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1화(65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1화
“역시 유성은 헤지펀드군요.”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도경은 비밀스럽게 마련된 방에서 소터의 CFO 브라이언 무어를 만나고 있었다.
“처음 유성이 소터에 투자를 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닐에게 반대했습니다.”
브라이언은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닐은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유성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피해자들 뒤에도 유성이 있나요?”
브라이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헤지펀드에게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투자 회사에 대한 신뢰라 이거군요.”
“아뇨.”
브라이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무언가 단단히 착각했기 때문이다.
“닐 마이어스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피해자들을 부추겨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 답하자 브라이언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주시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하겠습니다. 조금 전의 제 말을요.”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사과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희 유성은 지금 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건 헤지펀드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물론 다른 투자자들도 이런 식의 과감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절대적인 수익을 원하는 헤지펀드에서 높은 리스크를 짊어진 행동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오픈했고요.”
도경은 앞에 앉은 브라이언이 처한 상황도 이야기했다.
브라이언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닐 마이어스의 비위행위에 관해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도 피해자이니까요.”
브라이언은 바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닐과 함께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6년이란 세월을 함께했죠. 하지만, 닐은 나를 재무 이사가 아닌 여전히 대학을 다닐 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라는 틀 안에서는 적어도 닐 마이어스는 브라이언을 CFO 대우를 해야 했다.
“매일같이 나에게 쏟아지는 무시와 모욕적인 말들을 견디며 버텼습니다. 왜?”
브라이언은 고개를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확신 가득한 브라이언의 눈빛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막상 일이 터져도 닐의 자리는 견고하더군요. 닐은 확실히 천재예요. 애초에 투자자들을 많이 받아 지분 관계를 꼬아놓은 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본인을 지켜주는 견고한 성벽이라는 걸 알았던 거죠.”
“하하하.”
브라이언의 말에 도경은 크게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약점이라 생각하고 뛰어들었거든요.”
브라이언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견고한 성벽이 아니었습니다. 제 눈에는 여러 가지 아귀가 맞지 않는 벽돌로 쌓아둔 허접한 성벽으로 보였을 뿐이죠.”
눈앞에 앉은 남자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브라이언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천재라 생각한 닐 마이어스의 위에 더한 천재가 있었다.
“그리고 저는 그 성벽 벽돌의 구조를 확실하게 파악했고요. 더는 숨길 필요 없겠죠. 브라이언, 타이탄 릿지를 제외한 주주들이 저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
도경의 말에 브라이언은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나갔다.
브라이언은 소터의 재무 이사였다. 그는 모든 지분 관계를 외우고 있었다.
“그래도 유성의 우호 지분은 33.94%밖에 되지 않는군요.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뇨, 방금 저는 닐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 말에 브라이언은 짐짓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닐을 만나 구주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10.8%를 더해야 할 것 같은데요.”
결국, 닐이 저질러 버렸다고 생각한 브라이언이었다.
“……마치 잘 짜인 각본 같군요.”
도경은 브라이언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닐 마이어스에게서 소터를 빼앗을 각본 말입니다.”
“하하하, 브라이언. 말씀드렸듯, 나는 이 상황을 예측하긴 했지만, 각본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건 뭐라고 할까요……. 브라이언의 장단에 맞춰주자면 하마르티아hamartia 같은 거겠네요.”
“주인공의 비극적 결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브라이언의 물음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극이 진행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닐은 소터와 자신의 성공을 꿈꿨겠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너무 많은 실수들을 범했어요.”
직원들을 동료가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고, 자신이 머무는 성의 성벽을 견고히 쌓을 거라고 자신하며, 성벽을 이루는 벽돌이 무엇인지, 또 그들이 얼마나 견고한지 테스트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기에 가장 정석적인…… 클리셰가 아닐까요?”
도경의 말에 브라이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그에겐 닐을 향한 일말의 우정 혹은 동정심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유성 측의 우호 지분이 1.42% 부족하군요.”
브라이언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뇨. 브라이언. 브라이언과 직원들이 함께한다면 53.52%로 경영권을 확실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설령 타이탄 릿지가 닐의 편에 선다고 해도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준비한 서류를 내려두었다.
“저와 유성은 우리의 모든 것을 오픈하고 브라이언에게 제안했습니다. 남은 것은 브라이언의 선택뿐이네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곧 주주총회를 요청할 겁니다. 부디 브라이언이 제 옆에 서서 주주총회에 함께 들어가길 바랍니다.”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서려 했다.
“윤.”
그때, 뒤에서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유성이 소터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무엇을 처음 할 거죠?”
브라이언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소터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직원들의 지지를 받는 CEO를 선임해야겠죠.”
도경은 그 답을 마지막을 방을 나섰고, 브라이언은 테이블 위에 놓은 서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앞에 놓인 이 서류가 그의 미래를,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임을 그는 아는 듯 보였다.
* * *
“닐 마이어스가 보유한 구주 10.8% 완벽하게 우리 소유로 넘어왔어요.”
일주일 후, 한다현의 보고에 도경은 길게 심호흡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기다려 온 결과였다.
“지분 파악해 봅시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쪽에 있는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마커를 들고 셔츠의 팔을 걷어 올리고는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닐 마이어스 – 37.38%
유성 인베스트먼츠 – 21.6%
기타 소액 주주 – 11.04%
타이탄 릿지 캐피털 – 9.1%
이사진 등 직원 – 8.78%
로페스 홀딩스 – 7.33%
마운틴뷰 벤처스 – 4.77%
도경이 화이트보드에 써 내려간 것은 현재 지분 관계였다.
“여기서 우호 지분으로 나누면.”
유성 – 44.74%
(기타 소액 주주, 로페스 홀딩스, 마운틴뷰 벤처스)
닐 마이어스 – 37.38%
중립 – 17.88%
(타이탄 릿지 캐피털, 이사진 등 직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닐 마이어스의 편에 서 있었던 이사진과 직원의 지분을 중립으로 두었다.
내부에서 5%가 넘는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브라이언 무어를 만나고 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내부고발자가 되어 언론에 닐 마이어스의 비위 행위를 고발 중이었다.
“결국 중립이 어디의 손을 들어주냐의 싸움이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기타 소액 주주들의 모든 지분이 우리에게 들어와 있죠?”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도경과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바쁘게 지낸 그녀였다.
“네, 위임장 받았습니다. 모든 소액주주가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어요.”
“그렇다면, 타이탄 릿지나 브라이언 무어를 포함한 내부 이사진이나 직원들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면 게임은 끝나네요.”
두 곳 모두가 어디의 손을 들어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경은 이미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놓은 지 오래였고, 화살은 표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도경은 다시 한번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임시 주주총회 요청서 보내죠.”
“사유는요?”
“닐 마이어스의 해임.”
도경의 말에 한다현인 미소를 지었고, 도경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이 개자식들이!”
며칠 후, 실리콘밸리에 있는 소터의 본사.
일이 있고 나서 출근을 하지 않던 닐 마이어스는 회사로 출근해 화를 잔뜩 내고 있었다.
어제,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자신의 해임을 요구하며 임시 주주총회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유성이 이럴 줄 알았던 거 아냐?”
“뭐?”
CFO 브라이언 무어의 말에 닐은 그를 노려보았다.
“그들은 애초에 헤지펀드야. 헤지펀드가 갑작스럽게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면 할 짓은 뻔하잖아?”
어쩌면, 적대적 M&A의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석적인 방법으로 유성은 접근해 왔다.
한 가지 교과서에 나온 것과 다른 점은, 닐 마이어스라는 대주주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겨우 20%의 지분으로 할 수 있는 게 어디 있다고!”
“만약 다른 주주들이 유성의 편에 섰을 수도 있어.”
“그래봤자. 겨우 40%야.”
닐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어제 타이탄 릿지의 에드워드와 연락했거든.”
타이탄 릿지의 CEO 에드워드 파커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9.1%의 지분을 들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내 편이야.”
“뭐?”
“에드워드는 애초에 나를 믿고 최초로 우리에게 투자한 사람이야. 이번 주주총회 때 나를 지지하겠다고 하더군.”
닐의 말에 브라이언은 재빠르게 계산을 했다.
닐이 보유한 지분 37.38%에 타이탄 릿지 캐피털의 9.1% 지분이 더해지면 46.48%였다.
여기에 자신을 포함한 직원들의 지분까지 더 해진다면 53.52%.
유성이 가진 44.74%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닐을 끌어내릴 수 없었다.
“에드워드는 그리고 헤지펀드를 싫어하는 LP(유한투자자)야. 애초에 그는 상장 이후 엑시트 하기만을 원하지, 이런 문제에 연루되고 싶지 않아 하거든.”
닐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말해왔다.
“브라이언, 너도 네가 가진 지분과 직원들의 지분을 더해 위임장을 써서 가져와.”
닐의 말에 브라이언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소터에서 닐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소터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고, 이대로 닐 마이어스의 왕국은 건재할 것이다.
“닐, 피소된 건 어떻게…….”
“잘 해결했어. 그 자식들 돈이 목적이었나 보더라고. 1억 5천만 달러라는 합의금을 부르니 다들 눈이 돌아간 거지.”
아니, 그게 아니었다.
1억 5천만 달러라는 돈은 그들이 원하는 돈이 아닌, 그들이 생각하는 닐 마이어스의 잘못에 대한 대가였다.
브라이언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큰돈을 지급함으로써, 지금 닐 마이어스는 자신의 왕국을 잃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런 인간들은 어쩌면 그렇게 변하지 않는지 모르겠네. 회사에서도 주급을 올려달라고 그렇게 하더니, 회사를 떠나서도 돈에 눈이 멀어서 말이야.”
닐은 매우 신난 얼굴로 말해왔다.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건 닐도 알고 있었고, 브라이언 자신도 아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요구가 옳지 않았던 요구인 양 그리고 이번 일은 마치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하나의 시련이었다는 듯 말해오는 닐을 보며 브라이언은 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브라이언, 직원들한테 위임장 받아서 가져와. 너도 쓰고.”
“닐.”
“왜?”
닐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을 부르는 브라이언을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마르티아가 뭔지 알아?”
“무슨 헛소리야? 위임장이나 가져와. 나가봐.”
닐의 말에 브라이언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닐, 너도 결국은 네 결점 때문에 주저앉게 되는 거야.”
그리 혼잣말을 한 브라이언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익숙한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