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5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9화(65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59화
“윤! 한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틀 후, 마이애미.
한국에서의 일정을 급하게 종료하고 미국으로 들어온 도경은 마이애미로 건너와 있었다.
“켄, 어제 마이애미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일단 좀 앉아도 될까요?”
궁금한 건 못 참겠다는 듯 질문 세례를 던져오는 켄이었다.
“하하하, 미안합니다. 앉죠.”
켄이 자리를 향해 손짓하자 자리에 앉은 도경은 입을 열었다.
켄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의무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굳이 우리가 거기에 매달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매달릴 일이 아니었다니요?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군요.”
켄은 의아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유성은 한국 MMAA(군인공제회)의 투자를 따내러 간 것 아닙니까? 우리에게도 의향서가 왔습니다만…….”
“스타델은 왜 참여하지 않으셨죠?”
“그거야, 우리는 그곳에 투입할 인력도 부족하기도 하고요.”
켄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중요한 이유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굳이 의향서를 받고 프로젝트를 위해 참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저 또한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 말에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던 켄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맞는 말입니다. 나는 처음에 윤이 한국에 간다고 하길래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켄의 말에 집중했다.
“솔직히 저는 그런 연기금들의 투자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펀드가 처음 구성되고는 필요합니다. 큰손의 존재가요.”
유성인베스트먼츠도 초기에는 PIF라는 사우디 자본이 필요했고, 또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투자 대상을 찾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회사가 궤도에 올라오면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괜히 우리의 색만 잃을 뿐입니다.”
“켄의 말에 저도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휴가도 포기하고 진행하던 일을 던져 버리고 온 겁니까?”
“그렇습니다. 투자 대상이 있는데, 굳이 MMAA의 방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투자 대상이 아주 좋은 곳인가 보군요. 내가 알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때문에 켄을 찾아온 거니까요.”
도경은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켄의 앞에 두었다.
“본론부터 빠르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게 우리의 방식이니까.”
“1억 달러를 투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켄의 입가는 살며시 올라갔다.
“정말 근 10년 만에 느껴보는 신선함이랄까요. 스타델이 헤지펀드 업계에서 성장한 이후, 그 누구도 내게 와서 돈을 투자해 달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했거든요.”
켄은 ‘함부로’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스타델은 그런 위치에 있는 헤지펀드였다. 투자를 할 대상도, 또 투자를 받을 대상도 고를 수 있는 위치.
그런데 눈앞에 앉은 도경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당당하게 투자를 요구해 왔다.
“윤의 용기는 정말이지…… 하지만, 윤. 나는 시간이 돈인 사람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움직이면 수백만 달러쯤은 우습게 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도경은 켄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귀한 시간을 헛소리로 낭비하게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부디 내가 윤에 대한 평가를 낮추지 않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으면 좋겠군요. 그럼 들어볼까요?”
“미국 대학 스포츠에 투자를 할까 합니다.”
도경은 그렇게 서두를 떼고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켄에게 한국에서 팀원들과 논의한 투자 방향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유성은 철저하게 사업성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스테판과 한국에 갔던 팀원들에서 다른 인원을 더 보충해 어제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증 중이었다.
“작년 11억 7천만 달러 규모의 시장이 4년 후면 35억 달러 시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기가 허락되었고, 먼저 침투해 선점하는 것은 그 결실을 가장 먼저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은 그리 말을 끝내고 숨을 죽인 채 켄의 입이 열리기만을 바라보았다.
찰나의 고요함이 도경과 켄을 감싸고 있었다.
톡, 톡-
켄이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두드리는 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정적이었다.
톡-
짧은 소리와 함께 켄의 손가락이 멈추고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윤의 방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켄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윤이 어찌 그리 성공할 수 있었는지 늘 생각했지만, 종잡을 수 없다고만 생각했거든요.”
도경도 업계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윤도경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게 업계에 깔린 평이었다.
“그런데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윤은 늘 자신이 의도한 판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군요.”
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처음으로 내리는 사람을 만났다.
“한국에서 MMAA의 체어맨(회장)이 한 인터뷰가 꽤 논란이 되었단 것을 들었습니다. 철수한 척은 하지만 이번 MMAA(군인공제회) 건도 포기한 게 아니겠지요.”
역시 켄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상대가 이해를 못 할 것 같은 것을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켄의 얼굴에는 점점 미소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윤은 절대 상대를 기만하지 않죠. 상대도 그냥 윤의 의도를 받아들이면 될 일인데, 상대는 그러지 못합니다.”
이 세계의 습성을 도경은 지독히도 이용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윤의 의도를 파악하려 열정과 시간을 낭비하죠. 그러고는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쉽게 평가를 합니다. 윤도경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켄은 자신의 앞에 앉은 동양인이 정말로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 똑똑함은 지능이 높은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그렇게 윤은 가만히 앉아서 상대보다 우위에 서게 되죠.”
“하하하, 켄의 해석이 오히려 저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아뇨.”
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남들은 윤을 늘 종잡을 수 없다고 말하며, 죽을 줄 알면서도 장작불에 뛰어드는 부나방 같다고 평하지만, 사실은 제 놈들이 당하는 거죠.”
켄은 도경을 지그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투자하겠습니다. 1억 달러면 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업성도 있어 보이고, 또 윤도경이란 사람의 본 모습을 알게 된 대가로는 충분한 것 같네요. 우리가 끝은 아니겠죠?”
“네, 피터 얀센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기실, 도경은 어제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의 구단주이자, 투자 파트너인 피터 얀센과도 만났다.
“피터는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가 있으니 확실히 이 사업이 필요하겠지요.”
“네, 대학 스포츠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럼 현재 모인 투자금이 얼마입니까?”
“저희 유성이 2억 달러, 피터와 스타델이 1억 달러씩 총 4억 달러가 모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5,500억 원이었다.
“초기 투자금으로는 아주 큰 금액이군요.”
“네, 시간이 많이 없어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법인을 하나 세울까 합니다.”
“준비된 CEO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구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추천해도 될까요?”
“켄이요?”
놀란 도경이 묻자 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누군가를 호출했는데, 잠시 후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얼핏 30대로 보이는 백인 남자였다.
“켄, 부르셨습니까?”
“해리, 인사해. 너도 잘 알지?”
“윤, 처음 뵙겠습니다. 해리 브룩스입니다. 해리라고 불러주십시오.”
“해리, 반갑습니다. 윤도경입니다.”
해리는 정말 정중하게 도경을 향해 인사해 왔다.
“해리는 제 밑에서 일하며 단기간에 우리 스타델의 기획전략을 담당하는 자리까지 올라간 아주 유능한 친구입니다.”
켄은 자랑하듯 말해왔다.
“모르긴 몰라도 윤이 하려는 그 사업의 CEO로서 가장 알맞은 친구이기도 할 테고요.”
“보스, 그게 무슨…….”
“가장 중요한 건 내 밑에서 그리 오래 일했음에도, 나와 같은 물이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무슨 뜻인지는 윤이 더 잘 알겠지요?”
켄은 자신을 낮추며 해리라는 직원을 추켜세워 주었다.
천하의 켄이 그리 행동한다면 적어도 정말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해리, 윤의 일을 도울 수 있겠어? 네가 성장하기는 매우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다녀오면 스타델에서 중책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켄이 지시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윤, 어떻습니까? 매우 능력이 좋은 친구입니다. 아마 윤이 그리려는 그림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할 친구기도 하고요.”
도경은 해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많이 없는 프로젝트였다.
켄이 저리 추천한다면 굳이 새로운 CEO를 찾으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해리만 승낙한다면, 저야 무조건 좋습니다. 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나는 돈도 벌고 내가 아끼는 직원의 경험도 쌓아주고 이번 일로 얻을 게 아주 많군요.”
켄이 미소를 지으며 말해오자 도경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 * *
-뭐야? 그렇게 미국에 가버렸네. 진심으로 안 하겠다는 거야?
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선배,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여의도에 소문 쫙 났다.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이번 투자에 포기했다고.
“하하하.”
-웃을 일이야? 말은 하고 가야지. 진짜야? 이번 모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네,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참여하지 않으려고요.
-아니, 한두 푼도 아니고 2조가 넘는 돈이야. 이걸 포기하는 게…… 역시 회장 인터뷰 때문이야? 그거 국내에서도 엄청 논란이 되고 있어.
실제로 유성인베스트먼츠가 공제회의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 내에서도 여러 가지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었다.
특히 회장이 업계 시정과 맞지 않는 인터뷰로 편을 가른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래도 기회가 크니까, 다시 한번 해보는 게 어때?
“선배,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지, 포기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이윽고 도경의 뜻을 파악한 것인지 최우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휴, 무서워서 열심히 준비해야겠네.
“네, 선배. 저희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하게 하셔야 할 거예요.”
-하하하, 그래. 나중에 연락하자. 안도하던 팀원들 채찍질하러 가야겠어.
“포지션에 관한 건 당연히…….”
-물론이지. 걱정하지 마, 나만 알고 있을게.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스테판이 방으로 들어왔다.
도경은 손을 들어 올려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 선배 감사해요.”
-그래, 나중에 또 연락하자.
최우진과 인사하고 전화를 끊은 도경은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스테판, 연락 왔어?”
“네, 보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만나자고 연락해 왔습니다.”
플로리다 주립대는 유성의 첫 접촉 상대였다.
“많이 급해 보이던데요? 일주일 후를 제안했는데, 사흘 후에 만나자고 콜백이 왔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해서,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해보자.”
“네, 알겠습니다.”
스테판이 방을 나서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시작부터 플로리다 주립대학교가 우리 투자를 받아들인다면 나머지를 설득하기 쉬울 텐데.”
도경은 그리 혼잣말을 내뱉고는 기회를 잡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