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7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4화(67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4화
“유성이 결국 방향을 튼 것 같습니다.”
퓨어드롭의 대표인 장영우는 한참 일을 하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서류에서 눈을 떼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물들어 있었다.
“뭐라고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 대표가 엘리시안 뷰티와 만난 것 같습니다.”
부하 직원은 그리 말하며 손에 든 태블릿 PC를 건넸다.
「[단독] 유성인베스트먼츠, 중소기업 M&A 대상 물색?」
「윤도경 대표, 극비리에 방한. 한국 화장품 인디 브랜드에 관심 있는 듯」
「업계 관계자 “윤도경 대표가 엘리시안 뷰티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 가격 부분에서 서로 의견이 통한 것 같아.”」
「엘리시안 뷰티 관계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신중하지만, 소문에 불붙여」
“한성경제신문의 단독 기사입니다. 마지막에 바이라인을 보시면…….”
“김성열 선임 기자네요.”
“네, 이전에 유성과 관련된 단독을 많이 터뜨린 기자라고합니다.”
“신뢰도는요?”
“99%입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장영우의 얼굴에는 조금 전 자리 잡았던 당혹스러움이 다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김성열 기자와 유성 간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해당 기자가 쓴 기사들은 대부분 정확도가…….”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습니다. 비단 유성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이 그렇죠.”
기업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연준도 한 기자가 기사를 쓰면 대부분 후에 똑같은 정책을 내놓았다.
여론의 눈치를 보거나, 혹은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저게 사실일 수도 있다?”
“네, 그렇습니다.”
“유성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르죠.”
장영우는 그리 말하며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랑엘과의 협상에 신경을 쓰는 게 더 나을 수 있겠습니다.”
“랑엘이 연락을 해올까요?”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불과 이틀 전까지 저에게 따로 연락을 해오며 소통 창구를 열어두었으니까요.”
장영우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하자 부하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깊게 가라앉은 표정을 한 직원이 들어왔다.
“대표님, 이사님.”
“무슨 일입니까?”
“랑엘에서 인수 협상 창구를 닫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장영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럴 리가 없었다. 부하 직원에게 말했듯 불과 이틀 전만 하더라도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게 무슨…….”
“랑엘 측 대리인은 퓨어드롭의 매각 의사 금액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여, 협상 창구를 닫겠다고…… 메일을…….”
순간 사무실 안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내가 직접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늦은 것 같습니다.”
그때,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부하 직원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랑엘이 엘리시안 뷰티를 인수할 것 같다는 기사입니다.”
속보로 뜬 기사가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었고, 장영우는 허탈한 얼굴로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 * *
“엘리시안이 훌륭한 장기 말이 되어줬네요.”
한편, 도경은 한다현과 숙소에서 여러 자료를 정리하던 중 뜬 속보를 보고 있었다.
「[속보] 엘리시안 뷰티, 세계적인 글로벌 명품 브랜드 랑엘에 매각」
「1천억 원대 금액으로 인수될 듯」
「양측 머지않아 양해각서 체결하고, 실사 작업에 돌입」
“네, 엘리시안에게는 미안하지만요.”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접근했다는 기사 때문에 엘리시안도 자신들이 원하던 가치보다 더 높은 금액에 매각되는 거 아닌가요?”
엘리시안은 자신들의 가치를 800억 원 선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사로 나온 매각가는 1천억 원가량이었고, 한다현의 말마따나 유성인베스트라는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에 랑엘은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 같았다.
“애초에 랑엘에게도 퓨어드롭보다는 엘리시안이 어울려요. 국내보다는 해외에 큰 유통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다현의 말마따나 서로가 잘 맞는 회사들의 거래였다.
“그럼 이제 퓨어드롭의 인수 의향자는…….”
“우리뿐이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료를 하나 내밀었다.
“퓨어드롭 본사가 브랜드 마케팅 업체인 건 아시죠? 국내에서는 그래도 대기업 마케팅 업체에 이어서 중소기업 중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어요. 1년 매출도 800억 원이 넘고, 마케팅 계열사가 없는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거든요.”
“네. 알고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도 거래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네, 맞아요. 그런데 작년부터 꽤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한다현은 현재 퓨어드롭의 모회사 사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줄인 게 홍보비거든요.”
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었고, 이럴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홍보비와 인건비를 줄이는 일이었다.
“워낙 많은 프로젝트들이 킬kill 되고 나니, 수입이 없어졌어요. 한때겠지 하고 버티려고 대출을 좀 받은 것 같더라고요.”
“그게 지금 퓨어드롭을 팔아야 하는 이유고요.”
“맞아요.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데 아시다시피 최근 기업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들이 만기 연장을 잘 안 해주고 있어요.”
관에서 가이드라인이 내려오기도 했고, 저축은행들도 현금 확보가 우선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업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었다.
“퓨어드롭의 모회사도 그 상황인 거 같더라고요. 최근 직원 100명을 정리하고도, 흔들리는 상황이구요.”
“그래서 퓨어드롭을 팔고 싶지 않지만, 매각 대상으로 올렸고…….”
“난 팔고 싶지 않지만, 사갈 거면 높은 가격을 불러라.”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락이 안 오겠는데요.”
그리고 고민을 마친 듯 한다현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업계에서 본 사람 중, 그런 부류는 끝까지. 자신의 턱 밑에 물이 차오를 때까지 버티더라고요.”
“그럼 더 할 게 있을까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우리가 할 건 없어요. 말했듯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테니까요.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인수 협상이 빠르게 끝날 수 있도록 서류 작업을 끝내놓으면 됩니다.”
“인수 가격은 얼마로 하실 거예요?”
가장 중요한 물음이 한다현의 입에서 나왔다.
“1천억 원입니다. 그 이상은 공정가치가 아니에요.”
도경이 생각한 퓨어드롭의 가치였다.
“만약 퓨어드롭에서 계속해서 자신들의 금액을 고수하면요?”
“다른 기업을 찾아야죠.”
도경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자신의 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객의 돈을 함부로 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 계속해서 준비를 할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유성에서 연락이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주일 후, 퓨어드롭의 대표 장영우는 부하 직원과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출 만기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서류 작업과 실사 작업을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고요.”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
필요한 돈은 있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매각은 매각대로 하고 모회사는 부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좀 더 기다려 봅시다.”
하지만, 장영우는 자존심을 꺾지 않았다.
“아직 유성에서 공식적으로 협상 창구를 닫겠다고 답변해 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첫 만남 때 검토 이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니 연락을 해올 테고요.”
장영우의 말에 부하 직원은 입을 꾹 하고 다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모순되는 심정이었다.
“지금 우리가 먼저 연락한다면, 분명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는 유성이 가지게 될 겁니다.”
장영우가 버티는 이유도 있었다.
“매각가를 낮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죠.”
이대로 먼저 연락해 다시 협상 테이블을 연다면, 테이블의 주도권은 유성이 가질 것이다.
그리고 유성은 자신들의 뜻을 끝까지 관철할 것이다.
“먼저 연락한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협상에 누가 유리하게 나서냐의 문제죠.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한다는 건 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고, 유성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는 걸 잘 알 테고요.”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버텨봅시다. 정 되지 않으면 회사 건물을 팔고, 작은 건물로 옮겨도 될 일이니까요.”
이곳 본사 건물은 작년에 사들인 퓨어드롭 모회사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이 건물마저 팔 각오로 장영우는 버티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물을 지금 판다면 제 가치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퓨어드롭을 파는 게 더 나을 정도로요.”
부하 직원은 그것만은 안 된다는 듯 말해왔다.
지금 시장의 그 누구도 오피스 빌딩을 사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 빌딩을 팔려고 했으나,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해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대변해 주는 듯 빌딩의 가격은 1년 만에 폭락했다.
그래서 퓨어드롭을 매각 대상으로 올려둔 것이다. 그쪽이 더 나은 가치를 받을 테니까.
“알고 있어요. 일단은 버텨보자고 하는 말이니,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유성이 먼저 나서게 될 테니까…….”
똑똑-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사색이 된 표정의 직원이 들어왔다.
“대표님,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장영우는 철렁하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직원을 향해 물었다.
“얼마 전 대대적으로 세일 했던 온라인 커머스 몬스터딜이 판매 정산금을 지급 못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뭐라고요?”
얼마 전 퓨어드롭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손을 잡고 대대적인 제품 브랜드 세일전을 했다.
“저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셀러들이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거기에서 발생한 매출이 얼마죠?”
“14억 원입니다.”
퓨어드롭에게 있어서는 아주 큰 매출이었다.
더군다나 거의 제조원가만 받고 파는 세일전이었기 때문에, 정산을 받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당장 긴급회의 소집합시다. 그리고 몬스터딜의 담당자 연락처를 바로 공유해 주시고요.”
“이미 연락을 시도해 봤습니다만, 정산 중지 메일만 보내고는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직원의 말에 장영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일단…… 긴급회의 소집부터 합시다. 대응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나가자 앞에 있던 부하 직원은 장영우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유성에 빠르게 연락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장영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싫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지이잉-
그렇게 결심을 하던 찰나 장영우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장영우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받기 싫었던 전화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다.
장영우는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장영우입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우리가 빠르게 만나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은데 오늘 저녁 어떻습니까?
그리고 수화기 너머 상대는 이미 이곳의 상황을 안다는 듯 말해왔다.
“장소 보내주시면 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장영우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유성과의 협상 테이블이 열렸습니다. 비상 회의는 다녀와서 내일 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고, 장영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