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6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5화(66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5화
“미국에서 이제 말로 유명한 곳을 고르라 하면 당연히 켄터키예요.”
며칠 후.
주말이 되자 도경은 마크와 함께 마이애미에서 500㎞쯤 떨어진 게인스빌로 와 있었다.
목장으로 향하는 차 안, 마크는 도경에게 설명을 해주어야겠다는 듯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켄터키?”
“네. 뭐라고 해야 할까요. 경주마를 찍어내는 공장으로 유명한 곳?”
“좀 잔인하네.”
도경의 말에 마크는 크게 웃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초보자에게 설명을 쉽게 하느라 그렇게 설명해 드린 거고, 그냥 경주마들이 많이 태어나는 곳이에요.”
“이유가 있어?”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물론 한국에도 말이라고 하면 제주도가 먼저 떠올랐지만, 역사적인 이유가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뭐, 그런 거 있잖아. 역사적으로 그곳에서 말이 많이 살던 지역이라 그렇다든지.”
마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말이 많았던 곳은 아니에요. 18세기 후반쯤, 켄터키에 많은 정착민이 들어왔거든요. 아시다시피 켄터키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도경의 말에 마크는 피식하고 웃었다.
“맞아요. KFC가 유명한 이유가 그곳의 주요 산업이 농업이기 때문이거든요. 땅덩어리가 미국치고도 넓고, 담배나 옥수수를 많이 경작하다 보니, 가축들을 먹일 사료가 많았던 거죠.”
확실히 목축업에는 많은 돈이 든다. 그중 대부분은 말이나 소가 먹는 사료 문제였고.
하지만, 켄터키는 천혜의 농토에 많은 작물을 키워 사료를 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옥수수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켄터키는 닭도 말도 소도 잘 자라는 거죠.”
“버번위스키도?”
도경의 물음에 마크는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요. 버번위스키는 옥수수로 만드니까요.”
“신기하네. 옥수수 위에 세워진 왕국 같고 말이야.”
“어쨌거나, 그렇게 말들이 잘 자라니 얘네를 가지고 경마 대회를 연 거예요. 그게 오늘날의 켄터키 더비가 되었고요.”
“켄터키 더비는 나도 들어본 것 같다.”
“앞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셔야 할 거예요. 그 대회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마 대회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래서 주변에 경주마들을 사육하는 시설이 늘었구나.”
“네. 전문적으로 변해갔어요. 어떻게 키우면 경주마들이 더 잘할 것인가.”
마크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켄터키가 경주마로 유명한데, 마이애미에서 진짜가 태어난 거죠.”
“그게 미스터 프로스펙터야?
도경이 메시지로부터 보상으로 받은 말의 조상이었다.
“네. 플로리다의 한 목장에서 태어났거든요.”
“플로리다는 경주마를 기르는 기술이 부족했는데 그런 말이 태어났네.”
도경의 말에 마크는 피식 웃었다.
“결국 유전자빨은 못 이기더라고요.”
“유전자빨?”
“네.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말들이 낳은 새끼들도 엄청 빠른 거예요. 그래서 경주마 세계에는 혈맥이란 게 생겼어요.”
도경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마크의 말에 집중했다.
“이게 타고나는 게 있거든요.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속도와 지구력인데, 이런 것들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게 강해요. 그리고 좀 덜 다치거나 경주에 알맞은 체형들도 유전적으로 결정되니까요.”
“아. 그렇겠네. 스포츠 선수들의 자식들은 운동적으로 뛰어난 체형을 가지고 있으니까.”
“맞아요! 그것도 그거지만 경마도 돈으로 굴러가는 사업이에요. 특히 경주마는 대체투자 상품이고요.”
결국 경마라는 스포츠가 아주 오랜 기간 존속되며, 부자들의 스포츠라 불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그림을 사는 것과 같아요. 그림에도 일종의 내러티브. 그러니까 서사가 더해지면 비싸지잖아요.”
“그렇지. 보석도 그렇잖아. 진주를 누가 비싸게 사? 마리 앙투아네트가 낀 진주 브로치니까 3,600만 달러(약 500억 원)에 낙찰되는 거지.”
“네, 경주마도 그렇습니다.”
가령, 새로 태어난 말의 조상이 한때 경마 대회를 휘어잡았던 말이라면, 그의 자식도 훌륭한 성적을 낼 것이고 유전적으로 계속해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혈통도 결국 돈에 따라 굴러간다. 이 말이네.”
“네, 그런 의미에서 보스가 사셨다는 말…… 이름이 뭡니까?”
“글쎄. 가서 지어줘야 할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 말의 조상이 미스터 프로스펙터라면 말해 뭐 하겠습니까?”
“보스, 곧 도착합니다.”
운전대를 잡은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넓게 펼쳐진 초원에 말들이 뛰어놀고 있는 아주 큰 목장이었다.
잠시 후, 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멈춰 서자 도경은 차에서 내렸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한 중년의 남자가 다가왔다.
“미스터 윤?”
“네, 윤도경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하하, 어서 오시오! 나는 행크 도슨이요. 이야, 나는 새로운 말의 주인이 온다고 해서 누군가 했더니 아주 멋진 동양인이구먼.”
도경은 쉴 새 없이 걸걸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려오자 아찔해졌다.
그리고 손을 잡아오는 악력이 상당했다.
“행크, 반갑습니다. 마크 토마스입니다. 보스의…… 으악!”
행크의 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마크가 소리를 지르자 도경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 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서 많이들 약하구먼! 자자, 목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미스터 윤의 말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행크는 그리 말하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도경은 마크와 함께 그를 따라나섰다.
“정말 막무가내인 양반이네요.”
마크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확실히 행크는 예의라고는 모르는 악센트와 단어를 사용해왔지만, 도경은 그게 싫지 않았다.
“목장이 꽤 큽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곳에서 목장을 해왔지.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점점 불어난 거고.”
행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장을 둘러보았다. 말뿐만 아니라 많은 소도 보였다.
“여기가 말 사육장입니다.”
행크는 커다란 사육장의 문을 열었는데, 갈색빛의 윤기 나는 털과 갈퀴를 가진 말이 일행을 반겨왔다.
“이 녀석이 미스터 프로스펙터의 혈통을 가졌고, 이 녀석의 할아버지도 스마트 스트라이크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도경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마크는 손뼉을 쳤다.
“잘 압니다. 필립H 이슬린 핸디캡에 우승한 말 아닙니까?”
“하하하, 이 친구 잘 아는구먼, 미스터 윤은 잘 모르는 것 같고.”
행크의 말에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어쨌거나, 이 아이의 아버지도 경주마로서는 능력을 키우진 못했지만, 훌륭한 종마지.”
“그럼 이 아이는 경주마로 뛸 수 없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행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뛸 수 있기야 하겠지만, 이곳에서는 훈련이 불가능하지요. 켄터키로 데려가야겠지.”
“그렇군요…….”
“뭐, 굳이 경주마가 되지 않더라도 종마로서는 훌륭한 아이지. 이 아이의 혈통이 보증수표니까.”
“그게 이 말에게 행복할까요?”
도경이 고민하는 얼굴을 하자 행크는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나 확실한 건, 이 아이는 경주마의 피를 타고났다는 거야. 이곳은 이 아이에게 너무 좁아.”
행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돌려 마크를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해?”
“행크의 말에 공감해요.”
마크까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돌려 말을 바라보았다.
단단한 근육이 드러난 몸체는 그가 금방이라도 경마 대회에서 뛸 수 있다는 듯 말해오고 있었다.
도경은 결심한 듯 행크를 바라보았다.
“행크, 혹시 켄터키의 경주마 사육장을 소개해 줄 수 있나요?”
“하하하, 마음을 정했나 보군. 이 아이의 혈통을 잘 살려줄 사육장을 알고 있으니, 내가 그리 보내겠네.”
“네, 필요한 경비는 모두 청구해 주시면 제가…….”
“그전에!”
행크는 굳은 얼굴로 돈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게 우선이야. 돈이 먼저가 아니라. 미스터 윤, 자네가 지어줘야지.”
행크의 말에 도경은 아차 하는 얼굴로 말을 바라보았다.
“꼭 영어로 지어야 할까요?”
“글쎄. 그건 자네 마음이야. 일본인들이 마주인 말은 일본어 이름이거든.”
“그럼, 나래로 할게요.”
“나래? 발음하기 쉬운데, 한국말인가?”
행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날개라는 뜻이에요.”
도경의 입에서 뜻이 나오자 마치 알아듣는 듯 나래는 히히힝- 하고 소리를 냈다.
“하하하, 이 녀석도 제 이름이 마음에 드는가 보군!”
행크의 말에 나래는 도경의 곁으로 다가와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내밀었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 *
“나래요? 암컷인가요?”
며칠 후, 주말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한 도경은 이지훈에게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뇨. 수컷이긴 한데. 한국인이 들으면 좀 그렇죠? 날개라는 뜻이에요.”
“아! 순우리말인가 보군요. 좋은데요. 경주마의 이름으로 날개라니. 멋있네요. 앞으로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우리말을 알게 될 거 아닙니까?”
“하하하, 지훈 이사님, 아직 경주에 나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너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서 책상 위에 이렇게 말에 관한 책들이 있었군요?”
도경은 나래를 만나고 온 이후, 경마와 경주마에 대해서 공부를 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네, 공부해야죠. 참! 이 얘기를 할 게 아니고, 오늘 신입들이 나온다고요?”
“네. 이미 나와서 사무실에서 대기 중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듯 인턴십을 했던 인원 중 90%가 우리의 고용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유성의 첫 인턴십에 참여했던 인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유성의 고용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회사들이 아닌 유성을 선택해 주었다.
“좋은데요. 자, 그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들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아래층 사무실로 내려가니 십여 명쯤 되는 신입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줄지어 서 있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그들의 앞에 섰다.
“레이첼, 오랜만이야. 벤자민, 마이클도 왔네.”
도경의 입에서 본인들의 이름이 나오자 신입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짧다면 짧은 인턴십이었고, 기간도 꽤 지났는데 도경은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러분과 앞으로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 우리의 고용 제안을 받아들여 줘서 진심으로 고맙고.”
도경의 말에 신입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은 자유롭게 맡은 업무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다만.”
도경은 검지를 곧게 폈다.
“우리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어기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어. 경고 없이 아웃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신입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킴.”
도경은 한쪽에 서 있는 김우혁을 불렀다.
“네, 보스.”
“여기 병아리들 자신들의 팀으로 보내주세요. 제 할 말은 끝났습니다.”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신입들을 데리고 각자의 자리를 지정해 주었다.
“보스, 기쁘신 얼굴입니다.”
그때, 스테판이 은근슬쩍 다가와 도경에게 말했고,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기쁘지. 어찌 보면 회사가 처음 인턴십을 하고, 고용한 직원들이니까. 자리가 잡혔다는 느낌?”
“저는 한 달 안에 세 명 봅니다.”
“뭘?”
“한 달 안에 세 명이 그만둘 거라고요.”
“에이, 나는 다섯 명.”
그때, 피트까지 다가와 그리 말하자 도경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두 명으로 본다.”
“오우, 보스. 그렇게나 남아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 너희 둘. 한 달 안에 그만두게 될 것 같아.”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