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66화(6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화
“굳이 고르라면 나는 현풍?”
이틀 후, 도경은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최우진과 만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는 으레 그렇듯 주식 얘기가 주를 이뤘다.
“모두가 현풍을 말씀하시네요.”
“안정적이잖아. 우리나라 방산업체 하면 나는 현풍밖에 안 떠올라.”
최우진의 말에 도경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며칠간 고민하다 주변인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안정적인 방위산업체인 현풍을 얘기해 왔다.
“그나저나 리더스 센터도 진짜 치열하네. 그런 걸로 평가를 하냐.”
“재미있지 않나요?”
“뭐가?”
“내부적으로 이렇게 발표회를 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것 같은데.”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젓다가 입을 열었다.
“도경 씨는 순수 재미로 그걸 접근하겠지만, 도경 씨 팀장 입장은 어떻겠어?”
“네?”
“아니, 그렇잖아. 진짜 뭐 보상도 없고, 그거 잘한다고 해서 실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 거 해오라고 하면 팀장으로서는 기분이 영 아니다 이거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생각에 빠졌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이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기분이란 게 꽤 중요하다고.”
도경은 가만히 최우진의 말을 들었다.
“내가 다른 직원보다 실적이 안 나와도 경쟁하는 게 아니면 신경을 안 쓸 수 있어.”
“…….”
“그런데 실적도 아닌 걸로 경쟁을 붙여서 평가를 하면 내 기분이 어떻게 되겠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예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얘기해 보라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고객을 대신해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잖아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런 사소한 경쟁에서조차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고객에게 괜찮은 주식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음…… 도경 씨 말이 정답일 수도 있어. 하지만, 동기부여 면에서는 그게 아니라는 거지.”
도경은 최우진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실전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말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저는 이것도 그냥 이기면 된다고 보거든요.”
“하하하, 진짜 도경 씨는 증권사 취직 안 했으면 뭐 했으려나 궁금하네.”
최우진은 정말 별종을 만났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주식을 좋아했지만, 일이 된 이후부터는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주식시장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경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식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 맞아. 사실 이기면 다 되는 일이지. 그 팀장이란 사람도 무관심한 것처럼 얘기해도 결국, 좋은 종목 골라서 이기면 좋아할 거 아냐?”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이 일이 좋고, 이런 방식도 좋아요. 경쟁이 좋은 게 아니라…….”
“종목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거겠지.”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도경 씨는 뭘 좋게 보는데?”
“저는…….”
도경은 이후로 최우진을 붙잡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고른 종목에 관해 얘기했고, 최우진은 진지하게 들어주며 어떨 때는 도경이 보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오늘 감사해요. 늘 우진 대리님껜 도움만 받네요.”
“아니야. 나도 오늘 얘기하다 보니까 도경 씨가 말한 종목에 흥미가 생겼어. 들어가서 좀 더 공부해 보고 고객에게 추천하든지 해야겠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날, 도경은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센터 내에 있는 휴게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자료를 정리 중이었다.
“도경 씨, 좀 정했어요?”
도경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동기인 한다현이 휴게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도경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요. 고민이 많네요.”
“뭐가 고민이에요? 같이 얘기해 봐요.”
한다현은 도경의 맞은편에 앉으며 작은 종이 가방을 하나 올려놓았다.
“샌드위치예요. 같이 먹으려고 사 왔어요.”
“앗, 감사해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점심을 거르려고 했는데 뜻밖에 한다현의 호의 덕분에 요기를 할 수 있었다.
“동기 좋다는 게 뭐예요. 본사에서는 그나마 동기들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 터놨는데 PB가 되고 나니까 개인적으로 움직여서 그럴 기회가 없더라구요.”
한다현이 건넨 샌드위치를 받아 든 도경은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여기 온 첫날 도경 씨를 만나서 좋았어요. 힘들 때 서로 챙겨줄 수 있는 동기가 있잖아요.”
“제가 도움이 될까요? 저보다 선배님들이…….”
“아뇨. 윗선에 얘기하면 도와주면서도 나중에 평가를 이상하게 하더라구요. 쟤는 열심히는 하는데 잘하지는 못한다든가……. 그런 평가가 싫어서요.”
“저는 믿으시나 봐요.”
“반반? 믿으면서도 아직은 좀 지켜보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나요?”
“그럼요. 도경 씨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니까 적어도 나를 질투하거나 시기하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있어요. 자! 동기 좋다는 게 뭐예요. 뭐가 고민인지 얘기해 보세요.”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한다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사는 거의 끝났어요.”
“네? 얼마나요?”
한다현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물었다. 팀장이 이 숙제를 내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조사가 거의 끝나간다니.
“한…… 9개 기업 정도…….”
“제가 알기론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방위산업체가…….”
“14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9개를 조사했다고요?”
“아, 예전부터 틈틈이 조사해 온 곳들도 있어서요. 실질적으로는…….”
말을 하던 도경은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다현과 눈이 마주치자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그렇게 잘했으면서 뭐가 고민이에요?”
“다 좋은 것 같거든요. 센터장님이 왜 방산업체를 발표회 주제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올해 전망이 모두 밝아요.”
“거기서 하나를 고르는 게 힘들구나.”
“네. 그게 힘드네요.”
모든 기업이 도경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고민을 해봐도 꽂히는 기업이 보이지 않았다.
“저는 현풍으로 했어요.”
한다현은 자신이 준비한 기업을 얘기해 왔다. 도경이 주변에 물어본 결과 가장 올해 기대되는 방위산업체라고 꼽은 기업이었다.
“왜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제일 부담이 덜 갔어요. 대장주니까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고민했던 기업이니까. 대장주여서 방위산업체 업종이 잘나갈수록 더 오를 거라고 전망되었다.
“도경 씨가 생각하기에 현풍은 별로예요?”
“아뇨. 저도 다현 씨랑 같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뭔가 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느낌 들 때가 있죠.”
“네. 그런데 뭔지 확 느낌이 오지 않는 것 같아요.”
“간단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간단하게요?”
도경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저거 다 고려하지 말고, 주가 상승에 방해될 것 같으면 제외해 보자고요. 저는 원래 이화디펜스를 뽑으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수주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요.”
방위산업체들은 고객이 많지 않았다.
국가에서 해당 사업을 얼마나 사주냐에 따라, 또 나라에서 얼마나 도입하느냐, 해외로 얼마나 팔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갈렸다.
이미 수주를 마친 무기 중 아직 납품하지 못한 무기들의 금액을 수주잔고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화디펜스는 새로운 무기 판매를 수주하지 못하는 이상 납품이 끝나가서 앞으로 벌어들일 수입이 적다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도경 씨도 좀 빼보는 게 어때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주식시장에서는 더하는 것보다 빼기를 잘하는 사람이 고수라고.”
한다현은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은 이미 자신이 한 말로 고민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제봐도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이었다.
한다현은 집중하는 도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이내 무언가 고민을 끝낸 듯 도경은 한다현을 보며 웃었다.
“다현 씨.”
“네?”
“제가 자꾸 다현 씨한테 도움만 받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머릿속이 뭔가 밝아진 느낌이에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을 나섰고, 한다현은 익숙한 이 풍경이 기분 나쁘지 않은 듯 웃었다.
* * *
“병아리들은 오늘이 처음이지?”
닷새 후, 센터 내에 있는 회의실에는 전 직원이 모여 있었다.
대리급 이상부터는 가운데 있는 원탁에 앉았고, 도경과 같은 신입들은 벽 쪽에 줄지어 붙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2팀장이 회의실로 들어오자 신입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네, 처음입니다.”
“너무들 긴장하지 마, 여기 선배들 발표하는 것 보면서 배우고 감을 잡으면 되는 거니까.”
도경은 2팀장을 처음 보았는데 자신감이 행동과 말투에 묻어 나오는 사람이었다.
“윤도경 씨?”
2팀장은 자리에 앉아 뒤를 바라보며 도경을 찾았고,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내가 도경 씨 나한테 보내달라고 했는데 들었어?”
“네?”
“센터장님께 도경 씨 나한테 보내달라고 했는데, 3팀으로 보내셨더라고, 안타깝네.”
“아…… 네.”
도경은 대답하며 서정환을 바라보았는데 서정환은 이쪽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듯 서류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 나랑 밥 한번 먹자. 유명인이 왔는데 얘기는 좀 나눠봐야지.”
“네, 알겠습니다.”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2팀장은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짓다가 자세를 바로 했고, 신입사원들의 시선이 도경을 향했다.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는 2팀 직원들의 눈길을 피하며 무릎에 올려진 자료에 집중했다.
“미안합니다. 오늘도 내가 제일 늦게 왔네.”
센터장이 회의실로 들어오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자, 다들 앉읍시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센터장 하민재는 거듭 사과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 모두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각 팀에서 발표한 종목의 성과 어떻게 됐죠?”
“이번에도 저희 2팀이 제일 높았습니다.”
“2팀이 발표한 게 미래통신이었나?”
“그렇습니다.”
2팀장은 어깨가 한껏 올라가 센터장을 향해 이야기했다.
“2팀이 지금까지 성적이 제일 좋네요. 오늘도 기대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2팀을 보면 늘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무엇을 지시하든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센터장님의 뜻 잘 알고 있습니다. 타성에 젖을까 봐 공부하라고 말씀하시는 거로 생각했습니다.”
2팀장의 말에 하민재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보면 너무 아부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업직은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 2팀은 고생했으니 여기 제 카드입니다. 잘 쓰고 돌려주세요.”
“하하하, 이번엔 적게 먹고 드리겠습니다.”
2팀장의 너스레에 센터장은 싫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바로 시작합시다.”
센터장이 그리 말하자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1팀부터 준비한 종목에 대한 발표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집중해 발표를 바라보았고, 도경 또한 메모를 하며 다른 팀이 준비한 발표에 집중했다.
짝짝짝-
“2팀의 발표는 이번에도 좋네요.”
어느덧 2팀의 발표가 끝나자 하민재는 흡족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음은 3팀입니다.”
센터장 하민재의 말에 도경은 심호흡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틀 전, 팀의 발표에서 도경의 발표가 만장일치로 뽑혔다. 지난 며칠간 고민을 한 결과였는데 팀장 서정환을 포함해 팀원 모두가 도경이 준비한 자료에 손을 들어주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다현은 힘내라는 듯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파이팅.”
한다현의 응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야. 3팀은 신입이야?”
2팀장은 놀란 듯 말했고, 그 말에 센터장은 흥미롭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팀 내부 발표에서 윤도경 씨가 준비한 자료에 모두가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서정환이 그리 말하자 2팀장은 피식하고 웃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정환을 바라보았다.
“서 팀장, 진짜 다른 팀들 우습게 만들려고 이러는…….”
2팀장이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얘기하려 하자 센터장 하민재는 손을 들어 그를 저지했다.
“팀 내부에서 정한 거라니 발표를 지켜보고 말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민재의 말에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던 2팀장은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윤도경 씨, 시작하세요.”
센터장의 시작 사인이 떨어지자 도경은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제가 준비한 발표의 주제는…….”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을 만든다. 이온웍스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도경의 목소리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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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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