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0화(65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0화
“여전히 회사 앞에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편, 소터의 CEO 닐 마이어스는 자신의 개인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며칠째, 회사에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자택에 머물러 있었는데, 회사 앞에 기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담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딱 좋아하는 스토리지.”
닐 마이어스는 자신의 처지를 그리 평가했다.
“한창 뜨는 스타트업 CEO의 이면 말이야.”
닐의 말에 변호사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닐 마이어스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 것인지 여유가 넘치는 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과를 내면 CEO의 행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 상황이지.”
닐은 그리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도 결국 소터가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주주들이 자신을 지지하면 될 일이라고.
“닐, 지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자못 걱정된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닐의 말대로 소터가 좋은 실적을 낸다면, 닐의 자리는 안전할 겁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닐 개인의 문제입니다.”
“내 개인?”
변호사는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상대가 소를 제기한 금액이 3억 달러입니다.”
“…….”
“거기에 지금 회사 내부에서도 계속해서 닐의 행위에 대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닐이 소를 제기당하자마자 기자들은 소터를 파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닐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니, 직원들에게 접촉하기 시작했는데 익명의 인터뷰 기사들이 나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닐 마이어스의 폭언과 성희롱 정황을 증언해 주는 인터뷰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회사 내부에서 그 스니치(Snitch, 밀고자)들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잡아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지금 닐 마이어스 개인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란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합의를 해야 합니다.”
변호사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미 회사 내부에서도 증언이 있었고, 이번에 소를 제기한 퇴사자들이 가진 증거들이 너무 확실합니다. 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부분 말입니다.”
“줄 만큼 줬어.”
“약속한 만큼은 주지 않으셨죠.”
어쩌면 피해자들이 제기한 3억 달러를 모두 지급해야 할지도 몰랐다.
“3억 달러의 금액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가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돈으로 4,100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계속해서 증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닐 마이어스의 비위행위가 확실해진 이상,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특히 경영인들의 비위행위에 징벌적 배상을 많이 하는 미국 법원의 특성상 더더욱 그랬다.
“합의를 하면 얼마나 줄일 수 있는데?”
“50%.”
변호사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50%, 1억 5천만 달러까지는 줄여보겠습니다.”
“내가 그 돈이 어디 있다고…….”
우리 돈으로 2천억 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닐은 피해자들에게 겨우 몇백만 달러에 달하는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3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리스크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재판에 들어가면 이길 수야 있겠죠. 하지만, 저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재판에서 승리해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법을 찾걸랑 자신이 아닌 다른 변호사를 찾으라는 말이었다.
그 말에 닐은 심각성을 느꼈다.
자신의 변호사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협상을 해서 합의금을 최대한 줄이는 겁니다.”
“50%까지는 장담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확신이 섞인 답에 잠시 고민을 하던 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준비해 볼게. 지분을 매각해야겠어.”
“경영권은 안전한 겁니까?”
변호사의 물음에 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가 괜히 여러 투자자를 받아 지분 관계를 복잡하게 해둔 게 아니야. 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야 한다는 뜻이니까.”
“최대한 닐이 지급해야 하는 합의금을 줄여보겠습니다.”
변호사가 그리 말하고 자신의 집을 나서자 닐은 마른세수를 했다.
“머리가 아프군.”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에 있는 홈바에서 대충 위스키를 한 병 꺼내 들이켤 때.
띠링-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닐은 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윤, 어서 오십시오.”
“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먼저 시작하고 있었는데 버번위스키 한잔하시겠습니까?”
약속을 하고 자신을 만나러 온 도경을 미소를 지으며 반긴 닐이었다.
“아닙니다. 오늘은 혼자 와서요. 조금 후에 공항까지 직접 운전해야 한답니다.”
도경은 자신을 만나러 오려면 혼자 왔으면 좋겠다는 닐의 부탁을 받고, 비서인 차선태도 없이 혼자 샌프란시스코로 왔다.
“아쉽네요. 그럼 좀 앉을까요?”
닐의 안내에 도경은 거실 한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가족은 전부 여행을 보냈습니다. 윤도 아시다시피…….”
“네, 닐의 가족에게는 힘든 시간이겠죠.”
도경의 말에 닐은 아무 말이 없이 바라보다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도경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하하하. 맞습니다. 나 때문에 가족에게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죠.”
“닐, 제가 찾아온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윤과 유성에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투자하자마자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되어 할 말이 없군요.”
닐은 도경이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혹시 투자를 거둘까 봐 사과부터 했다.
투자 계약서에 따르면 지금 상황은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과를 듣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혹여 투자를 철회하실 생각이거든 제가 아닌 우리 소터의 미래를 생각해 주십시오.”
그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닐, 소터의 미래에는 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회사의 가치가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사건이 발생했는데, 소터의 미래를 봐달라니요.”
도경은 굳은 얼굴로 닐을 바라보았다.
“미래를 보려면 닐이 처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물러날 생각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도경은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면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그가 물러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닐 마이어스는 정말이지 투명하게도 자신의 생각을 말해왔다.
“닐에게 물러나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거죠.”
“개인 변호사가 소를 제기한 전 직원들 대리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합의를 하겠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알다시피, 이는 닐의 개인 문제입니다. 혹여나 회삿돈을…….”
“그럴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경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에게 일말의 책임감이 있었으니까.
“제가 가진 지분을 팔아 해결하겠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게 되겠군요.”
도경이 굳은 얼굴로 말해오자 빌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다른 투자자들과는 이야기가 되었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엔 신주 매각이 아니라 구주를 매각하는 것이니 상관이 있겠습니까?”
구주는 새롭게 주식을 발행(신주)하는 것이 아닌, 이미 발행된 주식을 말했다.
다시 말해, 닐은 자신이 가진 지분을 매각해 나온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하려 했다.
“그래도 새로운 주주가 들어오는 걸 싫어할 텐데요.”
“이대로 제가 물러나는 걸 더 싫어할 겁니다.”
도경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제 외부 주주 중 보류 중인 타이탄 릿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닐 마이어스를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터의 성장에 방해된다고 생각했다.
“저희 유성이 지분을 인수하겠습니다.”
“유성이 말입니까?”
“네.”
도경의 확답에 닐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주들이 들어오길 원하지 않습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기존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와 기업에 영향을 줄까 봐 싫어하는 일들이 있었으니까.
닐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이 나서준다면 제 입장에서도 조금 쉽게 갈 것 같습니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조건을 맞추기란 힘든 일이니까요.”
“닐이 필요한 돈이 얼마입니까?”
“1억 5천만 달러입니다.”
“모두 합의금이겠군요.”
도경의 물음에 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의 지분이라면 15% 이상이어야 할 텐데요.”
유성이 1억 달러를 투자하고 받은 신주가 10.8%였다.
1억 5천만 달러는 그 이상의 지분을 넘겨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도경의 말에 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경영권을 지키려면 1억 5천만 달러 전체를 받을 수는 없죠. 1억 달러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할까 합니다.”
닐의 말에 순간 도경은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계산해 나갔다.
현재 유성의 우호 지분은 33.94%였고, 닐의 우호 지분은 56.96%였다.
여기서 유성이 10.8%를 더 취득한다면…….
유성 우호 지분 – 44.74%
닐 마이어스 우호 지분 – 46.16%
여전히 우호 지분 상에는 밀렸지만, 그래도 10% 넘게 차이 나던 것을 줄일 기회였다.
“좋습니다. 닐이 보유한 지분 10.8%를 1억 달러에 사들이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윤입니다. 시원하군요. 좋습니다. 개인 변호사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저희도 직원과 변호사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빠르게 진행하는 게 좋겠죠?”
“네, 유성에서 제 사정을 좀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 후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마이애미로 돌아가 연락을 드리지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 고맙습니다. 상장 이후, 유성과 윤에게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닐의 인사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누고는 집을 나섰다.
“후…… 일단 한고비는 넘었고.”
도경은 그리 말하며 차에 올라타 전화를 걸었다.
-네, 보스.
“피트, 어떻게 됐어?”
-우리의 포지션을 공개한 건 분명 위험한 일이에요. 보스.
“피트, 우리의 진심을 보여주고 상대에게 당신의 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이것뿐이라고 했잖아.”
-……상대가 연락이 왔어요.
기실, 도경은 이곳에 와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언론에 닐의 행동에 대해 고발을 한 소터 내부인을 만나는 일이었다.
내부고발자를 찾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도경 자신이 아니라 내부고발자에게 말이다.
그래서 도경은 선택권을 상대에게 주는 방향으로 했다.
이쪽의 플랜을 공개하고, 이쪽과 함께할 거라면 연락을 달라고.
“그래?”
-네, 정말 의외의 인물이네요. 지금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보스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누군데 상대가?”
-소터의 CFO(재무 이사) 브라이언 무어예요. 닐 마이어스의 대학 동기이자 소터의 이인자.
수화기 너머 피트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부자 중 닐 마이어스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요.
“고마워. 위치 메시지로 보내줘.”
도경은 전화를 끊고는 차에 시동을 걸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