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0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2화(70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702화
“현재 대기 중인 현금 12억 달러가량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장이 열리는 시간을 맞아 아래층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제이크와 함께 걸으며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너무 많아도 문제네.”
현재 윤도경 펀드 1호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금이었다.
우리 돈으로 1조 6천억 원가량이 투자되지 않고 현금으로 남아 있었다.
“오늘 투입될 양은?”
“3억 달러가량입니다.”
“워낙 시총이 작은 기업이라 우리가 3억 달러 부어 넣으면 주가가 위로 쏠 텐데.”
“그렇지 않아도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제이크는 그리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고, 도경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따라 들어섰다.
“보스, 오셨습니까?”
“보스.”
“어, 다들 하던 일 마저 해.”
도경은 자신을 반겨오는 팀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는 제이크의 자리로 향했다.
“보고할 게 있다고?”
“네, 이게 지난주 제가 체크한 딥 블루 인더스트리의 주가 추이입니다.”
최초 체크를 했던 시점에는 주당 21.77달러를 하던 주식이었다.
“지금은 18.81달러까지 내려와 있네?”
“네, 매도 물량이 터지기 시작해서 처음엔 공매도인가 하고 추이를 체크했는데.”
“했는데?”
“아직 공매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많은 물량을 들고 있는 쪽은 아무래도 내부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주말 전 대량으로 매도 물량이 한 번 나오고 나서부터 매수세는 멈췄고, 들고 있던 투자자들이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주식을 파는 것 같았다.
“페이퍼는 아직 뜬 거 없지?”
“네, 금요일에 거래가 되었으니, 내일이 2영업일입니다.”
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내부자가 거래한 이후 2영업일 이내에 보고하도록 했다.
“공시는?”
“지금 블랙아웃 기간이라…….”
SEC에 보고하지 않더라도 나스닥 규정에 따라서 공시할 의무가 있었지만, 분기 실적 발표일 이전이라든가, 여러 가지 고려 사항에 따라 공시는 늦어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줄곧 사오던 내부 경영진들이 주식을 팔았다면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하고 주식을 파는 건 불법이야.”
경영진들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규정에만 따른다면 자유였다.
하지만, 만약 경영진에 회사 내부에 좋지 않은 소식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주식을 내다 팔았다면 명백한 불법이었다.
“그래서, 제이크 네가 이 말을 나에게 하는 건…….”
“조금 찝찝합니다.”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외부에 정보가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산업 분야이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다 보니 정보가 귀한 기업이었다.
“지금까지 내부 경영진들이 앞다투어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물론 다른 기업들처럼 1천만 달러 혹은 그 이상의 규모로 주식을 사들이는 건 아니었다.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수준으로 사들이며 투자자들이 회사에 좋은 내러티브가 생성되도록 했다.
“지금 이 대규모 매도가 만약…….”
“경영진이라면 내러티브가 좋지 않아질 수 있지.”
“네.”
내러티브(Narratives, 서사)는 꽤 많은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나 주식 시장에서는 더더욱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내러티브라는 게 확 와닿는 건 없어도 실제로 전염병처럼 아주 강력하게 퍼지니까.”
실제로 여러 논문을 통해 경제 내러티브는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연구되었다.
“낙관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면 실제로 주가가 두 달 안에 5% 이상 상승했습니다. 별다른 호재가 없음에도요. 반대로 비관적인 내러티브가 돈다면, 두 달 안에 15% 이상 주가가 하락했고요.”
제이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낙관적인 내러티브보다 비관적인 내러티브가 시장에 주는 영향이 더더욱 크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정대로 진행할까요?”
제이크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우리 타임라인대로 움직일 거야. 다만, 불안 요소들은 알아야겠지. 제이크, 일단 너는 포지션 구축 시작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보고 공유해 줄게.”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제이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 * *
“내부자 거래가 맞다면?”
한편, 카플란 홀딩스의 CEO 조슈아 카플란 또한, 먹잇감으로 선택한 딥 블루 인더스트리에 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판 이유는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조슈아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회사 내부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공시가 올라오고, 이후 공매도 물량이 들어온다면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자리 잡게 될 테니까요.”
“내러티브라.”
“네, 설령 딥 블루에 확신을 가진 투자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타이밍은 피해 가고 싶을 겁니다.”
“그렇지. 가만히 있어도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주가를 끌어내려 줄 테니까.”
다시 말해, 기업에 주식이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도 굳이 지금 살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기다리면 더 낮은 주가에 사들일 수 있을 테니까.
“반대로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있음에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건?”
“내부자 거래 이유가 정말 별것이 아니라면, 주가가 상승하고는 합니다.”
“이유를 발표하는 곳은 잘 없으니까.”
“네, 개인적인 이유로 주식을 팔았다면 보통 그런 것까지 말하지는 않죠.”
“다른 건?”
“부정적 내러티브를 덮을 긍정적인 내러티브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조슈아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았다.
“긍정적인 내러티브?”
“네, 예를 들자면 워런 버핏이 딥 블루 인더스트리의 주식을 사는 것 정도겠네요.”
“하하하.”
그럴 일은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부정적인 내러티브를 덮을 만한 요소는 없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바로 숏 포지션 구축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아직이야. 기다려 봐.”
조슈아는 기다리는 연락이 있는 듯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확실하게 알고 가면 좋잖아.”
“무엇을…….”
지이잉-
부하 직원이 되물으려던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조슈아는 기다린 연락이 반가운 듯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들고 화면을 확인했다.
아주 짧은 메시지였지만, 조슈아 카플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쳐주기에는 적당했다.
“내부자 매도가 맞아.”
조슈아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확실한가요?”
부하 직원의 물음에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정보를 알아냈는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슈아가 확신한다면 그것은 사실이라는 걸 부하 직원은 알 수 있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지금 타점이 좋으니 바로 숏 들어가자고.”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자 조슈아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길게 미소를 지었다.
* * *
-글쎄, 우리도 천연가스 쪽에는 관심을 뒀지만, 뒤 순위로 밀어둔 상태야.
“그래?”
한편, 도경 또한 제이크에게 지시를 하고 방으로 올라와 딥 블루 인더스트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요즘 리우의 지시로 인도 쪽에 투자 대상을 찾는 중이라서.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파미르 캐피털의 CIO 윌리엄 마셜이었다.
-하지만, 윤.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우리 측 정보를 줄 수는 있지.
“말만 들어도 든든하네.”
-그래서 어디야?
“딥 블루 인더스트리.”
빌의 물음에 도경은 염치 불고하고 말했다.
-이야. 대단하네.
“뭐가?”
-진심 처음 들어보거든.
빌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절대 비꼬는 게 아니라, 윤 네가 존경스럽다. 이런 스몰캡…… 미드 캡이네. 사이에 걸친 기업들까지 체크한다는 거잖아?
“유틸리티 쪽은 대부분 이래.”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괜히 리소스 파워 같은 기업을 발굴해 내다시피 한 게 아니네. 잠시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빌이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있지?
“기다리고 있어.”
-딥 블루 인더스트리 최근에 내부자 거래가 있다는 것 같아.
“그래?”
-확실한 건 아니야. 아무래도 이런 정보를 함부로 취급하기엔…… 사법적 리스크가 있어서.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대충 말해줘도 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확신이니까.”
-그렇다면, 내부자 매도가 맞는 것 같다는 게 우리 내부 정보야. 우리 브로커 쪽에 연락을 해보니 확인을 해주지 않는 정도네.
언제나 그랬듯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60%의 확률로 사실이라는 이야기였다.
“반반보다는 조금 우위네.”
-그렇지. 다만, 지금 이만큼 물량을, 그것도 주가가 상승할 타이밍에 던지는 것은 내부자밖에 없을걸? 실적 앞두고 갑자기 손익 실현할 타이밍도 아니고.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이 타이밍에 내부자 매도가 나왔다는 것은 실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지.
“그 걱정 때문에 이어지던 매수세들도 줄기 시작했고.”
-맞아. 당분간 피해야 하는 주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내러티브가 자리 잡을 거야.
빌의 말에 도경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빌.”
-천만에. 뭐 큰 도움 준 것도 아니고. 그래서 투자할 거야?
“하하하, 우리는 오늘부터 포지션 구축 들어갔어.”
보통 포지션을 말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도움을 준 빌에게는 말해도 된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딥 블루 인더스트리에 대한 포지션을 비밀로 하는 것은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윤, 잘 들어. 이번 건 조금 타이밍을 쉬었다가 들어가는 게 어때?
도경의 말에 빌은 나름대로 고민을 한 것인지 조심스레 되물었다.
-너도 알다시피 낙관적인 상황보다 공포에 물들기 시작하면 하락은 빠른 속도로 올 수 있어.
“빌,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부정적인 내러티브를 긍정적인 내러티브로 바꿀 방법이 있어.”
-그래? 그런 방법이 있다고?
빌이 묻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에 앨리게이터즈의 경기를 보는데 재미있는 전술을 써서 이기더라고.”
-어, 나도 봤어. 헤일 메리 이야기하는 거지.
헤일 메리(Hail Mary)는 조금씩 전진하는 미식축구에서 단 한 방으로 터치다운을 위해 롱패스를 하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필드에 있는 모든 리시버가 점수를 내기 위해 필드를 내달리고, 공을 던져주는 쿼터백은 아주 긴 패스를 했다.
“맞아. 나도 그걸 해보려고.”
-그거라니…….
“단순해. 우리 포지션을 만천하에 공개할 거야. 많은 돈을 투자해서 포지션을 구축하고, 유성인베스트먼츠가 투자를 했다는 소문을 낼 거라고.”
이리저리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이제 우리 체급이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아서.”
-윤…….
수화기 너머 빌은 나지막이 도경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이내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맞아. 그거면 부정적인 내러티브를 한 방에 뒤집을 수 있겠네. 유능한 투자자가 해당 기업을 좋게 보는 것만큼 큰 호재는 없을 테니까.
빌의 말에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