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7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9화(67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79화
“이곳도 거의 동남아 날씨가 다 되어버렸네요.”
며칠 후, 마이애미로 돌아온 도경은 차선태와 함께 회사로 복귀하고 있었다.
도경의 말에 앞에서 운전을 하던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이애미 날씨 하면 습하지 않고,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이라 들었는데 너무 습해서…… 놀랐습니다.”
최근 마이애미의 날씨는 한국 못지않았다. 30도를 넘는 더위와 더불어 70%를 넘는 습도까지.
“거의 매일 비 예보가 있는데, 비도 한두 시간 오다 말고요.”
도경이 거들자 차선태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유가 느신 것 같습니다.”
“제가요?”
“네. 처음 마이애미에 왔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최근에 확실히 대표님께서 여유가 느셨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도경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룸미러를 통해 차선태와 눈을 마주쳤다.
“처음…… 그러니까, 제가 그룹 소속일 때 대표님의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등바등.”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피식 웃었다. 자신의 상사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런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음, 내가 생각해도 그때 내 모습은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그때는 기회가 없었으니까.”
도경은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땐 정말 내가 아차 하고 실수해 버리면, 두 번 다시 돌아올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도경은 인제는 자신이 실수하더라도 그걸 회복할 수 있는 팀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팀원들의 가장 앞에 선 사람이니까요. 내가 하는 행동이 우리 팀, 그러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여유가 생기네요.”
“……감히 조심스레 말씀드리자면, 이제는 그래도 되십니다.”
“하하하, 조심스레 말한다는 거치고는 확신이 가득하네요.”
“유성인베스트먼츠를 이 위치까지 끌어올리신 건 대표님이시니까요.”
평소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키며 일을 도운 차선태의 말이라 그런지 더더욱 와닿는 것이 있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좀 한결 더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네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차선태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차를 몰았다.
어느새 차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본사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꽤 건물이 많이 올라갔네.”
도경은 차창 밖으로는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공사가 진척된 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직 골조만 올라간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었다.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까요?”
차선태의 물음에 도경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1년이면 될 겁니다.”
“그렇게나 빠르게 말입니까?”
“네, 일단 저층 오피스 공간부터 오픈하기로 했거든요.”
“아…….”
유성인베스트먼츠와 유성그룹의 미국 지사들이 들어갈 오피스 여덟 개 층이 먼저 오픈될 예정이었다.
“호텔과 레지던스 등은 인테리어가 더 많이 필요하니까요. 그 부분은 윈덤 호텔 그룹과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많이 어수선하겠네요.”
“네, 들어가더라도 공사는 계속될 테니까요. 그래도 내년이면 지금 우리 사무실과 2사무실의 임대가 끝이 나서, 조금 조율한 결과입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 차는 사무실 주차장으로 들어섰고, 차에서 내린 도경과 차선태는 각자 양손에 짐꾸러미를 잔뜩 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모두 잘하고 있네.”
아래층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로 들어선 도경이 적막을 깨는 말을 던지자 마치 미어캣이 고개를 드는 것처럼 파티션 사이로 하나둘 얼굴이 보였다.
“보스!”
“보스 오셨습니까?”
팀원들은 환하게 웃으며 도경에게 다가왔다.
“다들 잘 지내고 있었지?”
“물론이죠. 저희를 안 불러주셔서 조금 섭섭한 거 빼고는요.”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팀원들의 몸값이 좀 비싸야지. 그래서 혼자 해결하고 왔어. 자, 여기.”
도경과 차선태는 손에 든 것을 사무실 중앙에 있는 회의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각자 주문했던 거 사 왔고, 나머지는 하나씩 나눠.”
“와우, 보스. 드디어.”
스테판이 도경의 선물을 가장 반겨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메신저를 보내 커피믹스 타령을 해대는 통에 도경은 질려 있었다.
“한인마트가 선라이즈에 있는데 거기서 사지.”
“거기까지 갈 시간이 없었어요. 워낙 일을 하다 보니. 그리고…… 많이 없더라니까요.”
스테판의 변명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보스, 오셨습니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찰나 이지훈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지훈 이사님, 잘 지내셨죠?”
“네. 해리와 통화를 하느라. 오신 줄도 몰랐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해리가 최근 대학들과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보고를 한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자신의 방으로 가자고 손짓했다.
“팀원들 저대로 즐거워하게 두고, 가서 일 얘기나 좀 할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따라나섰다.
오랜만에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온 도경은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모습에 흡족함을 느꼈다.
“시장 분위기기가 말이 아닙니다.”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던 찰나 뒤에서 이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한국에서도 확인했습니다. 미국의 정치 상황도 상황이고, 슬슬 거품이 빠지는 느낌이죠?”
도경은 가방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이지훈과 마주 앉았다.
“네. 대부분 플레이어들이 슬슬 하락장이 오지 않을까 하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뷰는요?”
“저희는 하락이냐 상승이냐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지금까지 많이 올랐다.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 생각과 같네요.”
“모두 보스에게 배웠으니까요.”
“3년 전을 대비하면 지수가 40% 이상 올랐습니다. 작년에 대비해도 큰 폭으로 올랐고요. 2~3년 동안 이만큼 올랐으면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는 게 맞겠죠.”
그간 시장은 축제였다.
AI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술주들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다.
“떨어질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갈 길만 가면 됩니다.”
“네, 팀원들에게도 그리 전하겠습니다.”
“자, 다음은…….”
“금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우리 고객 중 몇몇 분들이 금을 사고 싶은데 대리해 줄 수 있냐고 물어오고 있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금이요?”
“네. 3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신 분들이라……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어쩌죠. 우리는 금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생각이 없는데.”
금 가격은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치적 불안정성이 투자자들이 금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나 봅니다.”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금 가격이 대부분 기준금리에 반비례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론상 그렇게 움직여왔고요.”
“그런데 지금은 기준금리가 높지 않습니까?”
기준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은 금 대신 채권을 산다.
같은 안전자산이지만, 금리가 높을수록 채권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네, 금 가격과 기준금리가 같이 상승했죠.”
하지만, 그 시장의 이론을 비웃듯 금은 미칠 듯 올랐고, 최근 들어 더 오르고 있었다.
“달러도 강하고, 금도 강하고, 기준금리도 강하고. 이런 상황에서 금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는 이유가 불명확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세계 여러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고 있어서 오른다.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사지 않고 금을 사기 때문에 오른다는 말들이 있긴 한데. 그건 오르는 것에 이유를 가져다 붙인 것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지훈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지난 3년간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한 규모는 금 시장 규모에 대비해 1% 약간 넘었을 뿐입니다. 이걸 다시 나눠보면 연평균 그동안 사왔던 양만큼 사들였고요.”
매년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금을 매입하는 만큼만 매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이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그것마저 튀어 보이는 것이었다.
“제 생각에는 그냥, 바구니에 여러 자산을 나누어 담는 경향이 생겨서 금값도 덩달아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는 모든 자산이 오르는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그동안 미국 경제가 강하긴 했죠.”
자신의 말을 이지훈이 잘 알아듣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적,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금을 사들이는 펀드를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고객들에게 잘 설명해 주세요. 필요하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참, 그리고 이번 인수 대리 건이 확실하게 끝나고 나면, 수수료와 펀드 투자금이 들어올 겁니다.”
“네, 메일로 보내주셔서 숙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의 성과로 인해 꽤 많은 이득을 보았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일하시고 퇴근하십시오. 한국에서 오시자마자 출근은 너무 본인께 가혹하신 거 아닙니까?”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보고가 끝나고 인사를 한 이지훈이 사무실을 나서자 도경은 수첩을 챙겨 자리로 향했다.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퇴근을 하겠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그리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현재 운용 중인 펀드들의 현황을 확인했다.
“확실히 미리 빼둬서 그런지 상황이 좀 괜찮네.”
주가가 하락하기 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현금 확보를 했던 터라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지이잉-
한참 자료를 파악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반가운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켄,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윤! 아직 한국입니까?
“아닙니다. 오늘 마이애미로 들어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스타델의 CEO 켄이었다.
-그렇다면, 잘됐네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다음 주가 우리 스타델의 창립 20주년입니다.
켄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부럽네요. 이 시장에서 20년간 살아남았고, 거기에 가장 위에 올라가 있는 스타델이요.”
-하하하, 나는 윤이 더 부럽습니다. 통틀어보면 그때…… 그러니까 내 이름이 알려지고 회사가 커나가던 때가 제일 즐거웠거든요. 지금 우리 스타델은 악의 축이나 마찬가집니다.
시장에서 스타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그들이 워낙 롱숏 전략을 잘 이용해서 그랬다.
인기가 있는 종목에는 여지없이 공매도를 하다 보니, 생긴 이미지였다.
-그래서 연회를 열까 합니다. 마이애미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에서도 많은 플레이어가 오니 윤에게도 좋은 기회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물론 참석해야죠.”
-하하하, 그럼 직원을 통해 초청장을 보내주겠습니다. 그날 보죠.
“네,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은 도경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스타델의 행사면 여러 인사들을 만나고 배울 수 있겠지.”
혹 어쩌면, 다른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었고, 도경은 그날이 오길 기대하며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