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9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6화(69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696화
“이야, 이렇게 좋은 집에 살고 있었어?”
투자자 행사가 끝난 이후, 도경은 전세기를 타고 일행들과 함께 마이애미로 돌아왔다.
마이애미의 집으로 한국 직원들을 초대했는데,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최우진은 입을 쩍 벌렸다.
“아니, 도경 씨…… 아니지, 윤 대표님. 미국으로 오더니 완전 다른 세상에서 사시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불편해 죽겠어요.”
“뭐가 불편해. 이렇게 넓은 집에 살면서. 거기다가 이렇게 조용하고 치안 좋은 섬인데.”
“섬이라 불편하죠. 오갈 때도 불편하고…… 또, 늦게 퇴근하거나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까.”
“그럼 헬기 하나 사.”
“네?”
“뒤에 헬리포트도 있던데. 거기 개인 헬기 대기시켜 놓으면 되는 거 아냐?”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라리 이 집에서 나가는 게 낫죠.”
“진짜 낭만 없네.”
“선배, 서서 그만 얘기하시고 앉으세요. 팀원들도 못 앉잖아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다른 팀원들을 바라보며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앉아, 앉아.”
“이사님 집이에요?”
이연지가 그리 말하자 최우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윤 대표 집이면, 내 집과도 같지. 편하게들 앉아.”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와, 그런데 언제 이렇게 음식을 준비해 둔 거야?”
“차선태 팀장한테 부탁했더니 이렇게 차려두었네요. 아마 시내 호텔의 셰프를 초빙한 것 같아요.”
기다란 식탁에는 여러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차 팀장은 여전하지?”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편하게 생각해 주면 좋을 텐데, 여전합니다. 남들이 보면 정말…….”
“뭐 어때? 그런 사람도 있어야지.”
최우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차선태 팀장같이 윤 대표를 깍듯하게 모시는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리고 그게 차 팀장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네, 그래서 웬만하면 따로 하지 말라고 말은 안 해요.”
“그래. 오히려 못 하게 하면 더 불편해할 사람이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을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요. 그리고 식사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마이애미까지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도경의 말에 서울에서 온 팀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편하게들 들어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이연지 본부장님, 잘 지내셨죠?”
도경은 식사를 하며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요. 저는 늘 잘 지내죠.”
“말도 마, 요즘 이연지 본부장 없으면 증권 전체가 안 돌아가.”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서치센터에서 물으러 온다니까?”
“정말이에요?”
“우진 이사님이 과장하시는 거예요.”
“아니야. 다른 사람들 내가 하는 말이 과장이야?”
최우진이 다른 팀원들에게 물었고, 도경은 그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최우진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게, 제가 요즘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 쪽을 많이 연구하다 보니까요…… 여기 고은이가 대표님도 기억하시죠? 서고은 대리.”
“그럼요. 저 팀에서 나온 지 2년밖에 안 지났습니다. 모를 수가 있나.”
서고은이 신입 사원일 때, 도경은 팀 내에서 첫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팀 내부에서 회의한 것과 다르게 돌발 행동을 했었는데, 그때도 일본 엔화와 관련된 문제였다.
도경의 말에 서고은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서고은 대리가 일본 쪽에 리서치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최근 리서치센터에서도 우리 쪽에서 일본 자료를 얻어가고 그래요.”
“잘됐네요.”
“그럼 잘됐지. 다음 리서치센터장은 이연지라는 말도 나오니까.”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연지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은 소문이에요. 제게 뭔가 이야기가 나온 것도 없고요.”
“그래도 하마평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정말 능력을 보여주고 계신다는 거니까요. 역시 연지 본부장님이네요.”
“그럼, 윤도경 라인 타서 사업부 초창기 멤버들은 다 잘나가는 중이지. 나는 증권 이사까지 올라왔고, 이연지 본부장은 그렇고, 이지훈은 윤도경 밑에서 CFO까지 하고 있고, 최대훈은 어떻고?”
“대훈 씨는 어때요?”
도경은 진심 궁금하다는 얼굴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미국에 올 때 데려오지 못한 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이었다.
“요즘 한국 쪽 소식은 완전 안 챙기나 봐?”
“시장만 보고 있어요.”
“그럼 보여줘야겠네.”
최우진은 그리 말하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무언가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도경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유튜브 화면이 떠 있었다.
“이게 뭐예요?”
“뭐긴, 거기 적혀 있는 그대로지.”
화면에는 여러 유튜브 영상의 섬네일들이 떠 있었는데 하나같이, 최대훈의 얼굴이 떠 있었다.
“시황 읽어주는 남자? 여의도 분석킹?”
도경이 입으로 소리내어 읽자 자리에 있는 모두가 크게 웃었다.
“우리 회사 유튜브 채널에 시황 읽어주러 나갔었는데, 어느 날인가? 유성반도체가 폭락을 한 날이 있어. 한 7% 빠졌었나?”
“아, 네.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때, 시장에서 이것 때문이다 저것 때문이다 갈피를 못 잡았거든.”
그런 날이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하는 폭락이 있을 때 무엇 때문에 떨어졌다는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오는 날.
“근데 그날 최대훈이 자기 의견을 이야기했어. 아마 유성반도체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솔리다임 문제 때문에 외국계 기관들이 걱정하는 것 같다고.”
“좋은 뷰였네요.”
“완전히 적중한 거지. 실적 발표 때 솔리다임이 1,400억원 정도 적자를 냈으니까.”
“그럼 그 이후로…….”
“맞아. 윤도경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는 최대훈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에요.”
“우리 사업부 에이스야. 대훈이도 오늘 오고 싶어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자리를 비우면 대훈이는 있어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에는 대훈 씨가 오게 하세요. 선배는 좀 한국에 계시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식사 자리에는 웃음꽃이 폈다.
“그나저나, 오늘 다 환매했는데, 새로운 펀드는 없어?”
“아직은 계획에 없습니다.”
“아쉽네. 그 자리에 있는 기관들은 그대로 또 투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도경도 따로 만난 기관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펀드 가입 요청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보고 후에 자리를 만들겠노라고 약속했다.
“내부적으로 정리를 좀 해야 할 시기라서요.”
“그래? 확실히 다르네. 보통 돈은 들어오는 대로 받고 정리하잖아.”
“어우, 그거야 큰 곳이나 가능하죠. 저희는 아직 펀드 네 개 굴리기도 벅찹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보다 규모가 큰 헤지펀드를 인수해서 배가 터질 지경이에요. 일단 리밸런싱부터 하고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야겠죠.”
“기대되네. 우리 사업부에도 현금이 좀 있거든.”
최우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투자하시게요?”
“그럼 돈 벌어주는 곳에는 우리도 투자해야지. 앞으로 클라이언트가 될지도 모르니까. 오늘 제대로 모시라고.”
최우진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랜만에 한국 팀원들의 소식도 듣고, 식사도 같이할 수 있어 휴식다운 휴식을 보낸 도경이었다.
* * *
“서울 직원들은 오늘 바로 출국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차 팀장님이 애 많이 쓰셨어요.”
다음 날, 조금 늦게 출근을 한 도경은 비서인 차선태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인데요.”
“늘 고맙게 생각하는 거 아시죠?”
“고맙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언제든 시켜만 주십시오.”
차선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가자 도경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든든하네.”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에게 이야기했듯 한국에서 운용 중이던 블라인드 펀드가 정리된 이후 현재 운용 중인 펀드들을 정리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없앨 수는 없고.”
물론 펀드도 약정 기간이 있고, 투자자들도 있기 때문에 갑작스레 없앨 수는 없었고 종목들의 리밸런싱이 필요했다.
“일단 최근에 인수한 크레이그 캐피털 문제는 지훈 이사가 처리하고 있으니, 내부 정리가 될 때까지는 뒷전으로 미루고.”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이제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소유가 되었지만, 내부 사정을 제대로 검토하고 크레이그 캐피털에서 운용 중인 펀드를 판단하는 데만 석 달이 넘게 걸릴 작업이었다.
“아시아 펀드는 스테판이 잘하고 있으니 건드릴 필요는 없고, 대학스포츠 펀드도 일이 잘 진행되고 있고…… 문제는 내 펀드인가?”
윤도경 1호 펀드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한 펀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여러 기관의 자금을 받은 펀드인데 도경이 가장 공들이는 펀드였다.
“제이크를 불러야겠네.”
도경이 책상 위의 전화를 들어 올려 내선 번호를 누르려던 찰나.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도경이 들어오라고 말을 하자 제이크가 방으로 들어섰다.
“웬일이야. 안 그래도 호출하려고 했는데.”
“제가 필요하실 것 같아서 자료 챙겨서 올라왔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굉장히 유능해 보이네.”
“제가 하는 게 없어서. 이런 거라도 잘해야죠.”
“무슨 소리야. 내 펀드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왜 하는 게 없어.”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앞에 놓인 자료를 펼쳤다.
“펀드 리밸런싱에 대한 이야기를 일전에 하셔서, 펀드 자료를 좀 준비해 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일 골치가 이거야.”
일전에 여러 종목을 정리하고 현금을 대량으로 들고 있었다.
“보자, 누적수익률은 너무 좋아. 시장 수익률을 이겼으니까. 문제는 이게 현금이 너무 많아.”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즘 같은 때는 현금이 많은 게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
“네, 워낙 시장이 불안하게 돌아가다 보니까요. 엔 캐리 트레이드도 다 청산이 되지 않았고, 이게 조용하게 물 흐르듯 청산이 되는 분위기라…….”
시장에 충격을 한번 쾅 주고 끝나면 그만인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계속해서 전 세계 시장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시장이 폭락한 모습이 몇 번 더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렇게 되면 분명 우리의 기댓값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고요.”
제이크의 의견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같은 의견이야. 제이크, 네가 그렇게 의견을 내주니까 나도 너무 좋은데.”
도경이 진심으로 좋아하자 제이크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일단 종목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리밸런싱을 해보자.”
“지금 있는 종목의 비율을 새로운 종목을 투입해서 줄이는 방식이네요.”
“맞아. 지금 종목들은 솔직히 팔고 싶지도 않고, 비율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니까.”
“생각해 두신 종목이 있으십니까?”
제이크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석 달 후, 시장을 이끌어갈 섹터인 것 같은데…….”
도경은 그리 자신의 생각을 제이크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제이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