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4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6화(64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6화
“오랜만에 보스가 전체 소집을 하시네. 제이크, 무슨 일이야?”
삼삼오오 모인 유성인베스트먼츠 간부들은 오랜만에 도경의 소집에 의아한 듯 제이크를 향해 물었다.
“저도 모르겠네요. 요즘 펀드는 안정기라…… 보스께서 따로 지시하신 사항도 없고요.”
도경과 소통이 잦은 제이크도 모르겠다고 말하니 모인 간부들은 궁금함이 더 커져갔다.
“요즘 안 그래도 업계가 뒤숭숭한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까 이렇게 모이면 조금 긴장되는데.”
스테판은 걱정이라는 눈초리로 그리 말했다.
“왜? 무슨 일 있어?”
김우혁이 묻자 스테판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요즘 워낙 이 업계에도 레이오프 바람이 일고 있어서요.”
레이오프layoff는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설명하자면, 권고사직을 이야기했다.
근무 태도가 좋지 않거나 혹은 실적이 좋지 않아 자르는 해고가 아닌, 무차별 인원 감축이었다.
“얼마 전에 여기 마이애미에 있는 퀀텀에서도 200명을 레이오프 했다더라고요.”
시장은 좋았지만, 워낙 경제 상황이 나빴다. 헤지펀드 업계에도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런 거대한 펀드에서도 인원을 감축하는데, 우리도…….”
“자, 곧 보스가 오시면 다 풀릴 일이니까…….”
“모두, 점심 맛있게 먹었지?”
이지훈이 그리 말할 때, 도경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보스, 안녕하세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앉아도 좋아.”
평소와 다른 팀원들의 얼굴을 보니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은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새로운 투자에 나서려고 하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이 필요해.”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어느새 긴장감이 사라지고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들 무슨 일 있어?”
도경은 그 모습에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 물었고, 이지훈이 연유를 설명해 주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당분간은 그럴 리 없으니 안심하세요.”
“거기에 당분간이라는 말이 붙으면 조금…… 걱정되는데요?”
“어휴, 스테판.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것만큼 열정이 아까운 일도 없어.”
도경은 그리 정리하고는 팀원들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새로운 투자를 할 대상은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콘, 소터야.”
도경의 말에 몇몇 팀원들은 놀란 얼굴이었다. 소터에 관해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터에 관해 제시카가 소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한다현이 팀원들에게 소터에 관해 소개했고, 모두가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소터에서 먼저 투자 요청을 해왔고, 규모는 1억 달러야.”
“들어보니 미래가 확실한 기업인데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스테판의 말대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소터가 가진 지위는 독점적이야. 그쪽에서 그런 지위를 가진 곳은 몇 되지 않지.”
한다현이 일했던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도 그런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VC들은 투자하기 위해 여러 스타트업에 끊임없는 접촉을 해야 했지만, 세쿼이아는 찾아오는 스타트업 중 자신들의 평가에 확실한 기술을 가진 곳에만 투자했다.
“소터는 스타트업에 자신들의 플랫폼에 들어오란 말을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기업이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스가 이리 회의를 소집하신 걸 보니 문제가 있다는 거겠죠?”
이지훈은 확실히 도경과 함께 일을 한 기간이 길어 의도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네, 리의 말대로입니다. 피트.”
도경의 부름에 피트는 자신이 모은 정보와 더불어 여러 문제를 모두에게 공유했고, 순식간에 회의실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갑자기 급속도로 투자가 리스키해졌네요.”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팀원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업계가 아무리 돈만 벌면 된다 식의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도, CEO의 도덕성을 굉장히 따집니다. 정직하지 않은 CEO들은 투자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숨기니까요.”
“맞아. 제이크의 말 그대로야. 정직하지 않은 CEO의 문제는 언젠간 밝혀질 문제고, 이것이 밝혀졌을 때 기업은 잃는 것들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나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저지르겠지만, 세상사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CEO의 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신뢰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거야.”
가령 한 팀의 문제라면, 그 팀을 날려 버리든지 경영진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CEO의 비위행위는 그를 끌어내릴 수 없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엮일 문제가 많다는 거지.”
법적 소송이나 규제 기관의 조사가 들어온다면 회사의 재정적 부담과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었다.
“CEO가 그러면 기업 조직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줘요.”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나도 쫓겨나거나 혹은 폭언을 당하는 직원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경직될 수밖에 없고요.”
“내 생각에도 제시카가 말한 부분이 가장 큰 리스크야.”
조직 분위기가 경직되면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회사의 성과가 아닌 CEO 단 한 사람의 비위만 맞추는 일을 하니까.
“그래서 이번 투자를 거절하려고 했어. 했는데.”
도경은 자신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투자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방금까지 리스크가 크다고 하셨는데, 투자를 하신다니 조금 보스답지 않은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이지훈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소터의 지분 관계를 확인해 보고 내린 결정인데, 지분 관계가 매우 복잡해.”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소터의 지분 관계가 적힌 종이를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모펀드와 VC 그리고 소액주주들까지, 비상장사 지분치고는 굉장히 너저분해.”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돈을 끌어온 것 같네요.”
“맞아. 제이크의 말대로야. 소터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수수료를 감면한다든지 수익 측면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했어. 그러다 보니 끊임없는 투자를 받아야 했고…….”
투자의 대가는 당연히 지분이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1억 달러를 투자하며 받는 지분은 신주 발행이야.”
신주 발행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지분(구주)을 사들이는 방식이 아닌, 새롭게 주식을 찍어내(신주) 투자자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겠는데요.”
“기분이 좋지 않겠지.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신주가 발행됨으로써 기존 주주들은 자신이 가지고 지분 비율이 감소했다. 이는 주주들이 회사에 대한 통제력과 의결권을 일부 상실하게 만드는 희석 행위였다.
더군다나 신주가 발행되는 것은 곧 회사의 총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이야기였다.
상장하지도 않았는데, 주당 가치가 내려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건 소터의 CEO 닐 마이어스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하지만, 기존 주주들이 신주 발행을 찬성하든 찬성하지 않든, 경영권을 쥐고 있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닐 마이어스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틈을 파고들 거야.”
“지저분한 지분 관계…… 독단적인 CEO 사이에 생기는 틈 말씀이시죠?”
“맞아. 닐 마이어스의 행동들은 언제고 그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겠지. 그럼 그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지분과 평소 닐 마이어스의 행동에 질려 하는 주주들의 지분을 모을 거야.”
도경이 생각하는 적대적 M&A의 스케치였다.
“닐 마이어스만 없다면, 소터는 훌륭한 기업이니까.”
“좋은데요? 확실히 CEO만 빠진다면 리스크는 제로 같고요.”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 모험이 할 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반대 의견이 있다면 과감하게 말해줘.”
도경은 그리 말하고 팀원들을 바라보았는데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모두 찬성한 것으로 보고, 진행하겠습니다. 제시카.”
“네, 보스.”
“나와 함께, 투자를 하러 샌프란시스코로 갑니다. 리는 기존 사업들이 잘 진행되도록 회사를 부탁합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맡겨만 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우리가 1억 달러를 투자받기가 이리 힘든 기업이야?”
한편, 소터의 CEO 닐 마이어스는 회사의 재무 이사이자 자신의 대학 동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알잖아. 요즘 누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해?”
재무 이사의 말에 닐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어디 그냥 스타트업이야? 다른 스타트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스타트업 위의 스타트업이라고.”
“알아. 닐, 네가 키운 소터는 그런 기업인 거. 그런데, 요즘 주식시장도 좋고 모든 자산이 오르는데 누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해?”
“그래서 내가 입맛 맞춰주겠다는 거잖아.”
닐은 짜증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우리도 곧 상장을 해야 하는데 인공지능이 묻어야 다들 관심 가질 거 아냐? 그래서 우리 플랫폼에 인공지능 넣어주겠다는데.”
“말했지만, 우리가 가진 현금으로도 할 수 있어. 회사에 현금이 많으니까. 굳이 투자받아서 신주 발행을 한다고 하면 기존 주주들이 반발할 거야.”
“내 돈으로는 할 수 없지.”
닐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재무 이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반박할 뻔했다.
네 돈이 아니라 회삿돈이라고.
하지만, 닐의 심기에 거슬리는 행동을 한다면 돌아올 대가를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후에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인데, 이걸 있는 돈으로 하면 되겠어?”
“어차피 훗날 다 치러야…….”
재무 이사는 참다못해 한마디 거들었지만, 닐 마이어스의 눈빛을 보고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금 나랑 싸우자고 들어온 거야?”
“그건 아니지.”
“어쨌거나, 계속해서 투자자를 찾아볼 거니까 너는 기존 주주들 달래. 그게 재무 이사가 할 일 아냐?”
“알겠어. 그나저나 유성이 왔다 간 일은?”
재무 이사의 물음에 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투자를 할 건지 아니면 거절할 건지 아예 짐작조차 못 하겠어.”
닐은 그리 말하고는 도경의 얼굴을 떠올렸다.
“보통 나를 만나면 투자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든지, 아니면 좀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많은 지분을 얻길 원하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어.”
“그래?”
“그렇다니까. 그래서 헷갈리네.”
지이잉-
두 사람이 이야기하던 그때, 닐의 휴대전화에서 세차게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뜬 번호를 본 닐은 검지를 길게 펴 코에 가져다 댔다.
“유성이야. 조용히 있어.”
그리 당부하고는 닐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닐 마이어스입니다.”
-…….
“하하하, 역시. 훌륭한 선택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네, 네.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닐은 조금 전 짜증이 서린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미소를 지었다.
“됐어. 유성이 1억 달러 투자할 거야.”
“그래? 잘됐네.”
“잘됐지. 다음 주에 유성에서 올 거야. 투자에 관한 서류 준비해 줘. 신주 발행할 변호사도 선임하고. 어서 움직여.”
닐의 말에 재무 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후후, 그래. 헤지펀드라면 우리 소터의 가치를 알아봐야지.”
닐은 콧노래를 부르며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