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8화(65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8화
“보스와 스테판의 그림대로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날, 도경은 한국으로 건너온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스테판과 함께 그린 투자에 대한 그림을 들은 팀원들은 적잖이 놀라는 얼굴이었다.
“최근 미국 NIL 마켓 규모가 상당히 커져가고 있거든요.”
NIL은 이름(Name), 사진(Image), 유사성(Likeness)을 뜻했다.
다시 말해, 선수 한 명이 광고나 게임 혹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포츠 수집 카드에 NIL을 제공하는 대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맞아. 작년 NIL 마켓 사이즈가 11억 7천만 달러(약 1조 5,400억 원) 규모였어.”
“프로스포츠까지 합쳐서죠?”
“아니, NCAA 경기만.”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팀원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미국 3대 프로스포츠의 규모가 얼마나 큰데 겨우 1년 NIL 마켓 사이즈가 11억 달러일 리는 없지.”
“우리는…… 그러니까, 저 같은 미국인들은 대학 스포츠를 즐기기만 했어요.”
도경은 가만히 팀원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데, 여기서 돈이 나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거든요.”
“내가 이번에 자료를 조사하며 느낀 건데, 대부분 미국인이 대학 스포츠는 열정페이가 당연하다고 느껴.”
“열정…… 페이요? 하하하, 말이 되네요.”
도경은 자기 말에 팀원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자 손을 들어 올렸다.
“한국에서는 그런 말이 있거든. 일은 힘든데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에 그렇게 말해. 어쨌거나, 그걸 다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
도경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대학 스포츠를 조사하며 ‘스포츠의 순수성’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보았다.
“선수들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경기를 해서 팬들은 오히려 프로스포츠보다 더 좋아했어.”
“실제로 대학 스포츠의 인기가 미국의 3대 프로스포츠(농구, 야구, 풋볼)보다 더 인기 있으니까요.”
“맞아. 인기가 있으면 뭐가 따르지?”
“머니.”
스테판이 자신의 물음에 아주 간단하면서도 임팩트 강한 단어로 답하자 도경은 손가락을 튕겼다.
“돈. 맞아. 돈이야. 매년 대학 스포츠팀의 마케팅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더 나아가서 해당 경기를 중계하는 중계권료가 오르고 있어.”
누군가는 그 큰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NCAA와 대학들이 그걸로 돈을 벌고 있었죠.”
한 팀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실상은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는 단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어.”
선수들은 경기에서 받는 수당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론 대학들은 좋은 선수들을 확보하기 위해 장학금과 더불어 생활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스타플레이어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NIL에 대한 권리도 NCAA가 꽉 쥐고 있었지. 활동당 겨우 7천 달러 수준을 지급했고 말이야.”
가령, 게임 회사에 선수들의 NIL 사용권을 판매한다면, NCAA는 수백,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음에도 선수들에게는 겨우 7천 달러(약 900만 원) 수준의 돈만 지급했다.
“그렇게 틀어 잠갔던 빗장이 풀렸고, 이제는 대학들과 NCAA는 그동안 미뤄왔던 대가를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지.”
“그 틈을 우리가 파고들어 가는 거고요.”
“맞아. 우리는 대학에 직접 투자하고 지분과 NIL 사업권을 따낼 거야.”
“전 찬성입니다.”
한 팀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보스, 이건 정말…… 지금도 11억 달러 사이즈의 마켓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지겠어요?”
빗장이 제대로 열린 지금, 그 시장에 먼저 투자한다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저도 찬성입니다. 대학들은 지금 어떻게든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고, 돈이 급할 겁니다.”
상대가 약해져 있을 때야말로 최선의 계약을 따낼 수 있을 테니까.
“자, 그럼 모두 찬성하는 걸로 봐도 될까? 혹시 이견이 있는 사람?”
도경의 물음에 한 팀원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린지.”
“보스와 스테판이 준비한 프로젝트는 너무 좋아요. 확실히 다른 팀원들의 말처럼 돈이 돌고 성장이 가능한 마켓으로 보이거든요.”
“린지, 괜찮으니까. 네가 생각한 것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도 돼.”
“……음, 그런데 우리는 미국인이라 이 사이즈가 가늠되고, 또 열광할 수 있는데 우리가 따내려는 프로젝트의 주체도 그럴까요?”
군인공제회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한국의 연기금이고, 수익 8%를 요구하고 있어요. 생소한 산업에 투자해서 과연 그만큼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할까요?”
훌륭한 시각이었다. 도경과 스테판도 고민하던 것이었고.
“좋은 의견이야.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도경은 조심스레 팀원을 바라보았다.
어제 강성호의 전화 이후 밤새 여러 고민을 거쳤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자신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해오는 곳과는 도경도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클라이언트를 찾아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네?”
“말한 그대로야. 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클라이언트가 모른다면, 굳이 그들과 함께해야 하나?”
유성은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다면 설마…….”
“짐 싸, 마이애미로 돌아가자고. 가서 우리는 낚싯대를 던지고 기다릴 거야. 아주 맛있어 보이는 미끼를 바늘에 달고 말이야.”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말을 잃고 눈을 크게 떴다.
“괜찮을까요?”
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스테판이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을 거야. 군인공제회에서도 정식으로 공고를 띄운 게 아니라 의향서만 돌린 거니까. 그래서 시간이 중요해. 공고가 뜨기 전에 기반을 잡고 소문을 내야 되니까. 지금부턴 상대를 안달이 나게 만들 거야. 나쁜 사람이 좀 되어야겠네.”
“보스……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네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 * *
“업계에 소문이 점점 도는 것 같습니다.”
며칠 후, 군인공제회 자산 운용본부.
CIO인 이동혁은 본부장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소문?”
“네, 우리가 보낸 의향서에 맞춰서 PEF(사모투자회사)들이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요.”
“재미있네.”
어쩌면, 업계에서 들을 수 있는 소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이런 종류의 소문이었다.
“그래서 다들 어디에 투자하려고 한다던가?”
“KFSG의 경우는 일본으로 눈을 돌린 것 같습니다.”
“일본?”
“네. 워낙 엔화가 약세라, 기업을 하나 인수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어딘데?”
“아리나민 제약이라고…….”
이동혁도 잘 아는 기업이었다.
“비타민이 유명하지. OTC 제품으로 말이야.”
OTC(Over-The-Counter)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을 이야기했다.
특히 일본은 돈키호테와 같은 드럭스토어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준의약품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네, 일본 최초로 멀티비타민을 출시한 그 제약 회사인데, 최근 매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역시 강성호 대표네. 흐름을 잘 알아.”
“우리 입장에서도 해외 투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KFSG는 이번 참에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M&A와 배당 수익 그리고 후에 기업을 구조조정 후 재매각하는 전략을 쓸 것 같습니다.”
이동혁은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투자증권의 최우진 이사가 이끄는 전략투자사업부는 미국과 유럽의 주식을 섞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
“네. 최근 전략투자사업부에 박태범 본부장이 입사한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잘 알지. 평생 태산에 있을 것 같던 친구가 그리로 가서 적잖이 놀랐어. 박태범 그 친구가 유럽 전문가지?”
최근 국내 증권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태산증권의 유럽 투자 스페셜리스트가 유성투자증권으로 적을 옮기며, 모두가 놀랐다.
가만히 있어도 이사 자리는 떼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는데, 승진 직전 회사를 옮겼다.
“옳은 선택일 수도 있어. 유성에 가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 유성투자증권 대표직은 늘 내부에서 올라가니까.”
이동혁의 말에 본부장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에는 탁인우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회장직으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대표는 늘 그의 몫이었으니까.
“어쨌거나 국내 에이스들은 방향을 잘 잡은 것 같은데, 아직 한쪽의 소문이 빠진 것 같은데?”
“유성인베스트먼츠 말씀이십니까?”
“맞아.”
“그쪽은 워낙 국내 직원이 적다 보니 소문이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윤도경 대표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
“네, 누구도 예측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부하 직원의 말에 이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래 회장의 인터뷰로 도경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
이동혁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해외 쪽은 어때?”
이동혁의 물음에 본부장은 신이 난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GS에서는 미국 본사 팀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래?”
“네. 그들의 입장에서도 단일 규모치고는 상당이 크고, 또 우리와 한번 연을 터놓으면 앞으로 우리 자금을 도맡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해외에서도 군인공제회가 가진 자본은 매우 큰 자본이었다.
“영국의 PEF, 싱가포르, 홍콩 등 많은 국적의 사모펀드가 국내에 들어와 준비하고 있습니다.”
“흥행이 되어야 해. 회장님도 그걸 원하고 있으니까. 계속해서 들려오는 정보가 있으면 보고해 주고, 정식으로 공고가 나갈 때까지 우리도 준비 제대로 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본부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서자 이동혁은 앞에 놓인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창 서류를 검토해 나갈 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에서 시끄러운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이동혁은 미간을 찌푸리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 대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한번 해야하나 싶었습니다. 우리 회장님께서 유성인베스트먼츠 입장에서는 굉장히 껄끄러울 수 있는 인터뷰를 했죠.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기분 나쁠 만한 인터뷰였습니다.”
-대표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 도경의 말에 이동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정말 도경은 미련이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대표님께서 제게 좋은 제안을 해주셨지만, 저희는 공식적으로 군인공제회의 대체투자자 모집에 참여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무슨…….”
-미국으로 가기 전에 말씀드리고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윤 대표, 윤 대표!”
그렇게 전화가 끊기자 이동혁은 멍하니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