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65화(6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화
“죄송합니다. 품절입니다.”
테헤란로에 있는 한 디저트 가게 앞에 줄을 섰던 도경은 옆자리에 서 있는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어쩌죠? 다른 데 갈까요?”
“……2주째 실패예요.”
두 사람이 줄을 선 곳은 테헤란로에서 유명한 수제 도넛 가게였는데 11시 정각이 되자마자 문을 열어 그날 준비한 양을 팔고는 문을 닫는 곳이었다.
도경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한다현의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왔는데 한다현은 2주째 실패했다고 말했다.
“오늘은 이상하게 줄이 짧아서 성공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더 아까워요. 하필 우리 앞에서…….”
한다현은 섭섭한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돌아섰고, 도경은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어쩌겠어요. 내일은 성공하길 바라야죠. 점심 뭐 드실…….”
“고객님!”
돌아서려던 두 사람을 도넛 가게 직원이 불러 세웠다.
“바닐라 크림 도넛 두 개가 남아 있었네요. 드릴까요?”
직원의 말에 한다현의 얼굴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요.”
한다현은 신이 난 듯 결제하고는 양손에 포장된 커피와 도넛을 들고 왔다.
“저기 앉아요.”
보행로 따라 놓인 벤치에 앉자마자 한다현은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경 씨랑 다니면 운이 좀 좋아요.”
“네?”
“그렇잖아요. 같이 외근 나가면 혼자 다닐 때랑 다르게 주차할 곳이 많이 보이고, 어제도 점심을 먹으려는데 우리가 입장하고 나서부터 대기 줄이 생겼잖아요.”
한다현은 벤치 위에 있는 도넛과 커피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봐요. 우리 앞에서 품절되는 줄 알았더니…… 도넛이 남았잖아요. 오늘 혹시나 해서 도경 씨를 데리고 왔는데 그러길 잘했어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운이 좀 좋은 것 같아요.”
메시지가 작은 행운을 얘기해 온 그날부터 도경은 운이 따른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래서 오늘 도경 씨를 데리고 나왔는데 바로 앞에서 끊겨 버리길래 조금 실망했거든요. 근데 역시였어요.”
“어쩐지 점심부터 나가자고 하시더라.”
“미안해요.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유명한 거 먹어볼 수 있잖아요.”
도경은 한다현이 건넨 도넛을 들고 한입 베어 물었는데 왜 이 도넛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은 맛이었다.
“확실히 테헤란로가 젊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옆에서 열심히 도넛과 커피를 먹던 한다현이 입을 열자 도경은 가만히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3년 전에 상장기업 실사하러 나왔을 때는 조금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때는 금융기업이 많았죠?”
“네. 지금은 스타트업이 많이 생겼죠. 아, 금요일마다 아침 7시에 커피클럽 열리는 거 아세요?”
“커피클럽이요?”
“네,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서 회사 소개도 하고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하는 모임인데 아침 7시에 열리는데도 자리가 없대요.”
한다현은 본사에서 기업금융을 업무로 한 경험이 있다 보니 확실히 신생 기업들에 관해 빠삭한 것 같았다.
“유니콘 기업 대표들이 와서 노하우를 전수해 준대요. 한번 가 보고 싶지 않아요?”
“좋을 것 같네요. 요즘 기술 쪽 트렌드도 보고요.”
“잘됐다. 언제 한번 같이 가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자리가 없어서…….”
“에이, 동기 좋은 게 뭐예요. 행운도 나눠주면 좋다잖아요.”
한다현의 검은 속을 알게 된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적응은 다 했어요?”
“네. 뭐 어려운 것 없어서요. 여기 오기 전에 같은 지점에서 일했던 선배가 겁을 줬는데, 고객들이 점잖으셔서 좋아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걱정한 것보다 리더스 센터에서의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만 그런 것 같더라구요.”
“네?”
“우리랑 같이 온 병아리들은 다 죽어나던걸요? 아무래도 우리가 팀 운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리더스 센터는 성남지점과 달리 팀제였지만, 도경은 달라진 걸 느끼지는 못했다. 한 사무실을 공유하지만, 영업직 특성상 회의 때 빼고는 거의 혼자 일을 처리했으니까.
“왜요? 다른 팀은 어떤데요?”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자세를 잡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처음 왔던 날 센터 소개해 준 1팀장님 있잖아요.”
“네.”
“센터장님 다음으로 실적이 좋은 분이거든요. WM본부 통틀어서.”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1팀장을 떠올렸다. 행동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들어보니까 회사 단위로 1팀장님에게 맡기는데 워낙 고객이 많으니까 병아리들이 좀 떠안았나 보더라고요.”
“근데 뭐 실적이니까 좋은 거…….”
“실적으로 체크됐으면 말도 안 했죠! 전부 1팀장님 실적이라는 거예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그냥 고객을 넘긴 게 아니라…….”
“맞아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넘겨서 지시하는 거죠. 그러니까 1팀 신입들은 죽어난대요. 내 고객도 체크해야 하지, 팀장이 시키는 것도 해야 하지.”
“부당하네요.”
“부당해도 참아야죠. 회산데.”
“센터장님은 그걸 아시나요?”
“센터장님 회사에서 본 적 있어요? 거의 외부 미팅만 다니시니까요.”
리더스 센터장 하민재는 고액 자산가들과의 약속으로 일정이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부의 일은 사후 보고로만 받았다.
도경은 자신에게 그런 부당한 지시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똑 부러지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황이 닥쳤을 때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는 팀장님이 고객도 떼서 넘겨주고…… 팀장님 복은 좀 있어요.”
“잘해야겠네요.”
“어떻게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적으로 보여 드리는 게 최고 아닐까요? 내 실적의 반은 팀의 실적이기도 하니까요.”
도경을 따라 일어난 한다현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에 커피클럽 가지 않을래요?”
한다현은 아까 말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모임에 꽂힌 것 같았다.
“글쎄요. 제 행운은 좀 비싸서…….”
도경은 그렇게 답을 하고는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도경 씨!”
* * *
“윤도경 씨는 실적이 꽤 좋네요.”
어느덧 도경이 리더스 센터로 발령받아 온 지도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간 도경은 여러 고객을 신규 유치하며 나름 괜찮게 적응을 마쳤다.
“저번 달 우리 팀 유치 금액 1위가 윤도경 씨입니다.”
팀장 서정환의 말에 모든 팀원이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순간 도경은 이 팀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팀 안에서도 사내 정치가 있고, 사람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도경이 있는 3팀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실적이 공유되는 것이 큰 몫을 하는 것 같았다. 내 실적이 팀의 실적이 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는 누가 잘하더라도 질투나 시기를 하기 힘들 테니까.
물론 그런 제도 안에서도 시기나 질투를 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다행히 한다현의 말처럼 팀 운도 좋았다.
“아무래도 팀장님께서 연결해 주신 고객이…….”
“하하하, 나는 실패할 고객을 던져줬을 뿐인데요. 그걸 계약으로 따온 건 온전히 윤도경 씨의 능력이니 칭찬받아도 됩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괜히 업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대리인 이대성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말고 적당히 열심히 하세요. 나중에 실망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팀장은 뜻 모를 말을 해왔지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 씨나 다현 씨는 처음이라 잘 모를 텐데, 다음 주엔 지점 내부의 발표회가 열립니다.”
도경과 한다현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선배들을 바라보았는데 선배들은 이미 익숙한 것 같았다.
“발표회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 일정 시기마다 업종을 정하고, 그중에 종목을 하나 선정해 연구하고 발표하는 겁니다. 고객을 상대로 설명한다고 생각하고요.”
일종의 투자설명회 같은 느낌이었다.
“따로 주어지는 건 없습니다만, 팀마다 선정한 종목의 수익률을 봅니다.”
서정환이나 팀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걸 보니 직전 분기에 팀이 고른 종목의 성적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서정환의 말대로 주어지는 것은 없었지만, 어쨌든 센터 내부는 팀 간의 경쟁이 분명 있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는 ‘보상’보다 ‘기분’이 중요했다.
적어도 우리 팀이 너희 팀보다는 뛰어나다는 우월감이 누군가에게는 보상일 수도 있었으니까.
“저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겐 조금 진심인 행사입니다.”
서정환의 말에 도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윗선에서는 실적 이외에도 이런 걸로 각 팀의 능력을 판별하니까요.”
회사에서는 팀마다 열심히 종목을 발굴하고, 그로 인해 팀끼리 경쟁을 하며 상향 평준화가 되기를 바랐다.
“이번 주제는 방산입니다. 시장은 국내로 한정하고요.”
서정환의 말에 모두가 메모하기 시작했다.
“먼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종목에 대해 정리해서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하는 걸로 하죠. 거기서 한 종목을 정해 발표회에 가져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말했듯 나는 이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충 준비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부담 느끼지 말고 지금 일해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준비해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저는 외부 일정이 있어서 나가보겠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도 고생하고요. 오후에 봅시다.”
회의가 끝나고 도경은 자리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방산이라…… 방산…….’
서정환은 대충 준비하라고 했지만, 도경은 진심이었다.
‘이런 거 못 참지.’
경쟁보다 종목을 발굴하고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게 너무나도 즐거웠다.
지이잉-
한참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방위산업 분야를 살피던 도경은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자 화면을 확인했다.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지난 한 달간 기다려도 오지 않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왔지만, 반가운 연락이었기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시장에서 옥석을 가리기란 꽤 어려운 일입니다.】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경은 메시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숫자는 완벽해도 외부의 환경에 흔들리는 것이 시장이었다.
설령 재무제표에 찍힌 숫자는 처참하더라도 1년 뒤에 더 좋은 회사가 있을 수도 있었다.
‘외부 요인’에 의해서 말이다.
【관심 종목: 현풍홀딩스, 케이텍, 이온웍스, 지성정밀공업】
이번에도 메시지는 관심 종목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목을 말해왔다.
‘이 중에 가려내라는 건가?’
【우리는 이번 일을 기회 삼아 윤도경 씨가 훌륭하게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을 배우길 바랍니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메시지의 마지막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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