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4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8화(64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8화
“신주발행 처리했고, 투자금도 입금되었어.”
보름 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소터의 CEO 닐 마이어스는 재무 이사의 보고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1억 달러 확실하지?”
“확실해.”
지난 며칠간, 유성인베스트먼츠와의 투자와 관련된 협약을 끝마쳤고, 신주발행이 되자마자 유성은 대가로 약속한 투자금을 입금했다.
“지분 관계가 꽤 복잡해졌어.”
재무 이사는 짐짓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해왔다.
“우리가 그동안 투자를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아.”
“그거야 회사가 커가는 과정에서 당연한 거지. 그리고 기존 주주들은 새롭게 투자하려 하지 않았잖아?”
닐의 말에 재무 이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닐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자금을 계속해서 수급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닐 너의 지분이 48%까지 내려간 건 조금 위험해.”
“네 지분이나 회사의 다른 직원들 지분들도 있잖아.”
닐 마이어스는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내 우호 지분만 따져도 60% 가까이 될 텐데 뭔 걱정이야. 너 나 배신하지는 않을 거 아냐?”
닐의 물음에 재무 이사는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피식했다.
“당연하지. 닐 네가 없으면 소터는 안 돌아갈 거고, 누가 뭐래도 소터를 만든 건 너니까. 직원들도 그리 생각할 거야.”
재무 이사의 말에 닐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일부러 지분을 나눠놓은 것도 있어.”
“그래?”
“그래. 오히려 지분 관계가 지저분하고 복잡해야 저들이 쉽게 뭉치지 못할 테니까.”
닐의 말에 재무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 누가 저들을 모으겠어?”
분명 지분을 들고 있는 투자자 중에는 소터가 아닌 닐 마이어스란 개인에 반해 투자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닐의 말대로 저리 지분 관계를 복잡하게 해둔 것도 하나의 생존 전략일 수 있었다.
“어쨌거나 1억 달러가 들어온 걸로 우리가 하려고 했던 걸 해야겠어.”
“AI 말이지?”
“그래. 우리 플랫폼 내에 AI 어시스턴트(비서) 기능을 탑재하면 내부적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재무 이사는 닐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 거지, 지금까지는 캡 테이블이나 여러 법적 자문을 구할 때, 우리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했고, 담당자들이 변호사에 확인을 거치는 작업을 했잖아?”
캡 테이블(Capitalization Table)은 회사의 지분 구조를 보여주는 표였다.
이 표는 주주들의 지분 비율, 주식 수, 옵션 및 채권 등 다양한 지분 관련 정보를 포함했고, 이를 통해 회사의 소유 구조와 각 주주의 지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
“AI 어시스턴트에게 그 기능을 교육하고 플랫폼에 탑재해 두면, 우리는 내부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서 좋지. 변호사 상담 비용도 줄이고.”
결국 기업은 얼마나 원가 절감하느냐의 싸움이었다.
닐 마이어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원가를 절감하고자 했다.
“직원들이 반대할 수도 있어.”
“뭐, 그 정도는 늘상 있었던 일이니까. 일단 지금 말할 필요는 없지. AI 개발자 채용 공고 올려서 개발 후에 해도 될 일이니까.”
“……알겠어.”
“좋아, 그럼 인사팀에 이야기해서 개발자 채용 공고와 더불어서 헤드헌팅 나서라고 해주고.”
닐의 주문에 재무 이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우리를 홍보할 좋은 기횐데.”
사무실에 홀로 남은 닐 마이어스는 무언가 떠오른 듯 휴대전화에서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고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자 닐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게리! 소터의 닐입니다. 좋은 소식이 있어서 샌프란시스코 데일리에 기삿거리를 주려고 전화했습니다.”
-아, 닐. 안녕하세요.
상대는 지역에서 가장 발행량이 많은 신문의 기자였다.
평소 정보를 주고받으며 친해진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닐에게 확인차 연락을 드릴 게 있었거든요.
“제게요?”
상대의 말에 닐은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유성의 투자 건과 AI 탑재 건은 아직 아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 참에 홍보 겸 상대에게 다른 회사들의 정보도 얻어낼 겸 전화했는데, 상대가 자신에게 확인할 게 있다니…….
설마 내부에 프락치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게 뭘 확인하시려고요?”
-도리스 해먼스 아시나요?
“도리스 해먼스요? 처음 들어봅니다.”
-그럼 케이틀린 헤이스, 스테이시 잭슨, 클라라 하트필드는요?
낯에 익은 이름이었지만, 단번에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듣는 것 같은데요.”
-이 사람들 올해 초까지 소터에서 일을 한 직원들입니다.
“그러…… 아.”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려던 닐은 떠오른 얼굴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에게 반발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저 사람들이 모두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닐 당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어요.
“네?”
-평소 인격 모독과 성희롱을 하셨다고요. 퇴직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셨고요.
“그, 그럴 리가요…….”
-규모가 꽤 커요. 3억 달러(약 4,170억 원) 규모라고요.
“…….”
-그리고, 그들의 법정대리인이 커클랜드 & 엘리스라네요. 닐 준비 잘해야겠어요.”
상대의 로펌은 세계 매출 1위의 유능한 로펌이었다.
“나, 나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닐의 공식적인 입장인 거죠?
“그렇습니다.”
-그럼, 그렇게 기사에 담을게요.
전화가 뚝 하고 끊기자, 닐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부 전화를 들어 올렸다.
“당장, 내 개인 변호사 들어오라고 해. 빨리!”
* * *
“여기 보스께서 지시하신 자료입니다.”
한편, 도경은 요즘 피트와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소터SORTER 내부인 지분
-닐 마이어스 48.18%
-이사진 등 직원 8.78%
외부인 지분
-유성인베스트먼츠 10.8%
-타이탄 릿지 캐피털 9.1%
-로페스 홀딩스 7.33%
-마운틴뷰 벤처스 4.77%
-기타 소액주주 혹은 개인 지분 11.04%
“내부인 지분이 56.96%고, 우리를 포함한 내부인 지분이 43.04%예요.”
확실히 지분 관계가 많이 지저분했다.
“닐 마이어스가 과감하게 신주를 발행하고, 계속해서 투자자들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내부 지분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죠.”
“내부 지분은 이사진들과 스톡옵션으로 지급된 주식이지?”
“그렇습니다.”
도경은 서류를 보며 피트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중요한 건 닐은 이사진들이나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너무 자신이 회사에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믿으니 그러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지.”
“진심이세요?”
피트가 확인하듯 묻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초창기에는 말이야.”
도경은 가만히 피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소터가 커가는 과정에서 닐 마이어스란 사람의 입지는 절대적이었어.”
“그렇죠. 베인 출신이니까요.”
“맞아. 자신의 네트워크로 투자를 끌어오고, 또 거래했던 스타트업들도 닐 마이어스의 개인 네트워크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소터는 스타트업에게 있어 대체 불가능한 회사로 독점적 지위를 가져갔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어.”
도경은 피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소터 내에서 닐 마이어스는 대체 불가능한 CEO가 아니야.”
“보스완 다르죠.”
“뭐?”
“기업들을 보다 보면 대체 불가능한 경영인들이 있어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라든지, 특히 금융업계에 그런 인물들이 많아요. 보스도 그중 하나고요.”
“갑자기 내 칭찬하니까. 당황스럽네.”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치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소터의 업무는 중개 업무야. 무언가를 개발하기보다는 신뢰도와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트업에 컨설팅을 해주고 법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로펌이나 변호사를 소개해 주지.”
더 나아가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에는 투자자를 매칭해 주었다.
“다른 곳에서 쉽게 침범할 수 있는 사업이야.”
시작은 분명 틈새시장을 공략한 훌륭한 사업이었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충분히 그 업무를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회사들에서 왜 쉽게 소터의 일을 뺏을 수 없냐?”
“락인 효과 때문이겠죠?”
락인 효과(Lock-in Effect)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어 다른 경쟁사의 시스템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을 말했다.
“맞아. 이미 많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소터도 포함되어 있어. 신뢰가 있다는 말이지. 스타트업들은 굳이 모험을 해가며 다른 업체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거야.”
도경의 말에 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자면, 닐 마이어스가 아닌 소터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신뢰다 이거지.”
“그렇다면, 닐 마이어스는 큰 착각을 하는 거네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닐 마이어스는 내부에서 어떤 신뢰를 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흔들었을 때도 과연 그럴까? 난 아니라고 보거든. 내부 사람들도 지켜봤을 거야. 동료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다급한 표정의 한다현이 들어왔다.
“제시카, 무슨 일이에요?”
“보스, 지금 샌프란시스코 데일리의 기사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태블릿 PC를 도경에게 건넸다.
「소터 CEO 닐 마이어스, 퇴사자들에게 피소당해」
「퇴사자 측 “닐 마이어스는 평소 모욕적인 언행과 성희롱을 일삼아 왔다.”」
「퇴사자 측 “퇴사할 때도 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몇몇 퇴사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로 불안정.”」
「퇴사자 측 법정대리인으로 커클랜드 & 엘리스 선임」
「3억 달러 규모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 제기」
“커클랜드 & 엘리스요?”
도경은 한 부분에서 놀란 듯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네. 진짜 커클랜드 & 엘리스였어요. 그들이 붙은 이상 본격적으로 닐에 대한 법적 분쟁이 시작될 거예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근차근 준비하려 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피트.”
“네, 보스.”
“외부인 주주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나는 지금 바로 움직일 거니까, 메일로 자료 보내주고.”
“네, 알겠습니다.”
“제시카.”
“네, 보스.”
“우리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진 곳을 만나야겠어요.”
“타이탄 릿지 말씀이시죠?”
“맞아요. 준비해 주세요.”
도경은 그리 지시하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소터의 경영권, 우리가 가져와야겠어.”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섰고,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출장을 위한 자료를 챙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