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6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4화(66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4화
“벌써 11억 달러를 모았다죠?”
보름 후, 도경은 사무실을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켄 덕분입니다.”
만남의 주인공은 스타델의 CEO 켄 에반스였다.
“내가 한 것이 뭐가 있습니까?”
“믿어주시고 처음 투자를 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스타델의 이름이 참 많은 도움을 주더군요.”
“하하하.”
도경의 말에 켄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크게 웃었다.
“그래도 11억 달러라는 돈을 한 달도 되지 않아 모았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리고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는 도경을 향해 말했다.
“진심입니다. 특히 한국의 양대 연기금 단체가 투자에 참여했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일이고요.”
보름 사이 많은 것들이 진행되었다.
MMAA(군인공제회)와 투자협약서를 체결하고 그들이 투자하는 돈이 입금되었고, 이지훈이 대표로 한국으로 가 만난 NPS(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를 결정하고, 투자 협약서를 체결하기 전이었다.
“월가에서도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윤이 한국 정부의 비호를 받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을 정도예요.”
“하하하.”
“어떻습니까? 내게는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켄은 짓궂은 얼굴로 물어왔고,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두 기관이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어떠한 관련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요?”
“네, 아마 두 기관 모두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만든 1호 블라인드 펀드에 참여해서 올린 수익률을 보고 신뢰 관계가 구축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켄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확실히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돈이 최고지요. 확실히 납득이 가는군요. 그럼 대학들은 어디까지 확보되었습니까?”
켄의 물음에 도경은 서류를 하나 그의 앞에 건넸다.
“ACC의 대학들과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현재는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와 조지아텍, 클렘슨대학교, 버지니아텍과 협약을 완료했고요.”
“열다섯 개 대학 중 네 곳과 협약을 맺었군요.”
“네, 나머지 대학들도 곧 끝날 겁니다.”
“그렇다면 11억 달러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켄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억 달러를 투자받는 대학은 세 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대학들은 3~5천만 달러 수준을 투자받을 예정이고요.”
켄은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대학들이 그걸 받아들이던가요?”
“네. 본인들도 본인들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더군요.”
ACC의 속한 모든 대학이 플로리다 주립대나 클렘슨대학교처럼 스포츠로 유명한 대학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사업을 대리한다는 것은 결국 수수료를 줘야 하는 것인데, 투자를 해준다는 곳은 우리밖에 없으니 3천만 달러도 만족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말 영악합니다. 영악해.”
켄은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사실 그 3천만 달러, 1억 달러가 나중엔 더 큰돈으로 윤에게 돌아갈 거라는 걸 모르고요.”
“하하하, 너무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오히려 대학들이 당장 내년부터 돈이 필요해 제 가치보다 낮은 가치로 엉뚱한 계약을 하게 하지 않기 위한 안전망입니다.”
“제 가치는 윤이 찾아주고요?”
“그렇습니다.”
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앞에서 영악하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도경의 저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접근 방법을 떠올린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다른 헤지펀드들이 해당 사업에 접근하려 했다면, 도경과는 분명 다른 방식이었을 것이다.
“배울 것이 많군요. 물론 나는 늦었으니, 해리가 잘 배우고 스타델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해리는 이미 완성이 되어 있던걸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켄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네. 꽤 유능한 친구였습니다. 이 업무는 본인도 처음 해봤을 텐데, 두 번 설명할 필요가 없었고, 또 전문가들을 헤드헌팅 하는 일은 직접 도맡아 했는데 여러 유능한 전문가들이 입사했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켄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한 얼굴이었다.
“밑에서 고약한 제 심기를 맞추느라 고생한 친구입니다. 기본적인 건 다 갖춰져 있다는 말이죠. 그럼 지금도 다른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아뇨. 출장을 가 있습니다.”
“출장요?”
“네. ACC에 속한 대학 말고, 다른 대학교에 제안을 하러 갔거든요.”
“다른 대학이라면 어디…….”
지이잉-
그때, 켄의 말을 끊는 진동 소리가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울려왔다.
“켄,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요. 해리의 전화네요.”
도경은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이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해리. 그래. 정말? 고생했어. 그래, 마이애미로 복귀해서 마저 보고를 듣자고.”
전화를 끊은 도경은 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해리가 좋은 소식을 가져왔네요. 앨라배마로 출장을 갔었거든요.”
“앨라배마요? 설마……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가 협상 대상입니까?”
앨러배마 대학의 미식축구 팀인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이었다.
TV 중계 단일 시청률도 프로팀보다 더 높게 나올 정도였다.
“네.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의 NIL 대리권을 확보했습니다.”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고, 켄은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웬만한 곳은 다 협약이 끝난 것 같네.”
한 달 후, 모두가 퇴근한 이후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사무실에 앉아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간 진행했던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투자금도 20억 달러가 모였고.”
앞으로 더 모을 예정이었지만, 펀드를 구성하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20억 달러라는 거금이 모였다.
한국의 기금뿐만 아닌, 미국의 많은 투자자가 투자를 해왔다.
「미국 대학 스포츠를 잠식해 가는 헤지펀드의 자금」
「유성인베스트먼츠, 앨라배마 주립대학교를 비롯해 스포츠 명문들에 투자하고 NIL 사업 대리권 확보」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는 왜 유성인베스트먼츠를 택했나?」
「ACC 소속 대학들 유성인베스트먼츠와 협약」
도경이 당초 예상했듯 미국인들에게는 가타부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언론에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라는 인기 팀의 이름이 올라가자 고액 투자자들이 찾아왔다.
“다음 달 마감까지는 30억 달러가 모두 모였으면 좋겠는데.”
한참 그렇게 생각하며 자료를 정리하고 있을 때.
띠링-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자리 잡았다.
-윤도경 씨를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 입니다.
화면 너머에는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아직 업무가 다 안 끝났는데.”
-우리의 판단으로는 이번 투자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양이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을 보는 눈을 한 꺼풀 벗겨내면 새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특히 트레이더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입니다.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펀드를 구성하며 모든 펀드의 자산들을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채운다면 단기간의 폭발적인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 반대의 상황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하죠.
도경도 공감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의 비중에서 기업이나 사업권의 소유를 늘여가는 중이었다.
-주식이나 채권은 트레이더가 컨트롤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다만, 사업권이나 기업을 소유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제가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윤도경 씨는 트레이더라는 한정적인 세계에서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을 한 꺼풀 벗어 던지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대학 스포츠의 초상권 사업권을 가지고 온 것에 고양이는 감동한 듯 보였다.
-앞으로 미국의 대학 스포츠는 시장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호모 루덴스라는 말이 있듯, 사람들은 ‘놀이’라는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포츠는 그 중심에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성장할 거라고 봐요.”
-윤도경 씨의 말처럼 그 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 또한 충분하고요.
고양이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번 일을 훌륭하게 해내 여러 투자자를 모집한 윤도경 씨의 수고를 치하하고 더 나아가 그에 따른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보상이 제일 기대 되는데요.”
도경은 기대가 된다는 듯한 얼굴로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씨가 투자한 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훌륭한 보상이라 생각합니다.
메시지는 그리 말하고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고, 이어서 다시 한번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의 이맛살은 잔뜩 찌푸려졌다.
* * *
“대학들에 투자금 지급이 차질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다음 날, 도경은 실무자들과 모여 아침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행이네. 법인 구성은 완료되었지?”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법인 경영은 모두 해리, 너에게 맡길게.”
“믿고 맡겨주신 만큼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매주 3회 보고하는 걸로.”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다른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보고할 거 더 없으면 이대로 회의 끝내죠.”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오늘 하루도…… 참.”
도경은 자리를 파하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경마에 대해 잘 아는 사람?”
도경의 물음이 팀원들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가 좀 압니다.”
그때, 한쪽에 앉아 있었던 마크 토마스가 손을 들었다.
“마크, 경마에 대해 잘 알아?”
“네. 제가 경주마에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
“네. 워낙 인기가 있고 실력이 좋은 말들은 가격이 비싸거든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말의 소유주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익은 어떻게 내?”
“대회 상금을 나누어 가지거나 혹은 실력 좋은 말들은 경주마로 은퇴한 이후에 종마로 활약을 하거든요. 우수한 DNA는 아주 비싼 돈으로 거래되고요.”
마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보스께서도 말에 투자하시려고요?”
“아니, 이미 투자했어. 말의 주인이 되었거든.”
기실 전날 고양이가 준 보상이었다.
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보상이라고 해서 의아했는데, 웬걸 하룻밤 새에 도경은 경주마의 소유주가 되었다.
“마크, 주말에 나랑 같이 말 좀 보러 갈래?”
“어디로…….”
“가까워. 게인스빌에 있어.”
게인스빌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작은 도시였다.
“네, 알겠습니다. 말의 혈맥을 아십니까? 이게 경주마는 혈통을 따지거든요. 혈맥을 아신다면 제가 준비를 좀 하겠습니다.”
“어, 미스터 프로스펙터의 혈맥이라던데.”
“네?”
“왜 유명해?”
“그럼요! 현대 경마를 삼등분하는 혈통이에요. 그 혈맥이면 한 마리에 5백만 달러(약 69억 원)가 넘을 텐데…….”
그 말에 모두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이 그런 투자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 그렇게 됐어. 어쨌거나 주말에 함께 가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 끝! 모두 오늘 하루도 고생합시다.”
팀원들이 나가자 도경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평생 생각해 보지도 못한 경주마의 주인이 됐네요. 가치도 비싸다고 하니 뿌듯한데요. 고마워요.”
도경은 그리 혼잣말하고는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