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7화(68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7화
“어제 한바탕 하셨다면서요?”
다음 날, 출근한 도경은 이지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스테판이 꽤 하더라고요.”
“대단하십니다. 보스도 스테판도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전날 밤, 일본 주식시장에서 스테판의 아시아 펀드가 큰 성과를 이루었다.
“이번 하락이 글로벌 마진콜이란 걸 알아차리지 않으셨습니까?”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머쓱한 듯 어깨를 으쓱였다.
“남들 다 폭락의 범인을 찾고 있을 때 보스께선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시고, 포지션까지 잡으셨죠. 그리고 이득도 보셨고요.”
“저 말고도 여러 곳에서 알아차렸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곳의 사례는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이지훈의 너스레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스테판과 팀원들 오늘 하루 휴가 줬으니 찾지 마시고요.”
“네, 들었습니다.”
“그리고…… 리서치 팀 이야기 들으셨죠?”
도경의 물음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크가 오늘 아침 비행기로 베이징으로 향했습니다.”
“중국 내에서 마크를 안내해 줄 사람은요?”
“수배 중입니다. 아마 유성그룹 쪽 주재원이 나설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게 됐네요.”
“차선태 실장의 소개로 섭외했습니다.”
도경은 흡족한 듯 주억거리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리서치 팀에서 요구하는 지원 모두 해주세요.”
“이번 일 공론화하시려고요?”
“네.”
도경이 단호하게 답하자 이지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일에서 그저 지켜보는 일을 하는 게 도경이었기 때문이다.
“오스틴이 찾아와 제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투자금의 환불을 원했을 때 정말 불안하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
“그런데 알고 보니 뒤에서 그 불안감을 부추긴 사람이 있었어요.”
오스틴 잭슨은 초창기부터 유성인베스트먼츠의 투자자 중 하나였고, 그의 성향은 도경이 잘 알고 있었다.
“주식시장에 관심은 많았지만, 잘 알지 못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성향이었어요. 오스틴은요.”
그 말에 이지훈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날 제 앞에서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마치 브리핑을 하듯 말했어요. 오스틴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오스틴은 앞으로의 경제를 추측할 이유가 없죠.”
이지훈은 대신해서 말하겠다는 듯 직설적으로 오스틴을 평가했다.
“물론 오스틴은 부를 축적할 만큼 능력은 있는 사람이지만요.”
“하하하, 지훈 이사님이 그렇게 강하게 말하는 거 오랜만에 보네요. 어쨌거나, 네. 오스틴이 그날 제게 한 말은 누군가가 한 말을 그대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크레이그 톰슨이라고 보시는 거죠?”
“모든 정황이 그리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해지 수수료를 물어가며 오스틴이 펀드에서 돈을 빼도록 부추긴 사람은 크레이그일 거라고 도경은 확신했다.
“크레이그 톰슨은 선을 넘었습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에게 돌려주어야겠죠.”
“그게 노던 골드의 중국 투자 건이라고 보시고요.”
“네, 정상적인 사업일 수가 없을 겁니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 광산 채굴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건 필연적으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이야기했다.
그것은 범법적인 행위일 수도, 혹은 범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노던 골드를 크레이그 홀딩스가 인수하기 전에 멈추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길이겠죠.”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리서치팀을 잘 도와서 보스의 의도대로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네, 고생해 주세요.”
이지훈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익숙한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윤,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걸려고 했어.
“빌, 어떻게 됐어?”
-네 말대로 우리도 글로벌 마진콜로 보고 바로 포지션 잡았었어. 큰 이득을 봤다. 고마워.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은 파미르 캐피털의 윌리엄 마셜이었다.
도경의 힌트를 알아듣고 똑같이 포지션을 잡았던 것 같았다.
“고마우면 내가 부탁을 하나 해도 될까?”
-부탁?
“혹시 탐사보도 쪽으로 아는 기자 있어?”
도경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 빌은 생각을 하는 듯 잠시 아무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없으면…….”
-아니, 누가 적당할까 생각했던 거야. 있어. 더 포스트에 내 대학 동기가.
“그래?”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을 거지?
“하하하, 아직 확실한 게 아니라서 말이야.”
-전화 끊고 메시지로 연락처 보낼게.
“고마워.”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 이번 일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끝에는 이야기해 줄 거지?
“물론이지.”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고.
그렇게 인사를 하고 빌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약속한 연락처가 메시지로 도착했고, 도경은 심호흡을 하고는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괜찮을까요?”
한편, 크레이그 캐피털의 크레이그 톰슨은 캐나다로 향하는 자신의 전용기에 타고 있었다.
“뭐가?”
“노던 골드 말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은데. 입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경고가 섞인 크레이그의 말에 부하 직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아는 문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던 골드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생각한 건 그들의 방향이 맞다고 본 거고.”
“…….”
“캐나다는 매년 금광 채굴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심각하게 해.”
아무래도 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정책이 채굴업체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매년 늘어나는 규제에 의해 늘어나는 비용들이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도 나왔으니까.
“환경 규제를 지키는 비용보다 다른 나라에서 사업권을 따기 위한 로비 비용이 더 싸게 먹히는 시대야.”
크레이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노던 골드가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 말이다.
“NHL팀을 인수하기 위해 노던 골드 같은 금광업체의 지분을 대주주가 판다고? 말도 안 되지.”
“그럼…….”
“매년 늘어가는 비용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거지. 대주주는 그렇게 탈출하려고 하지만, 다행히도 노던 골드의 경영진들은 똑똑했어.”
크레이그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른 곳도 아닌 중국으로 시선을 튼 건 말이야.”
“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리스크는 오히려 더 심할 수 있습니다.”
“글쎄. 내 생각은 다른데.”
크레이그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곳이야말로 규제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또 서로의 이득 분배만 확실하게 한다면 사업자들에겐 낙원이 아닌가?”
이득 분배라는 말에 크레이그는 힘을 주었다.
“어쨌거나 네 우려는 잘 알겠어. 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할 것도 못 하게 만든다는 걸 명심해.”
크레이그의 말에 부하 직원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뭐, 좋은 지적이었어. 네가 말한 그 리스크를 노던 골드 대주주와 협상을 하며 가격을 좀 깎을 수 있는 명분은 되겠네.”
크레이그 톰슨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좌석에 몸을 기댔다.
* * *
“중국 현지에서는 소문이 이미 돌고 있더라고요.”
일주일 후,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리서치 팀원과 도경 그리고 피트 창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문?”
“네. 연운금광개발은 왕닝이 실소유를 했다고요.”
왕닝은 산둥성의 실력자였다.
“아들인 왕웨이를 대표로 앉혀놓긴 했지만, 모두가 아는 거 같더라고요. 왕닝의 다른 지갑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어?”
도경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기율검사위원회의 서기, 그러니까 미국으로 치면 플로리다주 검찰총장인데 누가 말을 하겠어요.”
“플로리다 검찰총장이 다른 지갑을 차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그는 옷을 벗어야 할걸?”
“중국이니까요.”
팀원의 말에 도경과 마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로 알면서도 일부러 쉬쉬해 주는 감도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
“네, 어차피 다른 지갑을 차는 건 너나 나나 똑같으니 서로 지켜주자…… 같은 분위기?”
“그런 분위기인데 용케 알아왔네.”
“취재비 명목으로 돈을 주겠다고 하니 입을 열던걸요.”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쨌거나 연운금광개발이 따냈다는 라이저우 금광 후보지에 가봤어요. 이게 그때 찍어온 사진이고요.”
팀원은 태블릿 PC를 두 사람의 앞에 내려두었다.
“장비를 눈여겨보세요.”
“포크레인 한 대인데?”
피트의 말에 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주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6개월째 저 모습 그대로래요.”
“그러니까…….”
“애초에 금광 개발이 목적이 아닌 것 같아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프로젝트를 따냈으면 바로 채산성 조사를 하고, 개발에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이러고 있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팀원은 도경과 피트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추측을 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중국에서의 사업은 뭔가 엑시트하려는 움직임 같아요.”
“엑시트?”
피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묻자 팀원 대신 도경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던 거지.”
“네, 보스의 말대로예요!”
가령,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사업을 따내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노던 골드는 대주주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혹은 회사의 가치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그럴 수 있었다.
“아니면, 이미 채산성 조사를 마쳤을 수도 있고.”
“그렇다는 건 채산성이 없다고 보는 걸까요?”
피트가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당 구역에선 아무리 파도 금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이 납득이 가는 거지.”
“그렇다면 주주들에게 알려야…….”
“그러니까 내가 께름칙했던 거야.”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 예쁘게 꾸며진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보고, 이럴 수는 없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 이유가 있어.”
“통제한다고 보시는군요.”
“숨기고 통제하고, 꾸미고.”
물론 훌륭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노던 골드가 영위하는 사업은 늘 성공할 수가 없었다.
“채굴 프로젝트들은 구역의 사업권을 따내도 늘 실패할 수 있어. 다만, 이걸 투명하게 밝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인 거지.”
“확실히 노던 골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실패했다는 내용은 없었어요.”
피트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정리가 되었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피트.”
“네, 보스.”
“이대로 보고서 쓸 수 있겠지?”
“강도는요?”
“보고 느낀 대로 하나도 빼는 것 없이.”
그 말에 피트는 입꼬리를 씨익 하고 올렸다.
“그게 제 전문이죠.”
“좋아. 그럼 보고서 준비해 줘. 얼마나 걸릴 거 같아?”
“나흘이면 됩니다.”
“언론에 줄 자료도 만들어줄 수 있어?”
“언론이요?”
“탐사보도 기자를 한 명 소개받았거든. 내가 얻어맞고도 가만히 있을 위인은 못 돼서.”
도경은 판을 키우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