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9화(68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9화
“실사는?”
며칠 후, 크레이그 캐피털.
노던 골드 인수 양해 각성을 체결한 크레이그 톰슨은 부하 직원을 향해 물었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별 이상은 없지? 거기 재무제표가 너무 깨끗해.”
숨기든 뭐든 상관없이 인수는 할 거지만, 가격을 더 깎을 수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었다.
“네. 3년 전 코로나 때 빅 배스를 해서 그런지 재무상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빅 배스big bath는 누적 손실이나 잠재적 부실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들을 한 회계연도 장부에 모두 반영해 털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향후 재무제표는 새로운 부실 요소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익이 증대된다.
“빅 배스를 했었어? 그런데 우리가 왜 몰랐지?”
“당시에는 현 CEO인 존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존은 생각보다 영악한 인간이군.”
노던 골드의 CEO는 기술 친화적으로 유능하면서도 영악한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기술자 출신 CEO들이 정무적인 감각은 떨어지는 반면, 존은 무엇을 해야 본인이 스톡옵션으로 받는 지분의 가치들이 오르는지 알고 있었다.
“외부에는 끊임없이 회사가 깨끗하다는 걸 보여주고, 내부에서는 할 일을 다 하고 있지.”
“존이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노던 골드의 CEO는 외부에는 자신들이 끊임없이 좋은 회사임을 어필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투자자인 크레이그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음에 들지.”
“그렇다면 인수를 해도 계속 존을 CEO로 쓰시겠군요.”
“글쎄. 그건 다른 얘기지.”
크레이그의 말에 부하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원하는 상의 CEO이긴 하지만, 내 편인지는 아직 모르겠거든.”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게 중요한가요? 우리에게 돈만 벌어다 줄 수 있으면…….”
“매우 중요해. 너도 앞으로 이 자리에 앉아서 투자를 하다 보면, 유능한 CEO보다 무능해도 내 편. 즉,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유능한 CEO는 바닥에 널렸다.
돈만 많이 준다면 그들을 고용할 수 있다고 크레이그는 생각했다.
“괜히 경영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방식대로 하면서 가치를 끌어올리기보다는 끊임없는 투자를 하는 인간들이 있거든.”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우리의 목표는 2년 안에 노던 골드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엑시트하는 거니까. 내 말을 잘 들을 CEO가 필요해.”
크레이그는 노던 골드를 인수한 이후 투자를 한다거나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현상 유지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시킬 생각이었다.
“실사에 큰 문제가 없지?’
“네. 다만, 이미 알고 계신 중국 건과 더불어 캐나다 내부에서도 조금 유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존이 생각보다 수완이 좋네. 캐나다에서도 그런 짓을 하다니.”
크레이그는 미소를 지으며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잔잔한 건 그냥 넘어가자고.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협약서 작성 준비해.”
“이렇게나 빠르게 말입니까?”
“그래. 투자자들의 돈도 다 들어왔고, 어차피 형식적인 실사 더 끌어서 뭐 하겠어?”
크레이그의 말에 부하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겠습니다.”
“얼마나 걸려?”
“초안 나오는 데 일주일, 법적 검토를 받고 상대와 의견 교환을 하는데 일주일 보름 정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길어.”
크레이그는 조바심이 난 듯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애초에 초안 작성부터 상대측을 참여시켜서 함께해. 그리고 각자 법적 대리인도 배석시키고.”
그 말에 부하 직원은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후에 협의 후 수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초안은 유리하게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도 초안 작성에 참여시킨다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괜찮아.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컨트롤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시간을 최대한 줄여.”
부하 직원은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갔고, 크레이그는 흡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 * *
“현재는 추측뿐이긴 하지만, 확실히 미국인들과 캐나다인들의 인식상 좋지 않은 일임엔 분명해요.”
일주일 후, 도경은 리서치팀을 이끄는 피트와 노던 골드에 대한 자료를 준비 중이었다.
“노던 골드의 금광 개발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내보낼 거거든요.”
“계속 얘기해 봐.”
“그러니까, 최근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부는 반중 정서가 먹힐 거예요.”
“단순 정서만 먹히는 게 아니겠지.”
“네. 기업의 청렴을 극도로 요구하는 곳들이니까요.”
피트가 노던 골드에 대한 리포트를 블러디 워터스 이름으로 발행하며,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 도경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특히 노던 골드가 로비하고 있는 왕닝은 산둥성 당간부이기도 하지만, 공산당 중앙에도 자신의 라인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
“네, 중국 공산당의 3대 파벌 중 하나인 공산주의 청년단에 소속되어 있어요.”
중국 공산당 내부에는 세 개의 파벌이 있었고, 이들이 주요 당 요직에 올라 있었다.
흔히 계파정치라 부르는 파벌정치는 어느 나라나 있었지만, 중국은 좀 더 정치의 중심이었다.
같은 파벌에 속한 인원들을 밀어주고 당겨주는 문화가 강했다.
“아시다시피 현재 중국의 국가주석은 태자당 출신이잖아요.”
“맞아.”
“그런데 이 사건이 자신들이 가장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터진다면.”
“일단 먼저, 미국 의회의 의원들이 물겠지.”
“상하원 가리지 않고 물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노던 골드의 CEO가 청문회에 앉아 있을 수도 있고요. 톡식의 CEO가 당하듯 말이에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의회에서 가장 좋아할 수 있는 소재의 비리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렇게 시끄러우면 중국은 가만히 있을까요?”
“아니. 조사를 하겠지.”
“아뇨. 정확히는 조사하는 척을 할 거예요.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요.”
피트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어쨌거나 왕닝은 공청단 출신이니 현재 중국의 집행부에서는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할 거고요.”
“그럼 정치적인 문제들로 인해 결국 연은금광개발은 좌초되겠네.”
“맞아요. 그럼 거기에 큰돈을 쓴 노던 골드는 힘들어지겠죠.”
피트의 계획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그런 일이 터진다면 크레이그 캐피털은 노던 골드 지분 인수를 포기하겠죠.”
“그럴 수밖에 없겠지. 정치적인 문제들과 더불어 큰 손해를 본 기업을 그 가격에 인수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네, 보스의 목적대로 인수를 포기하게 되겠죠.”
도경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 고객을 빼간 크레이그 톰슨에게 엿을 먹이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인수를 포기하게 만들어서 개인 고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만드는 거요.”
“뭐, 난 첫 번째가 더 좋네.”
도경의 말에 피트는 피식하고 웃었다. 자신의 상사 속마음은 그게 우선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걸려?”
“열흘 정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추측과 정황뿐인 보고서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왜 그렇게 추측했는지 증거들은 담아야 하거든요. 팀원 하나가 또 중국으로 나갔습니다.”
“리에게 들었어. 사진을 찍으러 갔다고.”
“네. 가장 중요한 것은 비리 냄새도 나지만,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결국,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노던 골드가 불법적인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광 채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구멍이 난 항아리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쏟아 넣은 것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 열흘이면 충분할 것 같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지이잉-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하던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피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자료를 넘겨준 더 포스트의 기자인데, 이쪽에서도 뭔가 찾은 것 같네. 지금 이메일로 공유해 주겠대.”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랩톱으로 도착한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브로커네요?”
“그럴 것 같았어. 노던 골드가 아무리 세계적으로 뛰어난 금광 채굴 업체라고 해도 단번에 중국의 공산당 간부에 선을 댈 수는 없었겠지.”
도착한 이메일에는 노던 골드와 왕닝을 연결해 준 브로커에 대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보고서를 만들어봐.”
“네, 알겠습니다. 점점 재미있게 돌아가네요.”
중개인을 두는 것이 불법은 아니었다. 그 중개인이 무엇을 중개하느냐가 중요했지.
노던 골드는 중개인을 고용해 불법적인 일을 중개해 달라고 했고, 브로커 또한 그것을 한 것이다.
피트가 이야기한 대로 게이트라고 불러도 될 급의 사건으로 커지고 있었다.
“그럼 고생해. 문제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도움 요청하고.”
“네, 알겠…….”
띠링-
띠링-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피트의 컴퓨터에서 알림음이 울렸고, 도경은 확인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알림을 걸어둔 건들은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보스.”
“왜?”
“블룸버그 속보인데, 크레이그 캐피털과 노던 골드 대주주가 지분 매각 계약서를 체결했답니다.”
“뭐? 벌써?”
도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계약에 놀란 듯 되물었다.
“물리적 시간이 안 되는데…… 아무래도 둘 사이에 뭔가 시간을 단축하자는 협의가 있었나 봅니다.”
피트는 그리 말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떡할까요?”
그러고는 도경에게 답을 원했다.
계약서를 체결한 이상 돈이 오갈 테고, 그럼 노던 골드 대주주의 지분은 크레이그 캐피털 펀드의 소유가 될 것이다.
“이거 지금 터뜨리면, 개인투자자들도 결국 피해를 볼 거예요.”
“…….”
빨라도 너무 빨랐다.
피트의 말대로 이제는 인수 계약이 끝났고, 이 건을 터뜨린다면 개인투자자들을 손해를 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저는 무엇이든 보스의 선택에 따를 뿐이에요.”
도경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 보고서를 계획대로 발표한다면, 노던 골드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크레이그 캐피털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펀드는 원금손실급 피해를 입을 것이고.
처음 말했던 대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만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로 도경은 아무런 말이 없이 고민에 잠겼고, 피트는 그런 도경에게 시간을 주겠다는 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있다면?”
“네?”
“피트, 우리는 일정대로 보고서 발간한다. 다음 일은 나한테 맡겨.”
도경이 확신을 가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피트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썰!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거수경례를 하며 자리에 앉아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피트를 보며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