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9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5화(69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5화
“자, 주목!”
며칠 후, 유성투자증권 전략투자사업부.
최우진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무실로 나왔다. 그가 크게 소리치자 직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다들 바쁜 거 아는데, 할 이야기가 있어.”
최우진은 봉투 하나를 들어 올렸다.
“여기에 비행기 티켓이 다섯 장이있다. 물론 하나는 내 거고. 나와 함께 갈 네 명을 뽑아야 하는데…….”
“어딜 가는데요?”
그때 한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최우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긴, 출장이지.”
최우진의 입에서 출장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직원들은 하나둘 다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어쭈, 왜 앉아?”
“출장이란 게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이사님이랑 간다……?”
“이연지 본부장, 말을 좀 이상하게 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후회할 건데.”
최우진의 말에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표정으로 직원들은 계속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최우진은 안 되겠다는 듯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투자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머지않아 돌아오는 환매일에 투자자 여러분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부디 시간을 내주시어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환매일? 우리 펀드 투자했어요?”
“아니, 우리는 펀드 투자한 적이 없지.”
“그런데 환매일 투자자 행사 초대장은 뭐예요?”
“만든 적은 있잖아.”
이어지는 최우진의 말에 직원들은 하나같이 생각에 빠졌는데, 이내 무언가 떠오르는 듯 최대훈이 손을 들었다.
“저는 이사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이야, 최 부장. 역시 넌 내 새끼의 새끼다.”
“네?”
“내 새끼가 네 사수잖아.”
“그렇긴 한데요. 이게 어감이란게…….”
“됐고, 최 부장 너를 데려가고 싶은데, 네가 가면 우리 사무실은 누가 지키냐?”
“…….”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아무래도 자신도 사무실을 비우는데 최대훈까지 비운다면, 사무실에서 시장에 대응할 사람이 없어진다.
최우진은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려 사과를 전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서고은!”
한쪽에서 서고은이 손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도 가고 싶습니다.”
“서고은 대리 눈치가 장난 아니네.”
아직 다들 출장을 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우진과 서고은의 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 대리, 이번에 나랑 같이 출장 갔다가 또 회사 옮기고 싶다고 하는 거 아니지?”
“그럴 리가요! 그냥 출장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국내 기관들이 많이 올 테니까요.”
“빙고, 좋아. 그럼 눈치가 빨랐으니 서고은 대리 한 자리.”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서고은은 주먹을 꽉 쥐고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네 눈치가 너를 살린 거야. 자, 그럼 나머지는 아직 없어?”
“아니, 뭔데 그래요? 전혀 감을 못잡겠어요.”
다른 직원들이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장에서 일하면서 말이야. 다들 그렇게 눈치가 느려서 어떻게 대응을 하려고.”
“눈치랑은 상관없거든요!”
최우진은 이제 직원들을 그만 놀려야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 환매일이야. 첫 블라인드 펀드 말이야.”
“아! 우리가 다 같이 만들었던 거요?”
지금은 유성인베스트먼츠에서 운용 중이지만, 한때 도경이 팀을 이끌 때 이 팀에서 만들어진 펀드였다.
몇몇 직원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팀에 속해 있었다.
“맞아.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펀드를 우리 팀에서 만들었거든. 윤도경 대표가. 그래서 팀원 전체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말이야…….”
“다행이네요. 그럼 다 가는 거잖아요.”
“아니, 다 가면 누가 사무실을 지켜? 내가 다섯 장만 보내라고 했어. 나 한 장, 눈치 빠른 서고은 한 장. 나머지 세 장 남았는데 말이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직원들은 손을 들어 올렸고, 최우진은 자신이 원하던 반응이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어우, 나는 지금이 너무 즐겁다.”
“이사님!”
“오늘 오후까지 내 메신저로 왜 자신이 가야 하는지를 보내. 진지하게 말이야. 나도 장난 아니야.”
최우진은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향해 걸었고, 뒤에선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 * *
“많이들 왔어요.”
“그래?”
며칠 후, 오늘은 도경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투자자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행사장 뒤편 대기실에서 입을 풀며 오늘 할 발표를 준비하던 도경은, 제이크의 말에 환하게 웃었다.
“네, 준비한 자리가 모두 꽉 찼어요.”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처음 만든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는 거의 모든 투자자가 한국의 기관투자자였다.
연기금을 비롯해, 자산운용사, 보험사 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주중에 미국을 방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생각을 고쳐 한국에서 해야 하나 싶었지만, 메시지의 말처럼 이 미국 땅에서 유성인베스트먼츠가 살아남았고, 잘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행사장이었다.
“갑자기 긴장되네.”
“말씀은 그렇게 하시는데 보스의 표정은 전혀…….”
“보스, 시간 됐습니다.”
그때, 행사진행을 돕는 직원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긴장했어.”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행사장으로 향했고, 제이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보스 얼굴에는 지금을 즐기는 것 같은 표정만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안녕하십니까? 먼 길을 와주신 투자자 여러분 유성인베스트먼츠 CEO 윤도경입니다.”
단상 위에 오른 도경은 발목이 약간 보이는 검은색 슬랙스에 흰색 셔츠를 입고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먼저 지난 2년간, 여러분의 투자금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도경의 말과 동시에 화면에는 숫자들이 뜨기 시작했다.
“펀드 설정일의 운용 자산은 2조 171억 원이었습니다. 모든 펀드의 투자자산을 정리한 사흘 전 기준으로 운용 자산은 3조 2,331억 원으로 48.92% 성장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행사장 내부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자면, 우리 펀드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높고 설정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유해 온 리소스파워는 설정일 대비 102.48% 성장했으며, 펀드의 수익률을 견인했습니다.”
블라인드 펀드의 대표적인 투자 종목이었다. 어쩌면, 도경을 지금의 도경으로 만들어준 종목이기도 했다.
“작년과 올해는 리소스파워에게는 환상적인 해였습니다. 사업은 40.5%나 성장했고, 성장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남미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단상 위를 돌아다니며 브리핑을 해나갔다.
“이익도 3년 전 대비해 작년에는 10.9%, 올해 상반기는 8.7% 증가하며, 자신들이 변압기 시장의 최고 정점에 올랐음을 모두에게 증명해 내었습니다.”
도경의 발표 중간중간에 행사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손뼉을 치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특히, 청정 에너지들. 가령,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작년 한 해 미국에서 어마어마게 증설되었습니다. 이 증설 현장에 대부분 리소스파워의 변압기가 납품되었고, 중국발 덤핑 변압기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완벽하게 승리하였습니다.”
인공지능 붐을 타고 일어난 데이터센터 확장에는 많은 전기가 필요했고, 리소스파워는 전례없는 변압기 매출을 올렸다.
“올해 리소스 파워는 브라질과 캐나다 등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하며, 성장에 계속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순이익을 줄어들게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은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통적으로 변압기 시장에서 경쟁자였던 중국산 제품들이 세계 각국의 무역 반덤핑 제재 조치 때문에, 해외 진출이 더딜 때, 진출하는 것으로 경쟁 상황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리소스 파워는 앞으로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우리 펀드는 사흘 전에 리소스파워의 지분을 전부 매각했지만요.”
도경의 농담에 행사장에는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펀드 설정 당시 2년간만 운용되는 펀드였기 때문이었지만, 이 자리에 앉은 기관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유성의 펀드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걸 염두에 둔 도경의 설명은 이어져 나갔다.
“하지만, 리소스파워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겁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도 좋은 기업이라는 힌트를 드리는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화면에 손짓을 했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른 종목들에 대한 설명을 마친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서 자신을 비추는 조명들 때문에, 행사장에 앉아 있는 투자자들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전, 저는 유성투자증권 성남 지점의 창구에 앉아 있었습니다.”
도경은 그때를 반추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던 젊은 투자자는 훌륭한 기회가 찾아올 거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준비했습니다.”
언젠가 이 자리에 서서 모두에게 오늘과 같은 성과를 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도경은 계속해서 준비했다.
“그리고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열심히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배려와 응원들을 받으며 성장했고, 제 첫 펀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때 여러분들을 만났고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투자자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들은 저 윤도경이라는 이름을 믿고 처음으로 돈을 맡겨주신 고객이십니다. 가장 많은 믿음을 주신 NPS.”
도경의 농담에 순간 행사장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블라인드 펀드 자체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가장 많은 투자로 진행되었다 보니, 도경이 말한 ‘가장 많은 믿음’이 무엇인지 아는 투자자들의 웃음이었다.
“경쟁 관계였지만, 윤도경이라는 GP를 보고 투자해 주신 태산증권과 태산자산운용. 공무원연금과 교직원연금, 군인공제회…….”
도경은 전 투자자들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이름이 도경에 입에서 나올 때 투자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설정 때 약속했던 2년이 지났고, 이제 펀드는 폐쇄되지만, 저는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 이 미국의 한복판에서 커다란 성과를 보고할 수 있었습니다.”
도경은 감정에 북받치는 듯 했지만, 이내 억누르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과 같은 자리에 서서 제 투자철학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시장의 모든 것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도경은 힘을 주어 모두에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한 영향력을 시장에 퍼뜨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하고, 시장에 나쁜 영향력을 불러오는 하이에나들과 싸우는 의무 말입니다.”
도경의 말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기회를 여러분들께서 부여해 주셨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게 부여된 의무를 지키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길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도경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투자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