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5화(68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5화
“금값이 간밤에 3% 더 올랐습니다. 투자는 거절하셨다면서요?”
다음 날, 도경은 퇴근을 하지 않고 야근 중이었는데, 함께 야근하는 이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는데 워낙 시장이 비상이라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대부분이 집에 가지 않았다.
아시아 시장이 미국 시장을 선행할 것이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금값이 오르는 건 솔직히 저도 이제는 모르겠네요.”
“R의 공포 때문 아니겠습니까?”
R은 리세션(recession, 경기침체)을 뜻하는 말이었다.
즉, 이지훈은 경기침체 걱정 때문에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르는 게 아니겠냐고 말해오고 있었다.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시장이 너무 겁을 주는 것 같기도 해요.”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분위기는 코로나 초창기 시절의 경기침체가 올 거라고 말들은 하는데, 실제 빅스를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시장의 변동성을 산출해서 발표하는 지수였다.
VIX 지수가 상승하면 시장의 급격한 하락이 온다고 보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코로나 초창기 시절 빅스는 80을 상회했어요. 그런데 지금 VIX는 30대죠. 여기서 더 올라도 50대 정도 될까요?”
보통 15~20을 유지할 때 시장은 안정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보았다.
30이 넘으면서부터는 위험하고, 40부터는 시장의 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아직 시장은 버틸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던 골드는 아무리 봐도 너무 깨끗해서 께름칙해요.”
“하하하.”
“물론 때가 묻지 않은 기업이 어딘가엔 있겠죠. 훌륭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CEO가 있다면요.”
“노던 골드의 CEO는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도 훌륭한 사람입니다. 다만.”
도경은 숨을 고르고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믿을 만한 사람인가는 모르겠네요.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면, 크레이그 톰슨도 믿지 않으십니까?”
“이 바닥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죠. 첫 만남에서 투자를 제안해 오는 사람을 어찌 믿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피식하고 웃었다.
“보스의 선택이니 따르겠습니다.”
“네, 두 달 후 첫 번째 펀드의 환매일이고 또 리밸런싱도 진행될 예정이니 당분간은 시장 관리 위주로 할까 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똑똑-
그때, 방문이 열리며 사색이 된 얼굴의 스테판 그린이 방으로 들어섰다.
“보스.”
“무슨 일이야?”
“내려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도경은 무슨 일이 터졌구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재빠르게 아래층 사무실로 향했다.
“일본 시장이 폭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시장이?”
“네. 닛케이 지수가 갑자기 빠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면 얼마나 빠진 거야?”
“현재는 7%가량 빠졌습니다.”
마이애미 시간으로는 아직 새벽이었기 때문에, 일본은 한창 장 중인 시간이었다.
“7%까지 속수무책으로 빠졌단 소리네.”
서킷 브레이커는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 지수가 폭락을 하면 정해진 시간 동안 주식시장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였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식시장이 열린 곳이라면 대부분의 나라가 도입했다.
“그런데 폭락의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제 발표된 고용 평가 때문에 아냐?”
도경은 걸으며 스테판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미국의 고용 통계에서 미국 경제 침체의 우려가 지표로 보이자 각국의 시장들에 충격이 올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기엔 이렇게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어느새 아래층 사무실에 도착한 도경은 벽에 걸린 커다란 화면에 뜬 일본 시장 현황을 바라보았다.
“한국 시장도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고 있네요.”
옆에 뜬 한국 시장의 현황도 좋지 않아 보였다. 도경은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
스테판의 말처럼 떨어진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공포 때문이라기엔…….
“서킷 풀립니다. 10, 9…….”
모두가 숨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서킷 브레이커가 풀리자마자 지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도쿄전자는 10% 이상 하락하고 있습니다.”
Nikkei 225
-9.48%…….
-10.93%…….
지수가 미친 듯 흘러내리고 있었고, 지수에 포함된 주식들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다.
“엔화는?”
“전날에 비해 7%가량 상승했습니다.”
“어제 올랐지?”
“네. 3%.”
“그럼 어제 오늘 10%가 오른 거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밤 9시인가.”
그렇게 혼잣말을 한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빌, 잠시 전화 괜찮아?”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파미르 캐피털의 윌리엄 마셜이었다.
플로리다의 시간은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지만, 서부의 시애틀은 밤 9시쯤이었다.
-괜찮아. 야근 중이었어.
“너도 지금 보고 있지?”
-그래서 야근을 하고 있는 거야. 이게 무슨 일이야. 윤, 너는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어?
“혹시, 지금 다른 헤지펀드들의 상황은 어때? 일본에 투자하는.”
-잠시만.
도경은 일본을 콕 집어 말했는데, 수화기 너머 빌의 목소리는 잠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돌리는 듯한 소리만 들려왔다.
-하나도 연락이 안 되네. 다들 비상이 걸린 건가?
“빌, 내 추측인데 이게 맞는가 싶어서.”
-뭔데? 난 아예 감도 안 잡혀.
“마진 콜.”
도경의 짧은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엔화가 너무 올랐어.”
도경은 자신이 이 정도로 말하면 빌은 무슨 말인지 알 거라 생각했다.
-윤, 맞는 거 같다. 그거 말고는 지금 이 상황이 설명이 안 되네.
“일단 우리도 대응을 해야 해서 일본 시장 끝나고 전화하자고.”
-그래, 좀 더 알아보고 연락할게.
빌의 말에서 자신의 추측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을 얻은 도경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잠깐 전화를 하는 사이에도 일본 시장의 지수는 계속해서 빠졌고, 어느새 단 하루 만에 12% 이상이 폭락하고 있었다.
“스테판.”
“네, 보스.”
“우리 일본 투자 건은 어때?”
“제 펀드의 6억 달러 중 2억 달러가 일본에 투입되어 있습니다. 보스께서 일단 엔화로 들고 있으라고 해서 엔화가 50%고 엔화로 미국시장에 투자한 게 50% 정도 입니다.”
“엔화는 수익권이겠네?”
“그렇습니다. 약 8% 정도 수익을 볼 것 같습니다.”
“모두 정리해.”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팀원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미국 시장 ETF는?”
“현재 나스닥 선물도 하락 중이라…… 그래도 지금까지 시장이 올라서 +10.2% 수익입니다.”
“그것도 정리하자고. 지금 바로 던져.”
도경의 말에 다른 팀원은 바로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럼 판매한 것도 엔화를 달러로 환전할까요?”
“아니, 그대로 닛케이 지수 선물을 살 거야.”
“네?”
“레버리지 세 배로.”
“보스!”
즉, 엔화로 미국에 투자한 것을 정리하고 그 금액을 그대로 일본 지수를 추종하는 선물옵션에 투자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세 배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다시 한번 지수가 폭락을 한다면 세 배를 내리는 것이고, 오른다면 세 배가 오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도경은 니케이 지수가 다시 상승할 거라 보는 것이었다.
“보스, 니케이 지수를 사는 것도 위험한데, 레버리지를 사용하라니요? 그렇다면 3억 달러를 투자하는 건데, 만약 여기서 시장이 더 하락한다면 원금이 손실될 수도…….”
“내 말 들어봐.”
도경은 굳은 얼굴로 스테판과 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본 시장이 갑자기 왜 폭락했을까? 어제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 때문에 경기침체가 올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해도 저만큼의 폭락은 말도 안 돼.”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걸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야. 마진 콜.”
마진콜Margin Call은 레버리지로 시장에서 거래할 때, 증거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증거금을 입금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때 추가 증거금을 넣지 못하면, 브로커들은 고객이 가지고 있던 자산을 시장가에 모두 던져 버린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미국 헤지펀드들이 미쳐 있는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5.25%에 달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0% 금리였다.
“엔화로 빌려서 달러를 사면 가만히 있어도 5%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너도나도 뛰어들었지. 어떻게?”
“레버리지를 사용해서요. 미국 10년물 채권을 샀죠.”
“맞아. 10배 레버리지.”
미국의 헤지펀들의 요즘 핫 아이템은 엔화를 빌려서(숏) 미국의 달러(롱)를 사는 것이었다.
엔화가 매도되면 다시 엔화의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의 가치는 오르고 기준금리 따라 오른 5%대의 미국 채권을 사들였다.
일반인들은 할 수 없었지만, 헤지펀드들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천만 달러의 증거금만 있어도 1억 달러의 효과를 내니 너도나도 한 거야. 그런데 엔화가 몇 % 올랐지?”
“10%.”
“그렇다면 마진 콜을 받았겠네.”
이론상으로 10배 레버리지를 썼다면, 헤지펀드들이 가지고 있던 엔화 숏의 수익률은 -100%였다.
다시 말해, 투자 원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되니, 마진콜들을 받았을 거야.”
“가지고 있던 일본 주식을 팔아 증거금을 확보해야겠군요.”
“맞아.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테니까.”
그들이 움직이는 돈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이상이었다.
계속해서 하락하던 엔화가 단 이틀만에 10% 오르며 그들은 1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하루아침에 모두 잃을 수 있었다.
돈을 날리거나 추가 증거금을 넣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이 폭락이 나왔을 거라고 본다.”
“…….”
도경의 말에 모두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 폭락을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도경의 추론이었다.
“마음 같아선 1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싶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는 세 배까지야. 그러니까, 세 배로 닛케이 지수에 롱을 잡을 거야.”
“포지션 잡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스테판이 답하고 움직이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 * *
“일본 시장 보셨죠? 어마어마한 폭락을 했고, 우리 장도 열리자마자 나스닥과 S&P가 폭락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크레이그 캐피털의 크레이그 톰슨은 개인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시장이 더 하락할 거라 보고 있고, 이럴 때도 투자는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기업에 투자를, 그것도 요즘 한창 오르고 있는 금값의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크레이그의 말을 듣는 개인투자자들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그의 말에 집중했다.
“원래는 헤지펀드들이나 뮤츄얼 펀드들의 자금을 받아 진행하려 했지만, 워낙 개인투자자 여러분들의 요청이 빗발쳐 소량의 지분만 준비해 보았습니다. 앞에 놓인 계약서 확인하십시오.”
크레이그의 말에 개인투자자들은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최소 투자금 1억 달러 이상, 투자한 이후 3년 환매 금지 조건입니다. 해지 수수료는 원금의 20%이니, 확실하게 저희를 신뢰하시는 분들만 사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크레이그의 입에서 나온 숫자들은 무서운 숫자들이었다.
“크레이그, 그렇게 나를 겁줘도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투자하려고 다른 펀드에서 돈을 빼왔다고요.”
“오스틴!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자리에 있는 개인투자자들 모두가 기회를 놓칠까 싶어 빠르게 계약서에 서명을 해나가자 크레이그 톰슨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