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7화(63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7화
“왜 우리는 이곳을 몰랐을까?”
“아셨을걸요.”
그날 오후.
도경은 제이크와 마주 앉아 자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네. 아닌가요?”
“알았지.”
도경은 피식 웃으며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었다.
“알았는데, 의도적으로 무시해 왔던 것 같아. 여유가 없었거든.”
“맞습니다. 모를 수가 없죠.”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길게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 올해 초 대비해 나스닥의 퍼포먼스는 +22%야.”
나스닥Nasdaq은 미국의 전자 주식 거래 시장이었다. 주로 기술 및 인터넷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식이 상장되어 있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시장 중 하나였다.
“올해 나스닥의 지수가 22% 올랐는데, 이걸 섹터별로 뜯어보면…….”
“기술주가 27% 이상 올랐습니다.”
제이크가 자신의 말을 받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인공지능 AI의 열풍으로 인해서 엔비디아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가 아주 많이 올랐지.”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주들은 현재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많았다.
“다음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21% 올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인터넷 컨텐츠, 정보 사업을 기업들이 모인 섹터였다.
구글을 서비스하는 알파벳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서비스하는 메타, 스포티파이, 도어대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쪽도 인공지능 덕분에 오른 거고.”
“그렇습니다. 알파벳과 메타가 끌어올린 시장입니다.”
“다음은, 금융. 9%나 올랐네.”
“그다음은 헬스케어와 인프라, 유틸리티가 6%대가 올랐습니다.”
“시장 전체가 축제나 다름없었네.”
도경은 이리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확실히 미국의 주식시장은 현재 대부분이 느끼는 경제 상황과 다르게 호황이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유일하게 혼자 -8%를 기록한 섹터가 있네.”
예상은 했지만, 아주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산업 분야가 있었다.
“리츠.”
주인공은 바로 리츠였다.
리츠REITs는 부동산에 투자하여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태로 분배하는 회사 혹은 신탁이었다.
가령, 큰 빌딩을 지어 사무실을 임대하거나, 주거용 빌딩을 지어 각 집을 임대하거나. 혹은 호텔, 병원 더 나아가 주유소까지.
투자자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부동산을 사들여 그곳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나누어 가지는 것을 리츠라 했다.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었다.
“우울하네.”
도경은 리츠 섹터에 포함된 주식들을 보며 급 우울감을 느꼈다.
“오직 부동산 매입과 임대로 굴러가는 현금 장사니까요.”
그 모습을 본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 보니 현금이 메말랐지.”
“네,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니 리츠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요.”
부동산을 매입할 때도, 임대를 할 때도 필요한 것은 현금이었다.
“맞아. 상업용 리츠 시장에서 유일하게 현금이 돌고 있는 분야는 단 하나야. 헬스케어 리츠.”
“생소하긴 합니다.”
“생소하진 않을걸? 당장 우리 근처에 있는 저 마이애미 종합병원도 소유주가 리츠 회사니까.”
“그렇습니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헬스케어 리츠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병원 건물을 사들여서 병원에 임대를 해주거나 혹은 요양원 등을 운영하니까.”
미국도 다른 여타의 나라들처럼 고령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나 요양원들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리츠 중 가장 우울한 곳이.”
“당연히 오피스 빌딩이겠죠.”
“맞아. 오피스 빌딩 분야에 투자하는 리츠나 펀드사들은 코로나가 정말 싫을 거야.”
지난 3년이란 시간이 그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코로나라는 것은 정말 많은 것을 바꿔놓았는데, 그중에서도 오피스 빌딩이 직격타를 맞았으니까.”
“펜도럼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맞아. 다른 곳도 아니라 그 유명한, 업계에서 가장 큰 펜도럼이 매각 대상으로 나와 있어.”
펜도럼은 미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리츠를 운용하는 펀드사였다.
“펜도럼의 주력 사업은 오피스 빌딩이었거든. 뉴욕을 포함해서 미국 전역에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기업이었으니까.”
“네, 보스의 말씀대로 한때는 우리가 모두 펜도럼의 인프라에서 일한다는 말도 있었으니까요.”
“하하하, 맞아.”
제이크의 말대로 미국 전역에 펜도럼 소유가 아닌 대형 오피스 빌딩은 찾기 힘들었다.
“왜 그렇게 되었느냐. 재택근무의 활성화 때문이지.”
코로나는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된 전염병이었지만, 많은 기업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테스트베드Testbed가 되었다.
“지난 기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지.”
하지만, 전염병으로 인해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기업들은 하나둘 재택근무 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보니 되는 거야. 그것도 너무도 잘.”
오히려 재택근무가 업무의 향상성을 올린다는 내부 검토도 있을 만큼 코로나 기간에도 기업들의 업무는 잘 돌아갔다.
“그러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무실을 줄이게 된 거지.”
“사무실을 임대하는 돈도 절약되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좋아하고.”
“업무까지 잘 굴러가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거야. 그래서 상업용 오피스 시장은 정말 어려워졌고.”
도경의 말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사무실이 필요한 곳이 있어.”
“우리 같은 업체들이죠.”
“맞아. 헤지펀드나 증권사 혹은 보험사 그 외에 보안이 생명인 곳들은 사무실이 필요해.”
재택근무를 할 경우 보안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유성인베스트먼츠의 경우에는 회사 내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서류들이 있었다.
외부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시스템을 따로 구축해 놓았는데, 외부로 유출되면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자료들이 많았다.
“그런 곳들은 대부분 가장 좋은 상권에 모여 있고.”
“네. 가장 알짜 땅들에 들어선 오피스 빌딩을 보면, 거의 보험사나 캐피털, 헤지펀드, 증권사들이죠.”
교통이 가장 좋고,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는 늘 그런 곳들이 있었다.
“조금 전, 제이크 너랑 점심을 먹다가 나눈 이야기를 듣고 떠올랐어. 그런 알짜 땅들은 어느 곳에서 가지고 있지?”
이제 도경이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곳도 마이애미에서 가장 비싼 땅에 들어서 있는데, 이 빌딩의 소유주는 누구지?”
하나의 생각이 물꼬를 트자 그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투자에 대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럼 소유주는 또 어디에 빌딩을 가지고 있지?”
도경은 제이크가 건넨 서류를 손에 들어 올렸다.
“테라 리얼리티에 관해 알아볼까?”
“네, 말씀하신 대로 테라 리얼리티는 우리가 현재 일하고 있는 빌딩의 소유 업체입니다.”
제이크가 설명을 시작하자 도경은 집중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고, 주가는 50달러 선이고요. 지난 1년간 퍼포먼스는 +13%가량 됩니다.”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이걸 왜 몰랐을까?”
“그럴 수밖에 없겠죠. 보스는 정말 바쁘셨으니까요.”
“그래도 말이야. 이렇게 업계가 모두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테라만 연간 주가가 13%나 성장했어.”
도경은 여전히 자신이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게 기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테라의 가장 경쟁자가 어디야?”
“하워드 리얼리티입니다.”
“하워드의 1년 주가 퍼포먼스는?”
도경의 물음에 제이크는 앞에 놓인 노트북으로 검색했다.
“-9%입니다.”
“경쟁자와 테라의 차이가 무엇일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물으시는 건가요?”
“맞아. 제이크, 네 생각을 이야기해 봐.”
도경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제이크는 입을 열었다.
“집중도의 차이가 아닐까요?”
제이크가 낸 답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하워드 리얼리티는 오피스 빌딩 리츠 주의 대장주야. 주당 주가는 120달러가 넘고, 수많은 투자자가 투자하고 있지. 시가총액도 233억 6천만 달러고.”
우리 돈으로 약 32조 4,470억 원 정도 되었다.
“반면, 테라는 시가총액이 139억 달러(약 19조 원)로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퍼포먼스는 더 뛰어나. 이 차이를 제이크 너는 집중도의 차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나도 동의해.”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제이크에게 주었다.
“하워드가 보유한 빌딩들은 미국 전역에 퍼져 있어.”
도경은 하워드가 보유한 빌딩들이 그려져 있는 미국 전역 지도에 손짓하며 말했다.
“뉴욕부터 시카고, 남부, 서부, 여기 마이애미 더 나아가 캐나다까지.”
북미 전역에 그들이 소유한 빌딩들이 있었다.
“반면 테라는?”
도경은 제이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단 네 곳에만 빌딩을 소유 중이지.”
“뉴욕, 마이애미, LA, 텍사스네요.”
“맞아. 뉴욕에는 월스트리스가 있는 맨해튼에 10개, 마이애미는 우리가 지금 있는 이 빌딩을 포함해 18개, LA에는 24개, 텍사스엔 8개.”
빌딩이 소재한 지역 자체는 적었지만, 빌딩의 수는 하워드와 비슷했다.
“이 특징은 제이크 네가 말한 집중도야. 하워드는 많은 지역에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그런데 중요한 건, 이제는 그 상황이 힘들다는 거지.”
“대부분 기업의 본사를 옮기거나 혹은…….”
“사무실을 폐쇄 중이니까.”
다시 말해, 하워드가 보유한 자산 중 몇몇 지역을 빼고는 공실률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리였다.
“하워드가 샌프란시스코에 보유 중인 이 40층짜리 빌딩의 공실률은 70%야.”
즉, 빌딩의 30%만 임대가 되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대표적으로 기업들이 벗어나는 지역이지. 이런 지역이 전국 각지에 있고, 그곳의 공실률은 어마어마해.”
임대로 돈을 벌어야 빌딩 관리비도 내고, 빌딩의 관리인들을 고용할 돈도 있을 터인데, 지금은 오히려 빌딩을 유지하는 것이 적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테라는 전체 빌딩의 공실률이 단 3%.”
도경이 가장 놀란 부분이었다.
“우리 빌딩의 경우는 더 높은 임대료를 부르는 곳이 있으니, 기존에 임대되었던 사무실도 쫓아내는 상황이야.”
“확실히 우량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는 효과인 것 같습니다.”
“맞아. 제이크 네가 그걸 한 단어로 압축했어. 집중도.”
다시 말해, 테라 리얼리티는 가장 알짜 땅에 집중도 있게 빌딩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삼성동과 테헤란로 같은 오피스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에 빌딩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거지.”
“훌륭한 투자처가 될 것 같은데요.”
“내 생각도 같아. 그럼 우리 둘의 생각이 통일된 건가?”
“그렇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테라의 주가를 확인했다.
“한 달째 횡보 중이네.”
“네, 시장 분위기로는 지금 리츠에 투자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다른 산업들이 시장의 수급을 모두 가져가고 있었다.
“내 생각은 기준금리가 내리면 앞으로 리츠에 많은 돈이 돌 것 같은데, 네 생각은?”
“매집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1억 달러 정도만 진입해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가 팀원들과 상의한 이후 포지션 구축하겠습니다.”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후 사무실을 나섰다.
* * *
“윤, 처음 뵙겠습니다. MD 캐피털의 모리스 드류입니다.”
“저는 서던 홀딩스의 로디 파커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마이애미에 열리는 프라이빗 사교 모임에 초대되어 참석해 있었다.
마이애미 내에 있는 헤지펀드 업계인들이 모이는 모임이었는데, 이 자리의 주인공은 도경이었다.
“요즘 업계에서 가장 이름을 알리고 계신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여러분과 이렇게 명함을 교환하게 되어 영광이네요.”
도경은 물밀듯 밀려오는 명함을 하나하나 신경 써서 보관했다.
“요즘 어디에 투자하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요즘은 제가 뭘 하든 언론에 나와서요.”
도경은 조심스레 말했다. 리츠에 대한 투자는 아직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
“조셉 블룸과 다니엘스에 투자하신 건 들었습니다. 부럽습니다. 저희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경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업계 이야기, 투자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희 서던 홀딩스는 요즘, 스타델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델이요?”
서던 홀딩스 CEO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이었다.
스타델은 헤지펀드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였다.
운용자산(AUM)이 우리 돈으로 약 60조 원이 넘는 거대한 회사였다.
“네. 최근에 숏 포지션을 잡고 있는데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해서요.”
“하하하, 그런 거 이야기해도 됩니까?”
도경은 가만히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지켜보았다.
“어디에 숏 포지션을 구축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궁금하네요.”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음…….”
도경은 저런 인물들을 많이 보았다. 한시도 입을 닫지 못하는 인물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떠벌리고 모두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업계엔 아주 많았다.
같이 사업하기 싫은 타입이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가장 각광받을 쪽에 미리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이 한둘입니까? 그러지 말고 좀 더 힌트를 주세요. 우리도 돈 같이 벌면 좋잖아요. 자주 볼 사인데.”
“하하하. 부동산 쪽입니다.”
“아, 리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던 도경은 순간 한 단어가 귀에 와 꽂혔다.
“나는 말 안 한 거예요.”
“그럼요. 잘 알았습니다.”
“어쨌거나, 모두가 힘들 때 가장 포지션이 좋았던 곳을 생각해 보세요. 나머지 기업들이 오르면 그곳의 주가는 내려갈 거니까요.”
“그래요? 같은 리츠인데?”
“돈이 들어갈 곳이 필요했으니 주목을 받았던 거고, 이젠 그 섹터에 모두가 돈을 넣게 될 때는…….”
“수급이 떨어지겠군요. 윤! 어디 가십니까?”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다 급하게 자리를 뜨는 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도경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음에도 그들을 무시하고는 걸음을 옮기며 전화를 꺼내 들었다.
“제이크, 지금 어디야?”
-사무실입니다.
“테라 리얼리티에 포지션 구축 잠시 중단하고, 수급 상황 자료 수집해 줘. 지금 들어갈게.”
도경은 그리 지시하고는 재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