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6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9화(66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69화
“안녕하십니까? 윤도경입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 CSO 한다현입니다.”
며칠 후, 도경과 한다현은 서울 모처에서 약속 상대를 만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성진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 서태준입니다. 이쪽은 제 일을 도와주고 있는 친구입니다.”
“성진회계법인 시니어 회계사 김용훈입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약속 상대는 국내 BIG4로 불리는 회계법인의 회계사였다.
회계법인은 대부분 유한회사였는데, 파트너 변호사라는 것은 회계법인의 지분을 일정 부분 출자한 회계사라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에서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몇 되지 않는 고위직이라는 말이었다.
보통 업계에서는 대표 회계사로 불렸다.
“몇 달 사이로 한국을 들었다 놨다 하신 두 분을 이렇게 만나게 됐네요.”
파트너 회계사인 서태준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제 옆에 있는 한다현 이사는 회계사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지만, 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젠 대한민국에서 한다현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재벌가의 회장이 혼외 자식을 대외에 공개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녀의 이름은 인터넷 뉴스뿐 아니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하하, 윤 대표께서도 뒤집어놓으셨습니다. 군인공제회 건으로요.”
“아…….”
괜스레 유성을 저격하는 인터뷰를 하며 공제회의 회장 조중만은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후속 인터뷰에서 도경과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사과를 하며 체면을 구긴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처음 제게 연락을 주셨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저희와는 접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서태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문서를 꺼내 앞에 내려두었다.
“서태준 대표께서 작성하신 이 리포트를 아주 감명 깊게 읽었거든요.”
[대한민국 수출, 중소기업이 주도한다]문서 겉면에 크게 써진 제목을 본 서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서 활동하시는데도 제 리포트를 읽어보시는군요? 역시 투자의 대가는 인풋부터가 다르네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워낙 서태준 대표님의 리포트가 업계에 영향을 끼친지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회계법인들은 자신들의 고객을 위해 혹은 자신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두에게 보이기 위해 업계의 전망이 담긴 리포트를 발간하곤 한다.
지난 며칠 자료를 조사하던 도경의 눈길을 끈 리포트가 바로 눈앞에 앉은 서태준이 작성한 리포트였다.
“우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고객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고객께서 하시는 말씀들이 우리의 가치를 너무 몰라준다는 푸념들이더군요.”
서태준이 리포트를 쓴 의도를 말해오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리포트에 적힌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화장품 중소기업이더군요.”
“맞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화장품에 대해 좋지 않은 전망이 저평가에 일조한 것 같네요. 서 대표님 덕분에 저도 좋은 기업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윤 대표님. 결국 리포트를 발행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우리가 그런 리포트를 발행하고도 많은 이들이 무슨 화장품이냐는 물음을 많이 던졌거든요. 아시다시피…….”
“신화생활건강 때문이군요?”
도경의 물음에 서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한국 주식시장을 이끌던 기업의 이름이 도경의 입에서 나왔다.
“그렇습니다. 평생 가져가야 할 주식이라고, 이보다 더 안정성이 있을 수 없다며 100만 원대까지 오른 게 신화생활건강의 주식이었죠.”
“그러다가 부러진 게 화장품 때문이고요.”
신화생활건강은 생활용품부터 음료까지 많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의 매출 구조상 주가는 계속 우상향할 거라 했던 때가 있었다.
“신화생활건강의 여러 사업 중에도 많은 사람이 고평가를 했던 건 국내시장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먹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회계사의 입장에서 해외 매출이 그렇게 크게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지속가능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했고요.”
서태준 같은 회계적인 부분을 보는 사람도, 또 도경과 같은 증권가의 투자자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장밋빛 전망을 끝낸 사건이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죠.”
바로 중국의 한한령限韩令이었다.
중국은 한국 국적 연예인이 중국 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였는데, 한국 연예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화장품의 판매가 지지부진해졌다.
“일종의 업계에서 말하는 블랙스완이 아니겠습니까?”
블랙스완은 검은 백조를 이야기하는 뜻하는 말이었는데, 모두가 백조는 하얗다고 생각했고, 검은 백조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다.
그 이후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생각하던 것이 발생했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어쨌거나 그 이후로 대기업 화장품 회사들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달랐어요.”
서태준은 도경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 업체들은 마치 반도체 공정과 같은 사업 구조를 생각했고, 이게 성공한 거죠.”
“그게 ODM이고요.”
ODM은 주문개발 생산이라고 한다. 상품에 대한 마케팅 능력을 가진 제조업체에 화장품 개발과 제조를 맡기고, 유통 또한 전문 유통업체에서 하는 방식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어쩌면 그게 가능한 시장이었는데, 아무도 모르는 시장을 중소기업들이 개척한 거고요.”
“네, 저도 이번에 한국에서 자료를 검토하며 놀랐습니다.”
가령, 유성화장품이라는 회사에서 화장품을 잘 팔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나 채널이 있다면, 화장품 제조 공장에 맡겨 화장품을 개발하고 제조한다.
그리고 이 제조된 화장품은 드러그스토어나 이커머스 같은 유통 공간에서 유통이 된다.
“국내에는 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화장품 제조업체가 있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두 업체는 원래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업체로도 유명했는데, 저는 이번에 공부를 하며 처음 알았습니다. 국내 중소기업과도 많은 일을 하고 있더군요?”
“좋은 기업들입니다. 먼저 나서서 중소기업들의 일을 도와주거든요. 그들의 주 고객이 입생로랑이나 로레알, 맥이라는 점을 보면 놀라운 행보죠.”
서태준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워낙 화장품에 쥐약이라 옆에 있는 한다현 이사가 많은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미국에서도 한국 화장품이 어마어마하게 유명하다고.”
“하하하, 맞습니다. 조선미녀라는 브랜드는 국내에는 아주 생소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전문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아마존을 통해서 팔았죠. 결과는 올해 우리나라 수출품 1위가 화장품이고, 그중 40%가 중소기업 브랜드라는 점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도경도 처음 한다현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해외에서는 한국인이 쓰는 화장품을 궁금해할 정도로 한국의 화장품은 인기였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태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화장품 중소기업들의 사업 방식이 굉장히 지속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도경의 말에 서태준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모두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를 만들어냈거든요. 브랜드, 제조, 유통 세 곳 모두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중소기업들은 따로 제조시설을 큰돈 들여 만들지 않아도 제조업체가 있으니 되었다.
반대로 제조업체들도 경쟁의 틈바구니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소기업이 필요했다.
“저는 이런 구조를 반도체에서 봤습니다. TSMC 같은 기업들은 애플과 같은 업체들이 필요하고, 애플도 TSMC 같은 제조 기술을 가진 제조업자가 필요하죠.”
“하하하,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명품 브랜드에 비해 부족한 것이 판매 채널인데, 이 부분도 국내는 올리브영이라는 엄청난 유통업체가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1,300여 개의 매장이 있는 화장품 유통 채널이 있었다.
“올리브영 또한, 대기업과 명품 업체들이 입점 권력을 휘둘러 굉장히 난감한 경우가 있었을 텐데,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이 부분을 채워주니…….”
“상품이 더 다양해지고, 더 저렴해지죠.”
“그렇습니다. 더불어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들도 중소기업들이 필요하고요.”
도경은 이 사업에 관해 조사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구조라 생각했다.
“저는 앞으로 지금보다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존이 그랬듯, 다른 해외 거대 상거래 업체들도 입점을 요구해 올 테니까요.”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도 시장이다 이 말씀이신 거죠?”
“네.”
“역시 윤 대표님이십니다. 이런 인사이트를 가지고 계시니 미국에서도 그리 인정을 받으시겠죠.”
서태준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저는 이제 회사로 들어가 보아야 하는데 오늘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워낙 서태준 대표께서 쓰신 리포트를 읽고 감명이 깊어 이야기만 늘어놨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윤 대표와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그럼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저의 유성인베스트먼츠는 화장품 중소기업을 인수하기를 원합니다. 성진회계법인에서 저희 파트너로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동업 제안이라니, 이 자리에 나오면서도 감히 예측하지 않은 것이었다.
“성진회계법인에서는 M&A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물론 하고 있습니다만, 유성의 능력이면 직접 하셔도…….”
“지금까진 그래왔습니다만, 화장품 중소기업에 전문적인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도경의 제안에 서태준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요. 유성인베스트먼츠와 사업을 함께한다는 건 저희 포트폴리오에 굉장히 도움이 될 테니까요.”
서태준은 그리 말하며 도경에게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