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68화(6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화
“팀장님이 원래 저런 분이 아니셨어.”
한편, 도경과 한다현은 선배들을 따라 회사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선배는 조금 전 식당에서 있었던 일에 도경과 한다현이 적잖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자 무언가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한 듯했다.
“원래는 굉장히 멋있는 분이셨거든.”
“아니, 지금도 멋있으시지.”
“맞아. 지금도 팀원들의 일에 크게 간섭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믿어주시니까. 필요한 충고만 해주시고 말이야.”
선배들의 말에 도경과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인 서정환은 첫날 두 사람이 발령받아 왔을 때 마치 사이즈를 재듯 문제를 냈고, 두 사람이 자신의 기대치에 부합하자 일에 간섭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일이 어느 순간 막혔을 때 개입해 조언해 주며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다른 팀의 신입들은 팀장의 일을 대신 한다든가, 아니면 팀장의 닦달에 지친다는 한다현의 얘기를 들어보면 두 사람은 팀장 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모습은 좀 충격이었지?”
도경은 그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서정환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다현은 진심으로 놀란 듯했다.
“네……. 저는 솔직히 도경 씨는 그냥 주어진 과제를 발표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거기 와서 그렇게 비아냥거리시는 2팀장님도 이해를 못 하겠고…….”
한다현은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차마 서정환의 행동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현 씨가 느낀 감정. 뭔지 알아. 우리 팀장님은 좋으신 분이지만 오늘 행동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 거지? 팀장님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싶지도 않은 거고.”
“……네.”
“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선배들은 잠시 고민을 하다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2년 전에 사건이 하나 있었어. 원래 우리 팀장님은 지금 하민재 센터장님 밑에 있던 팀원이었어. 2팀장도 마찬가지고.”
도경과 한다현은 가만히 선배들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랑 여기 옆에 있는 이 대리는 막 리더스 센터로 넘어온 병아리였고 말이야. 두 사람처럼.”
선배는 그때를 떠올리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3년 전쯤에 본사의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어. 부당한 고객의 부탁은 따르지 말라는 거였지. 지금 우리 센터의 기조가 그때 본사에서 내려온 거야.”
선배는 하민재가 발령 첫날 얘기해 준 것을 얘기해 왔다.
“당연히 그 제안을 처음 올린 게 당시 1팀장이었던, 하민재 센터장이었으니까. 하민재 센터장은 그 지시를 반겼고, 당시 1팀은 원래 그렇게 하고 있었으니까 별다를 게 없었지.
“…….”
“그런데 원래 유난히도 술 접대를 요구하던 고객이 한 명 있었어. 그동안엔 눈치를 보면서 따르기도 하고, 피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본사의 지침이 그렇게 바뀌기 시작하니까 센터 내에서는 확실하게 거절한 거지.”
도경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그 고객의 담당 PB가…….”
“맞아. 도경 씨 생각대로 우리 팀장님이 그 고객을 관리했었어. 원래는 적당히 요구도 들어주고 나름 섭섭하지 않게 관리해 드렸는데, 그 지침이 내려오자마자 거절하기 시작하셨지. 팀장님도 그런 거 싫어하셨거든.”
“…….”
“그런데 그 고객이 거기서 화가 나신 거야. 내가 너희한테 맡기는 돈이 얼만데 그렇게 하냐. 계속해서 요구하다가 더러워서 너희한테 내 돈 못 맡긴다고 하고, 자금을 빼버리셨어.”
“제가 듣기로는 70억 원 정도라고…….”
도경은 류태화가 성남지점장으로 온 날 이 얘기를 최우진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뭐야 어떻게 알고 있어?”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게 소문이 났다고? 내부에서 쉬쉬하고 덮었는데…….”
“잠시만, 도경 씨 성남지점에서 왔지?”
다른 선배가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 수도 있겠네. 류태화 파트장이 지점장이잖아.”
“아, 그렇구나.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70억 원은 그 고객이 맡겼던 돈이었고, 그 고객이 추천해서 따라 들어온 분들 자금까지 합하면 200억 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어.”
도경은 최우진에게 들은 것보다 많은 금액에 놀랐다.
“그러다 보니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어. 본사 이사회까지 다이렉트로 보고가 올라갔거든.”
도경과 한다현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리더스 센터라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200억 원의 자산이 유출된다면, 분명 본사에서도 말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본사에서 먼저 책임진 사람은 아까 얘기했던 류태화였고.”
당시의 일은 도경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심각했었던 것 같다.
“리더스 센터는 당시 센터장이 책임을 졌어. 팀장님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
“그럼 팀장님은…….”
한다현의 물음에 선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걸 보고 힘들어하셨지. 센터 직원들이 뒤에서 수군덕거리는 것도 힘드셨을 거야.”
사람들은 때론 타인에 대해 너무도 쉽게 평가를 내리곤 한다.
설령 그 사람의 행동이 옳은 것이라도 조직에 해로운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점점 조직 밖으로 밀어내려고 한다.
팀장인 서정환은 그저 회사의 기조에 충실하게 따랐지만, 결과가 좋지 않자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판단 내려 버렸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오늘 팀장님의 행동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팀장님을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얘기하는 거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배들과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꼈거든요. 팀장님께서도 그때 2팀장님과 대거리를 했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선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다행이네. 다현 씨는?”
“팀장님께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당사자인 도경 씨가 괜찮다고 하니 저도 더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 두 사람 다 놀랐을 텐데 그렇게 생각해 주니까 고맙네. 어쨌든 쉬다가 들어와. 나랑 이 대리는 먼저 올라가 있을게.”
선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센터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고, 한다현은 옆에 앉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다들 진짜 너무하네요.”
한다현의 한마디에는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보면…… 타인에겐 지독히도 가혹하게 구는 사람들이 있죠.”
도경은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을지는 한 치 앞도 모르면서요.”
“그게 무슨…….”
“글쎄요…… 좀 더 두고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들어가서 일할까요? 우리는 우리 일을 열심히 하는 게 팀장님을 돕는 일이니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다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의 뒤를 따랐다.
* * *
“이온웍스는 어때?”
보름 후, 2팀장은 자신의 팀원들을 향해 물었다.
“여전히 평온합니다.”
팀원들은 오늘도 똑같은 물음을 던져오는 2팀장을 향해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확실해? 뭐 주가가 튄다거나 어디서 매집이 들어온다거나 그런 거 없냐고.”
“네, 없습니다.”
팀원의 답에 2팀장은 무언가 찝찝함을 느낀 듯 직업 트레이딩 시스템에 이온웍스를 검색했다.
‘아니, 그 양반이 왜 그렇게 확신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요구했을까?’
마치 한 달 뒤면 자신이 신입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할 것이 확실하다는 양 말해오던 그 표정이.
‘뭐야. 진짜 얌전하네.’
하지만, 팀원의 말들처럼 이온웍스의 거래량은 평온했다. 2팀에서 발표한 종목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었고, 이온웍스는 그저 방위산업체들의 주가가 오르니 같이 오른다는 느낌의 수익률이었다.
증권사들에서 발간한 이온웍스에 대한 보고서들까지 읽어본 2팀장은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럼 그렇지. 지렁이도 밟으면 뭐 꿈틀한다…… 그건가?”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뱉어낸 2팀장은 서정환과 3팀의 일에 신경을 끄고 자기 일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저, 팀장님.”
“어, 왜.”
“이온웍스 단독기사가 떴습니다.”
무성의하게 서류를 보며 대답하던 2팀장은 이온웍스의 이름이 들리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방금 단독기사가 하나 떴는데 중동의 한 국가에서 지대공미사일과 감시레이더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규모는?”
“네?”
“규모가 어떻게 되냐고!”
2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러오자 별일 아닌 듯 얘기했던 팀원은 허겁지겁 기사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기, 기사에는 1조 8천억 원 규모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확실한 건 아니니…….”
팀원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2팀장은 재빠르게 트레이딩 시스템을 바라보았는데, 이미 시장은 이온웍스의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 * *
“평균 14% 정도의 수익을 보고 계십니다.”
보름 후, 도경은 서정환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건네받은 보고서를 읽어보던 서정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이 좋지 않은데 그나마 이온웍스가 고객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줬네요.”
서정환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은 이제는 말하기 입이 아플 정도로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았고, 다행히도 도경이 발표한 이온웍스의 수출 수주계약 덕분에 고객들은 손실을 보고 있지 않았다.
“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령 우리가 내부 발표에서는 이기지 못하더라도, 고객이 이득을 보고 있으니까요. 그 정도로 만족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온웍스의 상승은 2팀이 발표했던 케이텍의 상승분만큼은 올라가지 못했다.
결과를 가지고 평가할 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팀장인 서정환은 그리 말해오는 것 같았다.
“저는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가요? 신경은 나만 썼나 보네.”
서정환의 말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팀원들은 놀라 서정환을 바라보았다.
“팀장님께서 그 결과를 신경 쓰셨다고요?”
대리인 김형준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묻자 서정환은 피식하고 웃었다.
“저는 늘 신경을 썼습니다. 물론 거기서 진다고 해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요. 뭐든 잘하는 팀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제게도 있으니까요.”
“그럼 말씀을 해주시…….”
“다른 분들도 관심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윤도경 씨가 며칠을 고생해서 준비한 발표물을 보니…… 기대가 생기더라고요.”
서정환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 한 번도 마음속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바람이 그렇다는 거지. 저는 여러분이 뭐든 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도경 씨한테도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고요.”
서정환이 자신을 바라보며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실망할까 봐 서정환은 미리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온웍스에 관심을 많이 쏟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고객의 포지션이 잡혀 있으니까요. 제때 수익 실현을 할 수 있도록 계속 팔로우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지이잉-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팀장님.”
자신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일을 하던 서정환은 고개를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