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3화(6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3화
“오스틴, 현재 오스틴이 투자한 우리 펀드의 수익률은 22.41%입니다. 나스닥이 연간 15.90% 올랐고, S&P 500이 연간 9.35% 올랐습니다.”
도경은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온 오스틴 잭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스틴은 도경이 미국으로 건너와 유성투자증권의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시절에 투자해 줬던 귀인이었다.
첫 투자자인 찰스 머피의 소개로 와 매년 투자금을 늘리며 현재 1억 달러(약 1,370억 원)를 투자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오스틴의 투자 금액에서 성공 보수와 운용 수수료를 제하고 총수익금은 1,3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 돈으로 177억 원이나 되는 돈을 오스틴에게 결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 환매일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이렇게 불쑥 찾아오셔서 환매를 요구하시면 제 입장이 참 난처합니다.”
도경은 오스틴을 향해 말했고, 오스틴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 달의 수익률은 얼마죠?”
“-7.84%입니다. 하지만, 이건 시장의 하락으로 인한 단기적인…….”
“그러니 빼겠다는 겁니다.”
오스틴은 물러날 수 없다는 듯 막무가내였다.
“나는 유성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고 유성은 내 기대 이상으로 실적을 내주었습니다. 그 부분은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야 할 타이밍입니다.”
“그것은 저희가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번 조정을 대비해 옥시와 더불어 여러 주식을 정리했고…….”
“내가 말하는 것은 펀드의 자산이 아니라 내 돈. 온전한 내 돈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도경은 말이 통하지 않는 오스틴의 모습에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분명 오스틴은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오스틴은 합리적이었습니다. 비록 찰스의 소개로 단기간 수익을 보고 우리에게 투자하긴 했지만, 이후에 추가 투자금을 넣으실 때만 해도 이야기가 통했고요. 그런데 지금 모습은 아닌 것 같네요.”
“윤, 그때와 지금은 시장이 다릅니다.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물론 도경도 이지훈의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었다. 지금 시장에서 누구보다 빠지고 싶어 하는 것이 앞에 앉은 오스틴이라는 것을.
“경기침체가 곧 옵니다. 두 달? 두 달 후면 그 자랑스러운 수익률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반토막, 아니, 나는 감히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가 있을까요?”
“작년과 재작년 모두가 경기침체가 올 거라고 했을 때 주식시장은 어땠습니까? 미친 듯 올랐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 덕분에요.”
도경은 놀랍다는 듯한 얼굴로 오스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는 오스틴은 이렇게 주식시장에 빠삭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만의 사업을 하며 자산을 불려 나가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었고, 주식시장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펀드에 돈을 맡긴 흔한 성향의 고객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말하고 있는 오스틴은 마치 전문가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이게 빚처럼 쌓인 거라고 봅니다.”
“요약하자면, 경기침체가 와야 할 때 오지 못해서 이번 낙폭이 클 것이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산을 금과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옮기려고 했어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스틴.”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오스틴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오스틴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우리를 조금만 더 믿고…….”
“윤, 지금까지 유성에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작년 한 해 내가 받은 수익률은 너무 높았고, 지금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스틴 또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어르다가 이제는 달래오고 있었다.
“앞으로 더 이상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성에 금에 투자할 수 없냐 물었고, 돌아온 답은 없다였습니다.”
“저희는 금에 투자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지금이라도 윤이 생각을 바꾼다면, 나는 유성에 돈을 계속 맡기겠습니다. 앞으로 금이 더 오를 거라더군요.”
오스틴의 말에 도경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금이 더 오를 거라고 누가 말하던가요?”
“어…… 음, 그건 내가 아는 사람이 말해주었습니다.”
“오스틴, 저는 시장에서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으면서 주변인의 말을 신뢰하는 분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결국 그분들은…….”
“윤, 내가 말하는 사람도 전문가요. 윤 못지않은.”
오스틴은 단호하게 말해왔다.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없습니다만, 그 사람도 훌륭한 사람입니다.”
“……오스틴,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으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계약서대로 하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오스틴이 투자할 때 작성했던 투자 계약서를 내밀었다.
“환매 기간이 아닐 때 환매를 하면, 투자 수익에서 10%를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다른 헤지펀드들은 환매 기간에도 투자 기간이 1~2년 내외라면 환매수수료도 있었다.
더불어 환매 기간이 아닐 때 해지를 하게 되면 투자 수익의 30%까지 해지 수수료를 받아가는 곳도 있었다.
“합리적인 수수료라고 생각합니다.”
오스틴은 이미 수수료를 낼 생각까지 한 듯 이야기해 왔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밖에 나가시면 저희 직원이 안내를 해드릴 겁니다.”
“윤, 그동안 유성에게 고마웠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지지만,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오스틴의 말에 도경은 화가 났지만, 그래도 초반부터 자신을 믿고 함께해 준 고객이라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틴, 그간 감사했습니다.”
간단한 악수를 하고 오스틴이 방을 나서자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너무 잘되긴 했지, 이런 경우가 없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
똑똑-
그리 혼잣말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노크와 함께, 피트와 제이크가 방으로 들어섰다.
“어서 와. 두 사람이 들어온 걸 보니 조사가 끝났나 보지?”
“대충은 끝났어요. 그나저나 보스, 괜찮으세요?”
피트 창이 자리에 앉으며 물어오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좀 아프네. 처음 겪은 일이라 그런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앞으로 더더욱 많을 거라 생각하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피트, 무슨 일이야. 네가 그런 말을 할 줄도 아네.”
“그럼요.”
피트의 너스레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이 건넨 서류를 살폈다.
“어때?”
“완벽. 정말 퍼펙트 그 자체예요.”
피트는 감탄사를 섞어가며 도경에게 말을 해왔다.
“보통 숫자가 이렇게 예쁜 기업들은 어딘가에 분명 하자가 있을 법도 한데, 노던 골드는 없어요.”
“피트, 네가 팠는데도 그렇다 이거지?”
피트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기업을 조사했다. 단순 숫자를 떠나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동원했다.
“네, 광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GS가 ESG 점수를 매긴 적이 있어요.”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지수였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지 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매긴 점수였다.
“100점 만점에 95점.”
도경은 처음 보는 점수에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까다로운 GS가 95점을 줬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만점이라는 거지.”
“맞아요. 5점 감점을 받은 것도 지역 사회 개발 프로그램 하나가 지역 주민들과 합의를 하지 못해서 깎인 거지,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주 잘 돌아가고 있거든요.”
“가령?”
“광산 개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지역에 작은 병원을 지어주거나 하고 있어요.”
어쩌면, 광산 개발의 가장 큰 적은 환경을 해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환경문제에 전 세계 각국이 심혈을 기울이며 광산 산업들은 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리고 지배구조도 깨끗해요. 비상장사이긴 하지만, 대주주가 지금까지 기업을 휘두른 경우도 없고요.”
“좋은데.”
“비상장사가 이렇게 재무제표를 깨끗하게 공개하는 경우도 적으니까요. 아무래도 펀드 투자자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훌륭해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집중했다.
“그래서 보통 이런 기업들은 CEO나 경영진들이 문제거든요. 아시죠?”
“알지. 훌륭한 기업에는 가끔 기업이 잘 굴러가서 과대평가된 경영진들이 있다는 거.”
“하지만, 그것도 아니에요.”
“존 스미스는 좋은 CEO다?”
“네. 업계의 평가도 훌륭하고 실제로 학계에 있을 때 발표했던 논문들은 여전히 많은 인용이 될 정도고요.”
“내가 의심병이 도진 건가?”
도경은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것과 너무 다른 기업이 지금 눈앞에 나타났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많은 문제가 생겨. 특히 광산 개발업은 더더욱.”
광산 개발과 유전 개발 사업 같은 자원 개발 산업은 돈놀이 그 자체였다.
“광산이나 유전을 개발하다 보면 보통 환경문제를 필연적으로 건들 수밖에 없어.”
“그렇죠.”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환경을 보존하거나 혹은 덜 훼손하기 위해 쓰는 비용보다 정부에 로비하는 데 돈을 쓰지.”
“그게 싸게 먹히니까요.”
“그것도 있지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야.”
선례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너는 저기서는 그렇게 했는데 왜 여기서는 이렇게 사업을 하느냐와 같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애초에 싹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광산 기업이 아주 정상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하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다?”
“금광이 정말 금광이었나 보죠.”
피트의 말장난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금값이 오르면 금광 채굴 기업들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는 건 맞지만, 너무 지금 모습은 예뻐. 너무 예뻐서 문제야.”
금을 생산해 내는 기업이 금 가격이 오르면 혜택을 보고 매출이 상승하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 보존에 드는 금액도 늘어가야 했다.
하지만, 매년 노던 골드는 훌륭한 재무제표를 기록하고 있었다.
“좀 더 보는 게 어떨까요?”
“좀 더 본다고?”
피트의 말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지금까지는 캐나다 사업만을 봤거든요. 노던 골드는 캐나다 이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게 어디지?”
“중국.”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채굴국이자 생산국이었다.
“그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아니지만, 그곳에서 금 채광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건 해선 안 될 일도 해야 한다는 거죠.”
혹자는 선입견이라 할 수 있었지만, 도경을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의 의견은 같았다.
“중국 쪽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보스, 혹시 중국에 네트워크가 있을까요?”
“피트, 너는?”
“저는 대학 동기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있긴 한데…… 정보를 주려나 모르겠네요.”
“나는 물어볼 사람이 있긴 해.”
“그럼 서로 정보를 캐서 다시 이야기하는 걸로 하죠.”
“좋아. 시간이 얼마 없으니 닷새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똑똑-
그렇게 이야기를 정리해 나가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굳은 표정의 이지훈이 방으로 들어왔다.
“보스.”
“무슨 일 있습니까?”
“오스틴과 더불어 세 사람이 지금 해지 수수료를 내고 펀드 자금을 환매해 가겠다고 합니다. 총투자금은 3.2억 달러고요.”
“뭐라고요?”
도경은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들 모두가 금에 투자한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모두 한곳에 투자하는 것 같고요.”
“그곳이 어디입니까?”
“그건 듣지 못했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모두 해지해 주세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계약서대로 해주세요.”
투자금 3.2억 달러가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것은 분명 뼈아픈 일이었지만, 도경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가야겠습니다.”
도경의 얼굴에는 전의가 넘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