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9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1화(69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1화
“어떻게 됐어?”
“상황이 심각합니다. 블러디 워터스의 보고서 이후 바로 이어진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 때문에 노던 골드로 어마어마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공매도로 보고서로 유명한 블러디 워터스에서 노던 골드의 중국 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냈고, 그 이후 크레이그는 수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리야 CEO의 뒤를 밟아서 알았다지만, 다른 곳은 어떻게 안 거야?”
“노던 골드 대주주의 지분이 매각 대상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는 넉 달 전부터 있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크레이그의 이맛살은 구겨져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그러니까 그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단순한 한 줄에서 출발했다고?”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거, 정말 시간이 많은 놈들이군.”
자신들이야 오래전부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약점을 잡아야 했지만, 블러디 워터스는 그저 보고서를 발간하는 세력이었을 뿐이다.
“무슨 이득이 있길래? 노던 골드가 상장사도 아니고, 가치를 까먹는 보고서를 발행한다고 해서 자기들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
크레이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득을 볼 건덕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저들이 왜 시간을 투자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 기준에서는 이해 못 할 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은 단순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세력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익만을 보고 움직이는 크레이그는 100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블러디 워터스와 무언가가 있나? 일전에 부딪혔다거나.”
“없습니다.”
“그럼 단순히 움직였다고?”
“굳이 이득을 볼 것을 찾자면, 블러디 워터스는 자신들의 이름을 모두에게 알릴 수…….”
“그러니까! 그게 돈을 벌어다 주냐고!”
“…….”
크레이그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미안하다. 그래서 지금 해결책은?”
“일단, 노던 골드에서는 부인하는 보도 자료를 배포할 거라고 합니다.”
“단순 부인 해서 되겠어?”
“그렇다고 해서 인정을 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이야기는 커져갈 겁니다.”
“지금 이거 의회에서도 관심을 가지려고 해. 알지?”
블러디 워터스의 보고서는 시장에만 한정적으로 파급력을 던졌다면,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는 잔잔한 호수였던 워싱턴 정가에 돌을 던진 거나 다름없었다.
“대선 때문에 양측이 모두 중국을 더 심하게 때리고 있어. 그런데 이 와중에 캐나다 기업이 중국에서 로비로 사업을 따냈다?”
물론 노던 골드는 캐나다 기업이긴 했지만, 미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의회는 노던 골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겠어? 더군다나 우리가 지분을 인수했으니 더더욱 날뛰겠지.”
“일단, 그 부분은 존의 대응을 믿고 기다리고 우리도 나름대로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우리에게도 입장을 물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몰랐다로 일관해.”
“인수 과정에서 저희가 실사를 한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무능한 걸로 가자고.”
크레이그는 이 비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무능한 것을 택했다.
“그렇게 되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당장 어떤 문제가 생기지?”
“고객들이 투자 계약서상 우리 실책이 있을 시 투자금 환매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용할 겁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순간 아차 하는 표정으로 크레이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그럴 수 없지. 방법이 뭐 없어?”
막상 일이 닥치니 크레이그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일단 모르쇠로 우리도 피해자라는…….”
쾅-
그때,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들이 막무가내로 방으로 밀고 들어왔다.
“크레이그! 우리 전화를 왜 피합니까?”
바로, 이번 인수 건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직원들은 그들을 말리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크레이그는 방금 전까지 얼굴에 자리 잡았던 걱정을 지우고는 특유의 밝은 얼굴로 양팔을 벌렸다.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자리로 안내해 드려.”
크레이그의 말에 개인투자자들은 사무실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노던 골드가 좋은 기업이라고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고 하더니 인수하자마자 이런 일에 휘말립니까?”
“우리도 몰랐습니다. 노던 골드가 우리에게 숨겼고, 기사가 터진 이후에 알았습니다.”
크레이그의 말에 개인투자자들은 큰소리로 자기 할 말만 떠들어댔다.
순식간에 사무실 안이 고성으로 가득 차자 크레이그는 두 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쾅-
그 소리에 삽시간에 방 안은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크레이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를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이번 일을 잘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수습이 끝나면 노던 골드 측에 책임을 물을 겁니다.”
크레이그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수습은 하고 잘잘못을 따져야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나요? 오스틴.”
바로 앞에 앉은 오스틴 잭슨은 자신을 향해 크레이그가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요. 그래야죠.”
“그래야죠. 크레이그만 믿겠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크레이그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듯 말해왔고, 크레이그는 그 모습이 흡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지이잉-
방 안에 있는 한 개인투자자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레이그! 내 투자금을 환불해 주시오.”
“그게 무슨…….”
“지금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가 떴어요! 당신네 크레이그 캐피털이 실사를 간소화했다고!”
그 말에 개인투자자들은 놀란 표정으로 크레이그를 바라보았는데, 크레이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내, 내 돈도 돌려주시오!”
“내 돈도!”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개인투자자들은 크레이그에게 삿대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 * *
“워싱턴 포스트 이 기자 말이에요.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그러게 말이야.”
한편, 도경은 사무실에서 피트 창과 함께 이번 일의 수습을 논의하고 있었다.
“크레이그 캐피털에서 자신들도 몰랐다고 대응할 거라는 보도 자료를 뿌리자마자 바로 후속 기사를 냈어요.”
“쥐고 있었던 거겠지.”
“어쩐지, 양해각서 체결 이후 인수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네요.”
어쩌면,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협상 이후였다.
실사 단계에서 인수가 부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실사 단계에서 나오는 경영진들의 비위행위를 고소·고발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급했던 거겠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었거나.”
“설마설마했죠.”
피트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예상했잖아? 크레이그는 이미 알고 있을 수 있고, 그걸 무기로 사용할 거라고.”
“진짜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몸담은 곳은 그런 곳이니까.”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숨길 수 있는 업계였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능력이었고.
“크레이그 캐피털 소식은 들으셨죠?”
“들었어. 개인투자자들이 환불 요청을 하자마자 환매 중단을 선포했다고?”
“네. 이미 모든 금액이 전 대주주로 다 넘어가서, 이걸 환불해 주려면 자신들의 돈으로 해주어야 하거든요.”
펀드의 잔액은 0원일 것이다. 엑시트 하기 전까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돌려주려면 크레이그 캐피털의 돈을 사용해야 했다.
“문제는 이번 일로 다른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도 환매를 요구해 오고 있다고 해요.”
“그러니 환매 중단을 선언한 거고.”
“네. 그걸 다 주게 되면…….”
크레이그 캐피털의 자산으로는 절대 그 돈을 다 갚을 수가 없었다.
“난 시간 끌기라고 봐. 환불도 해줘야 할 거고, 환매도 해주어야겠지.”
“대출을 빌려서 갚아야 할 텐데 크레이그가 그걸 할까요?”
“하지 않으면 SEC의 조사가 들어올 거야.”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미국 증권위원회 SEC였다.
어마어마한 권력으로 증권시장을 교란하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헤지펀드에게 벌금과 더불어 검찰에 고발해 실형을 살도록 만들었다.
“할 수밖에 없겠지.”
“그럼 망하는 길인데요.”
“뭐 본인이 리스크가 있는 선택을 했으니, 그 리스크도 본인이 책임져야겠지.”
도경이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해 오자 피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적으로는 단 1초도 만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상사였다.
“어쨌거나, 우리가 할 일은 끝인 거죠? 잘됐어요. 블러디 워터스의 이름도 더 올라갔고, 앞으로 유성인베스트먼츠에게는 요긴하게 쓰이…….”
“피트.”
도경은 피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직 안 끝났어.”
“네?”
크레이그 캐피털도 이제 문을 닫게 될 상황에 놓여 있고, 노던 골드도 이대로 자신들이 뒤로했던 모든 짓들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런데, 도경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듯 말해왔고, 피트는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더…… 남았어요?”
“말했잖아.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그게 방법이 있나요?”
“있지.”
도경은 준비한 자료를 꺼내 피트의 앞에 내려두었다.
“일단 내가 파악한 크레이그 캐피털의 펀드와 자산이야. 팀원들이랑 더 숨겨진 것은 없는지 찾아보고.”
“찾아보고……?”
“만약 모든 자산을 환매했을 때 남는 돈 혹은 부채를 계산해 봐.”
도경의 말에 피트는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
“보스, 설마?”
“맞아. 내가 크레이그 캐피털을 인수할 거야.”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피트는 정말이지 크게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그게…….”
“모든 자산과 지분을 우리 유성이 가지는 대가로 모든 부채도 떠안는 조건이지.”
피트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머릿속으로 이 거래에 대한 주판알을 튕겨보는 것 같았다.
“이거…… 말이 되는데요?”
“금융의 역사는 M&A의 역사고, 인수합병에서 성공한 쪽은 메가 뱅크가 되었지.”
“생각해 두신 인수 가격이 있으세요?”
피트의 물음에 도경은 그를 바라보았다.
“글쎄, 네가 생각한 가치는 얼만데?”
“가치랄 게 있을까요? 누군가가 인수해 주지 않으면 0원에 수렴할 가치인데.”
크레이그 캐피털의 상황은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수를 할 대상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들의 펀드가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이 환매를 요구하는 이때 그 폭탄을 들고 갈 사람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생각도 똑같아. 1달러.”
“1달러요?”
“그래, 크레이그 톰슨에게 인수 가격으로 1달러를 제시할 예정이야.”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피트는 다시 한번 도경과 적이 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