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6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8화(66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8화
결혼식 첫날 행사를 마치고 숙소.
방 안은 고요했고, 도경과 한다현은 각자의 자리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만이 유일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왜일까요?”
정적을 깨오는 한다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도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우리에게 M&A를 맡기는 걸까요? 아니, 그전에 왜 한국의 중소기업을 인수하려 할까요? 그 자리에서 물어봤어야 했을까요?”
쉴 틈 없이 쏟아지는 한다현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에서 물어보지 않은 건 잘한 거예요. 아무래도 상대의 의도를 물어보는 건 우리 업계에서는…….”
“네, 불문율이니까요.”
투자 대리 제안받고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묻는 것은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었다.
그저 대리인은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고, 의도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다현 씨의 질문 폭탄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해 볼까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한다현은 기대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왜 아말 회장은 한국의 중소기업이라고 콕 집어서 인수하고 싶다고 했느냐.”
도경은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최근 동남아와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자들이 한국 중소기업을 사는 트렌드가 있어요.”
“트렌드요?
한다현은 도경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트렌드란 단어가 붙는 게 맞느냐는 생각인 얼굴이네요.”
한다현은 자신의 표정이 읽힌 것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게 맞나 싶지만, 트렌드 그러니까 유행을 얘기한 게 맞아요.”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많네요. 유행으로 한국 중소기업을 산다니.”
“하하, 다현 씨도 다른 세상 사람인 거 잊었어요?”
“으음…… 전 그래도 그런 생각은 안 한다구요. 그나저나 왜 그게 트렌드일까요?”
“간단해요. 부자들의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일까요? 전 세계를 통틀어서요.”
“음…….”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깊은 생각이 잠겼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손가락을 튕겼다.
“상속?”
“정답이에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와 동남아 같은 신흥국의 부자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재벌 1세대를 생각하면 돼요. 자식들이 많거든요.”
“상속 순번을 정해야 하겠네요.”
“맞습니다. 다현 씨의 말대로 알짜 사업은 가장 뛰어난 자식이나 첫째한테 준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자식들에겐 불만이 적도록 만들어야 하거든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옳든 어쩌든, 재벌들의 최종 임무는 자식들에게 자신들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딸들의 경우는 한국문화를 동경하는 경우가 아주, 상당히 많아요.”
“그렇더라구요. 저 어릴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요즘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랑 얘기해 봐도 한국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더라구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하모니 커피 아시죠?”
“네, 한국에 있는 중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아니에요?”
“그곳이 최근에 조이비에 매각이 됐어요.”
조이비는 필리핀에서 시작한 동남아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데,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동남아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조이비라는 현지화가 된 패스트푸드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3천억 원대 수준으로 팔릴 거라 예상했는데, 매각가가 4,700억 원이었어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모니 커피는 시장 점유율이 낮지 않나요?”
“네. 낮은 건 아니지만, 높지도 않은 기업이죠.”
“그런데 4,700억 원은 말도 안 되는 규모 같은데…….”
“업계 모두가 놀랐는데, 하모니 커피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람을 보고 납득했어요.”
“조이비 회장의 딸인가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겉으로는 F&B(식음료) 사업 확장이라고 했지만, 하모니 커피를 인수한 법인의 CEO가 회장의 딸이 되었거든요.”
“일종의 K-프리미엄인 거네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대기업은 우리나라 휴지 회사를 사들였거든요. 4천억 원 수준으로요.”
“휴지 회사를요?”
“하하하, 다현 씨. 아직도 우리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나 보네요.”
아니, 어쩌면 한다현은 프로의 머리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성이 개입하면 안 됩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상속 문제라고.”
“아…….”
“물론 사업성도 있어야 합니다.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려주는 기업이요. 그리고 비상장사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죠.”
“돈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상장사를 산다는 건 결국 시장에 있는 지분도 거둬들여야 마음대로 경영을 할 수 있었다.
“네. 중소기업을 사면 지분 100%를 사들일 수 있고, 그건 곧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처음엔 쉬울 거라 생각했거든요. 기업의 인수를 그저 대리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어렵죠?”
도경의 물음에 한다현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사업 모델이 있는 중소기업이면서, 지분도 100% 가지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거.”
개별로 보면 그다지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지만, 저것들이 모두 하나의 조건처럼 움직여야 한다면…….
“난이도가 급상승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해야겠죠.”
“하시려구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네, 해야죠. 최근에 제가 회삿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현금을 좀 벌어놔야 할 것 같아요.”
투자와 관련해 회사 자본을 많이 썼고, 어떻게 자기자본을 불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들어온 제안이었다.
“그리고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결혼식에 8천억 원이 넘는 돈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기업을 인수하는 걸 대리하겠지만, 정확한 건…….”
“기업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사야겠네요.”
한다현이 의도를 알아차리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서울로 가실 거예요?”
“네. 저는 서울로 가야겠어요. 다현 씨도 함께 가죠?”
“저는 내일 행사 참여하고 갈게요.”
“내일 행사요? 제가 알기론 내일은 그저…….”
“도경 씨.”
한다현은 도경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아직 이해 못 하셨나 보네요.”
한다현은 조금 전 도경이 한 말을 그대로 갚아주었고, 도경은 크게 웃었다.
“마음을 사는 일이니, 신부와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나눠봐야죠!”
“좋네요. 다현 씨와 오길 잘했어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네, 맡겨두시고 먼저 서울에 가 계세요.”
한다현이 자신만 믿으라는 듯 말해오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네, 지훈 이사님. 그렇게 됐네요.”
-예상했습니다.
“예상했다니, 제가 읽혔나요?”
한편, 도경은 전날 인도에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들어와 있었다.
들어오기 전 아말 회장을 만나 인수 대상을 찾아보겠다고 말했고, 아말은 상당히 기뻐했다.
-네, 사실 팀원들끼리 내기가 열렸어요.
“내기요?”
-보스가 일을 물어온다. 안 물어온다.
“하하하.”
도경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예전에서 책에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월가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의 사무실은 하나의 커다란 도박장이라는 말 말이다.
그들은 무엇이든 내기를 한다.
“지훈 이사님은 어디에 거셨습니까?”
-저야 당연히.
“큰일입니다. 너무 오래 함께했나 보네요.”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보스는 좋아하시는 일을 하고, 저는 돈을 벌고.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해 오는 이지훈의 목소리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팀원들을 보내드릴까요?
“아뇨. 제시카와 저 둘이서 일 처리하겠습니다. 제가 요즘 PI 자금을 너무 많이 가져다 써서 쪼금 찔렸습니다.”
-많이 벌어오실 거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럼 회사는 지훈 이사님한테 맡겨두고 맘 편히 하고 가겠습니다.”
도경은 그렇게 이지훈과 인사를 나누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 다현 씨만 오면 되는데.”
딩동-
그때, 도경은 숙소 초인종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이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늦었죠?”
한다현이 하루 더 인도에 남아 일을 처리하고 서울로 들어온 것이었다.
“아뇨. 저도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어요. 들어오세요.”
두 사람은 숙소 거실에 앉았다.
한다현은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과 여러 자료를 꺼내두었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조금 정리해 봤어요.”
“저도 정리한 게 있는데, 메신저로 보낼게요.”
도경과 한다현은 서로 생각해 둔 기업의 리스트업 자료를 공유했다.
“저는 아무래도 스타트업밖에 안 떠오르더라구요.”
한다현의 리스트를 본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다현이 리스트에 올려둔 기업들은 하나같이 온라인상에서 플랫폼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었다.
“최근 매물로 나온 곳도 있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좀 힘들 거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이미 예상한 문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지분 관계 때문이겠죠?”
“네. 스타트업은 사업을 하면서 여러 투자를 받았을 거고, 지분 관계가 굉장히 복잡한 곳이 많으니까요.”
“저는 그런 지분까지 다 사들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물론 나누어진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되겠지만, 다현 씨가 스타트업의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라면 돈줄이 들어왔을 때 쉽사리 팔까요?”
“아무래도…… 좀 더 버티겠죠?”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이 리스트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신이 작성한 리스트를 바라보았다.
“제가 작성한 리스트도 문제네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도경의 리스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좋은 기업들이 많은데 매출이 문제거나,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들지 않을 사업들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죠.”
리스트에는 현재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며 출혈경쟁 중인 업체와 더불어 공장을 운영하는 산업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확실히 좀 싫어할 것 같긴 하네요.”
한다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신부를 만나고 왔잖아요. 이름은 니하라 파텔인데, 확실히 우리 문화를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요?”
“네. 그 자리에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저한테만 질문 세례가 쏟아졌어요. 한국 문화에 관해서요.”
도경은 흥미로운 듯 이야기에 집중했다.
“특히 미용 의료에 관해서 엄청나게 질문을 던졌어요. 제 피부색을 이야기하면서요.”
“아, 들은 적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인도 여자분들은 흰 피부에 상당히 집착하는 것 같았어요.”
도경도 언젠가 저런 풍토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다.
“화장품을 뭐 쓰냐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제 화장품을 주고 왔어요.”
“어떤 화장품인데요?”
“국내 기업이 만드는 화장품이에요. 비싼 건 아니구요. 드럭스토어에 파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산업이 있었다.
“ODM이에요!”
“네?”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하던 한다현은 도경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자 화들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ODM이요?”
“다현 씨, 국내 화장품 판매 중소기업들을 알아봐야겠어요.”
도경이 그리 말하고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기 시작하자.
한다현은 잠시 도경을 바라보다 이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도경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