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9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0화(69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0화
“크레이그, 다시는 당신과 협상을 하고 싶지 않소.”
이틀 후, 캐나다 빅토리아.
노던 골드 대주주의 저택. 오늘 이 자리에서는 대주주 지분을 크레이그 캐피털이 인수하는 계약서 작성이 있을 예정이었다.
노던 골드의 대주주는 치가 떨린다는 듯한 얼굴로 크레이그 톰슨을 향해 말했다.
“나도 바비와는 다시 협상하기가 싫습니다.”
크레이그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말을 받아쳤다.
“계약서 초안을 작성할 때 그런 조항들을 넣을지는 몰랐습니다.”
“그야, 그동안 크레이그가 나와 존을 너무 몰아세웠으니 복수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대주주는 진담이 섞인 농담을 던졌다. 분명 크레이그와 협상 단계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레이그는 지독하게도 이쪽의 약점을 쥐고 흔들어댔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실사가 한 달쯤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일주일 만에 끝이 났으니 안전장치는 걸어두어야겠죠.”
“그 조항이 없었어도 나는 인수 이후에는 모두 책임지려 했습니다.”
“글쎄요. 조금 전에 말했듯 크레이그와는 다시 협상을 하기 싫어서.”
기실, 계약서 초안을 작성할 때가 이 인수 협상에서 가장 크레이그를 힘들게 한 시간이었다.
상대는 실사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다는 걸 문제 삼아왔다. 보통, 실사 기간이 짧으면 매각 측에서는 좋아하지만, 상대가 크레이그이니 다르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계약서에 서명을 한 이후로는 어떠한 문제도 내게 삼을 수 없다는 걸 조항으로 넣은 겁니다.”
계약서에는 서명 이후, 새롭게 발견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주주에게 문제를 물을 수도 없고, 경영진에게 배임으로 소송을 걸 수 없도록 명시해 두었다.
크레이그도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인수를 천명해 놓은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금값도 다시 꿈틀하고 있었고.
“어쨌거나, 오늘 이후로는 다시 친구로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크레이그가 그리 말해오자 대주주는 어깨를 으쓱였다.
“바비,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같은 편일 때는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일 테니까.”
“그렇다면 나도 크레이그를 피할 이유는 없지요.”
“그럼, 위약금 조항을 좀 빼주시겠습니까?”
“뭐라고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그리고 계약서에는 계약서 작성 이후, 인수 협상을 파기할 시에는 귀책사유가 있는 쪽에서 계약금의 두 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했다.
명시된 계약금이 인수 금액의 50%니, 인수 대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것과 같았다.
“어쨌거나 좋은 거래였습니다. 내가 협상 기간 동안 바비와 존에게 저지른 실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래도 마지막이 되니 크레이그는 예의를 차렸고, 상대는 그게 싫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약을 진행할까요?”
크레이그가 그리 말하자 양측 법적 대리인들이 최종으로 계약서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합의하에 작성한 계약서이긴 했지만, 혹시 누군가가 장난을 쳐놨을 수도 있으니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문제없습니다.”
양측의 변호사가 그리 이야기하자 크레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금은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바로 지급될 것이고, 나머지 금액은 늦어도 사흘 후까지 지급될 겁니다.”
“깔끔하군요.”
“그럼요. 돈은 깔끔하게 지급해야죠. 그럼 서명하실까요?”
“서명 이후에는 계약서의 내용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상대측 변호사가 그리 말해오자 크레이그는 피식 웃으며 만년필을 꺼내 들고는 과감하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으니까.”
상대측도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서로 서명한 계약서를 주고받은 이후 또 서명을 했다.
“현 시간부로 계약은 성립되었으며, 바비 월즈의 노던 골드 지분은 모두 크레이그 캐피털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상대측 변호인이 그리 말하자 크레이그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바비, 즐거운 거래였습니다.”
“나 또한, 힘들었지만 크레이그와 일할 수 있어 좋았소.”
“그럼 나가실까요? 제가 식사는 대접해야 할 것 같아서.”
“하하하, 아주 비싼 밥이 필요할 겁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앙금을 모두 털어버린 듯 크게 웃으며 함께 걸었다.
* * *
-제 목소리가 잘 들리나요?
“네, 잘 들립니다.”
며칠 후, 도경은 리서치 팀 사무실에 앉아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였다.
-브로커 쪽을 파다가 알아낸 건데, 노던 골드가 지금 중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금광 개발에도 눈독을 들이는 것 같아요.
의도치 않게 기자와 분업을 하게 되었는데, 기자는 노던 골드와 연관이 있는 중개인을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리서치 팀은 직접 팀원 한 명이 중국으로 넘어가 연운금광개발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쪽을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카자흐스탄에 있는 기자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쪽에서도 금광 개발과 관련된 비리가 만연한 것 같더라고요.
“재미있네요. 호주와 같은 나라가 캐나다 업체로서는 접근하기 더 편할 텐데, 오히려 접근하기 더 힘든 나라로만 진출하려고 하는 게요.”
-금광으로 유명한 호주나 남아공 같은 경우는 그래도 어느 정도 비리들을 파낼 수 있는 언론들이 있는 나라니까요. 하지만, 노던 골드가 접근한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권력이 중앙집권적이긴 하죠.”
아무래도 자신들이 적은 돈을 쓰고 사업을 따낼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정상적으로 입찰을 하고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많은 돈을 입찰가로 써내야 하니까요.”
-네, 로비 자금이 분명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적은 돈이죠.
“저희 쪽도 직원이 중국으로 넘어가 노던 골드가 지분을 투자한 연운금광개발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라이저우에 따낸 금광은 채산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 기자는 놀란 듯했다.
“금광 개발 프로젝트라는 게 원래 그런 일이니까요. 애초에 라이저우의 금 매장 후보지 중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구역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노던 골드는 왜 많은 돈을 투자했죠?
“저도 그게 의아해서, 제 정보원에게 연락을 했었습니다.”
리우가 소개해 준 전 산둥성 부성장이 도경의 정보원이었다.
“보통 금광 개발에 처음 참여하는 업체들은 그런 곳을 일부러 낙찰받는다고 하더군요.”
-왜죠?
“실적이 필요하니까요.”
도경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좋은 줄을 찾아 로비를 펼친다고 하더라도, 실적이 없는 곳을 처음부터 금광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에 배정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 그러니까……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군요?
“그렇습니다. 아마 지금 연운금광개발은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일 겁니다.”
-그곳은 금 채산성이 뛰어난 곳이겠고요.
“네.”
도경의 말에 수화기 너머 기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저희는 일단 브로커를 다루는 기사를 써낼 거예요.
“저희는 지금 자료 준비가…….”
“내일 보고서 올라갈 예정입니다.”
옆에 있는 피트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내일 리포트 공개할 겁니다.”
-빠르게 준비해야겠네요. 이런 큰 건을 줘서 고마워요. 윤의 바람대로 개인투자자들의 돈은 지킬 수 없게 되겠지만요.
증거가 하나둘 모이자 사건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 부분은 제가 생각해 둔 바가 따로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네, 더 이상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이런 일이 더 있어선 안 되었고 또, 노던 골드의 폭주가 더 없길 바랐다.
-저도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며 피트를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또 세상은 시끄러워지겠네.”
“그 중심에는 우리 블러디 워터스와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있고요.”
“그래. 블러디 워터스의 보고서가 뜨면 늘 시끄러워지니까.”
“그런데 보스, 방법이 정말 있어요?’
“뭐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시다고…….”
피트가 묻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늘 모든 인수 금액 지불이 끝났습니다.”
한편, 크레이크 캐피털.
크레이그 톰슨은 이제 노던 골드가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는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꽤 오래 공들였는데, 드디어 결과를 보는군.”
“그것도 아주 싼 가격에 인수를 했습니다.”
5억 달러나 후려쳤으니,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이제 어떻게 하실 예정…….”
“CEO부터 만나야겠지.”
“저번에 말씀하신 대로 아군인지 확인하시려고요?”
“아니, 아무래도 그 친구와 함께 갈 수는 없을 것 같아.”
크레이그는 오랜 시간 고민한 듯 부하 직원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무 제 잘난 맛에 사는 친구라, 내가 원하는 CEO상이 아니거든.”
“그래도 상장을 위해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훌륭한 CEO기도 합니다.”
“그건 이제 내가 해도 돼. 그 부분에선 내가 더 뛰어나거든.”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주인공은 크레이그 톰슨이어야 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현재 CEO가 있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크레이그의 말이었다.
“그래, 그럼 이사회부터 열자고. 이사회를 열어서 내가 이사가 되어야 현 CEO를 몰아낼 명분이 생기니까.”
“그럼 그전에 다른 이사들과 약속부터 잡겠습니다.”
“하하하, 눈치가 빨라서 좋아. 그래, 그렇게 하자…….”
지이잉-
한참 그렇게 노던 골드의 앞으로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부하 직원의 휴대전화에선 쉴 새없이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죄송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부하 직원은 크레이그에게 사과를 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크레이그에게 보고 중이니 사무실로…… 뭐? 그게 사실이야?”
순간 큰 목소리로 부하 직원이 말하자 크레이그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크레이그, 큰일 났습니다.”
“왜? 무슨 일이야?”
“블러디 워터스 아시죠?”
“알지.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매도 리포트 업체 아냐?”
“거기서 노던 골드의 중국…… 커넥션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고 합니다.”
“뭐?”
그 말과 동시에 크레이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연운금광개발에 대한 내용도 보고서에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부하 직원의 말에 크레이그는 입만 뻐끔거리다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