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7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0화(67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0화
“저는 이번에도 우리 팀원들로 하실 줄 알았어요.”
다음 날, 도경과 한다현은 성진회계법인에 보낼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M&A는 우리 팀에 있는 회계전문가들과 하셨잖아요.”
“네, 그 친구들도 아주 뛰어나니까요.”
M&A(인수합병)을 할 때 회계전문가는 굉장히 중요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파악하고 현금이 오고 나가는 흐름, 부채 등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기업의 가치평가가 되었고,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을 인수했을 때 있을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인수는 능력의 뛰어남이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거래예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흥미롭다는 듯 표정이었다.
“특수성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이번 우리가 M&A를 하려는 화장품 중소기업은 딱히 자산이랄 게 없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에요.”
“…….”
“굳이 자산으로 따지자면, 회사 본사 건물의 보증금 혹은 보유했다면 부동산 가치뿐이겠죠.”
“마치 반도체 팹리스 기업을 보는 것 같네요.”
“하하, 맞아요.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은 공장이 없으니 기술에 가치를 매기죠. 이번 건도 그렇게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우리 팀원들보다 성진회계법인을 선택하신 거구요?”
“네.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 시장을 잘 아는 플레이어들이 보는 재무 상황에 가치를 매겨야 하니까요.”
한다현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유성의 팀원들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소한 사업을 이해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도경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다.
“다현 씨는 한국에 남아서 성진과 적당한 기업을 찾아주세요.”
“도경 씨는요?”
“인도에 가야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러.”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가실 거예요?”
“내일 바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속도전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니까요.”
“네, 매일 한국에서 일은 따로 정리해서 보고드릴게요.”
“좋습니다. 매일 서로 상황 쉐어하도록 해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미스터, 윤. 어서 오십시오.”
뭄바이에 있는 거대한 빌딩.
12층짜리 빌딩은 혹자가 보기엔 회사 빌딩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이곳은 전체가 아말 파텔 가족의 집이었다.
도경은 인도에서 놀란 것이 있었다. 보통 부자들은 시내 한가운데가 아닌 조용한 지역의 대저택에서 지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인도의 부자들은 달랐다.
시내 한가운데 높은 빌딩을 짓고는 층별로 모든 가족이 들어와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말 회장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경이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아말은 흡족하다는 듯 주억거리며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이 아이는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도경은 고개를 들어 아말이 소개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네, 결혼식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그날의 주인공이셨죠.”
도경의 말에 여자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니하라 파텔이에요.”
“니하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윤도경입니다.”
도경의 정중함에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자, 그럼 일단 앉읍시다.”
아말의 손짓에 도경은 자리에 앉았다.
“윤이 벌써 인도로 넘어온 것은 내가 말했던 프로젝트의 대상을 찾았다는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사실, 미스터 윤에게 말을 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내가 요구한 M&A 인수는 내가 운영할 기업이 아닙니다.”
아말 파텔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도경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자리에 니하라 파텔이 나와 있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정확히 자신의 예측이 맞아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아말에게 되물었다.
“여기 있는 니하라가 소유할 기업이지요.”
아말 파텔은 그리 말하고 도경을 바라보았는데, 도경의 얼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굉장히 평온하군요. 설마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겁니까?”
놀라운 표정으로 물어오는 아말을 향해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허…… 이것 참. 처음에 내가 윤을 초청했을 때, 내 주변에서 한 경고가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무언가 다르니 조심하라고요.”
“…….”
“다르긴 다르군요. 그 간단한 대화에서 의도를 파악하다니?”
아말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 놀라움을 계속해서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파악한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감히 짐작했습니다만, 회장님의 사업체인 산지바니 메디카는 한국의 기업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중소기업을.”
두 사람은 흥미로운 얼굴로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왜 콕 집어서 한국의 중소기업을 이야기해 오셨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고, 그것은 상속용 기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여기 계신 따님분께요.”
“하…….”
도경의 말에 아말 파텔은 순간적으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눈이 크게 떠지며,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도경의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통찰력에, 방 안의 공기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왜 이 아이에게 상속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까?”
“그건 단순합니다. 어쩌면 제가 한국인이라 한국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동남아와 인도 등 서아시아 지역의 부호들이 한국 기업들을 사들인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문화에 대한 동경이 담겼다고요.”
“하하하.”
도경의 말에 아말 파텔은 방이 떠나가랴 크게 웃었다.
“이거,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확실히 한국에서, 아니, 미국에서도 주목받는 투자자라더니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주는군요.”
아말 파텔은 진심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 기분이 좋다는 듯 웃으며 말해왔다.
“윤이 한 말 모두가 정답입니다. 이 아이가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있었고, 상속 기업을 찾는 와중 최근 주변에서 한국 중소기업을 인수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기업이 최근 외국 부호에게 인수되는 것은 일종의 흐름이 되었으니까.
“그렇다면, 정말 윤이 찾은 대상이 궁금해지는걸요.”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아직 기업을 추려온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순간 아말의 얼굴은 굳었다. 좀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업가의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도경이 기업을 아직 찾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업이 아닌, 산업을 선택했고 생각보다 생소할 수 있어 설명해 드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설명을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아말의 말에 도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정면에 커다란 화면이 있는 것을 보았다.
“TV를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아말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재빠르게 노트북을 꺼내 화면에 뜬 자료를 TV로 띄웠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ELF, 엘프 뷰티를 두 분은 아십니까?”
도경의 물음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경은 예상했다는 듯, 화면에 그래프를 하나 띄웠다.
“그렇다면 로레알, 레브론, 메이블린 같은 브랜드는 아시겠죠?”
“화장품 브랜드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화면에 뜬 그래프는 미국의 드럭스토어인 월그린의 화장품 매출 비중입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화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앞서 두 분께서 아시는 레거시 브랜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엘프 뷰티입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레거시Legacy 브랜드를 당당히 이기고 제일 앞에 선 생소한 브랜드가 있었다.
“엘프 뷰티는 지난 2004년 창업해, 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주요 판매 채널은 대형마트와 드럭스토어 그리고,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채널입니다.”
도경은 자신의 말에 약간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니하라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가 브랜드가 어떻게 레거시 브랜드를 이길 수 있었을까 궁금하신 얼굴이네요.”
도경의 말에 니하라는 얼굴을 붉혔다.
정말이지 눈앞에 있는 남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도가 튼 사람 같았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가격이 저가라는 거지, 그들의 상품이 저급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진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엘프 뷰티는 값싸지만,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기능성 색조 화장품으로 미국의 10~20대 일명 Z세대를 꽉 잡았습니다.”
엘프 뷰티의 주 고객은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이었다.
“2010년대부터 10대의 선풍적인 지지를 받으며 엘프 뷰티의 색조 화장품은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화장품 전문가들은 일시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왜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대들이 나이가 들면, 브랜드를 따질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20대가 된 지금도 엘프 뷰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레거시 브랜드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을 깨부수며 자신들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도경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싼 가격에 기대치 이상의 기능으로.”
20대가 된 소비자들은 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르게 레거시 브랜드를 찾지 않았다.
“엘프 뷰티의 제품은 대부분 1달러에서 2달러 수준의 립스틱을 판매하는데, 이는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소비를 촉진 시킵니다.”
상대 브랜드들의 립스틱은 적어도 20달러, 비싼 것은 100달러 이상의 고가였다.
하지만, 엘프 뷰티의 립스틱은 1달러에서 비싸도 10달러가 넘지 않는 다양한 저가 상품 폭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가격이 싸면, 품질은 나쁘다는 인식이 있지만, 엘프 뷰티는 자신들의 주 고객의 성향이 어떤지 알고 있었습니다.”
“주 고객의 성향이 어떤데요?”
니하라의 물음에 도경은 화면을 넘겼다.
“성분에 민감하고, 윤리적 기준이 성인들보다 높습니다.”
Z세대는 단순 물건을 소비하는 데에도 많은 윤리적 기준을 세워둔 세대였다.
“100% 비건 성분에 동물성 실험을 하지 않은 성분으로 가격이 싸지만, 저품질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고,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롭네요. 저는 화장품에 매우 관심이 많거든요.”
니하라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런 사업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경은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많은 화장품 중소기업들이 있고, 이 기업들은 전 세계 명품 브랜드들과 대기업의 고급 브랜드 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최근에는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미스터 윤이 준비한 산업이란 것이?”
아말 파텔의 물음에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화장품 산업입니다. 화장품 산업은 단순 개발과 제조, 판매의 영역에서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개발과 제조의 영역을 나누고, 유통의 영역까지 나누며 하나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말 파텔 회장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생각지 못한 산업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
“보통 한 산업군이 성장할 때, 필요한 것이 밸류체인입니다.”
“그것은 나도 매우 잘 알고 있지요.”
“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밸류체인이 형성되면 효율성이 올라갑니다. 각 단계가 최적화되니 비용 절감과 생산성이 올라가죠.”
한 기업에서 하던 것을 여러 기업이 나눈다면, 당연히 더 가격이 싸지고, 효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중소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을 만들지 않아도 제조해 줄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유통 채널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유통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죠. 개발하는 곳은 시장 반응에 따라 개발 방향을 정하면 되니까요.”
확실히 아말 파텔은 거대한 기업을 일군 사람답게 이해가 빨랐다.
“네, 그렇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업체는 따로 생산 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없으니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재미있군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감이 잡히는데, 미스터 윤이 준비하려는 기업이 그렇다면 화장품 브랜드 업체입니까?”
아말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화장품 브랜드 중소기업을 알아보고 있고, 회장님의 승인이 있을 시에 한국으로 들어가 적당한 기업을 빠르게 찾아 보고드리겠습니다.”
“어떠냐?”
도경의 말에 아말은 곁에 앉은 니하라 파텔을 향해 물었다.
“저는 좋아요.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라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녀는 정말로 한국의 문화를 동경하는 얼굴이었다.
“진행해 주십시오. 이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니 나도 좋군요.”
“확실하게 준비해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지급할 수수료와 보수는 섭섭지 않게 준비하고 있으니 부탁하겠습니다.”
아말의 입에서 승인이 떨어지자 도경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