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4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7화(64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7화
“뭐? 어디?”
며칠 후 마이애미, 헤지펀드 스타델의 CEO 켄 에반스는 부하 직원에게 보고를 받고 놀란 듯 하던 일을 멈추고는 되물었다.
“소터에 투자를 하고 지분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소터에 투자를 한다고? 윤도경이?”
“그렇습니다.”
켄 에반스는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의자에 기대어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소터에 왜 투자를 안 하려고 했지?”
켄 에반스에게도, 또 스타델에게도 소터는 익숙한 이름이었다.
한창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을 때, 투자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좋은 기업이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투자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CEO 때문이었습니다. 닐 마이어스 말입니다.”
“아, 그래.”
부하 직원의 말에 켄은 기억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닐 마이어스, 그 빌어먹을 자식 때문이었지.”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닌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켄이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 성사되지도 않은 우리의 투자를 레버리지 삼아 여기저기 조건을 올리고 다녔지.”
당시 스타델은 소터에 투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협상 중이었다.
하지만, 스타델이 제시한 투자액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소터의 닐 마이어스는 스타델이 투자하겠다고 한 금액을 여기저기 밝히고 다니며, 다른 곳의 투자를 끌어내려고 했었다.
“내가 만나본 스타트업 CEO 중 가장 역겨운 놈이었어.”
“그런데, 유성이 그곳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켄이 부탁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부하 직원의 말에 켄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유성의 윤도경에게 맡긴 일이 있었다.
바로 공을 들이고 있는 텍사스증권거래소가 개장했을 때, 상장을 시킬 수 있을 만한 기업을 찾아달라는 이야기였다.
“TSE(텍사스증권거래소)의 1호 상장 기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켄이 계속 강조했습니다. 스타트업에 우리가 본인들에게 친화적인 증권거래소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요.”
“그렇지. 소터는 투자하기 싫은 기업이긴 하지만, 1호 상장사로서는 나쁘지 않은 거 아닌가?”
켄은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눈빛이었다.
“그때 투자를 결정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그런 게 있었나?”
“보스께서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니셔서 기억을 못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아니고, 그 자식이 재수가 없다는 것만 기억했어.”
굳이 앞으로 인생에서 만날 일도 없다고 생각하며 치워 버린 인간이었으니까.
“질이 좋지 않은 인간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까지 해리 너랑 내가 한 것 같은데?”
“사업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뭐가 더 있었나?”
부하 직원은 켄의 이런 모습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준비한 서류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켄이 1년에 만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평생 만나는 양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보스는 스타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빠르게 기억에서 지워 버리는 사람이다.
“당시 제가 올렸던 보고서입니다.”
켄은 보고서를 받아서 들고는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생각보다 더 빌어먹을 자식이네. 우리가 이때 투자를 포기했던 이유 중 하나였지?”
“그렇습니다.”
“그럼 2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저렇게 잘 버티고 있는 거네.”
당시 투자 의사를 거두어들였던 건 순전히 켄 에반스가 소터의 CEO 닐 마이어스와 상종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기실, 닐 마이어스가 스타들의 투자 조건을 들고,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가 조건을 끌어올리는 건 이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켄 에반스는 자신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활로를 찾은 닐 마이어스가 그냥 싫었다.
당시 무시당했다고 느낀 켄은 회사로 돌아와 분노하며 당장에라도 투자를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요구했고, 그래서 찾은 것이 지금 나오는 이야기였다.
“네. 이번 유성의 접촉 건을 듣고 좀 더 살펴보니, 합의금을 꽤 지급하며 폭로를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닐 마이어스, 그놈도 알고 있는 거야.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한 폭언과 성희롱 같은 건들이 터지면 어떻게 될지.”
상장한 기업들도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이 CEO의 범법 행위였다.
“그래서 돈으로 자신의 쓰레기 같은 짓들을 숨기고 있는 거고.”
켄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윤도경은 왜 소터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
“모르는 게 아닐까요?”
“윤도경이?”
켄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해리, 너는 내가 윤도경에게 엿을 먹는 걸 지켜봐 놓고, 그런 말이 나와?”
“…….”
“가정을 해보자고, 가정을.”
켄은 자신의 동업자인 도경이 그리 판단을 내린 경유가 궁금했다.
“해리, 네가 만약 닐 마이어스의 개짓거리들을 모두 알고 있어. 그런데 투자를 결정했다면, 무엇 때문일까?”
“……저는 소터란 기업에 대해 좋게 봤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그 가치를 하루아침에 날려 버릴 수도 있는 게 닐 마이어스라는 놈의 존재야.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EO.”
켄은 그리 말하고는 기대하는 눈초리로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동자는 정처 없이 맴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빠르게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넌 아직 멀었네.”
“……그렇다면, 보스는 어떤 이유로 소터에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나?”
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소터를 꿀꺽하려고.”
“네?”
“소터의 지분 관계는 지저분해. 왜? 닐 마이어스가 빌어먹을 자식이기 때문이지.”
켄은 계속해서 ‘빌어먹을 자식’을 강조했다.
“진짜로 닐 마이어스가 빌어먹을 자식이기 때문에.”
“그것과 지분 관계가 지저분한 것에 연관을 모르겠습니다.”
“왜 몰라? 회사의 돈은 자신이 배당받아 가기 위해 남겨야 하고, 그렇다면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해야 하는 놈이란 거지.”
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부하 직원은 이해했다는 얼굴이었다.
“이번에 유성이 지분을 얼마나 취득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주발행 형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존 구주들 가치가 많이 희석되겠지. 기존 주주들은 그렇지 않아도 계속해서 지분 관계가 복잡해지는 걸 보고 불만이 많을 텐데. 만약, 이들이 모인다면, 노려볼 만하지.”
“결정적인 사건이 있어야겠네요.”
부하 직원의 말에 켄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하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나고 주변에서 들은 윤도경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은 못 된다는 거지. 완고해. 너무 올곧아.”
“…….”
“윤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는걸.”
켄은 그리 말하고는 전화를 꺼내 들었다.
* * *
“투자는 어떻게 되셨어요?”
한편, 도경은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마치고 마이애미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피트 창은 궁금하다는 듯 사무실을 찾아와 도경에게 물었다.
“잘 진행됐어. 제시카가 남아서 최종안을 작성 중이야.”
“조건은…….”
“1억 달러 투자에 신주발행으로 2만 주를 받기로 했어. 지분으로 따지면 10.8% 정도 될 거야.”
우리 돈으로 약 1,390억 원을 투자했다.
“내가 가기 전에 말한 건?”
“여기요.”
도경은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가기 전, 피트에게 소터와 CEO인 닐 마이어스에 관한 것을 더 파보라 지시했다.
피트가 건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도경의 눈썹은 꿈틀댔고, 그 모습을 확인한 피트는 입을 열었다.
“LA에 있는 탐정을 고용했어요. 조금 비싸긴 해도, 블러디 워터스 시절부터 거래했던 탐정이라 꽤 유능하거든요.”
“그래, 투자를 위한 건데 돈이 중요하겠어?”
“문제가 꽤 많았어요. 모두의 앞에서 한 직원을 계속해서 괴롭혔어요. 업무에 관한 것을 넘어 인격 모독 수준이었다고 해요.”
도경은 심각한 얼굴로 피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자료를 모은 그 직원은 닐 마이어스를 고소하려고 했는데, 닐 마이어스의 변호사가 찾아왔다고 해요.”
“고소하기 전에?”
“네. 본인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고소를 하고 있다고 소문을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5백만 달러를 제시하며 합의를 종용했다고 해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500만 달러는 솔직히 거절하기엔 큰돈이죠. 직원은 미래도 생각한 것 같아요. CEO를 고소한 사람을 받아줄 회사는 없을 테니까요.”
“현명한 선택이지. 개인에게는 말이야. 마음의 상처가 모두 낫지는 않겠지만…….”
“네,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합의를 한 사람이 서너 명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 사내에도 그런 인물이 있을지 모르고.”
“해오던 것들이 어디로 갈 리는 없을 테니까요.”
“그럼 좀 기다리면 떠내려오겠네.”
“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 누군가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복수하려 하지 말고, 강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올 거라고.”
공자의 말이었다.
도경은 그 말을 좋아했고.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곧 터져 나올 거야. 이미 금이 간 댐에 덕트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도 한번 터진 물꼬를 막을 수는 없거든.”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말이다.
“고생했어.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
“저보다 보스께서 더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야. 요즘 일련의 프로젝트들에 피트 네 덕이 커. 만족할 만한 보상을 할게. 그럼 가서 좀 쉬어.”
도경의 인정에 피트는 기쁜 듯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후…….”
도경은 그간의 피곤함을 털어버리려는 듯 의자에 기대에 앉아 크게 심호흡했다.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켄의 전화였다.
* * *
“그렇군요. 윤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게 맞겠죠.”
켄 에반스는 도경과 전화를 하며 자신이 예상한 대로 도경이 답을 해오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
“아닙니다. 나도 소터는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만나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죠.”
그리 통화를 마친 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부하 직원에게 입을 열었다.
“해리, 내 말이 맞는데? 윤도경은 그걸 쥐고 흔들 생각이 없어. 나에게 뭐라고 하는지 알아? 가만히 기다리면 떠내려올 거라더군.”
그 말에 부하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공감합니다. 닐 마이어스가 한 짓을 생각하면, 언제든 터질 일이죠.”
“하하하, 너는 내 밑에서 그렇게 일을 했는데 아직 제대로 물이 들지 않았네.”
“네?”
“다음 주면 계약이 끝나고 지분을 넘겨받을 거라더군.”
“기쁘십니까?”
“나? 너무 기쁘지. 윤도경은 내가 투자한 아주 고상한 상품이야.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같은 거지.”
켄은 자신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지만, 도경이 하는 행동들에 일종의 존경심이 있었다.
이 업계에서 그런 올곧은 것들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경은 존경받아야 마땅했다.
“그 그림이 더럽혀지는 건 나도 싫으니, 내가 움직여야겠지. 그림의 가치를 좀 더 올려야겠어.”
미술품이 비싼 것은 그것의 미적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내러티브를 좀 더 더해줄까 해.”
켄은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좀 전의 미소는 온데간데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정에 맞춰서 닐 마이어스에게 당한 피해자와 접촉해.”
“접촉하라심은…….”
“고소와 법적 분쟁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란 말이야. 나서고 싶어도 그런 비용이 없어서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있을 거야.”
“……피해자를 이용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이용? 아니, 도와주자는 말이야. 확실하게 하자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윤도경의 방식으로 간다. 우리랑 거래하는 로펌들 붙여줘. 필요하다면 생활비 지급도 할 수 있도록 해.”
“네,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그리 답하자 켄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