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9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2화(69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2화
“제이슨, 웰스 파고에서 우리를 도와준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극복 가능한 위기입니까?
크레이그 톰슨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크레이그 캐피털의 구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5억 달러만 있으면 됩니다. 5억 달러면 환매 요청 들어온 고객들의 돈을 모두 돌려주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크레이그.
수화기 너머에서는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객들은 꽤 냉정합니다. 우리 업계가 그래서 힘들어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회복할 수 없거든요.
돈과 관련된 사업이었다. 당연히 고객들은 상대가 자신의 돈을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면 냉정하게 변한다.
-5억 달러? 단 1달러도 크레이그 캐피털에는 빌려줄 수 없습니다. 그게 우리 내부 방침입니다.
“…….”
-참, 크레이그가 헛수고할까 봐 말씀드리자면, 다른 곳도 똑같을 겁니다. 아! 이미 다른 곳에 먼저 연락을 해보고 우리에게 연락을 줬을 수도 있겠군요.
수화기 너머 상대의 태도에 크레이그는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뚝’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지자 크레이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책상 위에 물품을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 버렸다.
“이 새끼들이 나를 우습게 보고.”
씨익씨익 거친 숨을 내쉬며 잔뜩 울분을 토해낸 크레이그는 고개를 돌려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BofA는?”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왔습니다. 나머지 은행과 IB들도…….”
이미 예상한 바였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마치 죽으라는 듯 대해오고 있다고 크레이그는 생각했다.
“모두 우리가 죽길 바라는군.”
“…….”
“방법은?”
“현재 모든 자산을 다 정리하더라도 3억 달러(약 4천억 원)가 부족합니다. 겨우 3억 달러를 구해서 환매를 하더라도 재기가 불가능하고요.”
“결국 5억 달러(약 6,772억 원)가 있어야 환매를 해주고 우리가 부활할 수 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5억 달러를 구할 수 없다는 걸 부하 직원도, 또 크레이그 톰슨도 알고 있었다.
“보스, 재기를 위해서는 보스라도 살아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크레이그 캐피털을 매각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단 하나.
크레이그 캐피털을 매각하는 것이었다. 크레이그 톰슨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이대로 실패자로 낙인찍히며 회사를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실패하는 게 아닙니다. 우선 살기 위해 하는 행동입니다.”
“알아, 안다고. 나도.”
알고 있었다. 회사를 매각해야지 자신이 다시 업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이대로 버티면 결국 모든 부채는 보스의 소유가 될 겁니다…….”
“그런데 누가 우리를 사주겠어?”
크레이그도 알고 있었지만, 선뜻 회사를 매각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회사를 사더라도 5억 달러를 들여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데 누가 우리를 인수해 주겠냐고.”
“대상을 찾아보면 나올 겁니다.”
“내가 또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군.”
크레이그 톰슨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못 할 것도 없지. 이미 바닥까지 왔는데 말이야.”
똑똑-
그렇게 마음먹으려던 찰나,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크레이그,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유성인베스트먼츠의 CEO 미스터 윤도경이 찾아오셨습니다.”
비서의 말에 크레이그는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정적을 깨는 비서의 물음에 크레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시라고 해. 너희들은 나가보고.”
그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갔고, 잠시 후 도경이 방으로 들어왔다.
“윤, 오랜만에 뵙습니다.”
“크레이그, 갑작스레 찾아왔는데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과 악수로 인사를 하고는 자리로 안내했다.
“어쩐 일로 나를 찾아오셨습니까?”
그 물음에 도경이 피식하고 웃자 크레이그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상황이 윤과 오래 대화를 나눌 상황이 되지 못합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웃은 건 그저 너무 급해 보이셔서.”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크레이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그래주시면 감하겠습니다.”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크레이그 캐피털에게 인수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네?”
크레이그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우리 유성은 크레이그 캐피털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 주듯 말해오는 도경을 바라보며 놀란 듯 입만 뻐끔거리는 크레이그였다.
“인수 금액은 1달러입니다. 모든 부채를 우리 유성이 떠안는 조건으로 크레이그 당신이 가진 지분 100%를 우리가 인수하겠습니다.”
“……그게.”
“저희가 따로 계산하기론 현재 크레이그 캐피털의 자산은 2억 달러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채는 못해도 5~6억 달러 수준이겠군요.”
지난 며칠간 피트와 함께 크레이그 캐피털에 관해 조사했다.
펀드 운용 자금이 6억 달러쯤이었고, 자신들의 자산이 2억 달러쯤이었다.
5억 달러는 모두 고객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돈이었기 때문에 부채로 잡았다.
“예상컨대 70~80%의 고객이 환매 요청을 했다면, 현재 당장 지급해야 할 돈이 4~5억 달러쯤 될 겁니다. 크레이그 캐피털의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부족하겠죠.”
크레이그는 섣불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눈앞에 앉은 도경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정확하게 자신들의 상황을 말해오고 있었다.
“모든 부채를 우리가 떠안고, 크레이그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나게 해주겠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베푼다는 듯 이야기하고 있군요.”
“사실이니까요.”
이대로 회사가 망하게 되면 모든 부채는 크레이그 톰슨이 책임져야 했다.
단순 회사를 파산시킨다고 끝이 아니었다.
민사와 형사책임이 뒤따를 테니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도경은 결연한 얼굴로 크레이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어느 곳도 지금 크레이그 캐피털을 책임지려는 곳은 없을 겁니다. 당장 문제가 되는 곳을 인수하려고 하는 곳도 없을 테고요.”
“그런데 윤은 왜 우리를 인수하려고 하는 겁니까?”
“간단합니다. 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복구해 주고, 크레이그 캐피털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너무도 자신감 넘치는 말에 크레이그는 고개를 들어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자신이 한 이야기는 허세가 아니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가능하겠군요.”
“아뇨. 크레이그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한번 실패한 투자가에게 온정을 베풀 투자자는 없으니까요.”
냉정했지만, 사실이었다.
크레이그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참고 기다려 줄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실패를 해본 적이 없음을 넘어 늘 성공만을 해온 진짜였으니까.
크레이그는 지금 이 순간 도경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윤도 언젠가 나처럼 실패하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도경은 크레이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난 적어도 내가 투자하는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
“그래서 그 돈으로 하는 투자는 열 배, 아니, 스무 배는 더 꼼꼼하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마치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듯 말하는군요.”
크레이그의 말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면, 크레이그 본인이 가장 잘 알 테니까.
“어쨌거나, 시간이 서로 부족하니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유성인베스트먼츠는…….”
“좋습니다.”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크레이그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크레이그는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처음 제안해 주셨을 때부터 승낙할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상황까지 자신의 펀드를 몰아간 주범이긴 했지만, 최후에 그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시간이 부족할 테니, 바로 인수 작업에 들어갈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죠?”
“물론입니다. 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하하.”
도경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크레이그,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인수를 선택한 게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나에 대한 고마운 마음보다 투자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사십시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고, 크레이그는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 * *
“펀드 자산은 완전 훌륭하던걸요?”
며칠 후, 도경은 이지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네, 지금 시장이 좋지 않거나 혹은 여러 문제들 때문에 펀드 자산 가치가 많이 내려가 있는 상황일 뿐이지, 이대로 시간이 좀 더 있다면 훌륭하게 회복을 할 겁니다.”
이지훈은 크레이그 캐피털의 본사로 파견되어 실사 작업을 해내고 있었다.
“보스께서는 어떻게…….”
한편, 도경은 크레이그 캐피털의 투자자들을 만나 환매 요청을 거두어 달라는 요청을 하고 다녔다.
“기관들은 호의적입니다. 크레이그 톰슨이 물러난다면, 굳이 투자금을 뺄 이유가 없다고 말해오고 있고요.”
“다행이네요. 그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만 환매를 해주실 생각이신 거죠?”
“네. 인수 이후 노던 골드 지분을 인수할 때 들어갔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모두 돌려줄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향의 펀드를 운용하기란 까다로웠다.
장기간 버텨줄 여유와 인내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 노던 골드는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현직 CEO를 해고해야겠죠. 그리고 고발도 할 겁니다.”
크레이그 캐피털을 인수하게 된다면 노던 골드도 유성의 소유가 될 예정이었다.
돌아왔지만, 결국 좋은 기업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문제는 그의 손에서 나온 거니까요. 노던 골드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 예정입니다.”
지이잉-
한참 이지훈과 향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미스터 윤, 오스틴 잭슨입니다. 내가 일전에 실례를 한 걸 사과하고 싶어 연락했습니다.
“아닙니다. 오스틴, 이미 잊었습니다.”
-하하하, 역시 윤입니다. 다행이네요.
수화기 너머 상대는 도경의 사무실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던 개인투자자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관계가 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생각해 보니 윤과 같은 투자가에게 내 돈을 맡기는 게…….
“오스틴, 죄송합니다. 우리는 한번 신뢰를 저버린 투자자와는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윤,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그때는 내가 크레이그의 말을 믿고…….
“죄송합니다. 오스틴, 행운을 빌겠습니다.”
도경은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오스틴 잭슨인가요?”
“네, 다시 우리 펀드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거절했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그리 말하고는 다시 일 얘기를 하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지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적이 되긴 싫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