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2화(65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2화
“브라이언 무어의 내부 평가는 매우 좋은 것 같아요.”
며칠 후 도경은 한다현, 피트 창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집중했다.
“물론 내부의 평을 세세하게 들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와 협력을 하기로 한 기존 주주들에게 물어봤어요.”
“주주들의 평가가 좋았나 보군요.”
“네. 특히 CFO로서 거의 모든 일을 다 한 것 같아요.”
재무 이사는 회사의 돈을 관리하는 직책이었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 2인자로서 거의 모든 일을 했다.
“그런 구조 있잖아요. CEO인 닐 마이어스가 지르고 나면 누군가는 뒷수습을 해야 하고…….”
“그게 브라이언 무어겠네요.”
“네, 거의 모든 주주를 만나 상황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불만을 들어주는 역할을 했어요. 내부에서도 팀원들을 다독이며 사업을 진행한다고 들었고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트를 바라보았다.
“브라이언 무어 41세,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학 학사 출신이고요.”
“뭐 CIA야?”
도경은 프로필을 읊어오는 피트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
“보스,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브라이언의 대학 시절을 뒤졌다고요.”
“그래서 조금 특별한 게 나왔나?”
“대학 시절부터 닐 마이어스와 붙어 다닌 것 같더라고요. 저번에 말씀드렸듯 닐 마이어스는 대학 시절부터 아주…… 불리Bully였거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리Bully는 우리나라로 치면 일진과도 같았다.
“대학에서 그것도 스탠퍼드에서 그랬다는 게 신기하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아요. 특히 미국의 대학은 기숙사에 살다 보니 좀 유독 심한 인간들도 있어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과 피트는 흔한 일이라는 듯 답해왔다.
“어쨌거나, 브라이언은 대학 시절 평판도 좋아요.”
“그런 인물이 왜 닐 마이어스와 함께하고 있지?”
“확실한 건 아닌데, 닐이 브라이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던걸요.”
“도움?”
“네. 브라이언의 집안이 좀 좋지 않았나 봐요. 닐 마이어스의 집은…….”
“좋았겠지. 뭐, 그 문제는 우리가 딥하게 이야기를 나눌 게 아니긴 하네.”
두 사람 사이의 일이기도 했고, 또 타인의 사정에 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주총회 이야기나 해볼까?”
도경은 그리 주제를 돌리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혹시 이탈 표가 나올 수도 있어서 미리 위임장을 받아뒀고요.”
“남은 건, 타이탄 릿지와 브라이언 무어. 두 중립뿐이네요.”
표 계산은 이미 끝났다. 두 중립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승자는 갈릴 것이다.
“브라이언 무어가 닐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도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닐 마이어스에게 종속당하다시피 하는 브라이언이 이번에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는 것 같았다.
“글쎄요. 제가 만난 브라이언은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도경은 자신이 느낀 브라이언 무어에 대한 감상 떠올렸다.
“무엇이 우선인 줄도 알겠죠. 닐 마이어스냐 소터냐.”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지이잉-
갑자기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브라이언 무어입니다.
“기다렸습니다. 브라이언.”
도경의 입에서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한다현과 피트는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보스, 브라이언 무어예요?”
도경이 휴대전화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피트는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브라이언이 우리 편에 서기로 했어. 직원들을 설득하겠다고 하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쁨을 만끽했고, 그 모습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 * *
“윤, 나는 윤을 믿었는데 이런 식으로 배신을 해오다뇨.”
보름 후, 실리콘밸리 소터의 본사.
커다란 회의실에 마련된 임시주주총회 장소에 도경이 들어서자마자 닐 마이어스가 다가와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넘쳐 흘렀다.
“배신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군요. 닐의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도경은 굳은 얼굴로 닐의 말을 받아쳤다. 닐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럼 윤은 배신이라 생각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주주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해 주세요.”
“하하, 정당한 주주의 권리라…… 말장난이 지나치군요.”
“저는 2억 달러라는 큰돈을 투자했습니다. 더 이상 내가 투자한 돈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나서는 거고요.”
“오늘 윤은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윤이 투자한 돈은 앞으로도 내가 쥐고 있게 될 거고요.”
닐은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듯 말해왔다.
“그 가치가 더 훼손될지 되지 않을지는 내 손에 달린 거란 말입니다.”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른 주주분들이 싫어하실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에드.”
도경은 켄의 옆에 서 있는 타이탄 릿지의 CEO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에드, 오랜만입니다.”
“윤, 오랜만입니다.”
“에드는 방향을 결정했나 보군요.”
아마도 타이탄 릿지는 닐의 편에 서기로 한 것 같았다.
“윤,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 것에는 감사합니다. 다만, 우리는 닐의 소터가 더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에드는 도경의 손을 맞잡으며 말해왔다.
“이해합니다. 부디 에드와 타이탄 릿지가 옳은 선택을 했길 바라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로 가 자신에게 위임장을 써준 주주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문제없겠죠?”
한편, 타이탄 릿지의 에드는 조금 전 도경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신경 쓰이는 듯 닐을 향해 물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 밖에서 브라이언이 내부 지분을 정리해서 오고 있을 테니까요. 내 지분과 타이탄 릿지의 지분 그리고 브라이언과 내부 지분을 더하면 질 일은 없습니다.”
닐도 자신감이 넘쳤다. 에드는 그 모습에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소터의 CFO 브라이언 무어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준비 잘됐지?”
닐의 물음에 브라이언은 살짝 닐을 바라보고는 연단으로 향했다.
재무 이사로서 오늘 주주총회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터의 임시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브라이언에게로 향했다.
“한 달 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요구로 오늘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으며, 주주총회 안건은 CEO 닐 마이어스의 해임과 더불어 새로운 CEO의 선임 건입니다.”
모두가 긴장되는 얼굴로 브라이언의 진행을 지켜보았다.
“주주총회를 요청한 유성 측과 현 경영진 측 모두 다른 주주들의 위임장을 제시했고, 위임장에 적시된 주식 수가 발행량의 과반을 넘은 결과, 현장 표결 없이 결과를 발표하고자 합니다. 이의 있으신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브라이언의 말에 주주들은 모두 이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CEO 닐 마이어스의 해임안은 찬성 53.52%, 반대 46.48%로 가결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뭐?”
브라이언의 입에서 나온 결과에 닐 마이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머릿속으로 지분 관계를 계산하는 것 같았다.
“이어서,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안건으로 올린 신임 CEO 선임 건을 상정하겠습니다.”
그 소란에도 브라이언 무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유성인베스트먼츠 측에서 찬성 의견으로 위임장을 포함해 지분 53.52%, 과반을 달성했으므로 신임 CEO 브라이언 무어의 선임은 통과되어 있습니다.”
브라이언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닐 마이어스는 드디어 자신의 해임 건이 통과된 이유를 알겠다는 듯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브라이언!”
“이상, 임시주주총회를 종료하겠습니다.”
주주총회의 진행을 마친 브라이언이 연단에서 비켜나 자신의 앞을 통과하자 닐의 시선은 그를 따라갔다.
“브라이언!”
닐이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브라이언을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경의 앞으로 왔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죠. 저도 돕겠습니다.”
두 사람이 그리 인사를 나누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닐 마이어스는 허탈한 얼굴로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 * *
“닐 마이어스가 소송을 제기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사무실에서 한다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주주총회 이후 경영권은 도경과 함께한 주주들의 손으로 넘어왔고, 새로운 CEO로 임명된 브라이언 무어가 소터를 안정화하고 있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쉽게 포기하지 못하겠죠.”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쪽도 법을 지키면서 했잖아요.”
“그래도 극한에 몰린 인간이 무슨 짓을 할지는 모르니까요. 이 일은 제게 맡겨주시고, 다현 씨는 소터의 현재에만 집중해서 관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다현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대응하려면 로펌을 선임해야겠는데.”
똑똑-
한참 그리 고민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차선태의 모습이 보였다.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윤! 내가 왔습니다.”
도경의 되묻던 순간 차선태의 뒤에서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켄, 어서 오세요.”
스타델의 CEO 켄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와 미안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보여서.”
켄의 너스레에 도경은 미소로 켄을 자리로 안내했다.
“가까우니까, 전화 대신 이렇게 얼굴 보고 이야기도 하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 이제 사업 파트너니까요.”
도경의 말에 켄은 흡족한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소터를 삼켰다면서요.”
“하하하, 벌써 소식이 들어갔나 보군요.”
“윤, 내가 모르는 건 없어요.”
켄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해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델은 모르는 것이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정상화에 들어갔습니다. 새로운 CEO가 내부 인물이라 좋지 않았던 부분을 덜어내고 가치를 키울 거고요.”
도경은 부연 설명 없이 이야기했다. 켄은 이미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타이탄 릿지에도 한 방을 먹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하하하, 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고통일 겁니다. 주주 중 유일하게 본인들만 전임 CEO의 손을 들어주었으니까요. 주주들끼리 의견을 교환할 때 자신들만 소외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겠죠.”
“소외시킬 겁니까?”
켄의 물음에 도경은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주주의 기본권리는 지켜주겠지만, 제가 어떤 방향을 꿈꾸고 있는지까지는 알려줄 필요는 없겠죠.”
그들로서도 닐 마이어스를 택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주 좋네요. 하하하.”
켄은 도경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듯 크게 웃었다.
“닐 마이어스가 여전히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네. 현재 주주들은 제 의견을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해야 자신들의 지분가치가 더 올라갈 거라고 알고 있고요.”
“뭔가를 줘야 그들도 안심할 텐데요.”
“더 이상 추가 투자를 받고 지분을 발행하거나, 투자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습니다.”
켄은 치밀하게 모든 것을 진행한 도경이 마음에 드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터가 1호 상장을 하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윤을 믿고 기다리면 되겠죠?”
“물론입니다. 열심히 키워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윤의 고민을 한 가지 덜어주어야겠네요.”
“제 고민이요?”
도경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켄은 명함 하나를 꺼내 도경의 앞에 두었다.
명함이었다.
[커클랜드 & 엘리스 파트너 변호사 존 T. 베넷]“닐 마이어스가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성도 대응을 해야겠죠.”
“그런데…… 낯이 익는 이름이네요.”
도경은 낯설지 않은 이름에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켄을 바라보았다.
켄이 건넨 명함은 닐에게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의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켄은 뻔뻔하겠다고 마음먹은 듯 말해왔고, 도경은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일이 편했어요.”
“나는 타이탄 릿지에게 거절당하고 윤이 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한 스텝 더 나아가서 내부자를 편으로 만다는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켄은 확신이 담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적으로 두면 안 되겠구나.”
“하하하.”
“앞으로도 윤과 많은 일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켄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