 유성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하겠습니다.”
도경은 망설임 없이 답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그런 도경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한 치의 망설임이 없네요.
“좋은 기회니까요.”
-좋습니다. 전화를 끊고 메시지로 연락처를 보내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바로 전화번호가 메시지로 도착했고, 심호흡을 한 도경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통화 연결음 소리가 들리는 이 시간이 마치 영겁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도경이었다.
-래리 해리슨입니다.
“미스터 해리슨, 처음 뵙겠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상대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도경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