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0화(68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0화
“오늘은 제시카가 같이 오지 않았군요?”
며칠 후, 도경은 마이애미 모처에서 열리는 스타델의 창립 20주년 행사 겸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한참 인파에 싸여 있다가, 도경을 발견하고 다가온 스테달의 CEO 켄은 한다현을 찾았다.
“네, 제시카는 한국에 있습니다. 일이 바빠서요.”
“산지바니 메디카의 대리인을 제시카가 하고 있나 보군요?”
켄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훌륭한 커플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한 사람은 헤지펀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제시카 또한 평이 좋더군요.”
“제시카에 대한 평이요?”
“네, 얼마 전에 세쿼이아의 헨리 모건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쩌다 보니 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헨리는 제시카를 엄청 칭찬하더군요.”
한다현은 유성투자증권 리더스 센터에서 일을 하다 세쿼이아에 잠시 몸을 담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던 스타트업에 대한 일들을 그곳에서 하며 많은 것들 배우고 성장했다.
“거기에 제시카가 유성그룹의 일원인 걸 알고는 우리 둘 다 놀랐답니다.”
“확실히 제시카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배경에 뭐가 있든 말입니다.”
도경은 한다현이 자신에겐 과분한 사람인 걸 알고 있었다.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말이다.
“윤은 어떻고요? 미국에 온 지 단 3년 만에 나와 함께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켄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뿐만이 아닙니다. 리우 샤오나 빌 그리고 헨리 모건까지 윤의 능력과 매력에 빠졌으니까요.”
“이거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이 저인가 봅니다.”
“하하하.”
도경의 농담에 켄은 크게 웃었고, 모두의 시선이 도경과 켄에게로 향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윤과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할 겁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나는 친구를 가려 사귀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타델과 켄이라는 명성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한둘은 아닐 테니까.
“이곳에는 윤의 도움이 될 사람도 많고, 윤에게 도움을 얻을 사람도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도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국에 있을 때 TV로만 보던 투자계의 거물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
“무슨 말입니까? 윤은 나의 사업 파트너니 당연히 이곳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드세요.”
분명 스타델의 20주년 축하 연회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려고 참석했을 것이다.
“이런 자리는 많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누군가가 기회를 가져간다면, 그것은 온전히 내가 되어야 하고요.”
“감사합니다. 제 이득을 위해 열심히 돌아다녀 보겠습니다.”
켄이 어깨를 두드려 주고 다른 곳으로 향하자 도경은 길게 심호흡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말이야. 이놈의 성향은.”
창구직으로 일하며 마음속에 깊게 눌러놓았던 내향인 성향이 요즘은 더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그때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하는 업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살갑게 대하려 노력했는데, 최근에는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위치에 올라오다 보니…….
비즈니스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가보자고. 어떤 기횐데.”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걸음을 옮겨 조금 전부터 보고 있던 곳을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도경의 인사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한 여자가 고개를 돌려 도경을 바라보았다.
“와우! 미스터 윤!”
상대는 이미 도경을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상대의 반응에 도경은 더더욱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저를 아십니까?”
“물론이죠! 마이애미에서 윤도경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잠시만요.”
상대는 도경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이야기하고 있던 사람과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도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식으로 인사하죠. 퀀텀의 캐서린 우드입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도경이 큰마음 먹고 먼저 다가온 사람은 퀀텀 캐피털의 캐서린 우드였다.
그녀는 냉혹한 투자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투자 철학으로 살아남은 위인이었다.
“제가 이 분야에 들어와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캐서린의 영향을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런, 내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하는 아부죠?”
“그럴 리가요. 모두가 아니라고 했을 때, 자신만의 믿음으로 여러 기업을 발굴해 내셨잖아요.”
캐서린 우드는 특히 기술주 중에서도 성장주에 많은 투자를 한 펀드를 만들었다.
펀드를 만들어 이것을 소수의 고액 투자자들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ETF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여러 투자자가 그녀의 포트폴리오를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요즘 내 성적이 너무 초라해서.”
캐서린은 자신의 대한 세간의 평가를 알고 있는지, 처지를 빗댄 농담을 던져왔다.
최근 그녀가 이끄는 펀드들의 성적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힐난하는 평가들이 많았다.
“최근 성적 때문에 캐서린이 걸어온 길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늘 그랬지 않나요? 캐서린 우드의 펀드에 든 종목들은 마치 달러트리 같다고요.”
그녀는 아직 제대로 발굴되지 않은 기술력 있는 상장사의 지분을 사 펀드에 편입을 하다 보니 미국의 천 원샵인 ‘달러트리’와 비교하며 비꼬는 세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던 엔비디아가 지금 어디에 있고, 테슬라가 어디에 있는지 모두가 말하려 하지 않죠.”
도경의 말에 캐서린 우드는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또 세상의 평가는 뒤집히겠죠.”
“정말 힘이 되는 말이네요. 그것도 지금 한창 업계에서 치고 올라오는 윤에게 듣는 말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최근 업계에 젊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늘어나 위기감을 조금 느끼고 있어요. 살살해요.”
캐서린의 농담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좋아요. 명함을 받을 수 있을까요?”
캐서린의 말에 도경은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고, 그녀도 명함을 주었다.
“자주 연락하자구요.”
“네, 캐서린.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오.”
도경은 인사를 하고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물을 들고 마시며 길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어우, 힘드네.”
누가 보면 도경의 양면성에 치를 떨 모습이었다. 캐서린의 앞에서는 할 말 안 할 말 다 해놓고, 뒤에 와서 이러는 모습을 본다면 누군가는 분명 흉을 볼 거라 생각했다.
“아휴, 그래도 캐서린의 연락처를 얻었으니 성과는 있네.”
이 전화번호는 앞으로 도경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스터 윤.”
한참 명함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은 고개를 돌렸다.
“미스터 윤, 안녕하십니까?”
“아! 크레이그.”
“저를 아시나 보군요?”
“그럼요. 지난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를 봤습니다.”
비즈니스위크는 블룸버그에서 발행하는 비즈니스 잡지였다.
지난달, 월가를 이끌어가는 루키라는 커버스토리에 다뤄진 인물이 눈앞에 있자 도경은 반가운 마음에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저도 다시 소개를 드려야겠네요. 크레이그 캐피털의 크레이그 톰슨입니다.”
도경은 크레이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는 월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 헤지펀드를 만들어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성장을 한 사람이었다.
도경과 비슷한 시기에 업계에 들어와 어쩌면, 앞으로 같은 세대를 누릴 사람 중 하나였다.
“조금 전부터 다가오고 싶었습니다. 기회를 봤는데, 캐서린과 대화를 나누시기에 조금 마음이 조급했네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봤다면 좋았을 텐데요.”
“아닙니다. 캐서린의 명함을 받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해했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팔불출 같은 모습을 크레이그가 봤다고 생각하니 머쓱해졌다.
“저도 그렇거든요. 여전히 다른 분들의 명함을 받으면 내가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하고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이해해 주시니 좋네요. 여기, 제 명함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경은 명함 한 장을 꺼내 크레이그에게 건넸고, 크레이그도 자신의 명함을 도경에게 주었다.
“유성은 최근 무슨 일을 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같이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음, 저희는 내부적으로 펀드를 4개가량 굴리고 있습니다. 두 개는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고, 나머지는 블라인드 펀드입니다.”
“그중 하나는 최근 진행하는 그거겠죠? 대학 스포츠의…….”
“아! 그렇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보고 정말 윤이 똑똑하다 생각했습니다.”
크레이그의 칭찬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모두가 그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초기 자금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 했죠.”
대학에 자금을 투자하는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곳을 다른 전문업체들이 아닌 헤지펀드가 파고들어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 나는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했거든요.”
“아직 그런 평가를 받기엔 이릅니다. 이제 막 진행 중인 일이라서요.”
해리가 열심히 지금도 대학들과 조율하고 OTT 업체에 중계권을 매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도, 닫힌 대학들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윤의 감각은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최근 인터뷰를 보니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신다고요.”
크레이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제 철학을 이야기하자면, 이 자리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도경은 농담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시장의 잡음과 소음에서 아주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의 잡음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려왔다.
“어떤 유명 펀드 매니저가 주식을 사고 팔았다라든가, 실적 추정치가 좋지 않다든가, 한 기업의 사업이 좋지 않다든가.”
“트레이딩 기반의 투자를 피하시려는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훌륭한 기업을 찾고, 그들과 함께하며 그런 잡음에서 멀어져 경제 상황에 상관없는 기업을 키우고 투자 이익을 얻고 싶습니다.”
도경의 말에 크레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와 같은 말들에서 멀어지고 싶었습니다.”
경제는 순환했다. 어느 한 사이클에서는 지금과 같이 시작이 폭발적으로 올랐고, 어느 사이클에서는 지구의 멸망이 찾아온 것처럼 흘러내렸다.
그럴 때마다 도경은 지금 펀드를 구성하는 것이 맞느냐와 같은 말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타이밍을 노리라는 조언들은 분명 훌륭한 조언들이었지만, 그런 것들은 도경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좋은 기업을 발견했는데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머뭇거리는 바람에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하하하, 대단합니다. 역시 몇 년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이 분야에서 알리는 사람의 생각은 달라도 다르군요.”
“과찬이십니다.”
“저도 윤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이 바닥에 있는 헤지펀드들 대부분이 이제는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돌아서고 있죠.”
크레이그의 말마따나 최근 추세가 그런 방향이었다.
물론 주식시장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좋은 기회를 시장에서 잡기보다 만들려는 생각들이 강했다.
“저도 최근에 한 업체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인수 대상을 찾으셨습니까?”
“네, 노던 골드를 아십니까?’
크레이그의 입에서 나온 기업에 도경은 놀란 듯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노던 골드라면, 캐나다의 금광 채굴 기업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최근 매물로 나왔고 우리가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값이 한창 비쌀 때 나온 금광 채굴 기업이었다. 그렇다면, 기업의 가치도 몇 배는 비쌀 것이다.
“돈이 많이 들겠는데요.”
“대신,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죠.”
크레이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금액이 들더라도 투자금은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걸려서라도 회수는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유성이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네?”
“노던 골드의 인수를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며 결연한 얼굴로 말해오는 크레이그의 말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