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8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8화(68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88화
“25억 달러.”
캐나다 빅토리아.
영국식 건축양식의 우아한 건물들이 눈길을 끄는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의 스위트룸.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자연경관들과는 정반대였다.
서로 우위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협상이 오가고 있었는데, 상대의 말을 들은 크레이크 캐피털의 크레이그 톰슨은 한기가 도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비, 말씀드렸을 텐데요. 나는 바비의 지분에 20억 달러 이상 쓸 생각이 없습니다.”
“하하하, 크레이그. 왜 이러나? 처음부터 이 협상 테이블이 열리는 조건은 25억 달러였네.”
“그것은 내가 아는 것이 없을 때였죠.”
크레이그 톰슨의 말에 노던 골드의 대주주 바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땐 노던 골드가 아주 훌륭한 기업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아니란 말이야? 노던 골드는 훌륭해.”
“훌륭하죠. 겉으로 보이는 것은 말입니다.”
크레이그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옆에 앉은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신호를 받은 직원은 테이블 위에 사진 몇 장을 올려놓았다.
“존 스미스가 중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사진입니다.”
“……내 뒤를 밟은 겁니까?”
협상장 테이블 한편에 앉아 있던 노던 골드의 CEO는 불편한 기색을 감출 생각이 없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며 물어왔다.
“뭐, 이게 헤지펀드의 방식이니까요.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어떻게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까? 내 뒤를 조사했다는데?”
“존, 투자를 해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압니까?”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네요. CEO의 뒷조사를 하시는 걸 보니.”
호의적이지 않은 상대의 반응에 크레이그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CEO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투자도 할 수 있는가 보군요?”
상대가 다시 쏘아붙이자 크레이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완전 잘못 짚었습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이런 건 내 기준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내 뒤를 밟은 겁니까!”
“약점을 잡을 수 있으니까.”
크레이그는 그리 말하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존의 옆에 있는 사람은 산둥성의 당간부인 왕닝이죠. 꽤 공들이는 사람인가 봅니다. 점심 식사 자리는 2천 달러(약 274만 원), 저녁 식사 자리는 5천 달러(약 686만 원)가 드는 자리였으니까요.”
그 말에 상대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매년 버는 돈이 1억 달러쯤 됩니다만, 저녁 한 끼 식사에 5천 달러를 태우지는 못하는데 말이죠.”
“…….”
“꽤 쉬웠습니다. 나름 노던 골드는 투명한 경영을 대외적으로 말하며 홈페이지에 프로젝트 내역을 공개해 놨으니까요. 간단한 한 줄로 처리된 중국 금광 개발 프로젝트 이 한마디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거든요.”
크레이그는 승기를 잡기 위해 상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노던 골드가 아무리 금광 채굴 업계에선 알아준다 하더라도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크레이그.”
“불가능할 것은 없죠. 노던 골드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금을 채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게 중국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연운금광개발.”
크레이그의 입에서 숨기고 싶었던 이름이 나오자 상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 놀랄 것 없습니다. 웬만한 헤지펀드에서는 다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걸 어떻게…….”
“겉으로 표방하고 싶은 투명경영이 문제겠죠. 혹자는 노던 골드가 중국에서도 금광 개발 프로젝트를 한다고? 신기하네라고 하겠지만.”
크레이그는 한기가 도는 굳은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게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되거든요. 왕닝의 아들을 사장으로 앉혀놨던데. 지분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은 상대의 말에 크레이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괜찮습니다. 곧 알게 될 테니까요. 바비, 들으셨죠?”
“크레이그, 말이 다른 건 용납할 수 없소. 처음 25억 달러…….”
“바비, 아직 이해 못 했나 본데. 당신이 그렇게 자랑하던 노던 골드가 자칫하면 어마어마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요.”
“…….”
“중국에 가져다 바친 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비리가 있다는 기사가 여기서 나가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아마 중국 공산당 정부에서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그들은 비리를 캐지 않았다.
후에 숙청을 할 때 좋은 명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연운금광개발을 해체시켜 버리고 금광 채굴 사업권도 박탈하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게 중국이었으니까.
“리스크가 있는 상품을 제값 주고 살 수는 없습니다. 20억 달러.”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글쎄요. 거절하는 건 바비의 선택이지만, 20억 달러도 못 받게 되겠죠.”
제안이자 협박이었다.
너는 어떻게든 지분을 20억 달러 이상으로는 팔 수 없을 거라는.
“잔인하구먼.”
“글쎄요. 선택을 잘못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20억 달러라는 상식적인 가격에 우리가 사들인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좋아. 팔겠네.”
노던 골드의 대주주가 그리 말하자 크레이그는 웃으며 옆에 앉은 CEO를 바라보았다.
“존, 이제 내가 들을 자격이 있습니까?”
“5 대 5로 나누었습니다.”
“회사 설립과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필요한 돈은 전부 노던 골드에서 댔겠고.”
“그렇습니다.”
“당신 유능한지 알았더니 꽤 엉망이었네요. 뭐, 좋습니다. 내가 필요한 건 겉으로 유능해 보이는 내 말을 잘 들을 CEO니까.”
CEO는 부들부들 떨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MOU 작성할까요?”
크레이그의 말에 부하 직원은 양해각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고, 크레이그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 * *
“이게 사실입니까?”
한편, 도경은 마이애미로 찾아온 기자를 만나고 있었다.
상대는 더 포스트라 불리는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였는데, 빌의 도움으로 소개받았다.
헤지펀드 내부의 문제점을 보도할 때 빌의 도움을 꽤나 받은 기자였다.
“글쎄요. 그걸 알아내시는 게 기자님의 몫이 아닐까요?”
도경은 자신이 건넨 자료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상대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중국에서 깨끗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런데 이걸 왜 저에게 넘겨주시는 겁니까?”
기자는 방어기제를 잔뜩 두르고는 도경을 향해 말했다.
“설마 이걸 터뜨리고 유성인베스트먼츠 혹은 윤 당신이 이득을 보려고 한다면, 난 이걸 받을 수 없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기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제보들을 받았을 것이고 개중에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기자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것이 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나는 기사를 쓰지 않을 겁니다.”
“피해자를 막기 위함입니다.”
도경은 굳은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미 많은 헤지펀드들이 노던 골드에 대해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크레이그 톰슨이라는 투자가가 함께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 달려들 테니까요.”
“…….”
“그런데 KDR을 제외한 많은 헤지펀드, 뮤츄얼 펀드들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왜?”
상대는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챌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것이 제가 드린 자료에 적힌 비리이든 아니면, 그냥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든.”
너무 깨끗함은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크레이그 캐피털은 개인투자자들과 함께하기로 했죠.”
도경의 입에서 개인투자자의 존재가 나오자 기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소 1억 달러, 3년간 환매 금지.”
“3년간이요?”
물론 헤지펀드의 펀드상품 중에는 기간을 두고 환매가 불가능한 펀드가 있었다.
하지만 3년은 길었다. 보통은 2년가량이었다.
“주식에 장기적인 포지션을 잡는 것도 아니고, 채권도 아니고, 메자닌 투자도 아닌데 기업 인수 비용을 조달해 놓고 3년간 환매 금지라는 조건은…….”
“투자자들의 돈으로 매수 이후, 엑시트할 때 정산해 주겠다는 말이죠.”
그 기간 실패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도경이 지금 기자에게 건넨 것들보다 더한 노던 골드의 비리가 나올 수도 있었고, 경영이 악화될 수도 있었다.
3년 후엔 원금이 손실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크레이그는 이걸 모를까요? 차라리 크레이그에게 이걸 알려주는 게…….”
“알고 있을 겁니다.”
“네?”
“오히려 가격을 깎고 있겠죠.”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죠?”
“크레이그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알 겁니다.”
도경이 지난 며칠 크레이그에 관해 조사를 했을 때 크레이그는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며 CEO들이나 주주들의 약점을 잡는 것으로 인수 가격을 깎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부분은 인수 예상가보다 저렴하게 인수를 했으니 단순 소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걸 굳이 기자에게 자신의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기자도 조사를 하며 확신을 가질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빠르게 조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도 자료가 준비되고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니까요.”
“얼마나 걸리시죠?”
“글쎄요. 아직 자료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보스, 방금 기사가 떴어요. 크레이그 캐피털이 노던 골드 대주주의 지분을 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요. 물론 아직 양해각서고, 계약 완료는 아니에요.]사무실에 있는 피트 창의 메시지였다.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네요.”
“네?”
도경은 기자를 향해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아직 크레이그 캐피털 측이 돈을 모두 확보하지 못했나 봅니다. 양해각서를 체결한 걸 보니. 실제 계약에 이르기 전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보통 얼마나 걸리죠?”
기자는 마음이 급한 듯 도경을 향해 물었다.
“투자자들이 약정한 금액을 송금해서 20억 달러가 모이면 언제든.”
“…….”
“20일 정도 될 겁니다. 짧으면 보름.”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유성인베스트먼츠로 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니, 기자님께서도 빠르게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윤의 진심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기자는 도경이 건넨 자료를 챙겨 가방 안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잠시 그가 내민 손을 지켜보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았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