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3화(65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3화
“닐 마이어스가 소송을 취하했다고 합니다.”
보름 후, 도경은 한다현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제는 소터의 전 CEO가 되어버린 닐 마이어스가 유성을 상대로 한 소송을 걸었었는데, 귀찮아지려던 찰나 반가운 소리였다.
“아무래도 우리 대리인이 커클랜드 앤 엘리스라는 걸 보고 지루한 싸움이 될 거라 생각한 것 같아요.”
애초부터 정당한 절차를 지켜 경영권을 뺏어왔지만, 닐은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유성 측의 법정대리인으로 만만치 않은 로펌이 선임되자 기세가 꺾인 것 같았다.
유성 측에서는 애초에 진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시간만 끌어도 닐 마이어스는 상당한 돈을 소송에 쏟아부어야 했다.
“다만, 언론플레이를 좀 하고 다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닐 마이어스에게 소송을 제기한 전 직원들이랑 우리 측 변호인이 같다 보니…… 우리가 뒤에 있다고요.”
“맘대로 떠들게 두세요.”
도경도 켄의 소개를 받고 변호인을 선임하며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는데도 괜스레 그런 문제로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우리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대응할 필요도 없고요.”
“네, 알겠습니다. 브라이언 무어가 소터 내부를 훌륭하게 안정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어지는 한다현의 보고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직원들도 좋아하는 분위기고요. 확실히 새로운 사람이 CEO로 오는 것보다 내부인, 그것도 자신들을 잘 아는 브라이언이 대표가 된 것을 반기는 것 같아요.”
“다현 씨가 소터를 챙겨주세요.”
“네. 다음 주중으로 샌프란시스코로 가려구요. 한 달 정도 거기서 소터를 도울까 싶어요.”
“좋네요. 그렇게 하세요.”
“도경 씨는 좀 안 쉬세요?”
한다현이 짐짓 걱정된다는 얼굴로 묻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쉬려고요. 저 휴가를 갈까 해요.”
“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예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에 혼자 휴가를 다녀와서 조금…… 양심에 찔렸거든요.”
“좀 쉬어야겠어요. 올해 너무 열심히 달렸더니. 머리를 비워야 할 시간이 필요해요.”
도경은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휴가 없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일을 해왔다.
요 몇 달 큰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휴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로 가시려구요?”
“한국요.”
“한국이 시끄러워지겠어요.”
“몰래 들어갈 겁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한다현이 짓궂은 말투와 표정으로 이야기해 오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농담이에요. 잘 다녀오세요. 회사는…….”
“지훈 이사에게 맡겨야죠. 다현 씨도 조심히 출장 다녀오고요.”
“네, 그럼 다녀와서 봬요. 자주 전화하시구요!”
“네, 알겠어요.”
한다현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자 도경은 흐드러지게 기지개를 켰다.
휴가를 결정하기도 힘들었지만, 결정하고 나니 가기 전까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었다.
“일도 일이지만…… 이참에 한국에 들어가니 가서 처리할 일도 정리해 볼까.”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고는 조금 전 고민은 온데간데없이 즐거운 얼굴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 *
“이사님! 아니, 대표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며칠 후, 한국으로 들어온 도경은 반가운 얼굴을 만나러 방문했고, 약속하지 않은 도경의 깜짝 방문에 상대는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다가왔다.
“이사장님, 잘 지내셨죠?”
“아유, 물론입니다. 매년 큰돈만 보내주시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씀이 없으시니 아주 편하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매주 보내주시는 곁에 사업 현황들을 보며 따로 말을 거들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사장님이 잘하고 계시니까요.”
기실, 오늘 도경이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방문한 곳은 청소년 자립시설 곁에였다.
도경이 한태오에게서 받은 빌딩을 기반으로 만든 재단이었는데, 도경은 매년 기부를 하고 있었고, 신재현이 이사장으로서 훌륭하게 사업을 해나가고 있었다.
“앉으실까요? 음료수나 커피라도 드시겠어요? 갑자기 오실 줄 몰라서 준비를 못 했습니다. 직원들이라도 인사를 시켜 드리는…….”
“이사장님.”
도경은 빠른 속도로 말을 뱉어내는 신재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밖에서 인사를 하고 들어왔어요.”
“아! 그러시겠네요.”
“그리고, 커피는 여기.”
도경은 반대편 손을 들어 올렸다. 커피 캐리어와 디저트가 담긴 봉투를 들어 올렸다.
“하, 이것 참. 기회를 안 주시네요.”
“하하하. 앉으시죠.”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방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꺼냈고, 신재현은 자신의 책상에서 보고서를 챙겨왔다.
“그나저나, 저번에 들어오실 때는 언론에서 아주 난리였는데, 이번엔 조용하길래 전혀 몰랐습니다.”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쉬려고 들어온 거라서요.”
“아이고, 쉬러 들어오셔서 여길 오시면 어떡합니까?”
“하하하, 이것도 제가 쉬는 방법입니다.”
도경의 말에 신재현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드시면서 보고서 보시겠습니까?”
“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알고 싶어요.”
도경의 말에 신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보고서를 건네고는 입을 열었다.
“현재 자립 청소년 스무 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애심원뿐만 아니라 여러 보육원과 협약해서, 나이가 차 보육원을 나오는 친구들을 선정하고 있고요.”
“좋네요.”
도경은 최대한 많은 아이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신재현에게 부탁했었다.
“스무 명도 좀 적죠? 올해 안에 마흔 명까지는 늘릴 예정입니다.”
“자금은 충분할까요?”
“네. 충분합니다. 아이들이 자립을 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랑 가장 중요한 주거 공간을 지원하는 일로 방향을 잡았거든요.”
도경은 가만히 신재현의 말에 집중했다.
“주거 공간 보증금과 월세 6개월 치를 지원해 주고, 이후부터는 월세는 직접 내는 방식으로요.”
“어떻게 다들 적응은 잘하던가요?”
“네.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공부와 알바를 하고 있고, 공부 대신 일을 택한 친구들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좋네요.”
도경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신재현은 인정받은 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자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세요?”
“저번에 이메일로 말씀드렸듯 유성투자증권과 태산, 선진증권의 상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채권상품이라 연 3~5%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로 예금이나 적금은…….”
“아! 그것도 물론 하고 있고요. 그렇지 않아도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펀드에 투자를 하고 싶은데 참고 있습니다.”
신재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사외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보니, 우리 회사를 통해 투자한다는 게 좀 그렇죠.”
물론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경은 혹시라도 건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돈 많이 벌고 싶습니다.”
“하하하, 하고 싶은 게 있으세요?”
“네. 서울은 무리니…… 조금 서울과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묵을 수 있는 학숙이라고 해야 할까요? 숙소를 만들고 싶어요.”
도경은 신재현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이 부담되긴 하겠네요.”
“네. 6개월 치야 재단에서 해결해 준다지만, 아시다시피 서울 월세가…….”
“장난 아니죠.”
신재현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죠.”
“네?”
“이사장님께서 하고 싶으신 사업. 합시다.”
“그, 그게…….”
“이거 하려고 돈 많이 벌어왔거든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신재현을 바라보았고, 신재현은 여전히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아니, 들어왔으면 날래날래 연락해야지.”
며칠 후, 도경은 여의도에 있는 한 치킨집에 앉아 있었는데, 곁으로 다가온 약속 상대는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타박을 해왔다.
“선배, 다른 사람들 쳐다봐요.”
오늘 도경이 이곳에 와 만나기로 한 약속 상대는 최우진이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주변을 살피고는 자리에 앉았다.
“들어온 지 나흘 지났다며?”
“네. 조용히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뭐 했길래 나흘이나 지나고서 연락을 해?”
“아휴, 밀린 개인적인 일들 처리하고 왔어요. 지금도 군자에 있다가 선배 만나려고 여의도까지 왔다니까요.”
“군자? 군자는 왜 갔어?”
“땅 좀 사려고요.”
“뭐?”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군자에? 아니, 그쪽에 투자하려고?”
“아뇨. 투자가 아니라…….”
도경은 그곳을 간 이유를 설명했다.
기실, 신재현과 아이들을 위한 거주지를 만들자고 마음먹은 이후 적당한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 오늘 계약을 하고 온 찰나였다.
“그니까, 오피스텔 건물을 샀다고?”
“네. 마침 공실이 조금 있어서 아이들도 바로 갈 수 있고 해서요.”
“대단하네. 정말로. 무슨 그런 걸 마음먹자마자 하냐?”
“선배, 이런 거는요. 마음먹었을 때 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을 계산하게 된다고요. 어차피 재단에 기부할 거고, 내 손을 떠날 거기 때문에 후다닥 해버렸어요.”
“하기야…… 생각이 들어가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겠지. 그래도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선배가 그리 말씀해 주시니 뿌듯하네요. 그거 하나로 오늘 돈 쓴 보람 있어요.”
“얼마 썼는데?”
최우진이 조심스레 묻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잊었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오피스텔 건물이 몇 층짜린데?”
도경은 이후로도 끈질기게 물어오는 최우진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이랑 조금 거리가 되어서 저렴하게 샀어요.”
“하…… 그럼 50억 언더, 오버?”
“오버죠. 여기까지만 해요.”
최우진은 아쉽지만, 어느 정도 갈증은 해결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장하네.”
“그나저나, 선배는 요즘 어떠세요?”
“나?”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씩 하고 웃었다.
“너무 좋지. 올해 연봉킹은 내가 될 것 같은데.”
최우진은 도경의 사업부를 이어 맡아 아주 훌륭하게 성과를 내고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유성투자증권의 전략투자사업부가 투자한다는 소문이 돌면 주식의 주가가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도경이 있을 때보다 더더욱 커졌다.
“와우, 선배. 축하드려요.”
“축하는 무슨, 업계 어려운 거 알면서. 아, 참. 뭐 줄 게 있었는데.”
최우진은 그리 말하고는 가방을 뒤져 서류를 하나 건넸다.
“이게 뭐예요?”
“이동혁 선임 알지?”
최우진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이름에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혁은 도경이 VIP 센터에 있을 때, 모종의 사건으로 엮였던 선진증권의 선임 매니저였다.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PB이기도 했다.
“네. 많은 도움을 받은 분이에요.”
좋지 않게 부딪혔지만,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후에는 도경도 여러 도움을 받았다.
“그분이 군인공제회 CIO로 선임되셨어.”
“네?”
“어제 국내 증권인 모임에서 만났거든. 이거, 도경 씨한테 전달해 달라고 하신 거. 이메일로 보내려고 했는데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네.”
도경은 재빠르게 최우진이 건넨 서류의 내용을 확인했다.
“연락드리고 만나봐. 저쪽은 꽤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급해 보였어.”
이어지는 최우진의 말에 한참 서류를 보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