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7화(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화
“예, 부사장님.”
한편,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지점장 허진태는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수화기 너머 상대는 유성투자증권의 부사장이었다. 허진태가 잡은 줄이었는데, 최근 들어 부사장 덕분에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허진태가 전화를 받는 태도는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도 굉장히 공손했다.
“잘 처리되고 있습니다. 부지점장에게 관리를 맡겼고, 실무자도 저희 지점에서 제일 똘똘한 친구에게 맡겼습니다.”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해.
“알고 있습니다. 지점에서 저와 부점장, 그리고 실무자…….”
부사장을 향해 답을 해나가던 지점장 허진태는 답을 멈췄다. 이질적인 존재 하나가 이 거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지점 내에서 이 거래에 대해 무언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눈치를 채고 있을지 몰라도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거래의 실무자인 최우진의 부탁으로 그를 돕고 있는 윤도경은 자신에게 한마디 말도 지지 않으려 하는 놈이었다.
‘찝찝하긴 한데…….’
찝찝하기는 해도 최우진에게 윤도경에 관해 관리를 맡겨놓았고, 업무팀 창구 직원이 이 건을 보더라도 이상한 것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최우진이야 이미 인센티브로 눈을 멀게 해놓은 상태고…….
‘그 멍청한 놈이 사고를 치진 않겠지.’
-왜 말을 하다 멈추나?
“아, 혹시 제가 빠뜨린 부분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거래를 잘 성사해야 내가 이사회에 어필할 게 생겨. 그리고 자네도…….
“예, 이 거래만 확실하게 하면 올해 지점 실적 1위는 떼놓은 당상 아니겠습니까?”
여러 이권이 이 거래에 걸려 있었다. 유성투자증권은 대기업인 유성그룹의 계열사였는데, 사장 대부분이 내부 승진으로 임명되었다.
현재 사장의 임기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왔기에, 지금부터 부사장들은 실적을 올려 이사회에 어필을 해야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잖아.
물론 지점장 또한 이제 지점을 도는 건 지겨웠다. 슬슬 본사로 들어가 임원이 되어야 할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올해 지점 실적 또한 매우 중요했다.
“예, 하나가 더 있지요.”
부사장의 물음에 지점장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챙긴 걸 다 내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도 좀 뿌려서 자네 편을 좀 만들어.
“제 편이요?”
-그래, 지점 돌다가 본사 들어와 보면 참 외롭다고 느낄 거야. 그때를 대비하려면 본사에 있는 양반들한테 금칠도 하고 그래야지.
부사장의 말에 지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금융계도 정치판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돈 많이 벌어오는 것이 중요하지만, 같은 돈을 벌어오면 누가 사내 정치를 잘하느냐에 따라 달라졌으니까.
“네, 잘 알겠습니다. 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일 마무리가 되거든 한번 올라와.
“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허진태는 넥타이를 풀며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인생 전부를 유성투자증권에 바쳤고, 이제 겨우 한 지점의 지점장으로서 결과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본사 발령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자신에게 무조건 이득이 되는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어야 할 텐데.”
기대감과 걱정이 공존하는 표정을 짓던 허진태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자 허진태는 화면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여보.”
허진태의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 자리를 잡았던 걱정은 사라지고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어제 말했잖아, 이번 일만 잘되면 된다고. 차? 어서 계약해. 지금 계약해야 올해 안에 받으니까.”
허진태는 이내 자리에 앉아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하하, 돈이 어디서 나긴. 내가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지점장인데 외제 차 하나 살 돈이 없겠어?”
허진태는 껄껄 웃으며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곧 본사로 발령 날 것 같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욕심이 그득한 얼굴로 허진태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했다.
* * *
브로커(Broker, 중개인)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
「주가조작 알선 브로커 구속.」
「무기 거래 불법 로비한 브로커 구속.」
「불법대출 알선한 브로커 구속.」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브로커라는 단어가 불법과 연관된 뉴스에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도경이 몸담은 증권가는 고객에게 위탁을 받아 채권이나 증권을 대신 매매하고 수수료를 얻는 브로커리지(Brokerage) 업무를 하는 곳이었다.
특히 이번과 같은 블록딜 매매 또한 일종의 브로커가 하는 업무였다.
“네? 불법 브로커요?”
브로커는 그저 중개인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그 앞에 불법이 붙는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최우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증권가에서 지키고 따라야 하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부정거래는 큰 벌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였다.
그중 최우진이 말하는 불법 브로커의 존재는 부정거래 행위였다.
“그래, 방금 전화한 내 동기가 태산 법인영업팀 대리야.”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최우진이나 최우진의 동기나 3년 차에 대리직급을 달 정도라면 동기 중 가장 앞서가는 인물들이었다.
특히 요즘 증권가에서는 4~5년 차 주임도 득시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쪽에서 제이온의 블록딜 거래를 깐 이유가 도경 씨의 예측처럼 내부 정보 취득거래라고 보고 있어.”
“내부 정보 취득거래라면?”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여기 서류에 적힌 그대로 제이온시스템은 곧 유진통신과 계약이 만료되는데, 유진통신이 자체 플랫폼을 만든 것 같아.”
제이온의 1년 매출 55%를 차지하는 게 유진통신과의 계약이었다. 한데 그런 장기계약이 만료된다면 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제이온시스템은 미래성보다는 코스닥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실적으로 주가가 오른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3개월 후에 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그래, 주가는 곤두박질치겠지. 그리고 태산과 선진증권에서는 이 건을 내부자 정보로 인한 블록딜 매매라고 본 거고.”
그들이 블록딜 거래를 거절한 이유 중 하나는 도경이 생각한 그대로였다.
만약 내부자 거래라고 하더라도 수수료가 컸다면 태산과 선진의 생각도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 규모도 작았고, 그렇게 해서 떨어지는 수수료 또한 적었다. 괜히 리스크가 있는 거래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도경은 의문이었다.
태산과 선진보다는 업계 순위에서 밀리더라도 유성투자증권 또한 3위의 거대 증권사였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태산과 선진이 거절한 거래고, 또 저와 같은 업무팀 말단 직원이 추론해 보아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걸 왜 본사에서 모르는 걸까요?”
유진투자증권의 본사라면 난다 긴다 하는 증권맨이 포진하고 있을 텐데, 이 거래의 문제점을 모를 리가 없었다.
“설마 그 불법 브로커가 엮였다는 게…….”
도경은 아니길 바라며 최우진을 향해 물었고, 최우진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맞아. 이 건에 불법 브로커가 끼어 있다는 얘기가 알음알음 돌고 있다고 해.”
최우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거래가 계속 까이니까, 불법 브로커를 끼워서 거래를 성사해 줄 증권사를 찾고 있다고.”
“이 거래를 주도하신 분이 부사장님이라고 하셨습니다.”
도경의 입에서 부사장의 얘기가 나오자 최우진은 마른세수를 하고는 벌게진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최악의 가정을 해보자면, 부사장이 불법 브로커와 공모한 거다. 이것보다 좀 순한 맛은, 부사장은 그저 실적 때문에 거래를 받고 진행하는 거고.”
최우진은 두 가지 가정을 던졌다. 하지만, 최우진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최악의 가정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도경의 입에서 확인 사살을 하는 듯한 얘기가 나오자 최우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래, 이 거래를 하고 따로 수수료를 챙기겠지.”
블록딜 주관사는 보통 11%에서 최대 15%까지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거래 규모가 작아 수수료가 적다고 생각했지만, 이 거래에서 뒤로 수수료를 받을 사람이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수수료를 받을 사람이 많으니 증권사의 수수료는 적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그 짬짜미를 승인해 준 것이 황인용 부사장이라는 말이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감이 좋은 도경마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알음알음 그런 얘기가 돌고 있다면 부사장이 모를 리가 없을 겁니다.”
“그렇지. 본사에서도 몇몇은 알고 있을 것이고.”
“하지만 부사장이 직접 지시한 건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도경은 줄곧 이 블록딜 거래를 본사 법인영업팀이 아니라 일개 지점에서 처리한다는 것이 거슬렸다.
부사장이 직접 주도하는 건이라면 본사에서 하는 게 더 편할 텐데, 굳이 일개 지점의 PB에게 블록딜 거래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최우진과의 대화에서 의문을 한 꺼풀씩 벗겨낼 수 있었다.
“그래. 그리고 불법 브로커들은 이 거래가 성사되면 일정 부분을 부사장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겠지.”
도경은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만약 두 사람이 추론하는 대로 불법 블록딜 거래라면, 나중에 최우진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물론 윗선의 지시로 거래했다고 말하면 될 일이지만, 업계에서 최우진의 평가는 계속해서 남을 것이다.
“그럼 부사장이 이 거래를 왜 우리 지점으로 내려보낸 걸까요?”
“첫째는 단순하게 제이온시스템이 우리 지점과 거래를 하는 법인이라서.”
최우진은 말 앞에 첫째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렇다는 건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점장이 부사장 라인이기 때문에.”
“두 분이 원래 친하셨습니까?”
도경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업무팀으로 창구에서 고객관리만 하다 보니 지점 내부 얘기는 잘 몰랐다.
사실 사내 정치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 걸 신경 쓸 바에야 주식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맞아. 부사장이 지점장이던 시절에 데리고 다니던 사람이 우리 지점장이야.”
부사장은 지점장 출신으로 부사장까지 올라간 유성투자증권 세일즈맨의 전설이었다.
“만약 지점장도 부사장과 한패라면, 나한테 모든 것을 떠넘긴 거나 다름없지.”
최우진은 배신감이 드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이 건넨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여기서 머리 싸매고 계속 얘기해 봤자 해결 안 된다. 의심이 의심을 낳는 상황이기도 하고.”
서류를 가방에 넣은 최우진은 재킷을 챙겨입었다.
확실하게 이 건을 처리해야 했다.
“도경 씨, 오후 시황 정리해서 톡으로 보내줄 수 있지?”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좀 부탁할게. 나는 어디 좀 다녀오려고.”
도경은 어디로 가냐고 묻고 싶었지만 말을 아꼈다. 나중에 최우진이 얘기해 줄 것이다.
“시황 정리해서 보내줘. 내가 이동하면서 고객께 전화할게.”
“네, 다녀오세요.”
“고마워. 여러 가지로.”
최우진은 도경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방을 떠났고, 도경은 떠나는 최우진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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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