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3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9화(63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39화
“보스, 다녀오셨습니까?”
도경은 뉴욕 일정을 마치자마자 전용기를 타고 마이애미에 돌아왔다.
제이크와 피트 창이 도경을 반겨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피트, 이상한 것 좀 발견했어?”
도경은 자리에 앉으며 피트를 향해 물었다. 피트는 블러디 워터스라는 공매도 보고서 전문 리서치 팀을 이끌다 팀원들과 함께 유성인베스트먼츠로 합류했다.
“최근 재무 상태를 체크했을 때는 전분기보다 잉여현금이 줄었어요.”
“얼마나 줄었지?”
피트는 도경과 제이크에게 자료를 나눠주고는 입을 열었다.
“전분기만 해도 7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분기는 2천만 달러가 줄었네요.”
“잉여현금이 준 이유가 있을까?”
“딱히 재무제표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배당도 전년도와 똑같이 되었고, 딱히 지출이 늘어난 부분이 없는데. 다만.”
“다만?”
“사업 진행비가 전년 대비 40% 정도 늘긴 했어요.”
그 말에 도경은 피트가 준비한 자료를 보았는데 확실히 사업 진행비가 대폭 늘었다.
어디선가 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야기였다.
“40%나 는 건 좀 수상하긴 하네요. 리츠 기업이 딱히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봤자 빌딩을 사는 것 외에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최근에 어떤 곳에서 미쳤다고 오피스 빌딩을 사겠어요? 그게 아니라면 냄새가 나는데요.”
피트는 특유의 촉을 발동했다는 듯 이야기해 왔고,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미친 행동을 테라에서 하려고 해.”
“네?”
도경의 말에 제이크와 피트 모두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니, 멀쩡히 돈을 잘 벌고 있는데 지금 빌딩을 산다고요?”
이어지는 피트의 당연한 반응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시카고에.”
“와우.”
피트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일종의 비꼼이 담긴 존경의 감탄사였다.
마이애미나 뉴욕 혹은 텍사스 같은 곳에 오피스 빌딩을 산다고 해도 손가락질을 할 텐데 시카고라니.
테라의 경영진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카고 오피스 빌딩 현황을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맞아. 준비됐나?”
“네. 근래에 본 지표 중 가장 암울한 지표였어요.”
피트는 그리 운을 떼고 입을 열었다.
“다운타운 지역의 오피스 빌딩들의 공실률이 24.8%예요.”
“전체?”
“네. 전체가 이 정도니 빌딩 개별로 봤을 때는 50%가 넘는 곳도 있고 놀라지 마세요. 80%나 되는 곳도 있다고요.”
미국 북동부 일리노이주에 있는 시카고는 미국 제2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거대한 도시였다.
하지만, 오늘날.
한때 산업화의 심장부이자 번영의 상징이었던 시카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시카고의 빛나는 역사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이제 시카고는…….”
피트는 표현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자리에 있는 세 사람 모두 현재 시카고의 경제 상황을 너무도 잘 알았다.
“맞아. 탈산업화의 시작과 더불어 가장 피해를 본 도시지.”
한때 번성하던 제조업과 철강산업 그리고 철도산업은 서서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여전히 텅 빈 공장들이 있었다.
시카고 중심지에는 여전히 시카고 파생상품 거래소라는 금융의 중심지가 있었기 때문에 고층 빌딩과 부유한 지역 사회가 있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빈곤과 범죄가 만연했다.
“인구는 끊임없이 유출되었고, 시카고시의 재정 상태는 악화되었고. 재정 적자는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막았지.”
“네, 특히 시카고 같은 경우에는 공립학교까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정도니까요.”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제이크는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 출신이었다.
“제가 느낀 시카고는 재기의 가능성이 없는 도시입니다. 이번 투자와 관련된 스타델도 원래 본사가 시카고에 있었어요.”
“맞아. 시카고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과 함께 탈출해서 이곳 마이애미로 본사를 옮겼지.”
도경과 제이크의 대화 도중 끊임없이 자료를 찾던 피트는 무언가 찾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스, 최근 시카고에서 매물로 나온 빌딩 중 가장 높은 층의 건물이…….”
“디온 센터지?”
“어, 어떻게 아세요?”
“그것을 테라에서 매입할 예정이라더군.”
도경이 뉴욕에서 확인한 JPM의 내부 자료에 그리 적혀 있었다. 내부 자료라 들고 오진 못했지만…….
JPM의 자료니 신뢰도가 높았다.
“2014년에 2억 6,850만 달러에 거래되었지만, 이번에 매물로 나온 가격은 1억 4,780만 달러.”
10년간 가치가 1억 2천만 달러나 떨어졌다. 10년간 -44.95%의 수익률이라는 이야기였다.
“동기간 LA나 샌프란시스코, 뉴욕의 오피스 빌딩보다 가격이 더 내려갔지. 이유는?”
“시카고의 경제 상황과 더불어서 오피스 빌딩의 부진 때문이겠죠.”
“맞아.”
“이대로 공실률이 늘어간다면 은행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원금이 전액 손실되는 상황까지 온 거지.”
복합적인 이유였다.
해당 빌딩을 소유한 업체는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빌딩을 샀었는데, 그 기간 재택근무의 발전과 시카고 경제의 하락세, 더불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까지.
이자는 임대를 주고 받는 임대료로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공실률이 늘어나니 그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정리를 하지 않으면 원금이 전액 손실이 될 상황까지 몰려 저렴한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위치는 좋아요. 시카고 거래소 바로 앞에 있거든요.”
피트는 노트북에 구글의 지도를 띄워 빌딩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시카고 거래소에서 단 두 블럭 떨어진 위치였다.
“문제는 이곳의 현재 공실률이 28%라는 거예요.”
“전체가 오피스지?”
“네. 빌딩 62층 규모 전체가 사무용 공간이에요. 이런 알짜 땅에서도 공실률이 이리 높은데, 이걸 사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피트와 제이크는 동시에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도경은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두 사람이 그렇게 바라보니 조금 부담스럽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준비한 자료를 펼쳐 입을 열었다.
“마이애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름 테라의 방식을 찾아봤어. 제이크.”
“네. 보스.”
“테라가 보유한 전체 빌딩의 공실률이 얼만지 알아?”
“2%대였던 거 같습니다.”
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리츠 업체들이 힘든 상황에서 테라의 주가와 재무 상황만 우상향하는 이유였다.
“맞아. 알짜 땅에 집중해서 빌딩을 보유했어. 실제로 유동 인구가 많고 가장 비싼 땅에만 그들의 빌딩이 있지.”
“훌륭한 전략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카고 빌딩 거래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고요.”
“나도 그랬어. 그래서 이들이 과연 높은 임대율을 기록하는 게 과연 알짜 땅에 집중도 있게 사업을 해서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지.”
도경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들도 역시 나름대로 훌륭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비커 빌딩에서 그걸 조금 찾아볼 수 있었고.”
“비커 빌딩이요? 처음 들어봐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피트는 LA에서 자라, LA에서 대학까지 나온 인물이었다.
“맞아. 30층짜리 빌딩이거든.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어. 그래서 실제로 임대도 잘되지 않았고.”
“테라가 30층짜리도 사네요? 제가 언뜻 본 그들의 자산은 전부 4~5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이었는데요.”
“테라가 가진 빌딩 중 가장 저층 빌딩이야. 3년 전 한창 코로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 구매했고.”
두 사람은 점점 흥미로운 듯 도경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가장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그들은 30층짜리 빌딩을 샀어. 왜 그랬을까?”
도경의 물음에도 두 사람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가격이 싸게 나와서? 그건 아니야. 앞으로 코로나가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시는 한창 전염병으로 인해 유동 인구 자체가 적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언제 이 전염병이 끝날지 모두가 고민하던 시기였고.
“실제로 코로나가 끝난 이후 비커 빌딩의 공실률은 40%에 육박했어. 회복되지 않았던 거지.”
“저런…….”
피트의 추임새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상황을 반전시켰어.”
“어떻게 말입니까?”
“30층 빌딩의 10층 이상은 전부 주거용 공간으로 바꿨거든.”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시 재택근무의 비율이 늘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생긴 습관이 있어.”
“더 좋은 집, 더 좋은 가구.”
“빙고.”
이제는 집이 일터이자, 체육관이자, 식당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당시 다운타운에 있는 주거용 공간의 가격은 올랐고, 더 나아가 홈 트레이닝 관련 운동기구 업체들의 매출도, 가구 업체들의 매출도 덩달아 뛰던 시기였다.
“이곳은 테라의 테스트베드Testbed였던 거야.”
그들은 테스트를 한 것이다.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 빌딩을 주거용과 문화공간이 합쳐진 복합공간으로 바꾸었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보기 좋게 성공했다.
“LA에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요? 그곳은 늘 인구의 유입이 큰 곳이니까요. 시카고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돌려 피트를 바라보았다.
“피트.”
“찾았어요. 최근 시카고 거래소 주변 주거용 공간의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어요.”
피트는 도경이 말하지 않아도 자료를 찾고 있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 이유는 간단해. 조금 전 말한 범죄율 증가가 이유야.”
“설마…….”
“다운타운을 제외한 외곽 지역의 범죄율은 매해 올라가고 있어. 시카고에 사는 사람들은 좀 더 안전한 공간을 원하지. 개인 저택에 살던 부자들이 다운타운의 멘션으로 이사를 오기 시작한 거야.”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종의…… 뭐라고 해야 할까? 비극이 만들어낸 니치마켓인거지.”
다시 말해, 범죄율 증가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부자들을 보안이 되는 고층 빌딩과 멘션에 살고 싶게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틈새시장을 테라는 이용하려는 것 같았다.
“테라는 이번에 매입한 디온 센터를 복합공간으로 재편할 거야.”
“보스, 훌륭한 추측인데요? 실제로 시카고 멘션의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이 적다는 말이 있어요.”
“맞아. 여러 규제가 있겠지만, 시카고보다 더 규제가 빡빡한 LA에서 테라는 해봤어.”
“그래서 테스트베드라고 하셨군요?”
훌륭한 시험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규제에 맞춰 훌륭하게 오피스 빌딩을 주거 공간이 포함된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 경험이 있었다.
“테라만이 가능할 거야. 나는 이번에 분명 테라가 이 작업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럼 우리의 포지션은 어떻게 되는 거죠? 스타델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대상인데.”
“그대로 간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도경의 눈에는 일종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다만, 테라의 주식 매입 시작 타이밍은 내가 정할 거야.”
도경은 확신을 가진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신호를 주면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도경은 결연한 얼굴로 길게 심호흡을 했다.
“남은 건 스타델이 왜 그런 중규모의 헤지펀드를 끌어들여 숏 포지션을 함께 구축했냐는 건데.”
테라 리얼리티에 대한 자신의 뷰와 포지션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여전히 남은 의문이 하나 있었다.
한참 생각을 하던 도경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박을 해봐야겠는데.”
그리 말한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통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