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6화(68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6화
“좀 더 늦게 출근해도 된다니까?”
그날 오전, 도경은 일본 시장의 상황을 살피느라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도 일찍 출근한 스테판과 마주치고는 걱정스럽단 얼굴로 말했다.
“도파민이 돌아서 잘 수가 없어요.”
“뭐?”
“집에 가서도 자료를 찾아보고 있더라니까요? 뭐라고 해야 하지. 초각성 상태라고 해야 하나.”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 게 스테판의 얼굴에는 평소 찾아볼 수 없었던 활기가 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 1년간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자신의 펀드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김우혁에게 전해 들었는데…….
“큰 건이에요. 보스.”
“알아. 아는데, 큰 건도 자고 또렷한 정신으로 처리해야지.”
“보스, 저는 충분히 잤어요. 지금 상당히 또렷한 상태라고요. 보스야말로 지금 출근하시는 거예요?”
“난 원래 잠이 적어.”
“그럼 저도 잠이 적은 걸로 해요.”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스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스테판은 도경과 함께 걸으며 입을 열었다.
“뭐가?”
“집에 가서 좀 더 자료를 살폈는데, 확실히 일본 시장 거래 동향을 보니 기관이 물량을 대거 던졌어요. 그리고 외국계 계좌에서 대부분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요.”
“그래?”
“네, 여기.”
스테판은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어 건넸고, 도경은 서류를 보며 걸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이 NSI 창구에서 물량이 나왔는데, 이게 좀 더 알아보니 NSI 뉴욕 창구에서 엄청 던진거더라고요.”
“NSI면 노무라?”
“네. 뉴욕 창구 전산망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노무라 증권은 일본의 증권사이자 세계 거대 투자은행이었다.
미국에서도 큰 규모로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것도 그거지만, 제 전 직장 동기가 원캐피털에서 일하거든요. 아시죠?”
“알지. 아시아에서 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잖아.”
“네, 연락을 한번 해봤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어요.”
“별다른 이야기는 없고?”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이번 분기에 펀드에 큰 손실이 생길 수 있어서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냄새가 났다. 일본에서 마진콜을 받았다는 도경의 예상이 아니라면, 저들이 큰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바쁘게 일할 이유는 지금 시장에 없으니까.
“오늘 미국 시장 하락에 대비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도경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미국 시장이 열리기 직전이었는데, 현재 나스닥 선물은 –3% 이상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장이 열린다면 커다란 충격이 예상되고 있었다.
“없어요. 원캐피털 펀드에서 미국 포트폴리오는 10%도 되지 않을 거예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본 시장이 추가로 폭락하면 던질 준비 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미국 시장은…….”
“그건 그냥 맞아야지. 다 함께 맞으니까.”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알겠다고 답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도경도 방으로 향했다.
“보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때, 이지훈이 복도 끝에서 부르며 다가왔다.
“이사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어제 야근하신다는 소리를 듣고 설마 일찍 오시진 않겠지 했는데.”
그 말에 도경은 피식 웃고는 함께 걷자고 손짓했다.
“오스틴 잭슨이 크레이그 홀딩스에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네?”
걷기 시작하자마자 말해오는 이지훈을 보며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찰스 머피 씨가 전해주었는데, 아무래도 우리에게서 돈을 뺀 이유가 크레이그 홀딩스의 노던 골드를 인수하는 작업에 참여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개인투자자를 받나요?”
도경은 한껏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크레이그에게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일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KDR을 제외한 헤지펀드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돈을 끌어모으고요?”
“그렇습니다.”
도경은 심각한 얼굴로 방에 들어가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자리에 앉았다.
“개인들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 크레이그 홀딩스의 사업이 실패한다면, 기관도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도경은 분명 노던 골드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투자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1억 달러 이상의 개인 고객 자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이지훈의 말은 도경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크레이그가 선을 넘었군요.”
도경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분명 화가 나 있음을 이지훈은 알 수 있었다.
“헤지펀드는 무엇이나 해도 되지만, 간혹 그 무엇이나를 헷갈려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가 말했다. 헤지펀드가 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의 안에서, 또 도의는 지켜가면서 해야 했다.
“설령 다른 회사의 고객을 빼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고객의 선택이니까요. 다만, 들키진 말았어야죠.”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님.”
“네, 보스.”
“피트와 리서치 팀을 이끌고 노던 골드가 중국의 연운광산개발과 하는 일을 조사해 주세요.”
도경의 얼굴에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빠를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지훈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도경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크레이그, 행운을 빕니다. 진심으로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리 혼잣말을 한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료를 챙겨 들고는 아래층 사무실로 향했다.
* * *
“전례 없는 폭락이네요.”
“VIX는?”
“50포인트 도달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시작하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스테판과 함께 시장 차트를 보고 있었다.
“빅스가 50까지 올라갔다고?”
“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야.”
“보스 말대로 마진콜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관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데 일본에서 마진콜을 맞은 헤지펀드들이 자산을 정리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전 세계 시장은 어쩌면 하나와도 같았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 시장은 서로 영향을 심각하게 줄 수 있었다.
“엔화를 빌려서 주식을 샀던 기관에서 정리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습니다. 아무리 봐도 글로벌 마진콜인 것 같습니다.”
점점 시장이 진행됨에 따라 도경은 일종의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엔화 저점의 시대가 끝나는 걸까요?”
“글쎄. 확실한 건 앤캐리트레이드 청산은 우리도 예상했던 일이야. 잊었어?”
엔화가 역사상 최저점까지 내려가며 엔화를 빌려서 달러를 사면 가만히 있어도 리스크 없이 5%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지만, 지금 엔화의 성장은 미국 경제가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안전자산인 엔화로 돈을 옮기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스테판은 앞으로 엔화의 환율이 오를 거라 보는 것 같았다.
“글쎄. 지금 상황에서 이러쿵저러쿵해 봤자 답은 나오는 게 없어. 스테판.”
“네, 보스.”
“일본 시장이 열리고 우리가 먹을 수익율은 7%다.”
“만약 오늘 7%가 다 오르면요?’
“포지션 정리해.”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더 가져가지 않으시고요?”
“레버리지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이유는 없고, 그만큼의 배포도 없어 나는.”
어제 일본 시장의 상승에 베팅을 해 니케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세 배 레버리지를 사용해 매수한 상태였다.
“먹을 만큼 먹고 빠져나오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일본 시장에서는 철수야.”
“그럼 제 펀드는…….”
“다른 아시아 시장을 찾아. 경제 외적으로도 일본은 조금 불안한 지점이 있어.”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가 그리 생각하시면 이유가 있겠죠. 보스의 감각은 다르니까요.”
“어쨌거나 시장 계속해서 파악하고, 일본 시장이 열리면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스테판에게 할 말을 전하고는 리서치팀의 사무실로 향했다.
“여기는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보스.”
도경이 들어서자 피트와 리서치 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책상 위에는 감자칩 봉지가 널브러져 있었고, 사무실 한쪽 벽에 길게 자리 잡은 화이트보드에는 여러 사진들과 자료들이 붙어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편하게 일하는 거 알지?”
“그럼요. 배려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피트가 그런 말을 할 줄 아네. 그래, 리에게 전해 들었지?”
“네, 노던 골드에 관해서 탈탈 털라고 하셨다면서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 털까요?”
“그 친구들이 중국에서 어디까지 선을 넘었는지.”
“축제를 하시려고요?”
“축제?”
도경이 의아한 듯 묻자 피트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에게 공표하시려고 털어오라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도경은 크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랜만에 블러디 워터스의 보고서가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도경의 입에서 자신들이 예전에 활동했던 그룹명인 블러디워터스가 나오자 피트를 포함한 팀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이름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팀원 한 명 중국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리에게 지원하라고 할게.”
“네, 알겠습니다. 일주일만 주세요. 한번 해볼게요.”
“좋아, 그럼 믿고 기다릴게.”
도경이 그리 말하자 조금 전까지 편한 자세로 일을 하던 리서치 팀원들은 자세를 고쳐 앉고는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든든함을 느낀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 * *
“5분 남았습니다.”
“니케이 선물은?”
“+2%입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방향이 바뀌는 중이라 시장이 열려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날 밤.
어느덧 해가 지고 아시아의 주식시장이 열리려던 때였다.
도경을 포함해 스테판의 팀원들은 퇴근을 미루고는 야근을 하고 있었다.
“2분 남았습니다.”
한 팀원이 시장이 열릴 때까지 남은 시간을 말하자 도경은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스테판.”
“네, 보스.”
“매각 타이밍은 네게 맡긴다.”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 제가요?”
“그래. 나는 가이드라인을 내렸고 최종 판단은 펀드의 관리자인 네가 하는 거야. 네 펀드잖아.”
“…….”
스테판은 순식간에 중압감을 느낀 듯 식은땀을 흘렸다.
“긴장하지 마. 이미 느껴봤어야 할 걸 조금 늦게 겪을 뿐이야.”
스테판은 그동안 평탄하게 펀드를 운용해 왔다. 하지만, 언제고 시장이 늘 평탄할 수는 없었다.
“30초 남았습니다.”
그때, 한 팀원이 그리 말해오자 스테판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스.”
“왜.”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 오픈했습니다.”
일본 시장이 오픈하고 화면에 뜬 주가지수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스테판은 큰 소리로 말했다.
“언제든 가지고 있는 물량 전부 던질 수 있도록 스탠바이하고, 마틴 지수 계속해서 큰 소리로 외쳐.”
“+4%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일본 주식시장의 지수는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전날 있었던 폭락은 도경의 예상대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의한 마진콜이었던 것 같았다.
“+5.48%!”
“다들 아직 대기해. 내가 지시하면 던진다.”
“7.23%!”
시간이 점점 흐르며 주가 지수는 도경이 내린 가이드라인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스테판은 큰 소리로 말했다.
“더 기다려.”
어느덧 시장이 열린 지 세 시간쯤 지날 무렵.
“10.2%!”
전날 하락한 분을 모두 회복하자 스테판은 손을 들어 올려 입을 열었다.
“보유분 전량 숏.”
스테판의 지시에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들이 맡은 물량을 팔기 시작했다.
“마틴, 전부 매도 했습니다.”
“제이나, 전부 매도했어요!”
그렇게 하나둘, 자신이 맡은 물량을 모두 매각해 왔음을 알리자 스테판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보스.”
“고생했어. 이번 수익율은 전부 네 덕이야.”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만세를 불렀고, 팀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손뼉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