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4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9화(64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49화
“어서 오십시오. 윤.”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타이탄 릿지 캐피털을 찾아왔다.
이곳은 지분율로 보면 9.1%를 보유한 소터의 3대 주주였다.
“타이탄 릿지의 CEO 에드워드 파커입니다. 에드라고 불러주세요.”
도경은 타이탄 릿지의 CEO와 악수를 하고는 그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유성이 소터의 새로운 2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번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했습니다.”
에드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래야 할 상황이니까요.”
보통 주주들끼리 별일이 없는 이상 만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걸 두 집단 모두 동의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유성의 입장에서는 투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시겠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에드의 말을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모든 것을 예측하고 움직였다는 말은 삼가는 게 좋았으니까.
“그래서 솔직하게 윤이 저를 찾아오신 이유를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굳이 서로의 의도를 확인하느라 힘을 뺄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 도경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터의 경영권을 가져올까 합니다.”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한 도경은 에드의 얼굴을 살폈는데, 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소터의 미래는 밝습니다. 여전히 3천 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소터의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그렇죠.”
“회사의 구조 또한 문제가 터질 일이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고, 그것은 온전히…….”
“닐 마이어스가 리스크나 다름없지요.”
에드는 도경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희 또한 내부적으로 소터의 가장 큰 리스크는 닐 마이어스라는 데 동의하고 있고요. 다만.”
에드는 굳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유성의 속도가 빠른 것을 보니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투자에 나섰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해도 좋지만, 확신을 가질 말을 해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업계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말이었다.
아직 에드의 타이탄 릿지가 우군인지 적군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번 일도 피해자들의 뒤에 윤이 있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피해자들 뒤에 커클랜드 앤 엘리스가 있습니다.”
“저도 기사로 봤습니다만, 커클랜드는 우리 유성도 의뢰하기엔 쉽지 않은 곳입니다.”
도경의 답에 잠시 도경의 얼굴을 바라보던 에드는 웃었다.
“제 눈을 피하지 않으시는 걸 보니 믿겠습니다.”
“사실이니까요.”
해당 로펌은 유성의 입장에서도 쉽게 의뢰를 맡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의뢰 비용이 많이 들었고, 더군다나 그들은 고객을 가려 받아도 될 만큼 을이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곳이었으니까.
“경영권을 취득한 이후의 플랜이 궁금하군요.”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부에서 회사를 안정시킬 CEO를 선임하고, 상장 전까지는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에드는 흥미롭다는 듯한 얼굴로 집중했다.
“소터는 이미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생산해 내는 기업입니다. 물론 계속해서 변화하는 업계 분위기에 맞추어 발전해야겠지만, 닐 마이어스의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닐의 방식이란 건?”
“상장도 전에 끊임없이 투자자를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물론, 그 덕분에 유성이 이번 일에 뛰어들 수 있었지만, 도경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상장을 하게 되면 영구적으로 자금을 수혈할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가 되지 않는 한에는요.”
“그렇죠.”
“그런데 상장도 전에 벌써 지분 관계를 너무 복잡하게 틀어가면서까지 사업을 확장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타이탄 릿지 내부에서도 그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소터가 처음 생길 때부터 들어온 투자자입니다.”
타이탄 릿지는 최초의 투자자였다.
“처음엔 지분을 13%가량 들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9.1%입니다.”
계속해서 신주를 발행하다 보니 그들의 지분 가치가 많이 희석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부적으로 닐을 믿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쩌면 지나갈 사건이라 믿고 있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도경이 진심을 보여달라는 듯 묻자 에드는 잠시 고민을 하다 졌다는 듯 입을 열었다.
“윤이 듣고 싶어 하니 해주는 말입니다만, 적어도 새롭게 들어온 유성보다는 닐을 믿는 것이 낫다는 게 우리 내부의 평가입니다.”
그 말에 도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닐이 피소당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닐을 믿는 것이 낫습니다.”
아마도 타이탄 릿지는 이번 일도 그냥 지나갈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기업들의 사례로 보더라도 CEO의 비위행위 때문에 망하다시피 한 곳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우리는 이번 일을 조금 더 지켜보고 행동할까 합니다.”
타이탄 릿지는 닐과 유성 양쪽 모두에게 길을 열어두는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오늘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만남이 끝은 아니겠지요?”
에드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 * *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유성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며칠 후, 마이애미.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는 스타델의 CEO 켄 에반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거절당했나 보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도경이 타이탄 릿지를 만난 것 같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켄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도경을 보며 확실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뿌려둔 떡밥이 부족했나?”
“글쎄요. 타이탄 릿지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에게 가장 득이 되는 판단을 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이 일에서 승자를 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타이탄 릿지였다.
“해리, 너는 아직 멀었어.”
부하 직원은 자신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해오는 켄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틀렸습니까? 타이탄 릿지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중간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것은 현명해 보이는데요.”
“뭐, 때때론 그게 좋을 수 있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요한 건 지금 지분을 두 번째로 많이 들고 있는 유성이 나섰다는 거야.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닐 마이어스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켄은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럴 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해. 닐이냐 유성이냐.”
“왜 그렇습니까?”
“큰 게 걸려 있으니까. 소터의 경영권.”
“…….”
“해리, 네 말대로 지켜보다가 확실해지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다? 그건 타이탄 릿지 입장에선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아.”
지금 싸움은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유성에서 공격에 나서려 하는 것이었다.
“싸움이 끝나도 9.1%의 지분 그대로 가지고 있겠지.”
“승리한 쪽에서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을까요?”
“글쎄. 승리한 쪽에서는 먼저 함께 공격에 나섰던 곳에 전리품을 분배하고, 그다음이 타이탄 릿지가 될 것 같은데?”
“…….”
“오히려 처음부터 확실하게 노선을 정해야 해. 싸움에 지더라도 타이탄 릿지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으니까.”
켄의 말에 드디어 부하 직원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타이탄 릿지는 지더라도 9.1%의 지분을 잃는 게 아니죠.”
“맞아. 유성도 지더라도 10%가 넘는 지분을 잃는 게 아니지. 그저 경영진과 멀어질 뿐. 하지만, 유성이 이기면?”
“경영권을 가져오겠죠.”
“반대로 닐이 지면, 경영권을 잃게 되겠지. 한쪽은 따내기 위해, 한쪽은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지더라도 잃을 게 없는 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리스크에 몸을 던지지 않으면 적은 것을 얻을 수밖에 없죠.”
짝짝짝-
자신의 말뜻을 완벽하게 이해한 부하 직원에게 켄은 손뼉을 쳤다.
“그래서 타이탄 릿지는 멍청한 선택을 한 거야. 어느 한쪽이 이기더라도 뒤늦게 그쪽 편에 서봤자, 작은 이득만 보게 되겠지.”
켄은 타이탄 릿지 CEO 에드의 그릇이 거기까지라 생각했다.
“덕분에 윤은 곤란한 상황이 되었네. 야심에 찬 첫 행보부터 꺾이다니 말이야.”
“또 도와주실 겁니까?”
“뭐?”
“윤은 보스의 상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다음 스텝을 도와주셔야…….”
“아니, 이번엔 안 나설 거야.”
켄은 환하게 웃으며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영웅 서사에는 적당한 시련도 필요한 법이거든, 윤도경이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지 지켜보자고.”
“꺾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막아야겠지. 히어로는 늦게 나타날수록 상대가 고마워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고.”
켄은 그리 말하고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부하 직원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다른 곳들은 다 우리 편으로 확보했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사무실에 앉아 한다현, 피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분 관계를 보면 닐 마이어스는 본인이 소유한 지분과 내부인 지분을 합쳐서 56.96%를. 우리는 로페스 홀딩스와 기타 소액주주들을 더해 33.94%입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칼을 뽑아 든 이상 닐 마이어스보다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싸움이었다.
“시작부터 타이탄 릿지가 이렇게 중간 라인을 탈 거라곤 예상 못 했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수도 있죠. 그들로서는 어떤 리스크를 지기 싫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방법이 있을까요?”
한다현과 피트는 걱정이라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의 행보를 아직 닐 마이어스가 모른다는 겁니다.”
도경과 한배를 타기로 한 주주들은 약속하에 포지션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타이탄 릿지가 나서지 않을까요?”
“아뇨. 그들은 리스크를 지기 싫어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택했습니다. 닐 마이어스에게 우리의 제안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닐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이야기고요. 닐 마이어스는 자신에게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느라 힘들 테니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닐 마이어스의 우호 지분을 줄이고, 우리의 지분을 늘리는 방법은 단 하나죠.”
“그게…….”
“닐 마이어스의 지분을 우리가 가져오는 것.”
두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경의 말대로 닐이 가진 지분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닐의 우호 지분은 줄고 이쪽의 우호 지분은 늘어나는 것이다.
상황을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정공법으로 가겠습니다. 닐을 만나야겠어요.”
“닐이 지분을 사오실 거란 말씀이신가요?”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되겠죠. 마침 지금 소송 중이라, 대응을 하려면 개인 자금이 좀 필요해 보이는데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닐, 윤도경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연락을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