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7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7화(67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7화
“내가 한국 중소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이 좋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 호텔 연회장에는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여 연단 위에 있는 세 사람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 더 나아가, 중소기업들의 사업 방식의 우수성이 나를 한국으로 눈을 돌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산지바니 메디카의 퓨어드롭 인수 협약서가 작성될 예정이다.
기실, 도경은 따로 퓨어드롭의 사무실에서 협약식을 맺을 예정이었는데, 워낙 한국과 인도 그리고 외신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쏟아지는 문의에 어쩔 수 없이 유성그룹의 계열사인 호텔 연회장을 빌려 기자회견 겸, 협약식을 준비했다.
족히 100여 명이 넘는 취재기자와 촬영 기자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연단 위에 마련된 기다란 테이블의 중앙에 앉은 아말 파텔은 자신의 말을 받아 적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흡족한 얼굴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특히 우리의 대리인인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미스터 윤도경의 존재가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습니다.”
아말 회장의 발언에 기자들은 도경의 얼굴을 사진에 담으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도경은 아말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우리 측의 대리인으로서 우리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결과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말 파텔의 말이 끝나자 기자들은 손을 들었고, 행사를 진행하는 직원은 한 사람을 지목했다.
“고려일보 이석재입니다. 산지바니 메디카는 세계적인 제네릭 제약사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의외로 화장품 회사인 퓨어드롭을 인수하게 되셨는데요. 배경과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의 물음을 도경이 영어로 통역해 주자 아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화장품과 의약품은 그리 먼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방향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제약 기술이 퓨어드롭이 생산하는 화장품의 기능을 좀 더 좋게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요.”
아말은 숨을 고르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우리가 자신 있는데 제약 분야에 대해서도 한국이 뛰어난 나라인 걸 알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기능식 쪽으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아말의 말에 도경은 속으로 ‘오늘 건강·기능식 회사들의 주가가 오르겠다.’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국내 건강기능식 산업이 주목을 받는 와중에 훌륭한 재료가 되는 말이 아말 파텔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의 파트너인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있는 한, 산지바니와 한국의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질 겁니다.”
아말 파텔이 이제는 질문을 그만 받겠다는 듯 마이크를 내려두자 다음 기자는 퓨어드롭의 장영우를 향해 질문을 했다.
“인수 금액이 시장의 생각보다 후하게 잡혔습니다. 만족하십니까?”
기자의 물음에 장영우는 피식하고 웃었다. 인수 금액이 대략 1,100억 원 정도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 시장은 매우 놀랐다.
엘리시안 뷰티가 1천억 원에 랑엘에 인수되는 것도 높은 금액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매출은 높지만 적자 기업이었던 퓨어드롭이 높은 가격을 받은 것이었다.
“만족합니다.”
장영우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2천억 원을 제시하던 장영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속상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장영우가 농담 반 진담 반이라는 듯한 얼굴과 말투로 이야기하자 순간 행사장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말 파텔 회장님께서 저희의 가치를 알아봐 주셨고, 더불어 우리가 나가는 사업 방향이 틀린 게 아니었다고 지지해 주셨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장영우는 도경을 잠시 바라보고는 다시 정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 대표님께서 진정 저희 퓨어드롭을 생각해 주시는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인수 협상 대상이 아닌 앞으로 함께하게 되는 파트너로서 저희 편의를 많이 봐주셨습니다. 윤도경 대표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베네핏(benefit, 이익)으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우의 질문이 끝나자 도경을 향해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앞서 질의응답을 가진 두 사람보다 더 많은 기자가 질문을 위해 손을 들었다.
도경은 난처한 얼굴로 기자들을 둘러보았는데, 그곳에 낯이 익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있었다.
도경은 직접 손으로 기자를 지명했고, 마이크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 기자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한성경제신문 선임 기자 김성열입니다.”
주변 기자들은 부럽다는 얼굴로 김성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기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은 김성열이었다.
어떻게든 도경의 코멘트 한마디를 따기 위해 노력해도 들을 수 없었는데, 김성열은 도경에 관한 기사를 단독으로 계속해서 생산해 내고 있었다.
모두가 두 사람 사이에 커넥션이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 윤도경 대표께서는 국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앞장서 오셨는데, 가령 지난번 펀드를 구성해서 중소기업 살리기에 앞장서셨던 경우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같은 경우는 해외에 국내 중소기업을 매각하는 것이라 의아함이 좀 있습니다. 배경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성열의 질문에 기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오늘 같은 잔칫날에 자칫 재를 뿌릴 수 있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도경도 속으로 내심 놀랐다. 하지만,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지난번은 국내의 산업 기반이 무너져 가며 해외 기업들이 국내 알짜 기업을 인수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번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김성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단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먹는 경우가 아닌, 국내 문화와 산업의 우수성을 인정한 경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같은 경우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해외 기업이 적자를 틈타 먹어 치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화장품 산업의 경우는 달랐다. 물론 새로운 화장품을 개발해 내는 기술은 필요했지만, 제조는 여전히 국내 ODM 기업이 담당하고 유통 또한 국내 시장이 우선이었다.
“저는 이번 인수로 인해 국내 화장품 산업이 해외시장 개척의 포문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답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국과 다른 해외 기업들이 먹어 치우는 것과는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윤도경 대표님께서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계획을 살짝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성열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가 단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뿐만이 아닌, 기업을 직접적으로 소유하고 수익을 쉐어하는 펀드를 구성할 겁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지분을 매수하거나 혹은 주식과 관련된 펀드를 만들어 직접적인 경영권을 쥐고 경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국내 기업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건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오늘은 행사가 우선이니 자리를 즐기시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도경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이 나자 사회자는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산지바니 메디카와 퓨어드롭사 간의 인수협약서를 체결하겠습니다. 두 대표님은 앞에 놓인 협약서에 사인을 하시고 교환하시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아말 파텔과 장영우는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는 서로 교환했다.
그러고는 협약서를 펼쳐 들고 앞을 바라보았고,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후…….”
뒤로 빠져 있는 도경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아직 실사와 실제 인수가 끝나려면 기간은 남았지만, 큰 고비를 넘은 것 같아 흡족스러웠다.
* * *
-보스, 정말이에요?
며칠 후, 여전히 한국에서 일을 정리하던 도경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은 스테판 그린이었는데,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뭐가?”
-기업 경영권을 노린다는 말씀이요. 기사를 보고 팀원들 모두 설레 하고 있다고요.
“그래, 가서 말해야 하는데 그날 분위기에 취해서 먼저 질러 버렸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여러 사람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뭐야, 스피커 폰이야?”
-하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돌아가서 제대로 설명해 줄 테니까 다들 너무 들뜨진 말고, 해야 할 일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예! 알겠습니다.
도경은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스테판인가요? 목소리가 엄청 컸어요.”
옆에 앉아 있는 한다현이 묻자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테판이네요.”
“역시 미국에도 그날 하신 말씀이 기사로 나온 걸 확인했는데, 가만히 못 있네요.”
한다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나저나 저도 놀랐어요. 내색은 따로 안 하셨잖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물론 주식과 채권 등에서도 아직 자리 잡고 있는 와중에 할 말은 아니었지만요.”
“아니에요! 저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다현이 강하게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다현의 말처럼 자신도 지금이 타이밍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인가, 첫 번째 투자자 서한에 앞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취득하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늦었죠.”
물론 당시에 황성현이 대표가 된 트러스트 브로커스의 지분을 취득해 새로운 CEO 선임에 개입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도경이 앞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른 그림이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을 해야 결국, 투자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러스트 브로커스처럼 모든 것이 정해지고 이미 순항하는 기업이 아닌, 직접적으로 투자자들의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기업 경영을 원했다.
누구보다 도경이 바라는 그림이었다.
“제 최종적인 목표는 그렇게 투자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훌륭한 기업을 키운 다음에 엑시트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남들은 할 수 없는…….”
“큰 수익을 내는 거겠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자들의 수익은 곧 자신의 이익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비단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아니더라도, 시장의 모두가 원하는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 시장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가졌던 꿈인 ‘금광석이 빛이 나지 않는다고 금이 아닌 게 아니듯, 좋은 기업을 찾겠다.’라는 말을 지키고 싶었고,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물론 주식처럼 단기간에 큰 수익을 가져올 수는 없는 일이라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기업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기 위해서 힘이 들긴 하겠지만, 제가 선택했으니 어쩌겠습니까? 걸어가야죠.”
도경의 말에 한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아는 도경은 그런 사람이었다. 리스크를 즐기고, 그것을 최종적으로 이득으로 가져올 줄 아는 사람.
그것이 한다현이 내린 도경에 대한 평가였다.
“그 길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
“저도 그 길에 다현 씨와 팀원들이 함께라서 즐겁습니다.”
도경의 얼굴에는 마치 처음 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기대감을 잔뜩 품은 듯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